고요속에 잠긴 충주호와 암릉의 비경 [제비봉/단양]

[송년산행]



2012. 12. 2 [일]


평택 SM 43명





얼음골 ~ 제비공룡능선 ~ 제비봉 정상 ~ 전망대 ~ 545봉 ~ 장회나루 ~ (p) [4시간]

 

 



              【1】


1장남은 달력. 내일은 또 다른 날. …. 시기의 변화는 곧잘 기대치가 되어버린다.

   소멸해가는 제신은 시간의 흔적 속에 묻혀버리고, 기나긴 세월 속을 구르는 시간은

우리가 남긴 발자국을 떠올리는 순간 사라져 버린다. 조각조각 이어지는 자연의

조합에 숙명적으로 다가오는 밑그림이다.

 

 

 

 

 

 

 

 



입김이 수없이 뿜어져 또 다른 시간 속으로 흩어진다. 이기적인 시간이 아닌가.

  그 시간에 기대는 모든 이들은 자연스레 긍정의 변화를 맞이한다. 거세지는 물결처럼

흐르는 시간과의 소통에 익숙하게 젖어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부대끼며 오랫동안

쌓아온 연륜도 한 몫 했으리라. 

 

 

 

 

 

 

 

   초겨울 빛이 벚꽃 휘날리듯 산정위로 수북이 흩날린다. 그 무게에 버거운지 산정은

가냘픈 숨결을 몰아쉬고 있다. 가을이 떠 난지 오래된 것처럼 깡마른 나뭇잎들만

     너풀거린다. 낙하된 잎새들의 외침이 바스락 소리로 변해간다. 슬픈 시기다. 간간히

띄워주는 바람이 후다닥 그 속을 에워싼다.

 

 

 

     

 

 

 

 

 

 

 

 

 

 


 

                【2】


기암절벽과 연초록 노송의 빛깔이 몸통을 적시고 있는 말목산의 유순한 풍경과

       어우러지며 초겨울의 시간을 압도한다. 탄성이 지천에서 들려온다. 물이 빚은, 시간이

빚은, 산이 빚었는지… 가을로 되돌려 놓았는지 그 가을 길의 중간에 돌아서 있는

  듯하다. 물길에서 비춰지는 그 풍경들에 시간이 멈춰서는 듯 이내 눈동자들도 멈춰

있다. 

 

 

 

 

 

 

 

 

 

 

 

 

 

 

 

 

 

 

 


 

 


찬란하게 솟은 기암들의 형상이 구담. 옥순의 표정과 사뭇 다르다. 수려하고 곱게

          솟은 거대한 석벽은 구담과 옥순이고, 장쾌하고 칼날같이 미끈하게 솟은 기암은 제비다.

 겨울빛을 지붕삼고 물길을 지치고 있는 그 정온한 풍경은 초겨울적 월악의 절경이

    아닐 수 없다. 풍경의 깊이가 시간의 깊이에 상존해 있는 것이다. 절창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는 명품 속 풍경이다.

 

 

 

    

 

 

 

 

 

 

 

 

 

 

 

 

 

 

 

 

 

 

 

 


 

 


풍경은 말한다. 풍경은 살아있다. 풍경 앞에 시간은 존재론적 현실감이 되어준다.

풍경 속에 깊이 들어차 있는 우리의 욕망이 시간사이를 넘나들고 있다. S자 물길의

 잔영이 고요히 다가오니 이 속에서 시기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 잔잔한

물길을 박차며 떠가는 유람선이 벌거벗은 강물을 잠식하며 알 수 없는 시간 속으로

흘러간다. 고요하고 평온한 온기만이 붉어진 산봉에 어려 있다.



                                             전망봉에서 여성회원들이 물길을 보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잔잔하다.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빛깔이 물빛 속에 아른거리며 작은 꽃잎이 되어버리네요.」

                                          「흡사 景의 정점으로 비춰지는 겨울의 중심 같네요.」

                                          「파란 물길이 번져 지는 포근한 영상은 지나온 가을의 숨결을 느끼게 합니다.」

                                          「싱싱한 비침과 물길의 아련함이 깃드는 군더더기 없는 초겨울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3】 


   흰 포말을 지어대며 유유히 겨울을 가르는 유람선이 시간의 인내를 갈구한다. 거대한

병풍처럼 둘러쳐진 구담과 말목의 영원에 자신을 낮춘다. 그리고 그 속으로 서서히

        흡입되어간다. 가늘게 쌓이는 겨울알갱이들이 바람 속으로 사라지며, 왜, 건장한 물길은

시간의 부표를 흡수하지 못하는가를 되뇌인다. 독백이다. ….

그러니 외로운 길을 가야겠다.

 

 

 

 

 

 

 

 

 

 

 

 

 

 

 



    날렵한 바람이 이마를 더듬고 지나간다. 미끈하게 솟은 기암들은 낙락한 겨울 빛에 몸을

   숨기고 있다. 은은히 흐르는 산정의 수려함과 기이한 바위들의 색채가 아름다운 심층을

요구하고 시간 속 깊은 욕구를 자극한다. 그 탐미적인 시선들이 신비로움을 가미하며

   풍부하고 조각 같은 영상미의 주조를 이룬다. 한곳으로만 치우쳐지는 눈동자의 뚝심에

절묘하게 뻗고 숨어있는 노송에게 몸을 돌린다.

 

 

 

 

 

 

 

 

 

 

 

 

 

 


 

 


       연이어져 있는 암릉의 골짜기마다 기이한 석벽과 그 속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기암과 분재 같은 노송들이 제비봉의 위력을 나타낸다. 석벽이 마주하는 연봉들의

  고고한 형상은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이상의 세계를 펼쳐내는 듯 하다. 하물며 그와

   함께 물길이 이어주는 정미하고 세세한 풍경은 시간의 정적인 세계와 흐름의 동적인

느낌을 주는 율동의 선들로 채워져 있다.

 

 

 

 

 

 

 

 

 

 

 

 

 

 


 

 


        가을을 되돌려놓은 구담과 옥순, 말목산정의 자연적인 풍경은 이 시간 속에서 선이 굵게

         다가온다. 달빛에 가라앉은 것처럼 물속에서 빚어내는 기암절벽의 고고한 풍경이 순백의

산수화로 세월을 이야기하는 듯 하고 빛에 깎이며 그을린 해묵은 풍경은 긴 세월을

   강인하게 이어오며 고독을 빚어낸 매혹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이 멈춘

삶속에 움직인 흔적들이다. 멈춤의 미학이 되어주는 것인지….



                                                    「이 겨울의 울림은 침묵을 낳았습니다.」

                                                    「세월 속 풍경은 정지된 묵상이며, 귀머거리처럼 눈동자만 꿈틀대는 야릇한 꿈속으로

                                             흘러만 갑니다.」

                                                    「빈 허공 속에서 그려지는 겨울 도화지의 이상이겠지요.」

 

 

 

 

 

 

 

 

 

 

 

 

 

 

 

 

 

 

 

 

 


 

     한 올 한 올 떠가는 실처럼 자적하게 강물 길을 가르는 유람선이 빛을 받아 찰랑댄다.

     고운님을 맞으러 마중 나가는 사람의 맵시처럼 가지런하며 단정하다. 늘 이런 순간이

좋은데… 너무 아득한데… 공간속 시간 위를 떠다니며 단순한 몸짓을 해대는 것이

   무조건 좋다. 가벼운 진동이 일어난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내 뺨에 가벼이 내려앉는

바람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


겨울빛이 진다. 점점 더 오그라진다. 오! 29일. 질펀한 잿빛이 거나하게 퍼질 무렵이면

하나둘, 모두 끝나간다. 우리들은 가던 길로 향한다. 그리고서 펄펄 나는 또 다른 시간

앞에 놓인다. 긴 햇살의 그림자가 무한정 깊이 가득 채워지면서 고독이 생겨난다.

잊을 수 있는 고독이다. 비운의 고독이다. 몸서리치게 잊히는 고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