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금요일)은 월악산 국립공원에 속해 있고 월악산의 봉우리들이라고 할 수 있는 단양의 제비봉과 사봉을 가 보기로 한다. 6시 10분에 집을 나와서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닿으니 7시 1분경. 7시 20분발 충주행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6700원. 이삼분 늦게 7시 23분경에 출발한 버스는 무정차로 달리다가 1시간 30분이 조금 넘은 8시 55분에 충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충주시외버스터미널의 매표소에서 9시 40분발 장회행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5000원. 단양행 시외버스는 9시 40분이 조금 넘어 출발해서 작년에 하차했었던 월악산 들머리인 보덕암 입구의 버스 정류장(숫갓)을 지나서 한참 달려 무려 한 시간 5분 만에 장회리에 닿는다. 장회리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제비봉 들머리가 있다.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들머리의 긴 나무계단을 올라선 후에 철제 난간을 잡고 암릉길을 오르니 일찌감치 충주호와 충주호를 둘러싼 주변 산세의 빼어난 조망이 뚫리기 시작한다. 나무계단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잠시 조망을 하다가 나무 계단을 올라 철제 난간이 설치된 바위전망대에 오르면 충주호와 장회나루가 한눈에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충주호 주변의 빼어난 산세가 시선을 압도한다. 구담봉에서부터 금수산, 가은산, 둥지봉, 말목산이 일목요연하게 조망되고 나아갈 곳을 바라보면 긴 계단이 설치된 암봉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옆을 보면 제비봉 지능선의 암릉들이 사철 푸른 소나무들과 함께 험준하고 장엄한 산세를 돋보여주고 있다.

제비봉 산행은 원점회귀를 하지 않는 한 자주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기 십상이다. 충주호와 그 주변을 둘러싼 산세의 절경과 지나온 암릉길의 경치에 내심 감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암릉길의 위험한 부분에는 어김없이 계단이 설치돼 있으니 안전한 편이고 이 때문에 손으로 바위를 잡고 올라야 하는 암릉길은 너무 짧아서 섭섭할 지경이다. 
 


제비봉 들머리. 
 


자못 험준해 보이는 암봉. 
 


계단 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담봉과 장회나루. 
 


바위전망대.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구담봉.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금수산과 가은산.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말목산.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단이 설치된 암봉들.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제비봉 지능선의 암릉들. 
 

기나긴 계단을 오르면서 힘이 들기도 하지만 충주호 주변의 산세와 지나온 암봉과 암릉의 모습에 취해서 자주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작년 가을에 월악산을 종주할 때 짙은 안개 때문에 보지 못했었던 충주호를 좀 더 가까이에서 조망하니 한 가지 아쉬움을 푸는 즐거움이 더해진다.

제비봉에서는 쉬는 시간을 재는 게 의미가 없다. 걷다가 걸음을 멈추고 짧으면 수십 초에서 길면 몇 분 정도 조망을 즐기고 또 잠시 걷다가 또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조망하면 눈에 무심하게 들어오는 경치가 없을 정도다. 멀리 월악산의 영봉도 희미한 실루엣만 보이지만 그 뾰족한 봉우리의 특징적인 모습이 강렬하게 눈에 각인된다.

긴 계단을 다 올라와서 전망이 좋은 바위 위에 앉아 월악산 쪽과 충주호 쪽을 조망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암릉길을 오르니 현위치가 해발 476 미터라는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능선을 좀 더 나아가면 능선상에 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더 오르면 544.9봉이다. 바위 위의 앙증맞은 조그만 돌탑들을 바라보다가 제비봉을 조망하며 544.9봉을 내려서면 안부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나뭇가지들로 조망이 가려진 능선길을 한참 걸어 올라서 얼음골 하산길이 있는, 제비봉 정상 직전의 삼거리를 지나서 해발 721 미터의 제비봉 정상에 닿는다. 
 


긴 계단길 1. 
 


구담봉과 지나온 암릉길. 
 


긴 계단길 2. 
 


희미하게 보이는 월악산 영봉. 
 


구담봉, 장회나루와 지나온 암릉길. 
 


암릉길의 정경. 
 


능선상의 삼각점. 
 


544.9봉. 
 


바위 위의 앙증맞은 돌탑. 
 


544.9봉 내림길에 바라본 제비봉. 
 

큰 돌들로 엉성하게 쌓아 놓은 돌탑과 정상표지목이 있는 제비봉 정상은 조망이 좋지만 장회나루와 그 주변의 산세는 지나온, 계단이 설치돼 있는 암봉들에 비해 거리가 더 멀기 때문에 흐릿하게 보인다. 그러나 반대쪽의 사봉과 857봉은 장엄한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온다.

제비봉 정상에서 35분쯤 쉬다가 출입금지 로프의 왼쪽 끝으로 내려서니 갈비들이 푹신하게 깔려 있는 내리막길을 지나 낙엽이 두텁게 쌓인 길을 오르게 된다. 제비봉과 사봉의 경계인, 얼음골 갈림길이 있는 안부 삼거리를 지나고 옹달샘을 지나서 얼음골로 내려가는 갈림길도 지나 호젓한 등로를 걸으니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든다. 사봉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고 야생이 잘 살아 있는 곳이라서 홀로 산행하기에는 부적당한 곳이다.

작은 둔덕의 왼쪽 비탈에 난 등로를 걷는데 보이지 않는 오른쪽 비탈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놀라서 푸드덕 날아오르고 그와 거의 동시에 짐승이 내는 짧은 소리가 들려온다. 새가 잠을 깨워서 내는 멧돼지의 소리일까? 도대체 뭐가 있는지 가 보고도 싶었지만 위험한 호기심은 실행에 옮기지 않는 게 현명하리라. 그 자리를 빨리 피하기 위해서 걸음을 빨리 하여 등로를 한참 나아가다가 적당한 곳에 앉아 쌍스틱을 펴 짚고 진행한다.

멧돼지들이 등로 주변을 파 헤쳐 놓은 흔적이 자주 나타나고 멧돼지똥을 세 번이나 발견하면서 등로도 어수선하고 위험한 육감이 드는 이곳을 빨리 빠져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걸음은 그리 빨라지지 않는다.

여러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린 끝에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해발 879.4 미터의 사봉 정상에 닿는다. 십 여 분전에 지나친 857봉이 가까이 보이고 멀리 낮게 보이는 제비봉은 나뭇가지에 가려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사봉 정상에서 10분쯤 쉬면서 체력을 재정비하는데 짐승의 배설물 냄새가 후각을 자극한다.

사봉 정상에서 2분쯤 내려가니 넓은 공터가 나오고 직진해서 내려가니 낙엽이 두텁게 쌓인 등로와 그 주변을 멧돼지들이 온통 파 헤쳐 놓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파 헤쳐진 흙들은 말라 있다. 멧돼지들 때문에 밟으면 스펀지처럼 푹푹 들어가는 등로를 지나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의 오르막길을 올라보니 리본들이 설치돼 있는 얼음골 하산길이다. 그 쪽으로 가지 않고 리본이 보이지 않는 오른쪽 길로 나아가니 이 길에도 군데군데 리본이 나타난다. 능선길을 나아가다가 590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비탈의 등로로 나아가니 등로는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다. 발가락이 아파서 잠시 등로에 주저앉아 쉬다가 다시 나아가면 비록 나뭇가지들에 가려져 있지만 왼쪽으로 제비봉의 주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철탑을 지나치면서부터 등로는 임도처럼 넓어지고 철탑을 세 개째 지나치면 제비봉의 주능선 아래로 남한강과 외중방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묘 2기가 있는 곳을 지나서 삼분 더 나아가면 포장된 임도와 만나는 사봉 날머리다. 
 


얼음골 갈림길이 있는, 제비봉 정상 직전의 삼거리. 
 


제비봉 정상에서 바라본 옥순봉과 구담봉. 
 


제비봉 정상에서 바라본 망덕봉과 금수산, 가은산. 
 


제비봉 정상에서 바라본 말목산. 
 


제비봉 정상의 전경. 
 


돌탑이 있는 제비봉 정상의 정상표지목 - 해발 721 미터. 
 


제비봉 정상에서 바라본 사봉과 857봉. 
 


제비봉과 사봉의 경계이고 얼음골 갈림길이 있는 안부 삼거리. 
 


사봉 정상의 돌탑과 삼각점 - 해발 879.4 미터. 
 


포장된 임도와 만나는 사봉 날머리. 
 

길게 이어지는 임도를 지루하게 내려간다. 가을에는 빨갛게 익은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렸었을 사과나무들은 사과를 다 따서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내 놓은 채로 볼품없게 서 있을 뿐이다. 임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니 사봉과 제비봉이 정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봉 날머리에서 45분이나 걸려서 외중방리 마을 표지석과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으로 내려온다. 가게는커녕 인적도 뜸한 곳에서 마침 마을 주민 한 사람이 버스 정류장 쪽으로 내려와서 버스편을 물어보니 여기서는 단양과 충주를 오가는 시외버스는 서지 않고 단양 시내버스만 선다고 하는데 충주로 가는 쪽의 장회리로 가는 16시 40분발 시내버스는 놓치고 19시 30분발 막차만 남아 있고 단양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17시 30분에 있으니 이삼십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17시 30분보다 몇 분 일찍 도착한 단양시내버스를 타고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내리니 18시경. 요금은 1400원. 터미널 근처의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백반을 서둘러 시켜 먹고 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900원을 주고 동서울행 버스표를 끊어서 18시 30분발 막차를 타니 2시간 20분 만인 20시 50분경에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닿는다.

험한 곳에는 계단이 설치돼 있고 코스도 짧아서 실버산행지로도 좋은 제비봉은 충주호와 그 주변 산세의 조망이 좋고 암봉과 암릉도 준수해서 눈으로 즐기는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사봉은 멧돼지의 흔적도 많고 뱀이 땅바닥을 뚫고 나온 흔적도 많이 눈에 띄는 곳으로 야생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는 반갑지만 홀로 산행하기에는 위험하고 또한 출입금지구역인 듯하다. 사봉은 가지 말고 제비봉에서 장회리로 원점회귀하든지 얼음골로 하산하는 게 나을 듯하다.

이웃하고 있지만 제비봉은 바위산이고 사봉은 육산이라는 점과 그 외에도 너무나 다른 두 산의 모습에서 야누스의 얼굴을 떠올리며 여섯 시간 남짓의 비교적 짧은 산행을 마무리했다. 
 


길게 돌아가는 임도. 
 


과수원. 
 


임도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 
 


사봉과 사봉의 주능선.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 
 


남한강변의 외중방리 전경. 
 


제비봉과 제비봉의 주능선 - 왼쪽의 안부는 제비봉과 사봉의 경계인 얼음골 갈림길. 
 


외중방리 마을 표지석. 
 


외중방리 마을 유래. 
 


시외버스는 서지 않는 외중방리의 시내버스 정류장. 
 


단양시외버스터미널.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