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동읍 - 촛대봉 - 정병산 코스

 

2011. 11. 20.

 

아내랑

 

 

 

동읍에서 정병산 오르는 코스는 정병산 - 불모산 - 시루봉 - 천자봉 기나긴 25 킬로 종주 코스

중에서도 손꼽는 경관의 구간이다. 이전에는 종주의 들머리를 차량접근이 편한 창원 사격장으

로 했지만 지금은 중거리나 장거리나 동읍코스의 경치를 선호한다.

 

 

엄광산이나 한바퀴하자고 나선 오후 1시. 아내가 느닷없이 정병산 가자고 번개제안을 한다. 이

유인즉, 날씨가 너무 맑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야......! 가는데 약 한시간, 해지는 것은 5시 전,

산행시간은 세시간 남짓...... 백코스로 돌아오면 딱 맞겠다. 

 

 

 

 

 

동읍의 들머리는 창덕중학 지나 절 아래. 주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결점이 있지만, 바로 그

점이 이 등로를 지나치게 노출시키지 않는 매력이기도 하다. 절의 견공들은 오늘도 어김없

이 왈왈 짖어댄다. 안타깝다 이눔들아! 척 보면 모르겠냐? 짖어야될 사람들인지, 아닌지....

 

 

몇 해 전, 새로 불사한 대웅전은 아직도 단청을 입히지 못하고 풍상에 점차 낡은 전각이 되

어가고 있다. 하긴 단청불사도 어지간한 일이 아닐 터인데...... 좁다란 길에서 주차하느라

스님의 승용차가 진입을 못해 기다렸는데 그때 찬찬히 살펴본 스님의 인상이 무척 맑았다.

 

 

하산할 때 외바퀴 수레를 끌고 경사진 도로에서 밭으로 내려가던 모습을 보고 황급히 수레

를 받아들고 대신 옮겨 주었는데 비구니 스님의 한쪽 다리의 관절이 많이 불편해보였다. 언

덕 위에서 답례의 합장을 하시는 모습에 정중한 합장으로 인사드린 것이 오늘의 인연이다.

몇 번 지나쳐도 대웅전 한번 들어가지 않았네......

 

 

 

 

 

돌탑쌓기 신앙을 수행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활동하고 있을까? 돌탑을 볼때마다 그들

신앙인들의 공력인지, 전문 돌탑쌓기의 임금노동인지, 그냥 인근 민초들의 지극한 소

망의 결집인지 가끔 궁금하기도 하다.

 

 

 

 

 

20 여 미터 될까? 널찍한 슬랩이 굵은 로프 한줄을 매달고 있다. 갓길이 있지만 그동안

헬쓰의 근력을 느껴볼 겸해서 달라붙었다.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슬랩은 천태산 대슬

랩이다. 중간에 팔이 후덜덜하던 그 안타깝던 경험을 지우려 다시한번 도전해봐야할낀

데......^^  아내가 스냅으로 한 장!!

 

 

 

 

 

반쯤 오른 공터에 서면 위로 촛대봉이 보인다.

 

 

 

 

 

고도를 조금만 올리니 등로에는 이미 가을도 말랐다. 이곳은 북사면이라 습기진 길에

는 서릿발이 오후녘에도 쨍쨍한 칼얼음을 세우고 있다. 연록의 풀이 계절의 끝을 잡고

있지만 이미 지탱하기엔 역부족. 겨울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다시 경사가 가파라지고, 고도감이 쑥쑥......

 

 

 

 

 

지리산과 영남알프스 곳곳을 다니던 아내는 천식으로 주저앉았다. 다행히 근년에는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이 장애될 정도의 호흡곤란은 사그라들었다. 여전히 약을 복용

하고 있지만 꾸준히 헬쓰를 할 수 있는 정도로 완해가 되었다.

 

 

그런 아내랑 산행하면 초반 페이스를 극도로 완만하게 끌어올려야한다. 그것을 잘 하

지못하고 처음부터 색색거리게 되면 산행을 포기하거나 한없이 지체해야한다. 오늘은

매우 좋은 컨디션이다. 

 

 

 

 

 

역S자로 휘어진 남해안 고속도로는 저끝에서 분지되어 8차선에서 두개의 4차선, 2차선으로

나누어진다. 2차선은 마산 방면으로, 4차선은 창원터널로 진주로 향한다. 

 

 

 

 

 

 

암봉 사이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좌측 촛대봉을 올라 우측 암봉  후면으로 트래버스한다.

 

 

 

어느새 이곳까지 새 안전로프를 설치하였다.

 

 

 

 

 

불모산-웅산-시루봉-천자봉...... 진해로 이어지는 호감의 능선

 

 

 

고속도로 지나는 위로 쌍봉의 천주산, 좌측 멀이 뿌옇게 완만한 무학산......

 

 

 

 

촛대봉을 올랐다. 이제 오늘 짧은 산행의 참맛이 우러나는 순간......

영남알프스를 새로운 각도로 조망할 수 있는 곳! 

 

 

 

 

 

아내는 일견하더니 억산(8번)과 영축산(1번)과 함박-죽바우등 능선, 그리고 신불산(2번)을

꼭 집어낸다. 아~~ 대단하다! 내 마누라지만 눈썰미 하나는 정말 죽인다~ 

 

 

 

낙동강은 창녕 남지에서 휘돌아 서에서 동으로 진행한다. 다시 한번 S자로 감아도는 곳이 바

로 삼랑진읍, 삼랑진 포구다.

 

 

 

재약산(수미봉 천황산)이 약간 혼동되지만 지도정치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9 사자바위, 문바위

억산  (깨진바위)

7              운문산

6              가지산

5  천황산 (사자봉)

4  재약산 (수미봉)

             간월산

2              신불산

1              영축산

 

 

영남알프스 고봉들을 이제 막 입문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조망의 즐거움은 이뤄 말 할 수

없으리라...... 게다가 각 산과 봉우리들이 방향에 따라 어떻게 보이는가를 궁리해보면 무릎

을 칠 일이 한두가지 아닐터.....

 

 

예를 들어, 가지산(6번)이 북릉과 중봉이 어우리는 모습, 신불산 서릉 끝의 서봉이 동쪽 정

상보다 오히려 높게 보이는 착시까지...... 그리고 신불평원의 누런 억새밭의 색감, 죽바우

등과 오룡산의 오밀조밀함까지......

 

 

 

 

 

 

주남저수지 뒤로 펼쳐진 광경.

나는 늘 주남자수지보다 바로 앞의 동판지가 더 좋다.

 

오늘도 산행을 마친 후 동판지로 갈려고 했으나 이미 해가 떨어진 뒤라 다음을 기약했다.

 

빨간점 : 창녕 영취산

파란점 : 창녕 화왕산

노란점 : 청도 화악산

 

 

 

 

 

시선을 남서쪽으로 돌리면 창원 시가지. 봉림산 능선으로 이어지는 곳의 단풍이 색이 바랬다.

 

 

올해 단풍의 특징은 붉은 빛이 선연하지 않고 노란빛도 맑지 못하다. 많은 설명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수긍이 가는 것은 역시 초봄까지 이어진 전에없던 냉해가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아내는 거기다 한 줄을 덧붙힌다.

 

 

'어릴 적 환경이 평생을 지배하는 자연의 또다른 증거네!'

 

 

섬찟하다. 사람은 노력하여 극복할 수 있는데 식물들은 어떤 노력을 할까? 과연 식물들은

스스로 단풍이 찬란해야할 필요성이 있긴 할걸까?

 

 

 

 

 

겨울바람이 손끝을 시리게 한다. 

 

 

 

 

짧지만 상큼한 조망산행

 

 

 

 

저 두개의 암봉과 주남지, 낙동강과 삼랑진 그리고 화왕능선과 영남알프스.......

그것들이 정병산 북릉, 동읍능선을 이루는 멋이다.

 

 

 

 

정상에 서면 언제나 반기는 종주길

 

 

 

정병산 정상에서 불모산 거쳐 시루, 천자봉까지의 능선이야 이미 빤지르한 뒷산길.

내가 유난히 애착을 가진 이곳 산들과 오늘도 충분히 교감하였다. 비록 짧은 산행이

었지만......  

 

 

산행같지도 않은 산책에 가까운 여정이었지만 정병산을 좀 더 곱게 치장할 수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이곳에서 같은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시닮잖은 기록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싶어......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