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시작한 백두대간이 이제 그 끝이 보이려한다

근자에 그 끝은 어디인가를 놓고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기실

나로서는 이 길을 걷는 진정한 의미도 모르는 채..

 

우리의 산줄기를 보다 더 길게 이어야 한다는 논리인지

진작에 조상들께서 만들어놓은 틀을 유지하여야 한다는 얘기인지

그 둘중에서 딱히 어느쪽이 옳다라는 판단까지는 할 수 없어도

모든것이 불편하였던 옛날의 수고를 깍아내리지 않았으면..

 

설악은 불타고 있었다

평일인데도 한계령을 넘는 도로는 교통소통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근무하여야 할 만치

장수대를 지나면서부터 붉게 물든 단풍이 지나는 이들을 유혹한다

만산홍엽! 설악은 그렇게 불타고 있었다

 

한계령휴게소에 우리의 산님들을 내려놓기 바쁘게 조침령으로 달려간다

오늘은 점봉산까지 황소걸음을 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터널공사를 하는 진동리에서

서림으로 넘어가는 옛길을 따라 차로 오른다. 길 상태도 나쁘고 경사도 심하지만

시간이 12시가 다 되어 마음은 더욱 바쁘기만 하다.

 

조침령 표석앞에서 얼른 준비를 마치고 잘 만들어놓은 계단을 따라

점봉산을 향한다 16.8키로 그리고 다시 오색으로 하산하려면 약 22키로 이 늦은 시간에

다 갈 수 있을 까.. 또 한가지 여기는 멧돼지들의 천국으로 불릴만치 멧돼지들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라 이래저래 걱정은 많기만 하고

 

꼭 비가많이 오는 날 자동차가 빗물을 가르며 달릴 때 나는 소리처럼

낙엽을 가르며 걷는 발자국소리가 상쾌하다^^ 여기저기 파 헤쳐놓은 자욱들이

나 홀로 걸어가는 황소걸음을 주눅이 들게 하고.. 그러나 아니갈 수 없는 길

제법 빠르다 싶을만치 속도를 내 본다

 

왼편으로는 양수댐이 있는 곳

출입을 금한다라는 간판을 흘끔거리며 그러나 붉게물든 단풍잎 사이로 그 화려한 빛깔에

취하면서 한숨씩 숨을 돌릴때면 사진을 남겨보며 서진하는 우리의 대간을 달려간다

중간에 산림청에서 세운 안내도에 거리가 잘못 표시된 것을 누군가가 고쳐놓은 것이 보인다

북암령2.5키로 조침령 2키로. 4키로는 족히 걸어온 것 같은데..매직으로 4.5라고 고쳐놓았다

이만한 정도의 거리도 제대로 측정이 않될까.

 

1시간 반만에 북암령을 통과합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시간을 기록해도 괜찮을 듯 합니다

숲길에까지 따라온 시원한 바람이 도와주는 덕택입니다^^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바쁩니다

상부댐쪽에서 무슨 작업을 하는지 소음도 나를 따라 옵니다 파란하늘과 노랗고 붉은 단풍도

나와같이 걸어갑니다.

 

두시간을 더 걸어 서정길님이 애틋한 글을 올렸던 단목령의 장승앞에 섰습니다

왼편으로 설피밭, 오른편으로 오색초등학교 내려가는 사거리 길입니다 반가운 표시기가 보입니다 대간을 따라 남진중인 운해님의 표시기입니다 나 홀로 산길을 가며 만나는 표시기는

모두가 반가웁지만 그래도 더욱 반가운 것 들도 있습니다

 

생태보존지구라 하여 출입을 금한다 라는 입간판이 서 있습니다

그런데 안내그림이 좀 이상합니다 지구의 외곽선을 따라 단목령,점봉산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외곽선을 따라가니까 지구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계령까지는 휴식년제니까 달리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우리의 대간길에 이런저런 제한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걷습니다

한시간만 더 일찍 들어섰어도 이렇게 가슴을 조리지는 않았을텐데 5시간 반만에

오색삼거리에 도착합니다.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2키로 남았는데..

홍포수막터에는 허물어져가는 건물이 있는지를 선배들에게 물어보아도 가르쳐주는 이가

없었으니 아마도 없어져버린 듯 합니다

 

또 하나의 표시기가 보입니다

영혼을 산에 준 자유인 영산자님의 빛바랜 표시기가 나를 보고 인사를 합니다

그 표시기 아래에 하룻밤을 지낼 준비를 합니다 멧돼지가 염려가 되지만 오색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는 힘듦을 면해보고자 용감한 비박준비입니다^^

 

간단한 저녁을 먹고 자리에 들었으나 잠은 오질않고 무엇인가 어슬렁거리는 소리에

눈을 두리번거려 봅니다 커다란 멧돼지 서너마리가 불청객의 눈치를 보는지 아이고~

겁이 덜컥 납니다. 덤비지는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나도 저들의 눈치를 살핍니다

눈에서 나는 파란 불빛만 보이는데도 무섭습니다 최선호씨 생각이 납니다

 

엎드린자세로 주섬주섬 배낭을 챙깁니다

저들은 꿀꿀거리며 나한테는 신경을 안쓰는 것 같습니다 랜턴도 켜지않고 언덕으로 내려서서 저들의 시야를 벗어납니다 이제는 불을 켜고 다리야 날 살려라^^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갑니다(도망) 진땀이 온몸을 젖게합니다 삼십분여를 그렇게 내 달렸습니다

약 3키로 한시간이 조금못되어 우리사는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지만 2키로 남기고 다시 저 길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밝은 가로등 아래 민박집 평상에 자리를 잡습니다 하늘에는 초롱한 별들이 나를 내려다

봅니다 침낭속에서 스티로폼의 따뜻함을 느끼며 꿈나라로 갑니다

그래도 내일 다시 저 길을 오르리라..

 

이슬이 내리지 않아 몸이 가볍습니다

새벽별들이 초롱한 시간에 어제 남긴 길을 오르기위한 준비를 합니다

쌀을 조금 끓여서 죽처럼 만들어 먹고 어둠속의 산길로 들어갑니다 대청보다는 낮지만은

약 1000미터를 올라야 합니다 새벽의 여명이 나를 따라옵니다

 

무서웠고 그래서 내려온지 모르게 내려왔던 길이 정말 가파릅니다

대청봉이 나무사이로 밝게 보이는 것이 아침이 오고 있는 가 봅니다

만물상이 참 보기에 좋습니다 안개가 오르내리는 한계령쪽으로의 조망이..

쉬며 오르며 한시간반만에 오색삼거리에 다시 올랐습니다 어제 밤에 못챙긴 물건들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지요 비닐과 쓰레기등을 그냥 놔두고 갔었는데 전혀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있는겁니다

 

어쩌면 그냥 누워있었어도 괜찮았을 수 도 있었나?

아니면 자리를 잡지말고 랜턴을 켜고 올라갔다 와야 했을까?

이런 되지도 않는 생각을 하는 나를 영산자님의 표시기가 바라 봅니다^^

그래도 잘 했었다 라고 마음을 다져보며 점봉산을 오릅니다 대청쪽은 참 맑은데 이쪽은 안개에 싸여 있습니다. 여전한 걸음으로 쉬며 오르며 멋지게 만들어 놓은 정상석 앞에 섰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한구간을 이어 나갈때마다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찬 바람, 안개속의 정상을 내려서며 다시 우리사는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황소걸음은 내 발로 또 한구간을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