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봉산 산행 스케치 ]

 

산행일자 : 2005,8,21(일)

산행구간 : 강선리계곡-곰배령-점봉산-너른이계곡

날       씨 : 비 오락가락 후 갬

  

곰배령은 교통이 불편하여 자가 운전하여 다녀오기로 합니다.
구리를 떠나 홍천을지나 철정 검문소에서 우회전하여 상남 방향으로 차를 몹니다.
여기 저기에 래프팅 광고가 걸려있고 또 강가에는 고무보트에서 소리 지르며
열심히 노를 젓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상남에 도착되면 현리쪽으로 방향을 틀어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방동약수 진동계곡
이정표를 보고 다리를 건너자 마자 우회전하여 청정계곡인 진동계곡을 따라
한없이 올라 갑니다.

 

예전엔 비포장이었던 길도 말끔히 포장되어 가는길이 시원하며 곳곳에 펜션들이
들어서 한때 최고의 오지임을 자랑하던 진동리도 이젠 여느 피서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조침령 입구를 지나 칩니다.
백두대간을 진행하며 이곳으로 내려와 다음 구간을 이어가기도 했던 곳이지만
이젠 이곳에 터널 공사를 하고 있어 몇 년 후에는 이곳도 동과서를 잇는 차량의
행렬로 몸살을 앓게 될것 같습니다.

 

양수댐 공사 현장에 가서야 포장길이 끝납니다.

우측은 양수댐으로 올라가는 길이며 진동리 방향은 직진입니다.
이제부턴 비포장길을 10여분 들어가야 합니다.

 

이곳의 지명은 재미있는 내력이 있습니다.
겨울철에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설피를 만들어 신지 않으면 다닐 수 없어

설피마을 이라고 하며 또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 강풍에 소도 날아간다 하여

쇠나들이란 이름도 있습니다.

 

비포장도로를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진동분교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고
곧이어 "설피산장"을 지나게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를 건너며 좌측에 콘테이너로 만든 입산 통제소가 보이지만
이른 시간이므로 통제를 받진 않습니다.

 

계속 차를 몰아 직진하면 좌측에 남,여 장승 한 쌍이 다정하게 서 있으며

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있고 이정표 뒤에는 또 하나의 콘테이너 박스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머리와 수염을 기른 산꾼(?)처럼 보이는 사람이 간단한 음료와 컵라면 등을

판매하지만 역시 이른 시간이므로 문은 닫혀 있으며 그 뒤로는 "풍경소리" 라는 한옥집이

보이는데 갤러리 겸 민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은 풍경소리를 지나면 안되며 나무로 만든 이정표와 콘테이너 박스 사이로
좌회전하여 20m 정도 가면 도로 좌,우측에 약간의 공터가 있는데 이곳에 적당히 주차한 후
산행 준비를 합니다.

 

넓은 임도 수준의 길을 따라 강선리계곡 길을 터벅터벅 걷기 시작합니다.
좌측에 맑은 계곡물이 시원한 소리와 함께 흐르고 빗방울이 오락가락 하지만
하늘을 덮고 있는 나뭇잎 덕분인지 비옷을 입을 정도는 아닙니다.

 

한적한 이 길을 30여분 걷다 보니 독립 가옥들이 하나 둘 나타납니다.
어떤 집 굴뚝에서는 아침밥을 짓는지 연기가 모락모락 나오는데 어릴 적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 땔 때 나는 냄새에 향수를 느끼기도 합니다.

 

길옆 좌측의 집에서 써 놓은 듯 나무토막에 커피와 차를 판매한다고 써있습니다.
커피를 한잔하려  그 집에 들어가 불러 보았지만 작은 송아지만한 개가 나와 멍멍
짓는 소리에 슬며시 겁이나 뒷걸음질쳐 나와 그냥 올라갑니다.

 

좌측에 펜션수준의 멋진 집을 마지막으로 길은 좁아지며 징검다리를 건너
계곡을 가로 질러 올라 갑니다.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계속 평지 수준의 산책로 입니다.

큰 수준은 아니지만 폭포도 지나게 됩니다.


능선산행 위주의 산행에서 오랜만에 벗어나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땀 많이 흘리기로 소문이 나있지만 오늘은 손수건을 꺼내지도 않습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아침식사를 합니다.
요즘 산행하다 보면 식사할 때엔 파리 때문에 고역이지만 이곳에서 식사를 마칠 때 까지
단 한 마리의 파리도 달려들지 않았습니다.

 

앞서간 사람이 없는 듯 거미줄이 얼굴에 자주 걸립니다.
계곡을 두 세 차례 건너고 이제 물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며 등로는 약간 가파라 집니다.


이곳에서 오늘 마실 식수를 준비 합니다.
햇반을 준비했으므로 점봉산을 넘어 원점회귀 한다 하더라도 1.5리터면 충분합니다.

하늘금이 보이기 시작하니 둥근 이질풀이 길가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조금 후엔 지천으로 나타나며 이름 모를 꽃들과 어울려 평전을 이룹니다.


아주 오래전에 반대편의 곰배골을 통하여 오른 적이 있으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넓은 평전을 보호하기 위한 줄이 설치되어 있고 사방으로 펼쳐진 야생화의 물결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아쉬운 건 운무때문에 시야가 썩 좋지 않은 것 입니다.


머물던 몇 사람이 곰취꽃을 확인하느라 정신 없습니다.
작은 점봉산이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숲을 헤치며 봉우리에 오르자 바람에 실린 구름이 얼굴을 때리지만 시원한 게
기분은 좋습니다.

 

이곳도 들판이 이어지며 야생화의 연속이 이어집니다.
등로 좌측에 전망대가 있어 들려보니 삼각점도 있습니다.

안부를 지나고 봉우리에 오르는 길 모두가 야생화의 천국입니다.
이럴 땐 야생화 이름을 모르는 게 여간 답답한게 아닙니다.
분명 귀한 꽃도 있을터인데 그냥 지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멋진 주목을 지나칩니다. 또 하나의 주목을 지나치며 보니 이끼도 끼여있고
그 이끼위에 일엽초인 듯한 잎사귀 하나인 풀이 몇 개 자라고 있습니다.
숲 속으로도 주목이 몇 그루 더 있었지만 일일이 살펴보진 못했습니다.

 

봉우리를 오르자 또 하나의 삼각점이 보이고 예전엔 헬기장으로 사용된 듯 합니다.
이젠 오이풀꽃이 널려있는 봉우리를 오르며 중간에 간식도 먹어 봅니다.
고도에 따라 야생화의 종류도 달라지나 봅니다.

오이풀에 이어 쑥부쟁이 인지 구절초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들국화가 무리를 지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바위틈에도 이름이 확실치 않은 꽃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바람꽃도 볼 수 있습니다.

잡목 사이를 통과하자 눈에 익은 봉우리에 올라섭니다.
7-8
명이 먼저 와 있다가 불쑥 올라오는 나를 보고 놀랍니다.
이들은 안내 산악회에서 왔으며 한계령에서 올라와 단목령으로 내려 간다고 합니다.

 

점봉산 역시 운무에 덮혀 있어 몇 십미터 밖에 볼 수 없어 무척 아쉽습니다.
잠시 머물다 대간길을 따라 단목령 방향으로 내려 섭니다.
길은 미끄러워 조심하지 않으면 몇 번이고 넘어질 수 있습니다.


등로 옆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 금강초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무뿌리가 많이 드러난 내림길을 지나 적당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4거리에 도착 합니다.


좌측은 오색 방향, 직진은 단목령 방향, 우측은 너른이 계곡길 입니다.
낮은 산죽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너른이 계곡길로 들어 섭니다.

4거리에 서있던 남자2명과 여자 1명이 따라 들어 옵니다.
뒤돌아 보곤 어디 가시냐 물으니 단목령으로 간다고 합니다.
길을 알려주고 호젓한 원시림의 흐릿한 발자국을 찾아 진행합니다.

 

우측에 계곡을 두고 시작한 길은 계곡을 따라 희미하게 이어지며 간혹 빛 바랜
표지기도 한 두 장 있어 새것으로 갈아 줍니다.

계곡도 두 세 번 건너고 진행하다 보니 우측에 수량이 많은 또 다른 계곡이 나타납니다.

 

길도 직진하는 길과 우측으로 내려가서 계곡으로 향하는 길이 두 갈래가 됩니다.
일단 큰 계곡쪽으로 내려서 보지만 길의 흔적이 희미해져 계곡 건너에도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올라와 이번엔 직진길로 가 봅니다.
이 길은 이어져 양쪽 계곡이 합쳐지는 합수점으로 내려와 계곡을 건너서
두 계곡이 합쳐진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질퍽거리기도 하고 희미해 지기도 하는 길을 따라 또 한차례 계곡을 건너서니
많이 보던 반가운 표지기가 보입니다.
다시 한차례 계곡을 건너니 이제서야 길 같은 편한 길이 보입니다.

부지런히 걷다 보니 너른이계곡의 끝이 나타납니다.


이곳도 별장인지 펜션인지 두 채의 현대식 집을 지나쳐 쇄석을 깔아놓은 길 따라
조금 내려오니 단목령에서 내려오는 길과 마주치며 저기 앞에 풍경소리 펜션이 보입니다.

 

우측의 계곡으로 들어가 여태 흘린 땀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실실 걸어 콘테이너 찻집에서 약 200여 가지 약초를 달였다는 차를 한잔 합니다.
맛은 꼭 솔입차 비스무리 합니다.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회수하여 기나긴 진동리 계곡을 빠져 나옵니다.
휴가철의 끝물이라 인제를 조금 지나면 밀릴 것 같아 상남을 거쳐 동면을 지나
수타사 입구를 거쳐 홍천으로 나옵니다.

 

그러나 이후 양평을 벗어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포기하고 그냥 줄 서서 밀려 가며 수많은 야생화의 모습을 떠올리며
산행의 여운을 즐깁니다.

 

 

에버그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