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6일 (금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널
인제터미널(06:20-08:43)
가리1교(09:32)
첫봉우리(10:08)
716.9봉(10:44)
655봉(11:06)
사거리안부(11:20)
897.3봉(12:06)
876봉(12:53)
1168.0봉(13:46)
1036봉(14:10)
1122봉(14:39)
망대암산(15:19)
점봉산(15:45)
주전골안부(16:26)
1157.6봉(16:58)
계곡(18:39)
필례1교(19:09)
한계령(19:59)
속초터미널(20:17-21:20)
동서울터미널(22:00-01:43)

◈ 도상거리
약 18km

◈ 산행시간
10시간 27분

◈ 산행기

- 가리1교
연휴로 북적거리는 동서울터미널에서 간신히 오색행 버스의 하나 남은 자리를 얻어 비에 축축히 젖은 도로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인제에서 내린다.
온통 수해 복구공사로 어지러운 진흙창도로를 타고 장승고개를 넘어 필례계곡으로 도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택시를 내리니 들머리인 가리1교도 막 새로 설치중이다. (22,000원)
가게앞에서 실수로 쏱은 식수를 보충하고 밭을 가로질러 능선초입으로 들어가 잡목들을 헤치면 새벽녁까지 내린 비로 금방 몸이 젖어온다.
오른쪽에서 이어지는 뚜렸한 산길을 만나 안도를 하며 무덤 두기를 지나서 케이블선과 함께 숲을 올라가니 쓰러진 안테나가 나오며 길은 끝이 난다.
울창한 잡목과 덤불을 헤치며 앞이 안보이는 숲을 올라가면 뿌리채 뽑힌 노송들이 쓰러져 있고 오래전 간벌된 나무들이 앞을 막는 묵은 산길이 이어진다.
빗물과 땀에 푹 젖어 능선만 가늠하며 빽빽한 나무들을 헤치고 벌리며 첫 봉우리로 힘겹게 올라서니 흐릿한 족적이 나타나지만 역시 길은 사납다.



▲ 들머리


- 897.3봉
공사장 소리를 들어가며 쓰러진 나무들을 타고 넘어 비안개에 묻혀있는 적적한 능선을 올라가면 왼쪽으로 가리봉 올라갈 때 보았던 지능선 하나가 힘찬 모습을 드러낸다.
참호들이 파여있는 능선을 올라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 벙커를 지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897.3봉을 바라보며 역시 벙커가 있는 716.9봉으로 올라가니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또 있을만한 지형도 아니다.
오른쪽으로 꺽어 오른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꺽어 독도에 주의해서 시야가 전혀 트이지 않는 숲을 지나 흐릿하게 솟은 897.3봉을 확인하며 두리뭉실한 655봉을 넘는다.
적막한 숲길로 거목 한그루와 서낭당 흔적이 있는 안부를 지나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길을 올라가면 둔덕에 웬 글씨 없는 삼각점 하나가 묻혀있다.
'쏴' 하고 숲을 울리는 바람과 함께 머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소나무들이 울창한 가파른 숲길을 오르다 간혹 눈에 띄는 더덕들을 캔다.
붉은 헝겊 하나가 매여있는 둔덕을 오르고 오른쪽으로 꺽어 벙커를 지나서 몸을 말리고 있는 독사를 피해 897.3봉으로 올라가니 글씨 없는 오래된 삼각점이 놓여있고 가리봉쪽 조망이 좋을텐데 역시 비안개로 가려있어 아쉬워진다.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897.3봉



▲ 벙커가 있는 716.9봉 정상



▲ 서낭당 안부



▲ 897.3봉 정상



- 1168.0봉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펑퍼짐하고 울창한 수림을 방향을 맞춰 내려가면 간간이 청색 비닐끈이 걸려있어 길을 확인해 준다.
소나무들이 서있는 전망대에서 구름에 가려있는 갈 능선을 바라보고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며 바위지대를 내려가 끊어질듯 이어지는 족적을 따라간다.
가까운 곳에서 나는 짐승의 괴이한 울음소리를 들어가며 가파른 능선 따라 876봉을 넘고 앞에 높게 솟아있는 1168.0봉을 바라보며 안부로 내려간다.
잡목들을 헤쳐가며 길도 없는 가파른 숲을 올라 나무들을 잡으며 험한 암릉을 넘고 다시 나타나는 암릉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펑퍼짐한 산죽지대에서 능선을 잘 잡아 올라가니 너른 초원이 펼쳐지고 요즘 들어 귀해진 곰취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잠깐 앉아 한봉지를 채운다.
가파른 숲길 따라 서너평 공터에 삼각점(설악454/2005재설)이 있는 1168.0봉으로 올라가면 비구름이 자욱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점봉산쪽으로 높게 솟은 거봉의 실루엣을 가늠할 수 있다.



▲ 비구름에 가린, 가야할 능선



▲ 1168.0봉 정상



- 점봉산
북쪽으로 꺽어 벙커와 참호들을 거푸 지나고 긴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해서 내려가니 수림은 빽빽해 앞이 안 보이고 미끄러운 너덜지대가 계속 이어져 애를 먹는다.
1036봉을 넘고 뚜렸해진 족적 따라 멧돼지들이 파헤쳐 놓은 완만한 산죽숲을 올라가면 구름이 잠깐씩 걷히며 앞에 망대암산이 모습을 나타낸다.
산죽 무성한 1122봉에서 간식을 먹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가다 대민계도문을 지나서 암벽을 오른쪽으로 우회해서 올라가니 길은 사라진다.
서너차례 바위들을 잡고 암릉위로 올라서면 몸을 가늠하기도 힘든 강풍이 불어오고 1168.0봉에서 이어온 능선이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억센 관목들을 헤치고 백두대간과 만나서 바위지대를 타고 망대암산(1236m)으로 올라가니 초라한 정상판 하나만 서있고 조망은 꽉 막혀있다.
바위를 내려와 등산객들과 마주치며 산철쭉들이 예쁘게 피어있는 반질반질한 등로 따라 정상석과 삼각점(설악26/04재설)이 있는 점봉산(1424.2m)으로 올라가면 역시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비구름만 자욱하게 껴있다.



▲ 대민계도문



▲ 암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 망대암산 정상



▲ 점봉산 정상



▲ 점봉산 삼각점



- 1157.6봉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오색으로 내려갈까 고민을 하다 백두대간 종주때 공단직원들을 피해 컴컴한 새벽에 오르며 암릉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한계령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망대암산을 지나고 시종 뚜렸하게 이어지는 완만한 대간길을 속보로 지나 주전골 안부로 내려가니 옛날 이곳으로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점봉산 오르던 기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난다.
가파른 산죽숲 따라 삼각점(설악314/2005재설)이 있는 1157.6봉을 오르면 한계령에서의 막차시간이 2시간이나 남아 느긋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서서이 나타나는 암봉들을 바라보며 뚜렸하게 이어지는 움푹 패인 산죽길을 따라가니 거대한 암봉이 가로막고 어느 순간 길은 사라진다.
암벽을 왼쪽으로 우회하다 너무 방향이 틀려 되돌아와 여기저기 길을 찾아 보지만 어느 곳에나 절벽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다.
너무 길이 뚜렸해 의심하지 않고 다시 암벽을 휘돌아 북서릉에 붙어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며 인적 사라진 거친 암릉을 내려가 황토가 무너져 내린 사태지역을 두번이나 건넌다.
진땀을 흘리며 나무들을 잡고 암릉으로 올라서면 그제서야 멀치감치 마루금이 보이지만 길 없는 암릉을 다시 돌아가는 것은 힘든 일이고 시간상으로도 빡빡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 1157.6봉 정상



▲ 잘못 들어간 지능선의 암봉들



- 한계령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나무들을 잡고 암릉사이로 뚝 떨어져서 너덜지대를 한동안 내려가니 지계곡이 나오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의례이 계곡 주변에서 나타나는 마른 덤불들을 힘겹게 헤치며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는 숲을 내려가 암반으로 맑은물이 흘러 내리는 계곡으로 떨어진다.
큰나무들이 사방에 쓰러져 있고 떠내려온 돌덩어리들이 쌓여있는 계곡을 내려가면 주위로 멋진 암봉들이 도열해 있어 역시 설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누군가의 발자국을 확인하며 작은 폭포들을 지나 계곡을 한동안 내려가 사방댐을 지나니 깨끗하게 포장된 10번 군도와 '필례1교'가 나온다.
뜸하게 지나가는 차에 몇번 손짓을 하다 포기하고 수해공사중인 텅 빈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가면 앞이 트이며 서북능선의 멋진 암봉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친 발걸음으로 어둑해진 한계령에 올라가 속초행 버스표를 구입하고 길건너의 도로가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으니 고개를 넘나드는 거센 바람에 몸이 덜덜 떨려온다.



▲ 계곡



▲ 필례1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