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봉산&하늘이 열리던 날 토왕성폭포

 

 

2007년 2월 2-3일

  

  

첫째 날 점봉산가는 길

  

  

 

 

 

 

 

 

 

 

 

 

바람이 날 깊은 골짜기로 날려 보낸다.
가만 있어도 가고 길을 잡아도 날려간다.
옛날엔 소동라령(所東羅嶺)이라 불렸던 고개에 바람에 날려와 섰고
바람따라 자유로운 새가되고 싶어 해발 1,003m에서 구비구비 산마루따라
하얀나라로 바람따라 간다.

  

  


10여년 전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산행이 전면 금지된 산에
백두대간길에서 벌금딱지로 애걸복걸했던 지난 추억을 먹으며 필레약수가는
길로 간다.  
하늘높이 치솟은 암벽과 기암괴석이 옥색 물줄기 감싸고 도는 주전골이 장관인 산능성을
걸으러 간다,  

 바람과 하얀눈 맞으러 간다.

  

  

 

  

  

 

 

 

 

 

 

 

 

 

 

 

작년 여름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남아있는 처절한 참상을 보면서 오색의 아픔을
보았었다.   장수대, 한계리에 때렸던 큰 골의 핵폭탄은 눈으로 보지 못할 상처로 남았고
아직도 추위에 떨고 있는 마을분들의 얼굴이 사라지지 않은 그 모습 오색에서도 있었다.

  

  

뼈져린 아픔이 얼마전인데
그 아픔 어데로간데 없고
절묘한 조화에 차분한 소(沼)를 이룬 이곳에 햐얀 휘장을 두른 것처럼 신비롭다.
망대암산 가기전 보여주는 설악산의 경외감이 절로 난다.

  

  

 

 

 

 

 

 

 

 

 

 

 


서북능으로 펼쳐지는 안산, 귓떼기청봉, 대청봉, 중청봉의 설악의 자태가 여기에 다 있다.
서쪽으로 이어진 형제봉, 주걱봉, 가리봉의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기란 내 재주로 안된다.

줄을 당기고 눈을 헤치며 걸어가는 산능성에 길을 만들며 간다.
허벅지까지 쌓인 눈에 미끄러지고 뒹굴며 하늘을 쳐다 본다.    하늘은 조용하건만 언제 이곳에 이렇게 펼쳐 놓았을까?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거룩하게 보인 설악의 귓떼기, 중청이와 대청이를 멀리서 보았네.

  

  

 

  

  

mt주왕 촬영

  

  

눈이 오면 괜히 울적해지고 누군가 그리워진다더니.... 그 말들이 쌓여서 구름이 되고 무거워지면 눈이나 비가 된다고 하더니 점봉산의 눈이 되었구려....
온통 세상으로 떨어져 내렸으니 대구칭구들과 같이 걸어본 하얀나라는 "오늘"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 그리움 만들어 왔던 길 쌓인눈 때문에 더 이상 갈 수 없어 왔던 길 되집어 내려가지만
점봉산에 피었던 철쭉과 단목령, 조침령으로 내려섰던  대간길에 있었던 옛이야기 뒤새김하며 산사랑의 애환이 제대로 읽히는 이치가 정겨움이었네요.

  

  

 

  

 

 


설악산은 말한다.   "설악산이 자네를 가만히 두겠나?"
다행히 내게는 삶의 고비마다 고민을 털어놓고 지도를 구할 수 있는 인생의 스승이 "산(山)"이 있다고 ..
그래 "가장 높은 봉우리을 올라서 가장 낮은 골짜기를 쳐다보라고. 그리고 내가 서있는 아픔까지도 사랑하라고,"
눈이 내린 하이얀 세상처럼 살아가라고

  

  

 


그 그다음 날.

 

 

 


토왕성폭포가 열리던 날

 

 

 

 

 

 

 

주연보다 뛰어난 조연
설악산의 한 퀴퉁이에 갇혀 사는 외로운 물줄기
일년내내 흐르는 거대한 벽에 떨어지는 물소리
겨울이면 멈추고 하이얀 빙벽에 신음소리 내지요.
365일중

이틀만이라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요

  

 

 

 

 

 

 

 

 

  

작년보다  눈이 덜 쌓인 길 따라서
깊숙한 곳에 이르러 구비구비 골짜기에 바위틈으로 만물상 만들어
오는이들 맞이해주는 구려
오늘은 활짝열린 세상이라고
빙벽을 누가 누가 잘달리나 내기 하자고...

  

 

 

  

  

  

깊은 슬픔과 절망감에 시달리거나 하지 마십시오.
"창조의 고통"을 안고 사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360m의 위대한 당신이 참된 조각가입니다,
뽀얗게 피어난 아라리의 슬픈 영가
바로 설악의 얼음꽃입니다.

  

  

 

 

 

 

 

 

 

 

 

 

 

 

 

 

 

 

 

 

 

 

 

 

 

 

 

 

불가항력의 야속한 얼음꽃속에서 피어나는 이들
식용색소로 더 예쁘게 단장되어진 몸짓에
한 칸만이라도 더 높이 올라보자고
소리높여 올려 부치는 젊은이들이여
오늘은 참 예쁜 얼음꽃 되었습니다,

  

  

 

 

  

199번의 경품딱지에 걸려든 상품
운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감격한 빙벽에 반가운 얼굴들 
자꾸보면 볼수록 이젠 설악은 내게 정겨운 커피숍입니다,

  


늑대목도리, 빨간 내복, 김치찌개, 쇠죽 끊이는 아궁이 앞,
호빵, 군고구마, 땅에 묻어 놓은 차가운 동치미가 추운 날 있으면
제격이지만
바람과 날아온 토왕성폭포가 열린 날
오늘은 가장 화려한 얼음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