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치악산을 간 날(2008년 11월 8일)은 원래는 적상산을 가려고 했었는데 그 날 무주에 비가 올 확률이 높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계획을 변경하여 치악산을 가게 됐었다. 10월 24일(토요일)에는 작년에 가려다가 포기한 무주의 적상산을 가 보기로 하는데 남서울에서 8시 30분에 있는 무주행 첫차를 타면 11시경에 도착해서 11시 40분발 군내버스로 갈아타면 12시경에나 적상산 입구에 도착해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이 불편한 편인 무주에서 당일에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기 어려우므로 5시 40분에 집을 나와서 6시 40분경 서울경부고속버스터미널 매표소에 도착해서 대전행 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8700원.

6시 50분에 출발한 고속버스는 소요예정시간인 1시간 50분보다 8분쯤 빠른 8시 32분경 대전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데 5분 만에 바로 옆에 있는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서 무주행 9시 5분발 시외버스표를 끊는다. 요금은 3900원.

소요예정시간인 50분에 맞춰 9시 55분경 무주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1천원을 내고 적상행 군내버스표를 끊는다. 10시 20분에 출발한 군내버스는 10시 31분경 서창리의 적상산가든 앞에 도착한다.

적상산의 주능선이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적상산가든 앞에서 차도를 건너 적상산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20분 만에 서창공원지킴터 앞을 지나게 되고 다시 2분 만에 새빨간 단풍이 인상적인 임도를 지나 임도의 오른쪽에 있는 적상산 들머리로 들어서게 된다.

초입부터 가파른 돌계단길을 지루하게 오르다보면 어느덧 돌계단길을 끝나고 등로가 완만해지기 시작하면서 화사한 단풍이 그 고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등로는 급격한 가파름이 없이 갈 지(之) 자로 구불구불 이어지지만 그래도 해발 1000 미터가 넘는 산이니 그리 쉬운 오름은 아니다.

등로 옆의 작은 전망바위에 앉아 잠시 쉬다가 다시 나아가면 최영 장군이 길을 내기 위해 길을 가로막고 있는 큰 바위를 긴 칼로 내리쳐서 두 동강을 내어 길을 냈다는 장도(長刀)바위가 나타나는데 아무래도 거짓말 같다. 제대로 찍기 어려운 장도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잠시 더 나아가면 적상산성의 서문터가 나오는데 서문터를 지나서 울긋불긋 화사한 단풍을 감상하며 완만한 등로를 느긋하게 오르다보면 삼거리가 있는 능선에 오르게 되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져 향로봉으로 향한다.

능선 갈림길에서 12분 만에 닿은 향로봉은 정상의 표지판에는 해발 1034 미터라고 적혀 있지만 지도에는 모두 해발 1024 미터라고 표기돼 있는 곳인데 조망도 별로 좋지 않아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10분 만에 능선 갈림길로 되내려와서 직진하여 능선길을 나아가다가 적당한 곳에 앉아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며 지친 몸을 쉬게 한다.


 


차도를 따라 오르면서 바라본 적상산의 향로봉과 기봉, 안렴대.


 


적상산 들머리의 새빨간 단풍과 향로봉 밑의 치마바위.


 


적상산 들머리.


 


화사한 단풍.


 


등로의 단풍과 낙엽.


 


장도바위.


 


서문터.


 


울긋불긋 화사한 단풍.


 


능선 갈림길의 방향표지판.


 


해발 1024 미터의 향로봉 정상.


 

다시 나아가서 높은 철탑이 설치돼 있는, 적상산의 정상이지만 출입이 통제돼 있는 해발 1038 미터의 기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등로로 나아가서 안국사 갈림길을 지나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해발 1029.1 미터의 안렴대에 이른다.

적상산의 향로봉과 기봉이 뚜렷이 조망되고 희미하나마 덕유산의 향적봉이 윤곽을 보이고 있는 안렴대에서 한참 조망을 하다가 5분 만에 안국사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5분쯤 내려서면 울긋불긋하고 화사한 단풍이 절정을 보이고 있는 안국사에 닿는다. 오늘의 단풍 감상의 백미는 이 안국사 경내에서부터 상부댐 앞의 임도 주변에 이르는 곳까지다.


 


노란 단풍.


 


출입이 통제된, 해발 1038 미터의 적상산 정상인 기봉의 철탑.


 


안렴대에서 바라본 향로봉.


 


안렴대에서 바라본 향로봉과 철탑 두 개가 있는 기봉.


 


안렴대에서 바라본 덕유산 향적봉.


 


해발 1029.1 미터인 안렴대 정상.


 


되돌아온 안국사 갈림길.


 


안국사의 전경.


 

안국사 경내에 들어서니 안국사는 단풍도 한참 절정을 맞고 있어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지만 그 외의 볼 것도 많다. 성보박물관의 처마 밑에는 다섯 개나 되는 청동불상이 놓여져 있고 다실 안의 실내 장식도 멋진데 아쉽게도 토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성보박물관은 굳게 닫혀 있다.

곱디 고운 단풍이 어떤 인공의 장식보다 훨씬 더 절간을 아름답고 멋지게 단장해 놓은 안국사 경내를 한참 둘러보다가 계단을 내려가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곧 일주문을 지나서 안국사를 빠져 나오게 된다. 여기서 상부댐으로 내려가는, 아스콘으로 포장된 임도를 천천히 내려가면 절정을 맞고 있는 오색 찬란한 단풍의 모습이 저마다 다른 색깔로 개별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절정에 이른 안국사의 단풍.


 


만산홍엽 1.


 


안국사의 불상.


 


안국사의 단풍 1.


 


다실의 풍경.


 


안국사의 극락전.


 


안국사의 단풍 2.


 


안국사의 단풍 3.


 


안국사의 일주문.


 

사람들과 차들이 분주히 왕래하고 있는 임도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머지않아 땅에 떨어져서 길바닥에 뒹구는 낙엽이 될 단풍들이 이토록 화려함을 뽐내는 것은 어쩌면 그 나름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죽음 직전의 처연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닐까.

아스콘 포장의 임도를 따라 상부댐 쪽으로 내려가면서 적상산의 사고로 들어가는 길의 약간 못미처에 치목마을 하산로가 있는데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어서 조금만 주의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적상산의 사고는 성보박물관처럼 굳게 잠겨 있어서 내부를 구경하지는 못하지만 사고 앞에서 내려다보는 상부댐의 광경은 만산홍엽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인공으로 만든 호수에서 자연낙차를 이용하여 수력 발전을 하는 설비인데 가평 호명산의 호명호에 못지않은 경관이다.


 


임도의 단풍 1.


 


절정에 이른 단풍 1.


 


임도의 단풍 2.


 


만산홍엽 2.


 


임도의 단풍 3.


 


만산홍엽 3.


 


임도의 단풍 4.


 


절정에 이른 단풍 2.


 


치목마을 하산로 입구.


 

상부댐 앞의 차도 삼거리에서 상부댐과 그 주변의 단풍을 눈여겨보다가 다시 오던 길로 되돌아가서 치목마을 하산로로 들어선다. 하산로로 들어서니 분위기는 갑자기 호젓해지면서 화사한 단풍과 어우러진 계곡길의 고즈넉한 운치에 빠져들게 된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지만 심산의 유곡 같은 깊은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등로를 나아가면 그리 험하지 않은 육산의 큰 굴곡이 없는 유순한 산세를 타고 꾸준히 내려가게 된다. 대체로 오르막길은 거의 없고 평지 같은 길이거나 완만한 내리막길이 평이하게 이어지는 단순한 길인데 사람들이 편하게 오르내리게 하기 위해 아주 오래 전에 고심하여 길을 낸 것으로 보인다.


 


적상산 사고로 들어가는 길.


 


절정에 이른 단풍 3.


 


적상산 사고 앞에서 바라본 상부댐.


 


절정에 이른 단풍 4.


 


계곡길의 단풍 1.


 


계곡길의 단풍 2.


 


계곡길의 정경.


 


곱디 고운 단풍.


 


난간지대의 단풍.


 


단풍과 침엽수가 어우러진 등로.


 

거대한 단애를 마주보고 있는, 절벽의 난간 앞에서 바로 앞의 벌거벗은 단애와 그 위의 단풍을 잠시 쳐다보다가 돌아서서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몇 분쯤 내려서면 적상산 남쪽 계곡의 급경사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가 높은 암벽은 뛰어 넘고 울창한 송림 사이의 층층바위로 쏟아지며 장관을 이루고 있다는 송대에 이르는데 여기서 잠시 발을 담그며 쉬고 싶지만 16시 15분경에 괴목마을 입구를 지나간다는 무주행 군내버스를 타기 위해 쉬지 않고 바쁘게 걸음을 옮겨 단풍이 아름다운 오솔길을 지나서 난간지대의 내리막을 내려서니 날머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예감하게 해 주는 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지나서 16시가 다 된 시각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날머리에 이르러 마침 날머리 앞에서 밭일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께 무주로 가는 군내버스 시각을 물어보니 치목마을로 들어오는 버스 막차는 18시 30분경에 있다고 하고 괴목마을 입구에서 무주로 가는 버스는 16시 30분경에 있다고 친절하고 상세하게 대답해 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삼베를 짜는 마을이라고 해서 치목마을이라고 이름 붙여진 마을을 지나서 날머리에서 20분 만에 괴목식당이 있는 차도에 닿는데 버스 정류장의 위치를 자세히 살펴보니 괴목마을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백 미터쯤 더 간 곳에 있다. ‘원괴목’이라는 이름의 버스 정류장인데 여기서 몇 분쯤 기다리고 있으니 16시 26분에 무주행 군내버스가 도착한다. 한눈을 팔고 있다가 재빨리 손을 들어 간신히 버스를 세우고 요금 1200원을 치르는데 버스는 15분 만에 기점인 무주공용버스터미널에 닿는다.

먼저 17시 45분발 남서울행 막차표를 끊고 나서 터미널 부근에서 저녁을 먹을 식당을 물색하다가 무주공용버스터미널 안의 기사식당에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다슬기국 백반을 주문하니 보기에는 별로지만 다슬기의 맛이 짙게 우러나온 국물 맛이 꽤 좋다. 밥 한 그릇을 더 주문해서 먹고 시외버스를 타니 어둠이 밀려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던 버스는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주말의 차량 정체로 길이 막혀 거북이걸음을 하다가 3시간 10분 만인 20시 55분경에야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한다.

덕유산국립공원에 속한 적상산은 국립공원지역이라서 방향표지판이 잘 설치돼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적은 산이다. 그리고 덕유산의 그늘에 가려 큰 명성은 없지만 단풍철만큼은 붉은 치마산(赤裳山)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온갖 색깔의 화려한 단풍이 만인의 눈길을 끌어 덕유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산이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5시간 50분 정도가 걸렸고 약 1시간 10분의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4시간 40분 정도인 셈이다.

설악산 흘림골, 주전골 산행에 이어 오늘의 산행에도 새빨간 단풍을 비롯한 온갖 울긋불긋 다채로운 색상의 단풍에 취해 500장이나 되는 사진을 찍게 됐는데 아흐레 전의 흘림골, 주전골 산행에 비해 단풍이 절정인 시기를 더 잘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암봉과 계곡의 아름다움은 설악산 흘림골, 주전골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빼어났지만 절정을 맞이한 적상산 곳곳의 단풍은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 왔었던 단풍 중에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것이었다.


송대 1.


 


송대 2.


 


송대 3.


 


단풍 속의 오솔길.


 


난간지대의 내리막길.


 


적상산 날머리.


 


치목마을의 표지석.


 


임도에서 바라본 적상산.


 


옥수수밭.


 


‘원괴목’ 버스 정류장.


 


무주공용버스터미널 기사식당의 다슬기국 백반.


 


오늘의 산행로 - 파란 색 선은 왕복한 구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