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충사 지붕 위, 관음봉과 문수봉

 

3월28일

 

나홀로

 

 

 

 

 

표충사 지붕 위에는 관음봉과 문수봉 솟아 있다.

옥류동천 거슬러 오르는 길과 고사리분교 직등로길의 왼쪽 능선따라  솟았는

데, 흔히 다니는 길은 아니지만 보기만해도 짜릿한 위세에 늘 마음이 당겼다.

  

  

낙동정맥 밟아내려오는 산사랑방님과 합류하여 오랫만에 오붓한 산행을

획했으나 사정상 뒤로 미뤄지고 늦은 시간에 표충사에 도착했다. 10시 45분.

  

  

조등조강(새벽같이 일찍 올라 일찍 내려오는)이 아니면 산행을 그르친 것이

여겼던 산행습관을 어느새 잊어간다. 요즘은 한낮에도 오르고 시간구애

없이 내려오기도 하니.......

 

 

 

 

 

효봉스님 부도 돌탑 옆 길...... 고사리분교 가는 고요한 숲길이다. 대나무 숲길

곁, 등로 초입에 현호색이 화려한 색깔로 봄치장을 하고 있다. 재약산은 언제나

편안한  내 산행의 스승.

  

 

 

## 코스 ##

 

옥류동천을 사이에 끼고, 관음봉 - 문수봉 - 재약산(수미봉) - 사자평 - 임도길

  

 

길고 먼 임도길을 계획한 것은 봄날은 어김없이 천황재-내원암 길이 질척거리거나

이틀 전 눈으로 음습할 것 같아 양지바른 사자평과 편평한 임도길을 터벅터벅 하염

없이 편하게 걷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을 시간에 인적드문 코스로 오르고 아무도 걷지 않을 임도길로 홀로히......

산거북이표 산행!!  

 

 

 

라3 표지점에서 조금더 가면 산능선 쪽으로 붙어 오르는 갈림길길이 두번 나

타난다. 두 곳 모두 관음-문수 길이다. 이전에 짐작으로 알았지만 한울타리님

이 정확하게 알려주셨다.

 

 

오름길 초입에 한울타리님의 표지기가 "오셨어요?"하고 샛노랗게 반긴다.

참나무 촘촘한 비탈진 산사면에 낙엽 두터운 좁은 등로가 점차 경사를 세

운다. 

 

 

 

 

  

제법 힘들다 싶을 정도로 경사를 세우더니 잠시 편평한 능선을 이루었다.

굴참나무 가지끝으로 향로산이 우뚝하고 나중에 하염없이 걸을 임도가 산

허리에 가늘게 드러난다. 재약 차마고도...... 저 길 걸어본지 10년이 되간다.

 

 

누구나 꺼려하는 저 기나긴 임도를 한울타리님은 차마고도같다고 격을 높혔는데.....

  

  

  

  

  

제법 날을 세운 능선에 거대한 소나무가 솟아있다. 이곳을 오가는 이라면 누구나

시선이 뺏기는 명물이다. 세로사진 위에다 가로 사진을 겹쳐놓았는데 밑둥은 정확

히 팔아름으로 두사람을 넘고 옆어로 뻗어나온 가지의 두께도 한아름씩이다.

  

  

주변의 참나무들과 몸을 부비고 있어서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 것인지......

  

  

  

  

  

조망터에서 내려다보니 옥류동천은 발아래에 숨어버리고 눈에 익은 암봉만.......

  

  

  

  

관음봉 다가오는 등로가 제법 거칠어진다.

등로에 노각나무가 튼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관음봉 아래서......

  

어마어마한 암봉이다.

설마 직등하지는 않겠지..... 우측 우회길이 눈에 띈다.

  

  

  

바위 아랫길이라 낙엽이 엄청나게 쏠려있다.

길의 흔적을 덮은 채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

  

  

  

  

관음봉 옆으로 돌아 오르니......

  

  

  

  

여기가 관음봉 정상.

누군가 돌로 세워둔 외로운 대나무 막대기만 정상임을 알려주고 잇다.

  

  

  

  

  

문수봉과 그 너머로 재약산 정상이 보인다.

  

  

  

그리고 천황산도 이어지며......

  

  

  

  

정면의 재약봉. 그 뒤로 오른쪽으로 죽바우등과 시살등이 푸르다.

  

  

  

  

희뿌연 날씨지만 표충사와 단장면을 내려다보는 즐거움에 빠진다.

  

  

  

  

건너편 문수봉은 또 어떤 모습일까.

  

  

  

  

조금 전에 꼭지점에 서 보았던 관음봉의 위용을 뒤돌아서 감탄!

  

  

  

  

제약산 수미봉 위에 구름이 걸렸다.

암릉의 긴장과 짧은 침니구간 오르기가 끝났다. 

  

아마도 오늘 산행의 긴장은 여기서 끝일 것이다.

  

  

  

  

  

사자평...... 그리고 이름도 아름다운 산들늪.....

오늘은 산들늪 습지도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살펴보고 싶다.

  

  

구름 아래 간월산과 신불산.

  

  

  

  

진불암 쪽 절벽.

마른 미역도 하나 준비하지 못했는데 일부러 암자에 발소리를 남길 이유는 없다.

오늘도 진불암 갈림길에서 바로 정상으로 올라야겠다.

  

  

  

  

암봉 끝으로 전행하니 깜찍한 정상표지목이 세워져있다. 

  

  

  

  

경사도와 고도차를 계산하면 족히 1킬로가 넘는 거리를 당겨보는 셈!

  

  

  

  

관음봉의 매력에 다시한번 눈길을 주고......

  

  

  

  

언제나 행복한 응시......

  

  

  

  

아래는 수백미터 직벽..... 후들후들.....

  

  

  

  

관음봉에서 이곳 문수봉까지의 등로.

  

  

  

  

문수봉에서 재약산 수미봉 아래 안부까지의 등로는 답사해 본 길.......

  

  

  

  

하늘금을 긋는 저 사면으로 오르고 내린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곳 진불암-임도-재약산 정상 삼거리도 어느사이 익숙해졌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정상이 바로 저기라는

이끌림 덕에 항상 가슴이 터질듯하게 오르게 된다.  

  

  

  

  

산님 한분이 심심한 정상사진의 조연이 되어 주시네......^^

  

  

  

  

  

바위 모퉁이에 걸터 앉아 점심을 먹는다. 몇 시인지 알고 싶지도 않고

휴대폰을 꺼내지 않으면 알 수 도 없다.

 

 

아뿔싸! 산행준비의 달인께서 도시락은 챙기고 수저를 빠뜨렸구나......

워낙 산행 후 정비를 깨끗히(?)하는 덕에 젓가락을 대신할 것이 없다.

아래에 내려가서 적당한 나무가지를 꺾을까..... 뒤적이다 보니 구급함

에 끝날이 넙적한 가위가 눈이 띈다. 알맞은 수저대용이다.

 

 

보온이 잘된 순현미밥에 반찬은 단촐하게도 김치와 깍뚜기 뿐! 

고기반찬 없는 가위숟가락 식사에 조심할 것은 혀와 입술^^

 

  

  

  

누군가 인사를 건네며 내려간다.

 

- 점심이 마이 늦습니다아!!

- (한참만에) 아 예......! 같이 드십시다.

 

오늘 산행 중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열고 말이란 것을 해 보았다.

  

  

 

 

정상 아래 암봉, 저멀리 문수봉과 관음봉......

향로산 그림자 너머로 밀양 양산 삼랑진의 산들......

 

내가 새겨놓은 잔잔한 발걸음의 추억들을 되새기며 하산.

 

 

 

 

큰 구름이 하늘을 덮고, 간월신불 먼 산이 어두워진다.

  

 

 

 

 

이런......!!

 

축복의 눈.......

잠시 하얀 눈빨이 경이롭게 흩날린다. 누군가 곁에 있다면 그를 향해

가장 맑은 웃음을 보여줄 수 있을 텐데...... 혼자 눈을 감고 싱긋이 웃는다.

  

  

  

  

억새사면을 보호하려는 대책이......

때 늦었지만.

  

  

  

  

임도까지 내려서는 기나긴 계단.

수많은 등로로 파헤쳐진 주변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다.

 

 

간월재와 신불재에서 보여준 생태회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요즘은 다들 어느 산에들 가시는지......

이미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라고는 없네......

  

  

  

  

산들늪 습지 보호구역 일대......

상당히 멀리 올라가 보았다.

  

  

  

  

  

전봇대 있는 곳에서 내려서면 층층폭포.

그냥 지나친다.

 

 

기나긴 임도길을 뉘엿한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털레털레......

  

  

  

  

  

멀리 층층폭포가 보여 당겨보앗다.

상단폭포, 구름다리 그리고 하단폭포까지 비친다.

 

 

누구나 꺼려하는 임도길도 수목이 옷을 벗은 계절이면 산의 구조를 잘 드러내

꽤나 볼만하다. 게다가 하산길의 경사와 같은 긴장감 없이 걸을 수 있다.

  

  

 

옥류동천

 

 

 

 

 

옥류동천 등산로가 산허리에 잘 비친다.

우측 끝에 무명폭포와 구름다리가 보인다. 

 

 

 

  

심심한 길 위로 드리워진 건너편 층층폭포......

  

  

  

  

10년 전에는 너무나 거친 길이었는데......

이 길이 "재약의 워킹 차마고도"로 명품 트래킹로드로 남으면 좋으련만

부디 차량용 도로포장이 되지는 말아야할 텐데...... 제발!!

 

 

(하지만 이것도 유료 관광도로가 되는 것은 결국은 시간문제이리라....... )

  

  

  

  

굽이굽이 도는 길이 전혀 지겹지 않다.

수미봉과 관음 문수봉 쪽으로 얼마나 사진을 많이 찍었던지......

  

  

  

  

해발 300 부터는 진달래가 제대로 폈다.

  

  

  

  

그늘에는 진달래가......

  

  

  

  

  

솔그늘 아래 진달래가 진하고 예쁜 이유는

봄바람에게 물어보면 안다.

 

 

세상에 내려오면 사람들은 어제들은 뉴스와 오늘 본 아침신문, 인터넷 뉴스를

다시금 자기 입으로 반복하고 있다. 내 판단을 거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만 바라보고...... 움직일 때가 되면 무겁게 행동하면 된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