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약산산행기

재약산(載藥山),사자봉 : 1,189.2M, 수미봉 : 1,119M

위치 : 경남 밀양시 산내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산북면

일시 : 2012년 10월7일

참석자 : 김여사

산행코스 : 남명리 - 천황사 - 얼음골 - 사자봉 - 수미봉 - 고사리분교-

               층층폭포- 흑룡폭포- 표충사(약 11km) 7시간 산행 

재약산 명칭과 높이
재약산은 천황산이 일제 때 붙여진 이름이라 하여 우리 이름 되찾기 일환으로 밀양시에서 재약산과 천황산을  통합하여 천황산 사자봉이 재약산 주봉이 되었다. 지형도에는 아직 천황산과 재약산이 구분되어 있다. 지형도상의 사자봉(천황산)을 재약산으로, 이전의 재약산은 수미봉으로 표시하기도 한다.

특징·볼거리
영남 밀양 청도 일대 해발 1,000 미터 이상의 준봉들로 이루어진 영남알프스 산군중의 하나인 재약산은 산세가 부드러우면서도 정상 일대 사자봉 주변은 억새지대이었으나 점차 억새가 볼품이 없어 억새명산에서는 제외된다. 얼음골, 표충사, 층층폭포, 금강폭포등 수많은 명소를 지니고 있다.  


표충사 못미처에서 오른쪽으로 뚫린 계곡이 옥류동천이다. 오솔길을 따라 2㎞ 거리에 홍룡폭포가 있고 1.8㎞를 더 오르면 20m쯤의 폭포 2개가 연이은 층층(칭칭)폭포가 있다. 층층폭포에서 2㎞ 지점에는 늦가을의 명소인 사자평 분지와 폐교된 사자평분교(산동초등학교 고사리분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고사리마을로도 불렸던 이 일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 가구가 민박을 받으며 식사를 팔았지만 지금은 모두 철거됐다. 한편, 표충사에서 북쪽으로 1.5㎞쯤 등반하면 일곱 빛깔 무지개가 영롱한 높이 25m의 금강폭포가 있다.

재약산 아래 대찰 표충사가 있고, 영축산으로 넘어가면 통도사, 가지산을 넘으면 석남사, 운문산을 넘으면 운문사가 있다. 그래서 예부터 이 일대의 산길은 아무리 험준해도 산승의 표연한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표충사 주위는 송림이 울창하다. 석탑과 사우들도 정갈하다. 원효가 창건했으며 사명대사와 효봉스님을 배출한 대찰. 특히 유품전시관을 두고 해마다 향사를 지내는 등 사명대사의 호국성지로 유명하다.전시관에는 국보 75호인 청동합은 향완과 선조가 하사한 금란가사 등 보물과 문화재들이 가득 진열돼 있다.

 

산행낙서 :

 

步逐閒雲入翠林

松風澗水洗塵襟

悠悠浮世無知己

只有山禽解我心

 

한가로운 구름따라 숲속에 들어서니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속세의 잡념)을 씻어주네

뜬 세상에 이 흥취 아는 사람 누가 있을까

다만 저 산새만 내 마음 알아주리

 

조선왕조 개국 공신이었던 선암(仙庵) 유창(劉敞)의 유흥(幽興) 이라는 시이다.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서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 하거든 잎에서 자고 가자

 

선미(禪味)가 넘치는 싯 구절이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 중 한가지다.

유창의 松風澗水洗塵襟,

솔바람 냇물 소리에 옷깃(속세의 잡념)을 씻어주네 라는 싯구 처럼

잡념을 잊어버리기 위해 산을 찾는 지도 모른다.

재약산을 가고 싶어 했던 김여사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했다.

몇 번을 다녀왔지만 그 때 마다 동행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오전 8시,

집을 나섰다. 지난 번 희양산 산행 때 좀 더 일찍 서두르자는 내 말을 의식이라도 하듯, 6시에 일어나 준비한 덕분이었다.

긴팔 셔츠에 바람막이 까지 갖추어 입었는데도 기온이 차갑게 느껴진다.

부산 간 고속도로를 타고 청도 휴게소에 도착했다.

청명한 가을, 주말을 즐기기 위해 길 떠나는 나들이 객들로 붐빈다.

커피 한잔을 시켜 김여사와 나누어 마시는데 그 양이 세명은 마셔도 됨직하다.

4,100원, 자판기 커피 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맞지도 않고 비싸기만 하다.

10시,

얼음골 주차장에 도착,

케이블카를 타려는 사람들로 주차장이 시끌벅적하다. 안내하는 총각이 다가와 케이블카를 탈려면 4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위에 올라가 가지산까지 억새길을 걷기로 했던 계획을 변경했다. 얼음골을 통과하여 천황산, 재약산까지 회귀 산행을 계획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일상복 차림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가족들과 얼음골까지 다녀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매표소를 지나고 천황사를 지나 10여분 올라가니 얼음골이 나타난다.

이전에는 없었던 울타리가 쳐져있었다.

무분별하게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방법인 것 같았다.

 

 

울타리 우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천황산을 향해 출발,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시작부터 돌계단이다. 흙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회색빛 돌무더기...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 같다.

끝없이 이어지는 등산객들의 뒤를 따라 카파른 돌길을 힘겹게 올라갔다.

동의굴,

허준의 소설 동의보감에 기록된스승인 유의태를 해부했다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굴 앞 곳곳에 사람들의 흔적이 어지럽게 남아 있었다.

변을 보고 난 휴지 조각하며, 생수를 담아 왔음직한 패트병들이 몰상식한 사람들의 행태를 대변하는듯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잠시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바라다 보았다.

성급한 단풍닢이 울긋불긋 물감을 뿌리고 있었다.

붓가는 대로 마음 닿는 대로 온 산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0여일 후면 완성된 한폭의 멋진 그림으로 탄생할 것 같았다. 

돌계단의 끝은 어디일까?

한참을 힘겹게 올라가니 거대한 바윗 절벽이 양쪽으로 호위하듯 도열하고 있었다.

 

 

곳곳에 비바람에 흘러내린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문득, 언젠가는 이곳 등산로도 폐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힘겹게 돌계단을 올라온 사람들이 얼음골 삼거리로 올라가는 철 계단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갔다.

숨가쁘게 올라 평평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았다.

이미 땀으로 범벅이되어 버린지 오래다. 몸을 녹히기 위해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셨다.

 

 

발아래 내려다 보이는 산과 들녘, 황금빛으로 물들인 들녘 사이로 정겨운 마을들이 보인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저 너머로 회색빛 빌딩들이 다가온다. 아마도 밀양 시내인 듯 싶다.

작은 집이 있었던 곳이기에 어릴적 엄마 손잡고 다녀오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 난다.

형님께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무 연고도 없는, 추억만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미 시간은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회귀 산행을 위해서는 서둘러야 했다.

얼음골 삼거리,

가지산과 천황산이 갈라지는 곳이다.

영남 알프스,

 

영남알프스 란 ?
영남알프스는 울산 울주구 상북면과 경남 밀양군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등 3개 시도에 걸쳐있는 해발 1m 이상의 7개 산군(山群)을 지칭한다.


가지산
(
해발 1,240m), 운문산(1,188m), 재약산(1,189m) 신불산(1,208m) 영축산(1,059m), 고헌산(1,032m), 간월산(1,083m) 등이 그것으로 유럽의 알프스와 풍광이 버금간다는 뜻에서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남알프스의 명물은 8-9분 능선 곳곳에 펼쳐진 광활한 억새밭.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 60여만평의 신불평원과 간월산 아래 간월재에도 10만여평의 억새군락지가 있으며 고헌산 정상부근에도 20만여평의 억새밭이 새하얀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재약산 사자평원은 1백여만평에 이르는 영남알프스 제일의 억새군락지이었으나 억새평원에 잡목이 늘어나고 소나무를 심어 이제는 억새명소로의 빛의 발했다.

 

천황산 1.4km,

저 멀리 천황산 정상이 보인다.

멀리서 보이는 억새밭이 황량한 모래 사막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산등성이에 자라난 철쭉 나무 사이로 등산로가 나있었지만 두사람이 교차하기에는 좁은 듯한 길이었다.

이미 천황산 정상을 다녀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필봉과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곳곳에 억새를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누군가 쌓아 올린듯한 돌무더기와 함께 천황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있다.

정상석을 향해 셔트를 눌렀다.

 

 

누군가 내 카메라에 잡혔다.게의치 않기로 했다. 반드시 정상석을 배경 삼아 찍을 이유는 없었기에 기념이 될만한 사진 한장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재약산(수미산)까지 1.8km,

저멀리 억새가 출렁이는 곳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으로 열기를 식혀본다.

얼마나 단단하게 얼었는지 혓바닥이 아이스크림 위에 달라 붙는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애들처럼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마땅한 곳이 없었다. 재약산 방향으로 한참을 내려왔다.

아마도 식당을 했던 자리인가 보다. 두세 무리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맥주와 사이다를 혼합한 맥사주를 한잔씩 마셨다.

보온밥에 싸온 따뜻한 밥은 쌀쌀한 날씨에 내려간 체온을 올려주는데 한몫을 했다.

 

 

식사 후, 커피 한잔으로 마무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 주었다.

나무 데크가 억새풀밭 중앙에 마치 무대를 차린 듯 또 다른 경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점심을 먹는 사람,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사람...

그 틈에 끼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경치 좋은 곳을 골라 사진을 찍었다.

 

 

재약산(수미산) 정상은 다시 오르막 길이다.

약 1.3km 정도 남은것 같다.

식사 후 오르막 산행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님을 잘알고 있었기에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체온 유지를 위해 입었던 겉옷이 거추장 스럽기까지 한다.

식사 후 1km 오르막 산행은 배로 힘든것 같았다.

한참을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그곳을 향해 몇구비를 돌아간 후에야 재약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아래 고사리분교, 표충사가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 다가온다.

고사리 분교쪽을 택하기로 했다.

좌측 저 멀리 사자평이 보이고 가지산을 비롯 영남 알프스 준봉들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재약산에서 내려가면 고사리 분교까지는 임도가 있었고 돌길을 따라 내려갔던 기억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변한것 같았다.

나무 데크를 이용한 등산로가 말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대학시절 MT를 왔던, 1박을 하며 추억을 만들었던 그곳의 학교와 집들은 어디로 갔는지

이름모를 풀들만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방구들이 내려 앉아 매케한 연기를 맡으며 밤을 새웠던 민박집,

재두,수환이,미현이,경숙이,미란이,강미 다들 잘살고 있는지

가끔씩 만나는 후배들과 옛 추억을 이야기 하곤 했던 고사리 분교에서의 추억에 잠겨본다.

쇠주 댓병을 짊어 지고 표충사에서 고사리분교까지...

층층폭포 아래서 댓병 1병을 비우고 술이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교수님과

선,후배님들을 위해 끝까지 소임을 다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얼음을 걷어내고 언손을 호호불며 세수하고 머리를 감던 계곡하며...

 

계곡 곳곳에 태풍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층층폭포,

폭포 앞으로 구름다리가 놓여 있었다.

발 담그고 쇠주병을 기울이던 그곳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표충사 3.2KM

급경사다.

대학시절 MT 온 이후 2번이나 다녀갔던 곳인데도

다른 기억은 전혀 나질 않는다.

시간에 쫒겨 급하게 하산했던 기억만이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앞서가던 김여사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다행이 다친 곳은 없었다. 

40대에 다니던 것과는 체력이나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14KM 의 오대산 내리막길을 2시간30분 만에 주파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그녀도 50을 넘어서고 있었다.

속도를 늦추었다.

표충사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얼음골까지 가야하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한 템포 늦추어 물들기 시작한 단풍 구경이나 제대로 하면서 하산하기로 했다.

전망대가 나타난다.

 

 

표충사 2.0KM,

맞은편 골짜기가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한동안 서 있었다.

멀리 폭포가 보이고 그 아래 돌 웅덩이가 누군가 만들어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한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멀리서 들려오던 계곡물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해질녘

나문닢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 가을 햇살이

어느새 계곡물에 잠겨 버렸다.

길가던 나그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햇살은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가

마을이 가까워졌음을 알린다.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발을 담궜다.

계곡물의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 전해진다.

하루의 피로가 확 풀어지는 것 같다.

 

 

표충사,

돌담이 피로에 지친 길손을 반갑게 맞아준다.

서산대사,사명대사의 호국의 얼이 담겨져 있는 유명한 사찰이다.

앞뜰 주차장에는 재약산을 찾은 등산객들의 차량으로 가득차 있었다.

호출택시를 불렀다.

얼음골까지 3만원,

20여분을 기다리니 택시가 도착했다.

얼음골 애마가 서있는 곳까지 태워다 주고는 사라진다.

아침,

만차라고 써놓았던 주차장 입구 간판이 무색하게 주차장은 텅비어 있었다.

인파에 밀려 끝내 타지 못했던 케이블카는 다음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재약산 산행을 마무리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