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맑으리라고 예보된 5월 12일(수요일), 6시 50분에 집을 나와서 동서울버스터미널 앞에 도착하니 7시 50분. 요즘은 살기도 힘든데 노점을 엄하게 단속해서 그런지 강변역 주변이나 터미널 주변에 떡을 파는 노점은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터미널 안의 한 가게에서 떡 두 팩을 사는데 5월 1일, 이천의 도드람산과 설봉산을 갈 때에도 여기서 샀었지만 노점에서 팔던 떡들에 비해 맛이나 양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7시 55분경 제천행 8시발 시외버스를 타고 사 온 떡의 절반 가까이를 아침으로 먹는다. 8시에 출발한 시외버스는 10시경 제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요금은 9800원. 터미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동양증권 앞의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정류장의 의자에 앉아 한참 기다리니 금용아파트 앞의 기점에서 10시 20분에 출발한 90번 시내버스가 10시 35분경 동양증권 앞에 도착한다. 대부분 노인들로 가득 찬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한적한 차도를 달리다가 무암사 입구인 성내리에서 몇 정류장을 더 간 후, 11시 15분경 교리에 닿는다.

주변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교리주차장을 찾는다. 길을 건너서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1분쯤 걸어가면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의 끄트머리에 작은동산의 등산로안내도와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예쁜 꽃밭 옆을 지나서 들머리의 초입부터 가파른 나무계단을 8분쯤 오르면 육산의 한 봉우리에 오르게 되고 이 봉우리에서 1분만 내려서면 안부 삼거리인데 왼쪽은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는 사슴목장이고 오른쪽은 청풍랜드로 가는 길이다.

작은동산을 향해 직진하면 암릉길이 시작되고 청풍호가 조망되는 곳이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일기예보와는 달리 구름이 많고 해가 구름에 가린 탓에 날씨는 쌀쌀하고 가까운 청풍호도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들머리에서 40분 가까이 오르면 소나무가 많은 암릉길을 올라서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 닿는데 전날 역사에 길이 남을 명피아니스트들의 연주로 열 번 넘게 들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 27번의 탈속적이고 듣는 기분에 따라 염세적으로도 들리는 곡상이 자꾸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고 구름이 잔뜩 낀 쌀쌀한 날씨에 한기를 느끼며 또한 작은 양의 아침 식사로 인해 허기도 들어서 호젓한 산행에 부담감이 느껴진다. 결국 여기서 청풍호를 내려다보며 이른 휴식 겸 식사를 하기로 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나아가면 긴 슬랩이 있는 암봉과 그 뒤의 전망 좋은 암봉이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하고 그 너머로는 학현계곡 건너편의 신선봉과 저승봉, 족가리봉능선이 길게 펼쳐져 있다.

작은 암봉에 오르면 왼쪽으로는 작성산과 동산이 우뚝 치솟아 있고 진행방향으로는 긴 슬랩이 있는 암봉과 그 뒤의 전망 좋은 암봉이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고 그 뒤로는 작은동산 정상이 모래고개를 사이에 두고 동산과  이어져 있다.


 


교리주차장 옆의 작은동산 들머리.


 


소나무가 많은 암릉길.


 


전망바위에서 내려다본 청풍호.


 


청풍호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


 


작은 암봉.


 


예쁜 암릉과 청풍호.


 


넘어야 할 암봉들과 맨 뒤의 작은동산.


 

작은 암봉에서 작성산과 동산을 바라보며 암릉길을 10분쯤 내려서면 안부에 닿고 여기서 곧 로프가 설치돼 있는 긴 슬랩을 오르게 되는데 암릉은 경사가 완만하고 표면이 거칠어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아 로프를 잡지 않고도 오를 수 있는데 아마 로프는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암릉이 미끄러울 때를 대비해서 설치해 놓은 듯하다.

암릉의 왼쪽에 설치돼 있는 로프 옆으로 오르다가 로프가 설치돼 있지 않은, 암릉의 중간으로 오르니 미끄럽지도 않고 스릴도 느껴진다.

지나온 암릉과 동산, 작성산을 돌아보며 천천히 오르는 암릉은 북한산의 응봉능선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리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경관이 좋고 조망도 탁월하다. 작고 아기자기하며 숨겨진 명산이라고 일컬어도 될 만큼 예쁘다.

긴 슬랩의 끝에는 길쭉한 기암 하나가 얹혀져 있고 뒤를 돌아보니 청풍호와 교리주차장, 지나온 능선이 일목요연하게 조망된다. 긴 슬랩이 있는 암봉의 정상부분인 동그란 모양의 바위에 오르니 진행방향으로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전망 좋은 암봉이 눈앞에 다가오고 바로 밑에는 기암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만물상이 있는데 보는 위치에 따라서 너무 다르게 보여서 만물상이라고 이름을 붙였나보다.


 


로프가 설치돼 있는 긴 슬랩지대.


 


긴 슬랩지대.


 


기암이 얹혀져 있는 암릉.


 


로프가 길게 늘어져 있는 암릉.


 


청풍호와 지나온 암릉 1.


 


청풍호와 지나온 암릉 2.


 


긴 슬랩이 있는 암봉의 정상부분과 신선봉, 저승봉능선.


 


만물상 1.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전망 좋은 암봉.


 


만물상 2.


 

긴 슬랩이 있는 암봉에서 5분쯤 나아가면 전망 좋은 암봉의 전망장소에 닿는데 구름에 가려 있던 해가 어느덧 구름 밖으로 서서히 나오면서 쌀쌀하던 날씨는 따뜻해지기 시작한다. 전망장소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다가 암봉의 정상부분으로 올라서면 삼각점이 설치돼 있고 여기서 7분쯤 내려서면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437 미터의 안부 삼거리에 닿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청풍대교 앞으로 하산하게 된다. 그리고 안부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10분쯤 더 오르면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전망 좋은 암봉과 작은동산 정상 사이에 위치한 암봉에 오르게 되는데 학현계곡 건너편의 족가리봉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곳이다. 이 암봉의 정상을 지나 내려서면 작은동산이 눈앞에 다가오고 18분 만에 큰 바위 한 개가 우뚝 서 있고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해발 545 미터의 작은동산 정상에 이른다.

작은동산 정상에서 두 번째 휴식을 갖고 나서 6분 만에 둔덕 하나를 넘고 다시 6분 만에 작은동산과 동산의 경계인, 해발 446 미터의 모래고개에 닿는다. 작은동산 정상에서 650 미터의 거리다. 방향표지판에는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교리마을까지 2.9 킬로미터라고 표기돼 있는데 등로의 상태로 보아 이 길로 가면 한 시간도 채 못돼 교리로 하산하게 될 듯하다.

무심코 직진해서 오르려다가 무쏘바위능선으로 올라 동산의 성봉에서 장군바위능선으로 하산하려던 계획대로 오른쪽으로 꺾어져 학현리 쪽으로 500 미터를 나아가면 짧은 오르막 위에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동산의 무쏘바위능선 입구에 닿게 된다. 모래고개에서 8분이 걸렸다.


 


전망 좋은 암봉의 전망장소.


 


전망 좋은 암봉의 전망장소에서 바라본 청풍호와 만물상.


 


전망 좋은 암봉의 정상에 설치돼 있는 삼각점.


 


전망 좋은 암봉과 작은동산 정상 사이의 암봉.


 


암봉에서 학현계곡 건너편에 마주 보이는 족가리봉.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는 작은동산 정상.


 


해발 545 미터의 작은동산 정상.


 


작은동산과 동산의 나들목이고 교리와 학현리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 모래고개 - 해발 446 미터.


 


모래고개에서 학현리 쪽으로 500 미터를 가면 나오는 동산의 무쏘바위능선 들머리.


 

무쏘바위능선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져 오르면 초입부터 가파른 길이 시작되고 끝이 뾰족한 기암 옆을 지나서 로프와 쇠사슬을 잡고 바위틈에 나 있는 험로를 오르면 눈앞에 무쏘바위가 올려다보인다.

거대한 바위 밑의, 로프가 설치돼 있는 암릉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학현계곡 건너편의 신선봉능선이 길게 펼쳐져 있는 모습이 시원스럽다. 곧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곳을 만나고 길게 늘어져 있는 로프가 등로를 인도하는대로 따라가면 바위를 끼고 돌아 오르게 된다. 그러다가 등로를 벗어나서 약간 오른쪽에 있는 벼랑 위를 위험하다고 생각되어 가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치게 되는데 결국 이 때문에 무쏘바위를 정면에서 보지 못하고 카메라에 담지도 못하게 된다.

로프가 설치돼 있는 험한 암릉을 30분 이상 오르다보니 아직도 무쏘바위가 보이지 않아서 그냥 지나친 게 아닐까 의아했지만 조금만 더 가면 보이겠지 하며 되뇌어 보다가 결국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곳을 지나서 성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등로를 지나 무쏘바위능선 입구에서 1시간 3분 만에 해발 825 미터의 동산 성봉 정상에 닿게 된다. 작년 봄에 올랐었던 기억이 생생한 이곳에서 돌탑 옆에 앉아 세 번째 휴식을 가진다.


 


무쏘바위능선의 기암.


 


등로의 정경.


 


무쏘바위가 올려다보이는 등로.


 


거대한 바위 밑의 등로 1.


 


거대한 바위 밑의 등로 2.


 


무쏘바위.


 


바위를 끼고 도는 길.


 


암릉길의 정경.


 


등로의 성터.


 


신선봉능선 뒤로 보이는 금수산과 망덕봉.


 


동산 성봉 정상의 전경 - 해발 825 미터.


 

다시 일어나서 작년 봄에 오른 적이 있었던 험로를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16분 만에 남근석능선 갈림길에 닿고 여기서 직진하여 험한 암릉길을 나아가면 8분 만에 장군바위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험한 능선을 우회하는 샛길로 나아가면 육산의 가파른 내리막을 연상시키는 짧은 등로를 지나서 길은 예상외로 평이해지기 시작하고 짧은 로프를 잡고 바위를 내려서니 낙타바위와 장군바위가 무성한 수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장군바위 앞으로 다가가서 뒤를 돌아보니 우회해서 내려온 암봉의 암벽이 매우 위험한 모습으로 시야를 압도한다. 낙타바위 밑을 지나서 로프가 설치돼 있는 내리막길로 잠시 내려갔다가 낙타바위와 장군바위 사이에 나 있는 좁은 오르막을 오르면 눈앞에 장군바위의 웅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등 뒤로는 작년에 어렵게 올랐었던 남근석능선이 한눈에 보아도 위태로운 모습으로 시야를 꽉 채운다.

장군바위 앞에서 네 번째 휴식을 가지다가 일어서서 하산길을 살피는데 오른쪽의 계곡길은 평이한 반면에 왼쪽의, 능선에 근접한 길은 로프도 많이 설치돼 있고 험하다는 선답자의 산행기를 읽은 바 있어서 다섯 시간 이상의 산행을 하여 지친 몸으로 험한 길을 택해 내려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바로 밑에 있어서 확연히 보이는, 로프가 설치돼 있는 계곡길을 택해 내려가기로 한다.


 


남근석능선 갈림길.


 


장군바위능선 갈림길 - 장군바위까지 0.4 킬로미터.


 


능선을 우회하여 내려가는 길.


 


로프지대.


 


낙타바위 1.


 


남근석능선.


 


줌으로 당겨 찍은 남근석.


 


우회해서 내려온 암릉과 낙타바위의 암벽.


 


낙타바위 2.


 


장군바위.


 


장군바위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장군바위를 내려서서 하산하는 계곡길은 바위지대의 로프를 잡고 내려간 후에 낙엽이 잔뜩 깔려 있어서 희미한 길의 흔적을 따라 내려가게 된다. 희미한 길의 흔적을 따라서 30분 가까이 내려가면 무암사계곡 앞에 닿게 되고 계곡 건너편에는 장군바위 입구임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게 보인다.

무암사계곡에서 20분 남짓 쉬며 땀에 젖은 얼굴을 씻고 발과 무릎을 차디찬 계류에 담가서 냉찜질을 해 주니 발과 무릎의 피로가 많이 풀리는 듯하다.

마지막 휴식을 마치고 장군바위 입구의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임도로 올라서니 100 미터쯤 앞에 무암사 표지석이 있는 남근석능선 입구가 보인다. 임도를 따라 10분 남짓 내려서니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애기바위능선 입구가 나타나고 SBS 촬영세트장을 거쳐 무암저수지와 송어 양식장을 지나니 날머리에서 30분 남짓 걸렸다.

송어 양식장의 바로 밑에 있는 송어횟집에서 송어회와 송어회무침을 주문해서 소주 한 병과 함께 먹으니 식사를 하지 않고도 배가 차고 오히려 절반 가까이 남은 송어회를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오게 된다.

송어횟집에서 5분 남짓 천천히 걸어 내려가서 무암사 입구의 성내리 버스 정류장에 닿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내려가는 임도는 다가오는 석탄일을 기다리는 연등들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임도를 예쁘게 밝히고 있다.

작년의 동산, 작성산 종주 때처럼 19시 55분경 성내리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시내버스를 타고 35분쯤 달려서 20시 30분경 동양증권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바쁘게 제천시외버스터미널로 걸음을 옮기지만 3분쯤 늦어서 20시 30분발 동서울행 시외버스를 놓치고 30분 가까이 기다려서 21시발 막차를 타게 된다.

오늘의 산행에는 총 7시간 30분 가까이 걸렸고 이 중에서 약 2시간의 식사 및 휴식, 조망 시간을 제외하면 순수한 산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 걸린 셈이다.

작은동산은 동산의 옆에 붙어 있어서 동산의 축소판인, 오를 가치가 작은 산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동산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산으로 위험한 곳도 거의 없어서 동산에 비해 산행의 난이도가 낮으면서도 청풍호와 신선봉능선, 동산, 작성산 등의 조망이 뛰어나고 바위산으로서의 경관도 빼어나서 산행의 보람도 작지 않고 부담 없이 오르기 좋은 산이었다.

작은동산만 산행하기에는 산행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서 무쏘바위능선으로 올라 동산의 성봉까지 올랐다가 장군바위능선으로 하산하게 됐는데 장군바위능선은 예상과는 달리 우회로를 이용하여 오르내리게 돼 있어서 위험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은 없었다. 능선과 가까운 왼쪽의, 로프가 많이 설치돼 있는 등로는 그래도 험한 편이겠지만 계곡으로 내려서는 오른쪽 길은 등로의 흔적만 잘 찾아서 내려가면 평이한 하산길이었다. 그러나 암릉을 직등한다면 남근석능선과는 달리 로프를 가져와서 암벽을 오르내려야 하는, 훨씬 더 위험한 암릉이 도사리고 있는 능선이었다.

오늘의 산행은 주산행지인 작은동산이 해발 545 미터에 불과했는데 시간이 남아서 더 진행한 부산행지가 해발 825 미터인 동산의 성봉으로 작은동산보다 오히려 280 미터가 더 높아서 주객이 전도된 느낌도 들었지만 산행객이 거의 없는 호젓한 산길을 거닐게 되어 안전에 더 각별히 유의하면서 산행다운 산행을 하게 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바위지대에 설치돼 있는 로프.


 


길의 흔적이 희미한 계곡길.


 


무암사계곡 1.


 


무암사계곡 2.


 


장군바위 입구의 동산 날머리.


 


동산의 애기바위능선 들머리.


 


SBS 촬영세트장.


 


무암저수지.


 


송어 양식장.


 


송어회와 송어회무침.


 


성내리의 시내버스 정류장.


 


오늘의 산행로 - 약 10.7 킬로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