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2010년 6월 15일(화요일)

* 날      씨: 흐림

* 산  행 지: 의령 자굴산

* 산행거리: 9.6km

* 산행시간: 3시간 15분(운행시간 2시간 43분 + 휴식시간 32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걸음

* 산행인원: 21명

 

 

산행은 낮에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21명의 직장동료가, 의령 자굴산 야간산행을

하기로 작정한 날입니다.

출근할 때 산행준비를 하고선 정상적인 근무를 마치고, 차량에 나눠 타고 자굴산으로 몰려갑니다.

직장과는 아주 가까운 곳이라 15분 만에, 칠곡면 외조리 내조마을 소재 자굴산 주차장에 다다릅니다.

넓은 주차장엔 수확을 끝낸 보리만 널려 있을 뿐, 차라곤 단 한 대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일도 늦은 이 시각에, 차가 있기란 만무한 일입니다.

가벼운 배낭을 짊어지고 들머리로 가서 기념촬영을 하고선, 곧바로 산행에 들어갑니다.

가벼운 발걸음에다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산으로 가는 마음은 항상 즐거우며, 발걸음 또한 무거울 이유가 없습니다.

오랜만의 야간산행이라 약간의 흥분(?)까지 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꾹 누르고 올라갑니다.

내게 떨어진 산행대장 겸 후미를 책임지라는 특명을 충실히 수행하느라,

자꾸만 빨라지려는 걸 참느라 애를 먹습니다.

하지만 산행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선두그룹이 치고나가니 그를 따르느라 덩달아 바빠지고, 땀깨나 쏟는 사람들이 더러 나옵니다.

평상 시 누가 산을 가까이 했고 또 멀리 했는지를 가리는 데는, 오랜 시간은 아니어도 됩니다.

세 명이 살살 처지는가 싶더니, 그만 주저앉습니다.

아무래도 같이 완주하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천천히 힘대로 오르다 내려가라 이르고선

올라갑니다.

기진맥진해서 듣기는 들었는지?

좀 더 오르니, 직장마라톤 동호회장 출신이 몹시 힘들어 합니다.

본인 말로는 그래도 한때 날리던 시절이 있었다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기엔 지금은 아닙니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가느라 입에선 단내가 나고, 헐떡거리는 숨소리는 듣기에 민망할 정도입니다.

부실한 엔진에다 과적을 했다고나 할까요?

저러다 엔진에 불이 나지나 않을는지......

한바탕 치올라 참나무 쉼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숨을 고릅니다.

인원파악을 하니, 3명이 비는 18명입니다.

3명은 어떻게 되었냐고 묻기에, 조직을 위해 과감히 도려냈다는 대답을 합니다.

같이 가다 너무 늦으면 모두가 어려울 것 같았고, 초반부터 처지기에 그런 판단을 했는데,

결과는 글쎄요?

여태까지 치오르기만 하던 게, 참나무쉼터에서 진등을 벗어나며 오른쪽으로 꺾어집니다.

비교적 완만한 길을 따라 절터샘에 닿습니다.

예전 절이 있던 곳의 샘이라 하여 절터샘이라는데, 대롱을 타고 흐르는 물이 거의 말랐습니다.

우린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이런 걸로 봐선 가뭄이 꽤 심한 모양입니다.

사각쉼터에서 조껍데기술을 나누며 잠시 쉬는데, 누군가가 요즘은 조깐술도 나온다고 하여

한바탕 웃게 만듭니다. 

 

정상에 어둡기 전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 하기에, 오래 머물진 못하고 갈 길을 재촉합니다.

바람덤을 거치는 왼쪽 길을 버리고, 바로 가는 길을 따릅니다.

여기서부턴 내가 선두에 나서며 길을 안내합니다.

나무발판을 깔아 놓은 너덜지대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오릅니다.

정상을 가리키는 자그마한 팻말이 있긴 하나, 최근에 닦은 직진하는 길이 더 뚜렷하여 까딱하면

놓치기 쉬운 곳입니다.

직진하는 길도 금지샘 바로 위에서 만나긴 하나, 상당히 우회하여 큰등을 타야 하고 앞만

번지르하지 조금만 가면 묵어 있으므로, 가파르긴 하지만 지름길을 타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볼거리도 제법 더 있고요.

가장 가파른 두 곳에다 철계단을 설치해 전보다 조금은 수월하긴 하나,

마음을 놓지는 못하는 곳입니다.

신선대 앞으로 올라섭니다.

깎아지른 높은 바위와 우뚝 선 큰 나무 하나가 있는데, 바위를 신선대라고 소개하자 그럼 나무는

신선목이라 하면 되겠네 라고 누군가 받습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합니다.

신선대와 신선목이라, 어쩐지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바로 붙어 있는 금지샘에 들러봅니다.

대낮에도 어두침침하고 으스스한 곳인데,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풍겨 들어갔다 금방 나오고 맙니다.

랜턴을 켜면 되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요.

일행이 올라오자, 아직은 갈 길이 남아 또 걸음을 재촉합니다.

금지샘을 뒤로 하고 가파른 길을 오르다, 큰등으로 이어지는 우회하는 길과도 만납니다.

희미하지만 그런대로 갈 만은 한 길입니다.

길진 않지만 능선 삼거리에 올라서기까진, 제법 땀깨나 쏟아야 합니다.

자굴산고개에서 바람덤, 절터샘에서 바람덤으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는 곳으로,

진행방향은 정상이 있는 오른쪽으로입니다.

돌무더기를 지나자마자, 널따란 자굴산 정상(897.1m)에 닿습니다.

자굴산 정상석이 인사를 합니다.

지난 5월 21일 왔다갔으니 나와는 낯이 익은 셈입니다.

길잡이인 나와 소장이 먼저 오르고, 이어서 차례차례 끊이지 않고 올라섭니다.

몇 십 명 정도는 너끈히 수용할 수 있는, 품 너른 자굴산 정상입니다.

땅거미가 지는 정상석을 배경으로 돌아가며 사진도 찍고, 정상주를 건네면서 등정을 서로에게

축하합니다.

처음 왔던 몇 번 왔던, 그 감동은 별 다를 게 없나봅니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갑자기 안개가 몰려오고 세찬 바람이 몰아칩니다.

한 두 방울 비도 떨어집니다.

이래봬도 명색이 의령의 터줏대감 자굴산이 아닌가!

그것도 900m에 3m만 모자라는 높이를 자랑하는......

서둘러 하산에 나서려는데, 3명의 처진 일행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어쩌고 하면서 전화가 끊어지고 말아, 그만 내려가라고 다시 연락을 취해보나 통화가 되질 않습니다.

문자를 보내는 등 별의별 노력을 해도 연락이 되지 않아, 왔던 길로 8명을 수색조로 편성하여

내려 보냅니다.

절터샘에서 갈래길이 있으니, 4명 1조가 되어 나눠 찾아보라고......

그러고선 우린 중봉(835m)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정상만 내려서자 바람도 자고 안개도 없습니다.

그래도 정상이라고 무슨 큰 위세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봉 갈림길에서 우회하는 길을 버리고 중봉으로 오릅니다.

전망대가 있긴 하나, 올라 봐도 보일 건 없을 것이 뻔해 그냥 지나칩니다.

산불감시초소와 무인산불감시시설이 있는 중봉이, 어둠속에서도 들러줬다며 고마워합니다.

일행 중 1명이 길로 삐죽 나온 장치에 이마를 부딪치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상처는 없답니다.

모자를 썼기에 망정이지, 큰일날 뻔한 순간입니다.

그래서 산에 다닐 때 모자와 배낭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하는지도 모릅니다.

중봉을 내려서다 뒤돌아보니, 9개의 불빛이 총총합니다.

하늘에 별이 총총이 아니라, 땅에 불이 총총입니다.

잠시 후 중봉 우회길을 만나고, 곧이어 베틀바위(730m)를 지납니다.

두 개의 넓고 평평한 바위 사이에 약 50cm 정도의 틈이 있으며, 거기에 그럴싸한 소나무 한 그루가 있어 그럴듯해 보입니다.

베 짜던 할미는 세월따라 어디론가 가고 없고, 바위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세월무상을 느끼게

해줍니다.

예전 방화선이 있던 팔각정에 오르니, 의령 읍내의 불빛이 반짝반짝합니다.

낮엔 소도시지만 밤이 되니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나완 영 딴판입니다.

낮엔 그래도 이산 저산 다니며 힘깨나 쓰지만, 밤엔 영 맥을 못추는......

방화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달분재(달맞이고개,570m))로 내려섭니다.

노송과 돌복숭아 나무가 어우러져 쉼터를 제공하는 곳인데, 돌복숭아가 손가락 굵기만큼 커져

있는 게 대견스럽니다.

돌보는 이 없어도 세월이 흐르면 커지고 또 사그라지는 게, 자연의 심오한 섭리요 법칙인가 봅니다.

달분재에서 내조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갑니다.

참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비교적 순한 길을 따릅니다.

뒤따르는 불빛이 장관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불빛만 보여, 더욱 그러한지도 모릅니다.

갈 때마다 땀으로 범벅을 하고서도 또 산으로 가는 건 산만이 주는 그 무엇이 있으련만,

거의 중독이 되고서도 아직은 그게 뭔지 알 수 없으니 내가 둔한건지 아니면......

한참을 내려와 산상골 저수지에 닿으니, 거의 끝나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부턴 포장된 마을길입니다.

아무도 없는 내조마을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버스정류소 근처에서 정상에서 헤어졌던 일행들과

다시 만납니다.

 

늦었던 3인방은 너덜지대를 지나 금지샘을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길로 가지 않고,

바로 가는 뚜렷한 길을 따르다 길도 희미해지고 날도 어두워져 그만 길을 놓쳤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곳까지 올랐으니, 자굴산 맛이라도 본 셈입니다.

억울하면 낮이나 밤에 한 번 더 가시길......

산행이 끝나자마자 비바람이 몰아치며 비를 뿌립니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행 중 비를 맞으면 더군다나 야간산행을 하면서 비를 맞으면, 그보다 더 처량하고 청승 맞는

것도 없는데, 비를 피했으니 말입니다.

서둘러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멋진 하산주가 기다리는 그곳 진주로......

 

 

* 산행일정

18:15             자굴산 주차장

18:20 - 18:25  내조마을 자굴산 등산로 입구

19:05             참나무 쉼터

19:23 - 19:30  절터샘

19:36             금지샘

19:50 - 20:10  자굴산

20:16             중봉 사거리

20:17             중봉

20:30             베틀바위

20:45             달분재

21:15             산상골 저수지

21:30             자굴산 주차장

 

 

* 구간거리(9.6km)

자굴산 주차장 - 0.3km - 자굴산 입구 - 3.3km - 절터샘 - 0.6km - 금지샘 - 0.6km -

자굴산 - 2.4km - 달분재 - 1.5km - 산상골 저수지 - 0.9km - 자굴산 주차장

 

 

* 사진의 일부는 2010년 5월 21일 주간산행 시의 것임을 밝혀드립니다.  

 

자굴산 주차장 자산루

 

내조마을 버스정류소

 

내조마을 자굴산 입구 

 

 일행

 

절터샘

 

절터샘 쉼터

 

금지샘

 

자굴산 안내석

 

 

 

 

 

중봉

 

베틀바위

 

달분재 이정표

 

산상골 저수지 이정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