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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굴산() 有感
- 자굴산은 도굴산일 수 없다-


2006.12.27 / 시나브로





(망대같이 우뚝 솟은 자굴산의 위용)


기회가 닿지 않아 그동안 애만 태우던 새가례에서 자굴산 정상 가는 길을 따라 산행을 하기로
하고 지난 주에는 아예 산행준비를 해 가지고 고향을 찾았다. 제법 많은 산을 다녀 보았지만
정말 이렇게 정겨운 등산로는 흔하지 않은 것 같다.

자굴산은 남명 조식선생과 망우당 곽재우 홍의장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산으로도 유명한데
들머리에서 정상까지 접근도 쉽고, 각자 산행 취향에 따라 코스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데다
뛰어난 조망과 함께 주변에 볼 거리가 많아 원근 각지에서 산객들이 끊임없이 찾고 있는데
이번에 산행한 새가례에서 정상가는 길이 참 좋은 것 같다.

산행들머리 새가례는 가례마을에서 300m쯤 갑을 방향으로 올라가다 등산 안내판을 따라 들길을
따라가면 되는데 가례는 퇴계 이황 선생의 처가 마을로 "가례동천(嘉禮洞天)"으로 유서깊은 곳
이기도 하다.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7.5km로 자굴산 등산로중 제일 장거리 코스지만 처음 4.5km까지는
소나무가 울창한 숲 사이로 난 호젓한 길이 산 허리를 타고 끝없이 이어져 고도를 높이는 줄고
모르게 400m정도 끌어 올린 후 벼룩콧등부터는 고산답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힘
을 써야 하는데 능선에 올라서면 골을 타고 올라온 산들바람이 이마의 땀과 열기를 식혀준다.

이 상쾌함! 땀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상쾌함이다.
억새와 진달래, 철쭉나무를 비롯한 잡목이 우거진 길로 달분재, 베틀바위, 중봉 갈림길을 지나
정상에 오르자 오늘은 박무로 지리산까지는 조망되지 않지만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가슴 속까지
시원한데 산너울들이 춤을 춘다. 마치 전망대에 선 듯 조망의 즐거움이 대단하다.

멋진 자굴산 산행을 하고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산행기를 정리하려다 우연히 "월간 MOUNTAIN
(06.4월호)"에 게재하여 인터넷 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우리 산 이름 찾기/도굴산(자굴산) http://www.himalayaz.co.kr/news/news.htm?name=/news/200604/200604047.htm" 이라는 글을
보고 이것은 정말 이래서는 안된다 싶기도 하고, 자굴산 이름이 잘못 알려지고 있는 오류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산행기는 뒷전이 되어 버렸다.

글의 부제목과 중간 단락 제목을 왜 이렇게 선정적이고 선동적으로 뽑았는지...

"빼앗긴 도굴산에도 봄은 오는가"
"봄을 찾아 나선 의령 도굴산행"

글의 마지막 부분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이상화 시인의 시를 인용하면서
까지... 마치 의령 사람들이 왜놈들이 이 땅을 짓밟듯이 자굴산을 짓밟기라도 한듯이...
또 도굴범들이 의령에 뭘 도굴하러 산행을 했단 말인가?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도굴산행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개인도 아니고 '고품격 산악매거진'을 추구한다는 '월간 MOUNTAIN'에서 조금만 더 깊이있는
있는 취재를 하고, 늘려있는 고자료를 확인하는 수고라도 했더라면 이런 오류는 범하지 않았
을텐데...,전문 산악지에 대한 실망감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자굴산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몇 사람의 사견을 마치 도굴산을 자굴산으로 잘못 부르고
있는냥 예단하고 소설 쓰듯 웃음거리로 몰고 간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정상석 앞에서 도굴산이란 현수막을 펼쳐들고 찍은 사진과 함께 장황한 글로 독자들을
호도시키고 있는 모습은 '모르면 이리도 용감할 수 있을까?' 싶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자굴산 정상석을 가리고 이런 무례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월간 MOUNTAIN'은 "우리 산 이름 찾기" 라는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자굴산의 엄연한 이름을
잘못 알고, 전달하여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바, 조속한 시일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혼란을 불식시키는 조치로 '고품격 전문산악지'로서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1920년 전후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는 일제시대 창지개명하면서 바뀐 일본식 산이름
들과는 다른 성격인데도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 것 같아 다음부터는 신중을 기해주기 바란다.


(붉은 글씨는 인터넷 '월간 MOUNTAIN(06.4) 우리 산 이름찾기 도굴산/자굴산' 관련 기사중에서 원문을
옮겨온 내용이나 인터넷에 올린 원문에 한자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공란으로 나오는 부분이 많다.)


오해 1,

"'홍의장군 곽재우의 단심(丹心)과 남명 조식 선생의 시심(詩心)을 담고 있는 의령의 진산으로 저굴산,
사굴산, 도굴산 등 근원을 알 수 없는 이름이 다양했으나 일제 말 지방유지로 구성된 운악회라는 등산
친목단체가 고향 진산의 이름을 통일 할 필요를 느껴 산 이름 각 글자마다 山자를 넣기로 하고 자굴의
자는옥편에 없는 글자가 되었다고 함.
표기, 임의적인 명칭 지정, 지정 시기(일제 말)가 문제가 되고 있어 조식 선생의 싯귀에 나온 도굴산으로
칭하는 것이 합리적. "산림청에서 발표한 우리 산 이름 바로 찾기 민원 제안 내용이다."


1. 자굴산은 처음부터 자굴산()이었다.
   일제말 운학회라는 등산친목단체가 산이름 통일을 위해 산 이름 글자마다 "山"자를 넣기로
   하고 자굴산 할 때 "굴"자는 옥편에 없는 글자가 되었다고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1) 자굴산()은 향토사 연구에 필수 불가결한 자료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을 비롯하여 동국여지지와 팔도지도, 여지도, 해동지도,
     1872 지방도 등 지도에도 나오는 예부터 불리어 온 정확한 이름이다.

  (2)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50권은 1481년(성종 12)에 완성되었고,
     이를 다시 1486년에 증산(增刪), 수정하여 "동국여지승람" 35권을 간행하고,
     1499년(연산군 5)에 개수를 거쳐 1530년(중종 25)에 이행(李荇), 홍언필(洪彦弼)에 의해
     "신증 동국여지승람(新增 東國輿地勝覽)"이 완성 되었다.

  (3) 각 글자마다 "山" 자를 넣기로 했다지만 사실이 아니다.
     "자()"에는 자에는 "뫼 산(山)" 자가 들어 있지도 않고, 옥편에도 없는 글자가 되었다
     지만 흔한 글자는 아니지만 두꺼운 책에는 나오므로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찾을 수 있는 글자 아닌가?
     의령 사람들이 마치 옥편에 없는 글자도 만드는 무식한 사람들같이 호도한 것은 너무
     심하다. 지켜내고 간직해야 할 옛 것들이 이런 안이한 생각으로 얼마나 쉽게 훼손되고,
     변질되고, 잊혀지고, 사라져 가고 있는가!


(新增 東國輿地勝覽/31卷에 기록된 자굴산 한자 표기)




(八道地道 慶尙道篇 中 자굴산 표기)




(與地道 慶尙道篇 中 자굴산 표기)


오해 2,

"억지로 만든 글자가 아닐까요? 가끔 그런 글자들이 있잖아요."
"자굴산 한자에 모두 뫼산 자가 들어있다면, 그걸 맞추느라 일부러 만든 거 아닐까요?"
현재 자굴산의 정식 표기 한자는 山이다.
, , 山자 모두 뫼산(山)자가 들어가 있다.

"남명 조식 선생의 남명집에는 窟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한자표기의 오류에서 오늘날의 이름이 만들어
진게 아닐까 추정된다"는 것. 도굴산(자굴산)에 대한 거의 유일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남명 조식 선생의
남명집 7언 절구 명경대의 표기를 살펴보자. 명경대재도굴산(明鏡臺在 窟山). 망루 도( )에 굴 굴(窟)
자를 썼다. 경남 창녕 출신의 남명 조식 선생이 '26세 때 부친상을 당해 고향 삼가로 돌아가 3년 상을
마친 뒤, 한때 의령 도굴산에서 기거하다가 30세 되던 해 어머니를 모시고 김해 탄동의 처가로 거처를
옮겼다'는 기록으로 볼 때 '명경대' 라는 칠언절구가 지어진 시기는 30세 바로 이전인 약 1520~30년
사이가 된다.

이때만 해도 도굴산으로 불렸다는 이야기다.
그 후 어느 시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몇몇 사람들에 의해 망루 도( )자의 음이 자자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수가 문문(門)자이기 때문에 놈자(者) 자의 음을 따서 도자를 자자로 잘못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 실제 이런 변천 과정은 의령군지에서 발견된다.
의령군지에는 '순조 34년(1834) 수정본 <의령현읍지(宜寧縣邑誌)>에 보면 자굴산( 山)은 현 북쪽 15리에
있고, 황매산 줄기로 골짜기가 매우 깊고 그 사이에 기이한 형상이 많다고 되어 있다. 의춘지(宜春誌)의
자굴산 기재도 이것을 답습하고 있고 의령의 진산이란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글의 제목은 자굴산이라는 한글표기 옆 괄호에 山이라고 적고 있다.
한글표기는 자굴산이지만 한자표기는 도굴산이다.
이때 굴자의 한자 표기는 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굴 굴(屈)자에 뫼산(山) 자를 더해 우뚝 솟을 굴( )자가 된 것이다.


2. 위 내용은 길지만 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자굴산의 한자 표기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어졌으니 "" 자를 어떻게 읽느냐의 문제
   로 귀결된다.

   (1) 많은 한자사전에는 ""자를 '성문층대 도'나 '망루 도'로 읽는다.
     특히, 인터넷 세상인 요즘 야후나 네이버 한자사전에 찾아봐도 '망루 도'로 밖에 나오지
     않는다.

   (2) 그러나 좀 더 상세한 사전에는 '망루 도'로 읽을뿐 아니라 '화장할 사'로도 읽는다.
     예) '大漢韓辭典(張三植 篇 / 集文堂)'
     그러다 보니 도굴산, 사굴산이 되어 버리는데 사굴산이면 화장과 관련된 산이란 말인가?

   (3) 그렇지만 지명은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자신이 아는 글자로 읽는게 아니고,
     고유명사답게 원래 이름으로 읽어주고, 불러 주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자는 좀 더 상세한 자전이나 옥편을 찾아 보면 음은 세 가지로 늘어나고
     뜻은 엄청나다.
      예) '明文漢韓大子典,明文漢韓大玉篇 (金赫濟, 金星元 共編 / 明文堂)'
       ① 성문의 망대(망루) 자
       ② 성위의 겹문 도, 성문위 망대 도, 성문 도
       ③ 성문위의 망대 사, 중을 화장할 사, 사범이 되는 승려 사, 중의 칭호 사,
          범어의 음역에 쓰일 사

  (4) 의령현읍지(宜寧縣邑誌)나 의춘지(宜春誌)에 실린 자굴산의 "자()" 자를 "도"로 읽는
     우를 범해 놓고는 의령현읍지나 의춘지도 "도굴산"이라고 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빨간색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세상이 빨갛다 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자굴산 자락에서 대대로 살아 온 사람, 아니 의령 사람 누가 도굴산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 자굴산은 산의 형세에 합당한 정말 잘 지은 이름인 것이다.
     뜻도 차이가 나지만 "도굴산" 보다야 "자굴산"이 얼마나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좋은가?
     이름은 뜻도 좋아야 하고 부르기도, 듣기도 좋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간혹 어려운 글자 중에서 골라서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글자와 뜻만으로 이름을 지으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3. 말이 나온 김에 "굴" 자도 '굴 굴(窟)' 자에 '뫼 산(山)' 자를 덧붙였다고 하나 그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이미 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많은 고문서에서 확인된 바 아닌가?
   '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옛 문헌에는 '뫼 산(山)'변에 '굽힐 굴(屈)' 자를 써 분명히
   '우뚝 솟을 굴()' 로 썼던 것이다.
   자굴산은 산의 규모에 비해 굴이 거의 없는 산으로 '굴 굴'자를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다만, 간혹 '굴 굴(窟, 堀)' 자가 발견되는데 이는 음(音)이 같아 잘못 쓴 듯하다.

따라서, 백두산에서 줄기차게 뻗어 내려온 백두대간 남덕유산에서 (진양기맥으로) 분기하여
금원산, 기백산, 황매산을 거쳐 경남의 한 복판에서 망대같이 우뚝솟아 지리산 천왕봉과
웅석봉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사방으로 산청과 합천의 황매산, 가야산이, 마산의 무학산,
창원의 정병산, 달성의 비슬산, 창녕의 화왕산과 천연의 생태 보고 우포늪까지도 조망되는
말 그대로 "성문 위의 망루처럼 우뚝 솟은 큰 산" 자굴산()이 아닌가?
선대 어른들께서 얼마나 산의 형세와 어울리는 산이름을 주셨는가?

그런데도 우매한 후손들은 제대로된 뜻과 이름도 모르고 시시비비하고 있으니 땅 속에서 통탄
하고 계시지나 않을지…,
하루빨리 혼란이 불식되고 제 이름을 두고 엉뚱한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자굴산은 의령을 상징하는 의령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위엄있고 맑은 정기가 배어
있기에 숱한 어려움과 전란 속에서도 이 고장을 지켰으며, 민족사에 큰 자취를 남긴 인걸
또한 많이 낳게 한 큰 산, 의령의 지붕이요, 영원히 잠자지 않는 지킴의 산이다.
자굴산은 보릿고개 시절 굶주린 민초들을 살게 한 구황(救荒)의 산이었고,
정신적 의지처 이기도 한데 어디 의령현읍지(宜寧縣邑誌)나 의춘지(宜春誌)가 도굴산이라고
했다는 가당찮은 글로 자굴산 이름을 더럽혀서야 되겠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자해지'라 했듯 "월간 MOUNTAIN"의 적절한 조처가 있기를 바란다.

자굴산은 자굴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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