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월6일토)은 우리 한산의 시산제가 봉행되는 의미 진중한 날이다.
동안 몇번의 부침과 난관이 있기는 했으나 슬기롭게 이겨내고 온라인
최고의 장으로 자리매김 한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묵묵히  힘든길을 헤쳐오신 운영자님과 한산가족 임원진,그리고 우리
산하가족 모두에게 그저 감사하단 말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객도 시산제엔 꼭  참석해 그리운 산벗님네를 뵐려고 했으나 해토머리에
바빠진 회사일탓에 부득불 포기하고 꿩대신 닭격으로  자골산 산행으로
아쉬움을 달랠수 밖에 없었다.


조반 풍편엔 온통 백년만의 폭설로   농민은 시름이요, 아해들은 즐거움이라는
희비의 쌍곡선을 동네방네 소문 내느라 바쁜 발쇠꾼들의 포달이 낭자하나
정작이나 향골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아 시쳇말로 전혀 남의 일이더라.
질정찮은 짐꾼 퇴깽이 놈에게 급주를 놓으니 투전판에서 밤새 화투장 깔고
상직이래두 섰는지 잠들깬 부스스한 목소리가 칙간갔다 두꺼비에게 뭐 물린
놈 마냥 혀가 두어발이나 늘어졌다.
긴말 제하고
"자굴산 간다 . 집앞으로 와라 .."   그리곤 아예 덕진풍을 꺼버렸다.


난테 휘몰아 쌍백으로 갔어는 농협 갓길에 난테 버려두고 세마(택시)를 견마잡아
한티재로 끄덕거리며 오른다 .
견마잡이와(택시기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진양기맥을 하신
신경수님도 아시고 광양에 계시는 모씨도 짐작이 있는 너름새가 보통이 아니였다.
한티재에 올라 세마비를 셈하라니 북두갈고리 같은 손으로 코를 한번 걸게
풀고는 속으로 산가지를 한참이나 놓으며 언구럭을 피우더니 작심한듯 만냥이나
게워 내란다.
왕배덕배 따지기 싫어 비리발광하는 퇴깽이 놈을 겨우 주물러 앉히고 염낭끈을
당겨푼다.


거참 인상도 순후해 뵈고 또 같은 향골 출신이라고 몇번이나 다짐을 두었건만
이 본데없는 시골 견마잡이가 만냥이나 후려갈길 줄이야..
옴나위 없이 덮어쓴 바가지에 퇴깽이 놈은 울근불근 성질을 주체 못해  말마디깨나
품을 들이고서야 겨우 잠잠해진다.


<한티재는 진양기맥의 탈출로로 용이하고 산성산으로 가는길은 우측의 안계리와
  송림의 조화가 탁월하며 일견 산성산은 오르기가 까다로워 보이나 막상 붙으면
  그리 힘들지 않게 올라선다.    한티재에서 꼬깔봉(610봉)까지는 길이 뚜렷하지
  않아 녹음기엔 주의를 기울여야 실수하지 않는다 .>


임도를 따라 몇걸음 옮기니 콩두어말은 실할 묵정밭이 나오고 끄트머리엔 기맥길
이 어슬프게 걸려있다.
손질이 많이 필요할 묘지에서 왼편 능선으로 치달아 오르는 기맥길은 사람의
흔적이 적은탓에  이리저리 요동쳐 덜 떨어진 두산객의 발길을 헷갈리게 한다.
길보다는 표지기를 찾느라 눈에 쥐가 날 지경인데 막내 진주와의 목욕탕 사건이
문득 떠오른다.


두예삐가 어렸을때 목욕을 가면 작은놈 진주는 꼭 객의 차지가 되곤 했는데
한번은 목욕도중 놈이 사라져 혼비백산 놈을 찾느라 진력으로 공을 들였으나
도대체가 놈의 종적은 강원도 포수격으로 오리무중이더라.
급급히 사람을 놓아 욕탕 주인과 여탕의 곁에게 알리고는 얼혼이 빠져 우두망찰
넋을 놓고 있는데 아 글씨 이놈이 제키만한 옷장에 들어가 삭숭이 시커먼 욕탕
남자들을 상대로 숨박꼭질을 놀고 있는게 아닌가 ..
화가 뒤꼭지 까지 치받아 당장 놈의 엉덩이를  곤장으로 모양있게 다스리니
원래의 퍼런 몽고반점 옆에 덤으로 두어개가 금새 어울리더라 .


우선은 창피나 면하자 싶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놈을 싸안아 낮도깨비 같이
후다닥 뛰어 나오니 밖에서는 곁이 차마 남탕으로 들어서진 못하고 발만 동동
그리며 하회를 기다리더라.
이후 한번도 예삐들과는 욕탕에 함께 가본적이 없다.
코를 땅에 박으며 된비알을 올라서니 656봉 삼거리가 나선다.
기맥길을 따라 오른편으로 두어발을 옮기니 시원한 전망대가 나서 땀을 들이기에
그저 그만이다.


길은 능선을 따라 우거진 송림으로 이어지는데 청아한 송풍이 간들거리는 가지엔
백학이 깃들었고  오솔길 자락마다 설매향이 연연한데 문득 갈포 걸친 노옹이
객을 소리쳐 불러 우로차와 천도를 권한다.
천도를 받아 들고는 존장의 거룩한 함자를 받들어 뫼시고 싶다고 했더니 너털
웃음을 짓고는
"내 인간사를 떠난지 오래라 이름을 잊은지는 옛날이나 남들이 삼천갑자 동방삭
 이라 하더구먼..."   그리곤 또 크게 한바탕 웃고는 소동을 꾸짖어 학을 타고는
표표히 사라진다.


완만한 구릉을 올라서니 넓직한 헬기장이 정답고 온몸에 칼금을 휘감은 한우산이
애처러워 맘에 그늘이 진다.
앞의 오똑한 꼬깔봉을 지나 바위 등걸을 더듬어 내려서니 누가 일부러 도려낸듯
옴팍한 능선에 묘한기가 자리해 이채를 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기막힌 땅보탬이 아닐수 없다.
능선에 우뚝한 절벽을 우회해 오른편으로 나려서니 염소방목 철망이 길다랗게
이어진다.    또다시 이어지는 송림을 따라 경쾌한 발걸음으로 달려가니 벽계
고개가 쉬어가라며 길을 만류한다.

표지기가 전부 외초리로 집중 된겄은 아마도 교통의 편의를 짐작한 소치이리라.
김밥과 약간의 과일로 간식을 즐긴다.
기력을 되찮은 퇴깽이 놈은 어느새  늙은 형을 버리고 퇴깽이 처럼 재빠르게
사라진다.
놈의 뒤를 따라 천천히 오르니 갑자기 굳게 닫힌 관문이 나서며 고리눈의 우람한
장사가 창을 거꾸로 짚고는 수하를 거느리고 버티고 있다.
호패를 내보이라는 호령에 급한대로 마패(면허증)를 들이미니 요즈음 왜놈들의
발호가 혹심하니 길조심하라며 문을 열어준다.


아니 그래도 한양 관악산에서  날다람쥐인가 뭔가 하는 궐자가 분탕질을 놓다가
다모에게 포촉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바 있어 은근히 뒤가 켕기는데 어디  군영
소속이냐며 조심스레 물으니 청강 홍의장군도 모르냐며 시울을 곱지 않게 뜬다.
몇걸음  걷지  않아 몸을 돌이켜 보니 고리눈의 장사도 관문도 사라지고 썩은
목책이 허물어질듯 가까스레 서있을 뿐  주위는 고요하기만하다.
그제서야 여기가 망우당 곽재우의 신령스런 기가 서린 명산임을 겨우 깨닫는다.


그리 급하지 않은 오름길을 서서히 오르니 주위가 환해지며 온통 옥새 천국이
길을 채운다.
스걱 거리는 억새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틀어 오르니
눈앞에 그대한 지리산이 천상의 망루인양 우뚝하고 향골의 황매산과 삼산은
만경 창파에 나부끼는 한점 섬이 되어 한가롭다.
서까래 같이 흘러내린 산줄기 사이로 빼곡히 살져있는 기름진 문전옥답이 가슴을
가득 채우는 곳,   천혜의 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여기는 산성산 정상 이더라.


                     1부 끝.  2005년 3월8일   진맹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