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여유로움 (의령 자굴산 웰빙산행)

산행일 : 2006. 12. 17(일). 흐린 후 갬

같이 간 사람들 : 직장선배님, 블로그친구 그리고 MT사랑님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내조리 (10:30)

 ☞ 절터샘 (11:46~11:56)

 ☞ 금지샘 (12:09~12:54. 점심식사)

 ☞ 삼거리 (13:05)

 ☞ 자굴산 정상 (13:08~13:20. 897m)

 ☞ 중봉삼거리 (13:28~13:30)

 ☞ 산불감시초소 (13:32)

 ☞ 베틀바위 (13:57. 730m)

 ☞ 달분재 1 (14:04. 720m)

 ☞ 달분재 2 (14:16)

 ☞ 시멘트 임도 (15:07)

 ☞ 내조리 (15:20)

총 산행시간 : 약 4시간 50분 (순수산행만 한다면 3시간이면 족한 코스)

구간별 거리 :

 내조리→(3.3km)→절터샘→(0.6km)→금지샘→(0.4km)→삼거리→(0.2km)→자굴산 정상
 →(1.0km)→베틀바위→(0.3km)→달분재→(2.0km)→내조리

총 산행거리 : 7.8km

산행지도

산행기

  출발 전에 지도를 한 번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처음 가보는 길도 잘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오늘도 지도도 없이 떠나 의령읍소재지 외곽도로(20번 국도. 4차선)를 달리는 중에 자굴산이정표가 눈에 언뜻 들어온다.  
아무 생각 없이 이정표대로 오른쪽으로 꺽어들어가니 의령읍 변두리로 들어간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카센타 옆에 차를 대고 물어보니 좌회전해서 계속가면 자굴산이 나온단다. 20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니 자굴산 300m라는 이정표가 나온다. 300m쯤 지나 ㅏ자형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한참을 들어가니 Y자형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에 오른쪽은 갑을리, 왼쪽길이 자굴산이라 표시되어있으니 당연히 왼쪽길로 올라간다. 헌데 그 오름과 커브가 장난이 아니다.
지도에 이런 길은 없었는데...

  얼마인가를 올라가니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고도계를 쳐다보니 해발 500m. 아차, 길을 잘못들은 것 같다. 차를 돌려 갑을리로 들어가 마을주민에게 물어보니 내조리는 산 너머에 있단다. 지도만 가져갔어도 이런 실수는 없었을 것인데, 자만이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실수다. 네비게이션이 되는 휴대폰인데 접속이 되질 않아 한 번도 써먹지 못하고 있다가 빚은 실수이기도 하다. 일년에 몇 번 써먹을 일도 없어서 구입이 망설여졌지만 이참에 네비게이션이나 하나 구입해야겠다.

  내조리에서 바라보는 자굴산은 별 특징이 없는 평범한 산으로만 보인다.
첫 번째 나무벤치에서 핫초코 한 잔씩으로 차를 대신한다. 일행들 발걸음이 한 없이 뒤로 처진다. 오늘따라 MT사랑님까지 완전 거북이다. (어제 안내산악회 따라 북한산에 다녀와서 피곤한 모양이다.)
평소보다 배 이상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데도 뒤따라오는 일행들은 보이질 않는다. 실버산행인지 웰빙산행인지 판단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경사도 완만하고 지루한 산길을 한참을 올라가니 절터샘이 나온다. 가물어서 병아리 눈물만큼 나오는 물을 조금 받아서 목을 축인다.
  절터샘은 김해중학교 축구부원들로 북새통이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중학생들이라 정감이 가서 그런지 전혀 소란스럽지가 않고 귀엽기만 하다.

 


내조리에서 바라본 자굴산. 오른쪽이 정상이고 왼쪽 전봇대 사이 간판있는곳이 들머리

 

광산김씨 석묘

 

마지막 쉼터인 나무벤치에서 김해중학교 축부부원들을 만난다.

 

절터샘. 오른쪽에 정자가 있고 삼거리이기도 하다.


  김해중학생들 단체사진을 몇 컷 찍어주고 일행들과 함께 금지샘쪽 키 큰 시누대숲속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할미너덜지대를 가로질러 급경사 철계단을 올라서니 절터와 금지샘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는 작은 봉우리가 나온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자굴산 최고의 전망대가 바로 이 봉우리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다. 잠시 조망을 즐기다가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이곳에서 점심까지 먹고 두 번째 차를 마신다.
  은은한 향기의 허브차와 달콤한 커피……. 음~~~ 산에서 먹는 차는 때론 우리를 신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헌데 아무도 술을 안가지고 온 모양이다. 어제 밤까지 복분자술을 가져오려고 생각했었는데, 아침에 깜빡 잊고 온 것이 무척 아쉽다. 언제인가는 복분자술을 배낭에 갖고 갔으면서 까맣게 잊고 안내놓은 적도 있었다. 산에 술을 안가지고 다니던 습관이 몸에 베어있어서 그랬었지만, 요즈음은 점심 먹으면서 먹는 한 잔 술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절터샘 삼거리

 

절터샘 삼거리에서 바라본 금지샘쪽의 풍경

 

시누대숲을 빠져나오면 할미너덜을 지나게 된다.

 

로프구간과 철계단을 오르면 절터와 금지샘이 나온다.

 

 

절터 바로 직전에 오른쪽에 작은 봉우리가 있는데 여기에 올라야만 자굴산 최고의 조망을 즐길 수가 있다.


  아까부터 절터를 차지하고 왁자지껄 점심을 먹는 모 산악회산님들 옆을 지나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동굴로 가본다. 혹시 금지샘이 아닌가해서 한 산님에게 물으니 금지샘이 맞단다. 사진에서 보았을 때는 호기심이 발할 만큼 신비로웠었는데, 실제로 보니 이런 이런~~~~ 크게 실망을 하고 뒤돌아선다.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속도로 올라가면 오늘 산에 온 것인지, 산책을 나온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린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일행들을 뒤로 한 채 일부러 속력을 내서 올라가니
종아리가 약간 뻑적지근해진다.  
‘그래 바로 이 맛에 산에 오르기도 하는데, 이 맛을 못보고 내려갈 뻔 했잖아.’


절터 오른쪽에 있는 금지샘

 

금지샘에서 십분정도 오르면 나오는 삼거리. 입간판의 지도는 실지형과 전혀 맞질 않아서 잠시 혼돈이 생기지만 T자형 삼거리인지라 오른쪽으로 오르면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자굴산 정상은 수백 명이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평지이다. 일부러 평평하게 밀어놓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할 정도로 평평하고 넓다. 전망 또한 장쾌하다. 날씨가 흐려서 그렇지 맑다면 지리산과 가야산이 한 눈에 들어올 것이다.
달분재쪽 능선을 타고 내려간다. 중봉삼거리에서 능선을 타고 산불감시초소쪽으로 올라간다.
잠시 후에 Y자형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내조리로 내려가는 길인 것 같아 왼쪽 능선 길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희미하고 약간 험하다. 주의 깊게 가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정도다. 한참을 내려가니 ⋋자형삼거리가 나오고 길이 좋아진다. 능선을 타지 않고 우회하는 길이 바로 오른쪽 길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곧이어 베틀바위가 나온다.

 

자굴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우산. 일행들만 아니면 저곳까지 갔다왔을 것이다.

 

자굴산 정상. 엄청 넓은 평지로 이루어져있다.
 

중봉삼거리. 오른쪽으로 가면 내조리로 바로 내려가는길이고, 산불감시초소능선으로 올라가면 길은 좋지 않지만 능선을 타고 달분재로 하산할 수가 있다.

 

베틀바위


  동네 뒷산 같은 능선 길을 내려가니 달분재다. 급경사 길을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오른쪽에 멋진 바위(전망대)가 보여서 올라보니 전망이 근사하다. 조금 더 내려가니 어라? 여기도 달분재라고 이정표가 서있다. 어느 곳이 진짜 달분재인고?
계단길 앙상한 참나무숲을 지나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마지막 차를 마신다. 이번엔 커피녹차.... 녹차향이 입안 가득히 고인다.
참나무 낙엽을 밟으며 쌈묵쌈묵 내려가는 초겨울의 자굴산은 너무나 평화롭고 고요하다.


동네 뒷산같이 편안한 베틀바위와 달분재사이의 능선길

 

달분재

 

전망대에서

 

어? 여기도 달분재?

 

내년 봄을 기다리는 생강나무

 

 

 

내조리에서 바라본 자굴산

 

내조리 풍경

 

의령 남강변의 정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