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태극길을 찾아서, 지리 이방산(덕천강) 태극 ★

 

 

 

 

1. 언제 : 2008년 6월 6일(금) ~ 6월 8일(일)(무박3일) 

 

2. 어디를 : 지리 이방산태극능선(구인월교~천왕봉~시천면)

 

3. 누구와 : OK산우 9명

            수도권 : 배고픈신반장님, 오동환님, 김현승님, 정경용님, 어울림

            충청권 : 박정래님

            경상권 : 김종철님

            전라권 : 바람푸르러님, 지리전사님

 

4. 산행코스 및 거리

      구인월교→덕두봉→바래봉→세걸산→만복대→성삼재→노고단→토끼봉→명선봉→덕평봉→연신봉→연하봉

      천왕봉→새봉→서왕등재→동왕등재→밤머리재→1079봉→926봉→감투봉→이방산→시천면

      GPS 약 93KM

 


5. 소요시간 : 45시간 10분(6월 6일(금) 18:20 ~ 6월 8일(일) 15:30)

  

6. 날씨 : 금-맑음,  토-비후 갬,  일-흐림

 

7. 산행흔적

 

1) 구글어스

 

 

 

 

 

 

2) 맵센드

 

 

 

 

 

3) 고도표

 

 

 

 

 


 

 

 

※ 지리 이방산(덕천강)태극 정보

 

 

1. 지리 이방산(덕천강)태극능선이란?

   지리산은 3도(전라남도(구례군), 전라북도(남원시), 경상남도(함양군, 하동군, 산청군))에 걸쳐 있는 광활한 산줄기이다. 음양오행설에서 '태극'이란 '우주만물의 근원이 되는 실체'이기에 산맥체계에서는 '가장 근간이 되는 산줄기'로 봄이 타당할 것이므로 지리산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산줄기는 지리산 천왕봉을 중심으로 서북쪽으로 1000미터 이상 마지막 고봉인 덕두봉부터 동북쪽으로 1000미터 이상 마지막 고봉인 웅석봉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웅석봉에서 갈린 산줄기는 여러개가 있고, 그 산줄기는 각각 강이나 호수에서 그 생명을 다한다. 태극의 명칭은 원칙적으로 산줄기가 끝나는 부분의 강이나 호수의 명칭을 따서 붙이되 강이나 호수로 흘러드는 산줄기가 수개일 경우는 구분을 위하여 산줄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산 명칭을 따서 붙이기로 한다.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새봉에서 동쪽으로 기수를 돌려 내리뻗다가 밤머리재를 지나 856봉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기수를 돌려 힘차게 달리다가 1079봉에서 산줄기가 갈리는데 웅석봉 방향의 산줄기는 경호강과 남강에서 생명을 다하고, 웅석봉을 지나지 않은 산줄기는 진양호와 덕천강에서 생명을 다한다. 덕천강으로 뻗은 산줄기는 926봉에서 926봉~감투봉~이방산 방향의 산줄기와 926봉~수양산~시무산 방향의 산줄기로 다시 갈린다.

 

'지리 이방산 태극능선'은 남원시 인월면 구인월교를 들머리로 하여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을 거쳐 덕천강으로 흘러드는 산줄기중 926봉~감투봉~이방산~436.9봉~원리교에 이르는 산줄기 말한다. 다리를 들머리나 날머리로 잡는 것은 '물을 만나는 곳'이라는 상징성 때문이지 특별히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2. 참조지도

   운봉(도엽번호 NI 52-1-21), 산청(도엽번호 NI 52-2-15))

 

 

 

 

3. 도상거리표(5만지형도 실측)

 

 

 

 

 

 

4. 개념도

 

 

 

 

 


 

 

 

◎ 산행후기

 

 

산에 다니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일까?

건강을 위해서?

건강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산에 다니지 않더라도 마라톤이나 테니스, 조기축구 등

운동을 통해서 얼마든지 건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국의 산악인 조지 말로리가 얘기했던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른다."

이 말은 산에 다니는 순수한 동기일 뿐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굳이 철학적으로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산에 다니는 목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산에 다니는 궁극적인 목적을 '자유'에서 찾는다.

 

인간사회는 고정관념이라는 틀, 도덕성이라는 틀, 제도라는 틀로서 사람을 가두려 한다.

틀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에 대한 본능을 억압하는 것이고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

새는 자유롭게 날아다닐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새장이라는 틀속에 갖혀 있는 새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주어도, 아무리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

주어도 행복하지 않다. 그만큼 자유는 먹는 것보다도, 또는 입는 것보다도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동독인들이 베를린 장벽을 넘을 때 '빵'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얻기 위해서였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장거리 산행은 단거리 산행보다도 자연과 접하는 시간이 더 많다.

접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은 좀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것이고, 그럼으로서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좀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리태극'은 장거리 산행의 입문코스이다.

(장거리산행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50km 정도 거리를 중거리로 보고, 100km 정도 거리를 장거리로 본다.)

그러나 여러가지 여건상 무박으로 하든 비박으로 하든 지리 태극의 장벽을 넘는 것은 쉽지 않다.

태달사 '장거리산행 야전교범'대로 1개월 전부터 운동 등 많은 준비를 한다고 해도 날씨 등의 변수로 인하여

지리태극을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태극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운도 뒤따라야 한다.

 

나는 산행을 할 시 같은 코스를 두번 가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불수사도북 종주도 10번 정도 해보았지만 한번도 같은 코스를 가본 적이 없다.

나의 이번 지리태극길은 지리태극을 위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지리4대천황코스(가칭, 지리산 능선중 가장 긴 능선 4개,

모두 지리산 천왕봉에서 동남쪽 산줄기 끝이자 덕천강과 진양호의 합수지점인 금성교를 들머리로 함) 중의

한 코스인 '지리 진양호태극'을 위해서 가는 것이다. 

 

오후 1시 20분에 동서울터미널을 출발한 인월행 버스는 연휴인데도 불구하고 거의 막히지 않고

오후 5시에 인월터미널에 도착한다.서울팀 5명과 함께 만남의 장소인 송죽회관에 들어서니 충청팀을 제외하고

여수팀과 대구팀 등이 미리와 대기하고 있다.

 

 

 

 

 

 

 

 

 

송죽회관은 태극시 자주 들르는 음식점이다.

추어탕과 돌솥밥이 일품이고 쥔장이 식당에서 기거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면 밤 늦게, 또는 새벽에도 식사가 가능하다.

 

 

 

 

 

 

 

 

 

 

 

전국에서 모여든 태극전사들은 미꾸라지탕으로 배를 채우고,

배고픈신반장님은 배가 부른지 미꾸라지탕 대신 백반으로 배를 채운다.

 

 

 

 

 

 

<지리산 신태극능선 들머리 구인월교>

 

 

 

식사 후 태극 들머리인 구인월교에서 덕두산을 바라보며 덕두산 너머 금성교까지 장장 120km의

지리 진양호태극능선을 마음에 그리며 무사기원을 외쳐본다.

 

 

 

 

 

 

 

 

 

모두 기념촬영에 마냥 미소를 짓지만

그 미소 속에는 지리태극의 난관과 지리산의 심술을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의 그늘이 스치고 지나간다. 

오후 6시 20분에 들머리인 구인월교를 출발하여 덕두산을 향한다.

 

 

 

 

 

 

<구인월 마을회관>

 

 

 

 

 

예전 태극시 들머리로 삼았던 '구인월마을회관'에서

지난 태극시의 추억을  회상하며 장비를 점검한다.

 

구인월 마을회관에 처음 들렀던 것은 2005년 8월 하순 경이다.

지리 태극을 앞두고 나홀로 서북능선을 답사한답시고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9시간만에 

구인월 마을회관에 도착했고,  마을 주민이 고생했다고 소주를 따라주어 기쁜 마음으로

소주를 들이켰었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러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동안 참으로 세상은 많이 변했고, 지리태극길도 많이 변했다.

지리 태극을 통해서 만난 사람, 헤어진 사람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또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흘러 갈 것이다.

 

처음으로 날이 밝을 때 덕두산 정상을 오른다.

밤에 오를 때는 어둠 속에서 별빛을 머리에 이고 인월면의 초롱을 등에 지고

오르는 낭만을 맛보았는데 이번에는 연초록의 신록이 우거진 산릉과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계곡의 신비스런 조화를 보면서 진행하다보니 산행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이마에 땀을 한번 훔칠 즈음 덕두산 정상에 도착한다.

덕두산 정상에 다다르자 그동안 숨죽이며 숨어있던 바람이 어디선가 다가와 콧등을 스치며 지나간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초여름밤의 산들바람은 우리 몸의 열기를 식혀 주고 지리태극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점차 어둠이 깔리고 지리산정은 적막속에 휩싸인다.

바래봉 정상은 안개와 어둠 속에 묻혀 형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바래봉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은 안개 때문에 길찾기가 쉽지 않으나 우리 어둠의 전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잘도 찾아간다.

 

 

 

 

 

 

 

 

 

 

 

철쭉 군락지로 유명한 팔랑치!

낮이었다면 철쭉의 끝물이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안개와 어두움은 이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희미한 산릉의 윤곽만을 우리 앞에 내놓는다.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 만에 첫번재 휴식 장소인 세동치 샘터에 도착한다.

물울 보충 후 약간의 간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의정부에 사는 정경용님이 가져온 방울 토마토는 허기진 뱃속에 향기를 불어넣는다.

오동환님이 가져온 인절미는 말랑말랑하여 입안에서 살살 녹아 위로 흘러 내린다.

이렇게 한동안의 이바구와 간식은 우리에게 새로운 힘을 선사하고 발걸음을 좀더 가볍게 한다.

 

서북능선  중간지점인 세걸산을 지나 암릉구간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은하수가 쏟아진다.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하늘이었는데 얼핏 본 하늘 한쪽에서는 눈썹보다 가는

초승달이 우리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은 은하수에 둘러쌓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배고픈신반장님은 비단결을 쳐놓은 듯한 은하수를 보고  감탄사가 연발이다.

그리고 흥얼거린다.

윤선애님의 '별' 노래를,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별은 뉘별이며 내별도  어느게요

.

.

.

 

 

고리봉에 도착하니 해돋이 장면을 담으려는 사진사들이 즐비하다. 

정령치에 오전 0시 30분 경에 도착하고, 약 30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오전 1시에 만복대를 향하여 출발한다.

아무도 없는 어둠의 적막 속을  길만 보고 걷고 또 걷다보니 어느덧 만복대다

 

 

 

 

 

 

 

 

 

 

 

 

안개가 자욱한 만복대!

주릉선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좋은장소인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둠의 적막만이 고요히 흐르고 있다.

 

성삼재를 향하는 도중 난데없이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조금 오다 말겠지 라고 생각하고 계속 진행하는데 빗방울이 점차 굵어진다.

할 수 없이 우의를 꺼내입고 진행한다.

성삼재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가 잦아든다.

 

성삼재 식당에 들러 가져온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고 조금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동쪽 하늘이 점차

밝아지기 시작한다. 이제 헤드랜턴을 접고 주간산행 모드로 전환한다.

 

노고단에는 지리산 주릉선을 산행하려는 사람들로 매우 혼잡하다.

이른 아침의 산뜻한 공기가 허파를 자극하여 온몸에 생기가 돌게 만든다.

 

 

 

 

 

 

 

<노고단>

 

 

 

 

 

 

 

<반야봉>

 

 

 

 

아침의 상쾌한 기운과 어울어진 노고단의 신록들은 그 푸르름을 더해가고

아침을 맞이하는 반야봉의 얼굴엔 상큼한 미소가 가득한다.

 

 

 

 

 

 

 

 

 

 

 

 

돼지령 밑으로 펼쳐지는 산그리메는 옅은 안개와 더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비가 와서인지 몰라도 임걸령의 물맛은 예전 같지가 못하다.

임걸령에서 물 한모금만 마시고 바로 삼도봉으로 향한다.

 

 

 

 

 

<삼도봉>

 

 

 

삼도봉은 넓다란 바위 때문인지는 몰라도 휴식을 취하려는 산객들로 항시 붐빈다.

또한 삼도가 한자리에 모인 곳이라는 지리적인 특성도 한몫 하리라 생각된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장쾌한 지리능선은 내 가슴을 탁 트이게 하고

켜켜히 쌓인 산그리메는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오전 9시 경에 연하천에 도착한다.

산뜻하게 단장한 연하천이 나를 반긴다.

연하천은 휴식과 식사를 하려는 산객들로 매우 붐빈다.

나는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기로 한다.

 

약 30분 정도 기다리니 후미가 도착하고, 선두와 후미가 넘 차이가 나서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진행하기로 한다. 일단 부상자와 컨디션이 안 좋은 회원들은 널널로 진행하기로 하고

나와 지리전사님은 선두그룹에 합류하기로 한다.

 

현재 지리태극은 극히 한정된 시간대에서만 가능하다.

그 시간을 초과하면 몇개월 준비한 지리태극이 물건너 갈 수가 있다.

그래서 그 한정된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약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칠선봉>

 

 

 

 

 

 

<촛대봉>

 

 

 

 

 

 

 

<장터목)

 

 

 

지리전사님과 둘이서 약간 서둘러 진행한 결과 장터목에 오후 3시 경에 도착한다.

선두 그룹인 김종철님과 바람푸르러님은 1시간 정도 미리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장터목에서 이후 진행할 먹거리를 챙기고 식사를 한 후 바로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한다.

 

 

 

 

 

 

 

 

 

천왕봉에 오르니 기념촬영을 하는 산객들로 매우 부산하다.

우리 일행도 기념촬영을 한 후 동부능선을 향하여 출발한다.

 

 

 

 

 

 

<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2005년 첫 태극 경험 후 처음으로 날이 밝을 때 동부능선 산줄기를 밟아본다.

야간 산행 때 보지 못했던 산줄기가 손에 잡힐 듯 한눈에 들어오고, 초여름의 신록들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준다.

 

콧노래를 부르며 하봉 헬기장에 도착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예기치 않은 일로 인하여

여기서 2시간을 허비하고 만다. 날이 어둡기 전에 동부능선을 가능한 한 많이 진행하기 위하여

빠른 속도로 진행한 결과 오후 8시가 조금 넘어서 청이당고개에 도착한다. 여기서 물을 보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제 동부능선의 산죽길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내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다.

단지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서 갈 뿐이다.

 

동서남북의 방향을 가늠할 길이 없다.

단지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서 갈 뿐이다.

 

가다보면 급경사 암릉길이다.

단지 길이라고 생각되는 곳을 찾아갈 뿐이다."

 

이렇게 해서 가다보니 오후 11시에 새재에 도착한다.

그 동안의 피로를 풀겸 잠시 휴식을 취한다.

 

 

 

왕등습지에서 물을 보충하려 했으나 야간이라 물길을 찾을 수 없어 포기하고

밤머리재로 향한다. 밤머리재에 오전 7시 20분 경에 도착한다.

원래 예정은 오전 1시 경에 밤머리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래야만 진양호까지

진행이 가능하니까. 그러나 약 6시간 늦게 도착하여 진양호까지는 갈 수 있는 시간이

안 된다.  진양호까지 못갈 바에는 나의 산행에 대한 두가지 가치 즉,  '새로움'과 '어려운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태극능선을 찾아보니 이방산쪽이다.

 

그런데 이방산 방향은 자료를 준비하지 못하였기에 망설여졌다.

다행히도 김종철님은 대간시 이방산을 들머리로 하여 대간을 진행하였기에 이방산쪽을 가본 경험이 있고

바람푸르러님은 이방산 방향의 지도를 소지하고 있었기에 과감히 이방산 방향으로 지리 태극의 기수를 돌린다.

 

 

 

 

 

 

 

 

 

 

이른 아침이라 밤머리재 쥔장인 권사장님이 안 계신다.

쥔없는 밤머리재는 황량한 벌판에 컨테이너박스만 널부러져 있는 것 같이 쓸쓸함이 묻어나온다.

 

그래도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몸을 대충 씻고 휴식을 취한다.

조금 기다리니 권사장님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꿀차와 동동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런데 잠시 후 서울에서 온 몽블랑산악회 버스가 도착한다.

버스 옆구리에는 지리산 태극종주라는 플랭카드를 걸고

지리태극을 하기 위해 새벽같이 달려왔으나 공단의 단속을 알아채고

중간을 생략한 째 덕산으로 향한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그들과 잠시 간격을 두고 따라가기로 한다.

약 20분 후에 우리 일행은 밤머리재를 떠나 1079봉(웅석봉 방향과 덕천강 방향이 갈리는 곳)을

향하여 출발한다. 약간 빠른 속도로 1시간 정도 진행했지만 몽블랑산악회 후미만 따라잡았을 뿐

주력부대는 보이지 않는다.

 

몽블랑산악회 주력부대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부러 늦게 출발했는데,

그러한 착각을 깨닫는 데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역쉬 태극종주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1079봉 조금 아래에서 식사를 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여기서부터 날머리인 원리교까지는 약 15km이다.

그러나 길이 대체적으로 평탄하고 양호하기에 진행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어제의 악몽, 어둠 속에서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무성한 동부능선의 산죽길을 되새기며,

이제 고도차가 별로 없고 산죽도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926봉 이정목, 맵센드는 918봉으로 표기됨>
 
 
 
정오 12시 30분 경에 이방산 방향과 수양산 방향의 갈림길인 926봉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정목의 방향이 좀 이상하다. 지피에스와 지도로 확인해보니 이정목 상의 이방산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 이정목을 돌려 약간 수정해 놓았지만 3차원을 이차원 평면으로 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방산 방향의 등로는 아주 양호하다.
한번도 안 가본 길을 오로지 지도에 의존한 채 우리의 태극여행은 계속된다.
그리고 봉우리나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때로는 감각적으로, 때로는 지도정치를 해가면서
진행하니 산행하는 맛이 솔솔하다. 마치 미로찾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학문의 순수한 동기는 지적호기심인데,
산행의 순수한 동기는 이런 모르는 길을 지도정치를 통해서 찾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후 2시에 우리 태극여행의 마지막 산인 이방산에 도착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지나온 발자국들을 되새겨본다.
이제 하산길만 남았다.
 
 
 
 

 

<깃대봉(690) 김종철님 작>

 

 

 

깃대봉(690)에서 하산길인 체육공원 방향을 택하지 않고 시천면 방향으로 가기로 한다.

그런데 조금 가다보니 길이 없어지고 만다. 할 수 없이 급경사 내리막길을 방향만 잡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서니 다행히 임도와 만나게 된다.

이 임도는 시천면까지 연결되고, 오후 3시 30분에 날머리인 시천면에 도착한다.

깃대봉(690)에서 길을 잘못 든 줄 알고 조바심이 일었지만 약간 우회하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산줄기는 맞는 것 같다.

 

 

 

 

 

 

 

 

 

 

산행을 통해서 자유를 얻는 다는 것은 집착을 버리는 것일 것이다.

어찌보면 불가에서 말하는 苦集滅道와 일맥상통하는 지도 모르겠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또는 즐기기 위해서 산행을 하는건데

속도나 거리 등등에 너무 집착한다면 그런 것에 노예가 되는 것이고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산악마라톤과 산행의 차이는 산악마라톤은 기록경기이고 순위경기이기에 당연히

속도나 순위에 집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산행은 기록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속도와 순위와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속도와 순위보다는 함께 즐기는 산행,

느낌이 있는 산행, 추억을 남기는 산행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아무런 느낌도 없는 산행은 영혼이 없는 육체, 즉 시체나 다름없다.

 

끝으로 코오롱등산학교 원종민 선생님의 칼럼 중 "이런 사람 따라다지지 말자" 를

내 자신을 채찍질하는 지표로 삼고 싶다.

 

 

 

 

 

 

☆ 이런 사람 따라 다니지 말자 ☆


등산은 혼자서하는 것도 좋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맘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등산을 즐긴다. 여러 명이 같이 움직이면 꼭 정하지는 않았더라도 리더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고, 이런 리더 중에는 적극적으로 무리를 이끄는 등반대장도 있으며, 큰 목소리를 리더쉽의 밑천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리더의 자질은 일행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도 있듯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리더의 잘못된 준비, 판단, 결정, 능력에 따라 조난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등산의 기본이 부족한 리더와 같이 다니면 그만큼 조난에 노출될 위험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99%의 행운이었고, 1%의 불운을 만났을 때 리더의 자질과 역량에 따라 극복과 굴복의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등산의 기본이 갖추어진 리더인가 아닌가는 여러 가지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데, 자신의 초보자인 경우는 그것조차 쉽지 않다. 어느 단편만으로 리더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이제부터 제시하는 것으로 의문을 가져 볼 수 있다.

배낭 속에 헤드램프가 없는 리더는 따라 다니지 말아야 한다. 당일산행이라도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만나 늦어 질 수 있기 때문에 헤드램프는 밤이 포함된 등산뿐만 아니라 근교의 짧은 당일산행이라도 반드시 휴대해야는 필수 장비이다. 이 헤드램프를 휴대하지 않고 다닌다면 등산의 기초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어텍스 자켓을 항상 입고 다니는 사람도 레이어링 시스템의 기초가 없는 사람이다. 고어텍스자켓과 같은 오버자켓은 평상시에는 배낭에 휴대하고 다니다가 기상이 악화되었을 때 비로소 꺼내 입는 옷인데, 항상 입고 다니면 막상 기상이 악화되었을 때는 대비책이 없게 된다.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유지 대책이다. 리더라면 비상시를 대비하여 자신은 물론 동료들의 체온유지를 위한 여벌의 보온 옷과 비상식량 등을 휴대해야 한다. 일행중 체력이 약한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만 앞서 올라가는 리더, 음주를 하는 리더도 자질을 의심해야 한다. 술은 체온관리에 있어 최대의 적이다. 한기를 느낄 때 음주를 하면 일시적으로 몸을 뜨겁게 할 수는 있으나, 조금 남아 있는 에너지를 빨리 태워버리게 된다. 조금 남아 있는 불씨에 기름을 붓는 꼴이다.

그 밖의 여러 가지 모습에서 그 사람의 바람직하지 못한 등산태도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 특히 옛날 대단했던 등반을 부풀리고 되풀이해서 얘기하는 사람, 필요하지도 않은 장비를 자랑삼아 가지고 다는 사람, 로프나 카라비너를 배낭밖에 노출시키는 사람, 복장을 요란하게 치장하는 사람, 유명산악인을 잘 알고 자주 함께 술 마신 것처럼 얘기를 하는 사람, 배낭에 종을 달고 다니는 사람, 라디오를 크게 켜고 다니는 사람, 무전기를 필요이상 교신하는 사람.

등산의 기본예절은 다른 사람이 얻고자하는 가치나 즐거움에 방해를 주면 안 되는 것이다. 등산을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은 위기상황이 닥치면 평정심을 잃고 혼란에 빠지며 대처방식마저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표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