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 12. 금 / 2명


 

일원역-남한산성-양평대교-37번 도로-중미산 삼거리(농다치 고개)


 

농다치고개(1:20)-헬리포터(1:30)-소구니산 정상(2:05)-

삼형제 바위-유명산(2:30)-소구니산(3:10)-농다치고개(3:50)


 

1. 늦게 출발


 

어제 밤 늦게 들어 와 느긋하게 아침을 먹다가

예정에 없이 하늘이 너무 맑다고 하는 바람에

나가자고 작정.


 

치악의 향로봉을 염두에 두고 찾아 보고

가리산을 생각하다가

너무 늦어 오랜만에 소구니산으로.

애매하면 가는 곳.

차를 타고 나가는 곳으로는 가장 자주 가는 곳.


 

기왕이면 남한산성을 관통하자해서 그리로.

팔당대교로 옥천으로 한화콘도로 가면 길은 훨씬 가깝다.


 

떨어지고 남은 잎 중에

단풍은 유난히 붉다.

역광에 비치는 빛이 너무나 곱다.

봄에는 벚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지금 지나며 보니 가로수 틈에 단풍나무도 참 많다.

벚꽃이 빛을 낼 때는 없는 듯 있다가

제 때가 오면 제몫을 빛나게 해 낸다.


 

이를 보면 지금 제 때가 아니라

빛이 나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지 말 일이다.


 

2.


 

새로 매 단 GPS가 부지런히 제 일을 한다.

참으로 신기하다.

같은 장소에서 연달아 두 번 사진을 찍혀

열 받아 구했는데

야간운전에는 특히 제몫을 잘 해낸다.


 

농다치고개에 차를 두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랐다.

날이 제법 차다.

다음에는 장갑이나 모자를 예비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능선 길에는 오히려 바람이 잔다.


 

하이닉스에서 세워 둔 표지판으로 보면

왕복 7km.

3시간이면 되는 코스다.


 

이 코스는 능선 길

폭포도 없고 빛나는 경관도 없지만

가깝고 한적하고

걸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은 곳이다.

이웃들을 부담 없이 데리고 온 곳이기도 하고.


 

억새가 한창.

따사한 볕살 아래

억새 속에 군데군데

도란도란 얘기 소리들이 들린다.


 

유명산 정상에는

언제와도 누군가가 있다.

젊은 아가씨가 자청해서 사진을 찍어 주겠단다.

올 때마다 찍는 증명사진이지만

표정도 밝고 마음도 이쁘다. 


 

계곡길로 걸어 휴양림으로 내려 가면

꽤 괜찮은 코스.

몇 번을 갔지만 둘이 갈 때는 거의

되돌아 오는 길로 잡는다.

삼형제 바위도 한번 더 만나고.

 

나는 언제나 시야가 트인

능선길이 더 좋다. 


 

3.


 

농다치고개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

정상에서 준비해 간 라면을 먹으려다가

이걸 먹으려고 그냥 내려 왔다.

이분의 국수는 특히 깔끔하고 맛있다.

심심하게 담근 무공해 김치라며

다 먹으라고 많이 내 놓는다.


 

나주 출신 아주머니의 힘들고

따뜻한 가족사를

뜨끈한 장작불 옆에서

그냥 대접 받은 차를 얻어 마시며

오래오래 듣다.


 

온천을 하기로 작정한 것만 아니라면

굳이 멈추고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쌓아 논 김치거리가 익을 때 와서

먹고 가라는 말을 뒤로 하며


 

어둑한 길을

그분으로 하여

잘 데워진 마음으로 내려왔다.

 

텅 빈 온천에서 오랜만에 온천을 하고

뜨거운 해장국 한 그릇.

뻥 뚫린 길로 귀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