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 4월 5일(화요일), 6시 40분에 집을 나선다. 전철을 타고 상봉역에서 내려서 상봉터미널로 가니 7시 40분. 5600원을 내고 유명산행 차표를 끊는다. 버스는 8시 정각에 출발해서 공휴일의 차량 정체 때문에 평일이면 한 시간 40분이면 갈 곳을 25분이나 늦은 10시 5분에야 유명산 입구인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의 버스종점에 닿는다. 화장실에도 들르고 등산화끈을 조이고 스틱도 편 후에 산행을 시작한다.

버스종점에서 오던 길로 5분 정도 되돌아가면 우측으로 어비계곡 입구가 나타난다. 어비계곡 입구로 꺾어져 들어가서 어비1교, 대리종점, 어비2교를 지나면 어비계곡 입구에서 30분 만에 대일민박 앞에 닿는다. 이 곳에서 대일민박의 넓은 주차장으로 들어가지 말고 도로를 따라가면 능선길로 진입하는 어비산 들머리가 나온다. 그리고 들머리에서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면 공중화장실과 어비산 매표소가 나타난다. 어비산 매표소를 카메라로 담고 다시 들머리로 되돌아와서 오르는데 등로에 풀어 놓은 개 두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놀라서 다시 되내려와서 마침 집 밖에 나와 있던 마을 주민에게 물어 보니 주인이 있는 개이고 물지 않는다고 한다. 용기를 내어 올라가니 두 마리 다 자신을 슬슬 피하다가 사라지고 없다. 한참 올라서서 들머리 쪽을 내려다보니 풀어 놓은 개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계속해서 등로를 오른다. 낙엽이 깔려 있는 등로는 호젓하고 한적하기 짝이 없다.

 

유명산 버스종점에서 버스가 오던 길로 5분 정도 되돌아가면 우측으로 나오는 어비계곡 입구.

 

어비계곡 입구에서 어비1교, 대리종점, 어비2교를 지나 30분 만에 닿은 대일민박.

 

어비산 들머리 - 매표소 직전의 능선길.


어비산 매표소.

 

등로의 정경.

 

호젓한 등로를 한 시간 쯤 진행하니 제 1 봉화대터가 나온다. 이 곳부터는 등로에 바위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한다. 제 1 봉화대터를 지나서 15분 후에 제 2 봉화대터가 나오는데 이 곳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돌탑이 인상적이다. 이 곳에서 10분 만에 오석으로 된 정상표시석과 삼각점이 설치된 해발 826.7 미터의 어비산 정상에 닿는다. 어비산(魚飛山)이라는 이름은 예로부터 홍수 때에 물고기가 이 산을 뛰어 넘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비산 정상에 올라서 내려가는 길은 좌측(동남쪽)의 숫고개로 내려가는 길과 우측(서남쪽)의 입구지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로 갈린다. 이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20분간 쉬다가 삼각점이 설치된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입구지계곡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내림길의 초입은 낙엽이 쌓인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어비산에서 입구지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어비산과 유명산을 함께 종주하는 사람들이 드문 탓인지 등로가 확실하게 나 있지 않다.

 

제 1 봉화대터.


제 2 봉화대터.

 

어비산 정상 - 해발 826.7 미터.


어비산 정상에서 입구지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낙엽이 쌓인 가파른 내리막길.


   거목들이 군데군데 쓰러져 있고 낙엽이 깔린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다보니 입구지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계속하여 내려가니 마침내 입구지계곡이 바로 밑에 보인다. 어비산에서 40분 만에 입구지계곡으로 내려온 것이다.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던 어비산에 비해 입구지계곡에서는 우렁차게 흘러내리는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떠들썩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작년 6월에 유명산으로 오를 때에 본, 계곡의 윗부분으로 내려온 것이다.

이 곳에서 땀에 젖은 얼굴과 목을 계류로 씻고 계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바위 위에 앉아 15분 정도 여유있게 쉰다. 그리고 어비산 날머리에서 계류를 따라 수십 미터 쯤 내려온 곳에서 징검다리를 건너 나뭇가지에 등산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진행한다. 이 곳이 어비산과 유명산을 이어 산행하는 종주코스에서 유명산의 들머리인 셈이다. 등로의 초입에는 유명산 정상 쪽에서 흘러 내려오는 지계류를 볼 수 있는데 겨울에 내린 눈이 아직도 녹지 않은 채 계곡의 바위 위에 붙어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어비산 날머리 - 마침내 입구지계곡이 보이고...


시원한 계류 1.

 

시원한 계류 2.


어비산, 유명산 종주시의 유명산 들머리 - 입구지계곡을 건넌 후의 돌밭길.

 

눈이 채 녹지 않은 계곡.

  

   계곡 옆의 등로라서 그런지 울퉁불퉁한 돌밭길이 이어진다. 돌밭길을 20분 정도 진행하니 로프가 설치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로프 건너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시선을 돌려 보니 작은 도마뱀 한 마리가 움직이고 있어서 카메라에 담아 본다.

가파른 오르막을 다 오르니 경사가 완만해지면서 억새밭 사이로 지릉길이 이어진다. 좌측으로 용문산과 백운봉이 보이는데 날씨는 맑지만 너무 멀어서 그런지 아니면 스모그나 안개 때문인지 뿌옇게 보인다.

마침내 입구지계곡에서 55분 만에 유명산(有明山) 정상에 닿는다. 해발 861 미터의 유명산 정상은 초원지대의 넓은 정상부분 같은 모습이다. 옛날에 말들을 방목했다고 해서 마유산(馬遊山)이라고 불리웠다는 이 곳은 말들이 뛰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고 넓은 길이 길게 뻗어 있다. 유명산 정상에서 20분 정도 쉬다가 소구니산을 향해 내려선다.

 

돌밭길을 오르며...


낙엽 속의 도마뱀.

 

유명산 정상이 가까워진 완만한 지릉길.


유명산 정상의 방향표지판.

 

유명산 정상의 정상표시석 - 해발 861 미터.


유명산 정상에서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


소구니산을 향해 유명산을 내려서면 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비포장의 길이 길게 펼쳐지는데 이삼분 내려가다가 완만한 둔덕 같은 곳으로 올라섰다 내려가게 되면 임도가 좌측의 내리막길과 우측의 오르막길로 갈라지는 안부삼거리가 나온다. 이 곳까지 진행하면 알바를 하게 된다. 임도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안부삼거리 못미처의 완만한 둔덕 오름길에서 우측으로 갈라지는 내리막길로 내려서야 제대로 소구니산으로 가게 된다.

둔덕 오름길의 갈림길을 못 보고 진행해서 안부삼거리에서 우측의 직진하는 오르막길로 올라서서 바로 나오는 봉우리 위에서 나침반과 지도를 꺼내 보니 능선상에 삼형제바위가 돌출해 있는 소구니산이 북서쪽에 보인다. 그러나 찾는 사람이 드문 산이고 아무리 자세한 지도라도 등로 표시가 돼 있지 않고 개념도상의 등로 표시를 보고 확실한 진입로를 알 수 없으며 방향표지판도 없으니 경험자와 함께 가지 않는 이상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봉우리 위에서 뚜렷하게 나 있는 임도로 직진하지 않고 우측의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차가 지나다닌 흔적이 보이는 길에서 구불구불 내려가다보니 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하얀 호스가 길게 이어져 있는 골짜기에 이른다.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아서 골짜기 건너편의 비탈로 오르니 등로가 있고 대학생들이 수십명 걸어서 내려오고 있어서 인솔자인 듯한 사람에게 소구니산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쭉 올라가다가 억새밭이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숨가쁘게 올라서 억새밭삼거리에 닿지만 작년에 이어 자신을 두 번씩이나 헤매게 한 소구니산 진입로를 확실하게 알기 위해 우측으로 꺾어져서 오르니 유명산에서 임도가 좌우로 갈라지는 안부삼거리 못미처에 있는 완만한 둔덕 오름길의 우측에 나 있는 억새밭 사이로 좁은 길이 나 있고 노란 리본 하나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안부나 봉우리가 아닌 곳에 갈림길이 나 있으니 주의해서 보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이 곳에는 방향표지판 하나 정도는 설치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이 곳이 소구니산 들머리인 셈이다. 실제로는 이 곳은 유명산의 한 능선부분이고 실제적인 소구니산 들머리는 이 곳을 내려가서 소구니산의 능선으로 진입하는 안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길목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에는 들머리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들머리에서 5분 정도 바쁘게 내려가니 자신이 알바 끝에 올라온 억새밭삼거리가 나타난다. 등로 파악을 제대로 못 해서 결국 50분을 손해본 것이다. 결국 산행에서 이론보다는 경험이 더 소중하다는 지론을 실감한다. 억새밭삼거리에서 직진하여 내려갔다가 안부에서 오르막길을 타게 된다. 이 곳이 실제적으로 소구니산의 능선이 시작되는 소구니산 들머리인 셈이다.

 

임도삼거리가 있는 안부 - 이 곳까지 오면 소구니산 들머리를 지나치게 된다.


임도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오른 봉우리 위에서 바라본 소구니산.

 

임도삼거리 위의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꺾어져 내려가는 길.


소구니산 들머리 - 임도삼거리가 있는 안부 못미처의 완만한 둔덕 오름길 우측에 나 있는 억새밭 사이의 좁은 길.

 

50분간의 알바 끝에 유명산 쪽으로 되올라오게 된 억새밭삼거리.

 

소구니산으로 오르기 시작하니 절벽 같이 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나타난다. 삼형제바위 중에서 첫 번째로 보게 되는 바위라고 추정해 본다. 이 바위를 좌측으로 우회하는 길을 지나니 바로 앞에 완만하게 오를 수 있는 작은 암봉이 나타나는데 삼형제바위 중에서 두 번째로 보게 되는 바위라고 추정해 본다. 그리고 로프가 설치된 가파른 오르막길이 나타나면서 바위지대가 나오는데 이 곳을 삼형제바위 중에서 세 번째로 보게 되는 바위라고 추정한다. 이 바위 위에 올라서 잠시 쉬며 유명산을 뒤돌아본다. 그리고 몇 분을 더 오르니 오석으로 된 정상표시석이 설치된 해발 798 미터의 소구니산 정상이다. 유명산에서 내려선 지 한 시간 20분 만에, 알바를 한 50분을 제외하면 불과 30분 만에 유명산 정상에서 소구니산 정상에 닿게 된 것이다.

소구니산 정상에 앉아서 유명산을 바라보며 십분 정도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다가 서너치고개로 가는 북서쪽길로 진행한다.

 

삼형제바위 중의 첫 번째 바위.


삼형제바위 중의 두 번째 바위.

 

소구니산으로 오르는 가파른 로프지대와 삼형제바위 중의 세 번째 바위.


소구니산 오름길에 뒤돌아본 유명산 - 좌측의 유명산 정상에서 내려와 우측의 임도삼거리가 있는 안부 못미처의 완만한 둔덕 오름길의 우측에 있는 억새밭 사이로 소구니산 들머리가 있음.

 

소구니산 정상 - 해발 798 미터.


소구니산 정상에서 서너치고개로 가는 길.


소구니산 정상에서 5분 정도 진행하니 농다치고개로 가는 좌측의 내리막길과 서너치고개로 가는 직진의 오르막길로 갈라진다. 그런데 서너치고개 쪽으로는 아무런 표시도 돼 있지 않다. 중미산까지 종주하려면 서너치고개로 가야 되고 그냥 하산한다고 해도 서너치고개로 가야 그나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그래서 직진하는 오르막길로 향한다. 등로는 분명하게 나 있다. 서너치고개가 내려다보이는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눈 앞에 중미산의 모습이 바라보인다. 오늘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50분간의 알바가 무척 부담이 된다.

헬리포트를 지나게 되고 헬리포트에서 7분 만에 서너치고개로 내려선다. 소구니산 정상에서 43분 만에 서너치고개로 내려온 것이다. 4차선의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깔려 있는 서너치고개는 가평군과 양평군이 동과 서로 나뉘어지는 곳이다. 이 곳에서 잠시 앉아 음료수를 마시면서 막차시간인 18시 50분까지 한 시간 40분 동안 중미산을 올랐다가 가일리의 유명산 입구 버스종점으로 하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좌측으로 꺾어지는 농다치고개로 가는 내리막길과 직진해서 서너치고개로 가는 오르막길로 갈라지는 능선삼거리의 방향표지판.


농다치고개로 가는 길과 서너치고개로 가는 길로 갈라지는 능선삼거리.

 

서너치고개로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중미산.


헬리포트.

 

소구니산 날머리 - 서너치고개로 내려오는 길.


가평군과 양평군이 동과 서로 나뉘어지는 서너치고개.


서너치고개의 소구니산 날머리에서 수십 미터 쯤 가평 쪽으로 내려오면 길 건너 편에 가평군에서 세운 중미산 들머리 표지판이 보인다. 그런데 초입부터 무척 가파르다. 네 발로 기어서 올라가야 할 정도로 보인다. 알바를 하지 않았으면 그런대로 여유있게 중미산에 올랐을 텐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그리고 너무 서두르면 사고가 날 가능성도 많아진다. 결국 중미산은 나중에 곡달산, 통방산, 삼태봉을 종주할 때에 함께 오르기로 작정한다.

서너치고개에서 20분 정도 쉬다가 가평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서너치고개에서 가일리로 내려가는 국도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아서 교통이 불편하다. 4차선인 37번 국도는 차들이 무섭게 질주하여 걸음을 빨리 하는데 차도 한 복판에 작은 짐승 한 마리가 죽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보니 누런 색깔의 산토끼 한 마리가 차에 치어 죽어 있다. 카메라에 담으려다가 너무 끔찍해서 그만 둔다. 도로 양쪽을 오가며 살아야 하는 야생동물들에게는 산자락을 인위적으로 깎아 만든 도로에서는 유효적절한 곳에 동물이동통로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37번 국도를 지루하게 내려간다. 이 도로는 가일리까지 S 자로 길게 꺾여서 내려가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한참 내려가다보니 37번 국도에서 광법사로 내려가는 우측의 갈림길이 보인다. 그 길로 내려서니 차들이 질주하는 위험한 국도를 벗어나 짙푸른 나무들 사이의 길을 걷게 되고 광법사가 나타난다. 광법사에서 몇 분만 더 걸으면 유명산 입구 버스 종점이다. 서너치고개에서 버스종점까지 50분 가량 걸린 셈이다.

버스종점 근처의 식당에서 산채비빔밥 한 그릇을 시켜 먹고 상봉터미널행 18시 50분발 막차에 오른다. 공휴일이라서 그런지 귀경길도 정체가 심해서 평일보다 40분 정도 늦은 21시 10분 쯤 상봉터미널에 도착한다. 전철로 갈아 타고 귀가한다.

예상하지 못 한 알바 탓에 중미산까지 오르지는 못 했지만 가평과 양평의 경계에 있는 세 개의 산을 종주할 수 있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면서 산에 오르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오를 산에 대한 윤곽이 더 확실하게 잡혀 감을 느끼게 된다. 경험이 소중한 것은 돈을 버는 직업 뿐만이 아니라 취미생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서너치고개를 내려오면서 바라본 어비산.


서너치고개에서 가일리로 내려오는 37번 국도의 정경.

 

37번 국도에서 광법사로 내려가는 갈림길.


광법사로 내려가는 길.

 

광법사.


오늘의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