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한 하늘 속에 묻힌 .. [유명산 - 경기 가평]

 

 

 

서너치고개 ~소구니산 ~삼형제바위 ~유명산 정상 ~입구지계곡 ~(P) [4시간]


 

 

2011. 8. 27 [토]

 

oo명

 


  

 

 

                 [서너치고개 - 소구니산]


 

     여름 안에 가을이 들었다. 깊고 공허한 흰 구름이 천공을 가득 두르며 어디 곤 떠다니고

 있다. 파란물감 덧칠 해놓은 듯한 기약 없는 하늘가는 벌써 여름을 외면한 듯 체념해

  버린 상태다. 그 허공을 빨간잠자리 한 마리가 꿈을 꾸듯 놀이에 여념이 없다. 상념이

깃들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느낌, 사무침이다. 짙게 타오른 초록향기도 여름의 끝자락에서

침하게 풀이 죽어 있는 듯하다. 유수한 오전 빛만이 이 산정을 파고들어 가며

        끝 모를 유희를 즐기고 있다. 통째로 뻗어있는 군목들의 의연함에 눈을 맞추려 한다.

 

 

 

 

 

 

 

 

 


 

소박한 산길을 따라 발길을 구르며 숲속의 자양분을 마음에 담는다. 잎 사이로

         비쳐드는 빛의 무게를 머리에 이고 향긋한 솔밭 길을 지난다. 가는 여름의 빈 자리가

        속속 생겨난다. 자연히 시들어진 풀섶에도 진한 여름향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가을의

자리에 몸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검은 비석의 소구니산 정상이다. 활엽수의 진을 받으며 고고한 자세로 외롭게 서있다.

     흐르는 세월 속에 변함없는 꿋꿋함이 자리 잡고 있다. 텅 비어버린 여름날의 흔적,

        애잔하게 기대고픈 마음이다. 이별과의 시간이 온 것이다. 미련 없이 자리를 비우며

획 되돌아본다.

 

 


 

 

 

    여름날의 둘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은 자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월과 맞서

           후퇴하는 산정의 마음은 자연스레 다가올 시간 앞에 일어나는 시속의 흐름을 잊으려는 듯

고연함이 가득 배여 있다. 그 시간 속에 갇혀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리라. 정적만

흐를 뿐이다.   

 

 


 

 

 

 

 

 

 

 

자연의 운명 앞에 고개를 당당히 들을 자가 있는가. 세월속의 가벼운 힘이 차츰

               육중하게 변하여 옴은 세월의 변덕스러움이 한층 배가되었다는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여름날의 상처, 자연의 항변, 그 변화된 흔적만이 남겨진 것이다.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고약한 인간의 행태가 가져온 부산물이다. 더 이상 변화시킬

수는..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소구니산 - 유명산 상봉]


 

한적한 오솔길의 낭보가 날아든다. 짙은 녹음이 들며 시원하고 아늑하다. 그 누구도

 걷지 아니한 길 같다. 정갈한 마음이 감돌며 자연의 숨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쭉 이 길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입안에서 뱅뱅 돈다. 자연의 덕택에 소박한 이런

   길을 지나노라니 사뭇 자연이 순결하게 피어내는 세상속인 것 같다. 여운이 길게 남을

것이다. 

 

 

 

 

 

 

 

 

 

 

 

 

 

 

 

 

 

 

 

  

 

 

 

 

 

 

하늘이 열린다. 마치 큰 세상이 열리는 듯 시퍼런 하늘이 해맑게 웃고 있다. 산물결의

  청아한 이미지가 눈에 도드라진다. 가을세상 속 그림이 하늘아래서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강렬한 비침이 그 산정들의 충만한 가을 선이 되어주고 있다. 가을군락의 자연의

파노라마가 연이어진다. 

 

 

 

 

 

 

 

 

 

 

 

 

 

 

 

 

 

 

 

 

 

 

 

 

 

 

 

 

 

 


 

         여러 갈래로 뻗어난 산맥들의 힘찬 기운이 유명산을 향해 넘어오는 듯 유장한 가을의

         사연을 전해준다. 그 산맥들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이는 아련한 산줄기가 아늑한 산정에

         기댄 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서있다. 바람결에 흩어졌다 다시모이는 산 군무 속에 묻혀

신비함을 더해준다. 곱고 고운 산정의 흐름이 살포시 물위를 떠다니는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듯하다. 

 

 

 

 

 

용문산

 

 

 

 

백운봉

 

 

 

 

 

 

 

 

 

 

 

 

 

 

 

 

 

 

 

 

 

 

 

 


 

                               심도 있는 대화가 조용히 가슴에 와 닿는다.

 

                                「 저 청량감, 산정의 매끈한 선이 하늘빛에 어우러져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 가을의 동화세상 같군요. 오래 바라보고 있으니 괜지 슬프고 공허한 생각이 밀려드네요.」

                                「 기약 없이 내리는 빛과 운무에 가려도 자연스럽게 굽이치는 산 물결이 무척 수려합니다.」

                                「 그것은 이 시간 속에 흐르고 있는 가을의 멋이 아닌가요.」

 

 

 

 

 
 
 
 
 
 
 
 
 
 
 
 
 
 
 
 
 
 
 
 
 
 
 
 
 
 

 

  청량한 솔향에 마음을 내려놓는다. 울창한 숲속의 자연미가 산목을 안으며 그늘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저귀는 산새의 청음이 운기를 타고 숲속 위로 둥둥 떠다니어

메아리를 일으키며 산중 속으로 금세 흡입되고 만다. 짙은 여름의 여울이 일시에

몰려온다. 빛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바람소리처럼 깊은 울림이다.

 

 

 

 

 
 
 
 
 
 
 
 
 
 
 

 

 

                  [상봉 - 입구지계곡]


 

  군목사이로 길게 휘돌아 연이어진 계곡의 흔적이 드러난다. 와폭의 선율이 감미롭다.

      우람한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수의 색깔이 초록빛깔로 곱게 물들어 있다. 맑고 깨끗한

기운이 머릿속을 점령한다. 또한 나무와 잎을 타고 결 따라 펼쳐있는 번듯한 계곡의

속살이 산중을 대변하는 듯 청아하게 다가온다.   

 

 

 

 

 

 

 

 

 

 

 

 

 

 

 

 


 

큰 소와 작은 소가 합쳐져 두 갈래로 나뉘어 흐르는 계곡수의 자태가 단아하다.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깨끗한 운기가 숲속의 운기와 어우러져 영롱한 아침이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순결함처럼 소쇄한 생명감이 감돈다. 잠시 머무르며 조용히

쉬고 간다.

 

 

 

 

 

 

 

 

 

 

 

 

 

 


 

     널따란 큰 소의 색감이 더없이 맑고 기운차다. 구름과 바람을 타고 환하게 타들어오는

      빛에 물빛이 담청빛깔로 아름답게 물들어버린다. 이곳을 감싸고 있는 산목들도 서서히

모습을 바꾸며 그 물빛에 몸을 맡기고 있다. 이후, 흐르는 시간 속에 묻혀 푸르렀던

     싱그런 잎새들도 어느덧 바람소리가 잦아드는 날이면 가을색감에 투명하도록 제 몸을

맡길 것이다.

 

 

 

 

 

 

 

 

 

 

 

 

 

 

 

 

 

 

 

 

 

  저물어가는 여름의 저편. 물소리 외엔 정적이 감돈다. 잠시 몰려왔다 사라지는 시간속의

메아리처럼 허공에 깊이 잠기는 것이다. 시간에 구애 없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잔잔한

옥수의 울림 속으로 빠져드는 수림과 숲속의 고요함에 마음이 동화된다.

 

 

 

 

 

 

 

 

 

 

 

 

 

 

 

 

 

 

 

 

 

 

 

 

 

 

 

 

 


 

초록터널을 흐르는 계곡에 차가운 냉기가 한바탕 일어난다. 윗골에서 계곡을 타고

        흘러드는 서늘한 바람이 물결을 뒤흔든다. 또 빛에 반사되어 청아한 달그림자를 그리며

흐르는 계곡수는 아주 곱다. 이 모든 게 바람과 구름줄기 쫓아온 빛의 다변상이다.

 

 


 

 

 

 

 

 

 

 

 

 

 

 

 

           가냘픈 잎새의 사위는 이제 서서히 멎는 듯 하다. 가늘게 쏘아대는 빛의 온기에 살며시

        기대며 애련하게 떨고 있다. 저물어가는 여름색깔이 황혼 빛 가을색깔로 물들어가며

그간 누렸던 일상의 영화를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기약 없이 흐르는 시간속의

 그 잔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잠시 그에게 눈길이 머물면서 또 다시

기약하는 몸이 되어버린다.

 

 

 

 

 

 

 

 

 

 

 

 

 

 


 

       높은 하늘 속에 떠있는 흰 구름의 모습은 허허롭기까지 하다. 무겁게 버티던 온기가

한바탕 소나기가 내리며 획 사라진 듯 짧은 여름날의 아우성이 지나간다. 못내

아쉬운 건지... 작별과 동시에 공허함까지 돈다.


 

                        
 

                              2011.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