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 閑談 45

유달산아! 떠날 때는 말없이 - - -


 

 

 

 항구의 낭만이 넘치는 목포를 떠나련다. 유달산을 바라보면서 지난 1년간 별 탈 없이 지내왔는데, 막상 돌아서려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틈날 때마다 오르내렸던 유달산을 이젠 가슴 한구석에 담을 시각이 다가온다. 늘그막에 빈번하게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 번잡스러운 일지만 불가피하게 옮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버려 골치가 아프다.
 

 새 둥지를 트는 문제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탓하고 책임을 전가시키고 싶은 맘은 추호도 없다. 오직 내 자신이 마음의 여백을 넓디넓게 비워두지 못했기에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련다. 고난과 기쁨은 수시로 교차되므로 불미스러웠던 일들은 꼭꼭 묻어두고 좋은 추억거리만 가슴에 안고 떠나고 싶다.
 

 리더가 바뀌더라도 다같이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결집하여 내부통제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여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자고 수차례 다짐했었다. 그렇지만 막상 현실의 문턱에 다가서니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서로 모함하고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하려는 작태들이 참으로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이런 풍토가 만연될수록 갈등이 증폭되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인데 왜 그럴까? 
 

 이렇게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지지체의 역기능으로서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한 사람의 절대적인 권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견제기능인 브레이크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는 제도에서 기인된다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힘이 있는 곳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자존심을 버리고 적당한 구실을 내세워 계속 눌러 앉아 그럭저럭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권유도 많았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만은 선비정신으로 살고 싶기에 ‘절 보기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이 당연지사(當然之事)라 생각하고 미련 없이 떠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이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는 두고 볼 일이겠지만 - - -
 

 본능적으로 또 한번의 진한 체취를 남기고 싶어 유달산으로 간다. 어민동산을 거쳐 소요정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새벽녘이라 발길이 뜸해 적막감이 감돈다. 짧은 오르막이지만 답답함에 쌓인 울화가 입김과 함께 쉴 새 없이 뿜어져 후련해진다. 새벽안개에 휩싸인 일등바위에 올라서 지난 시간을 반추하니 감회에 젖어든다.
 

 꿈을 가득안고 왔었는데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떠나려니 어찌 아쉬움이 남지 않겠는가. 묵묵히 일 해온 동료들의 처지를 헤아려 따뜻하게 보살펴주지 못했으며,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는데, 급한 성깔머리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마음의 상처를 안겨줬으니 미안함과 후회스러움이 함께 밀려들어 온몸이 자꾸만 움츠려든다.
 

 또다시 생소한 곳에 뿌리를 내리려면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느긋함으로 매사를 조신하게 접근해나갈 작정이다. 보다 폭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다시는 이렇게 몸살을 앓지 않으련다. 비록 오늘은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지만 내일은 반드시 웃음꽃을 피우리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