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환종주 (월봉산 구간)

 

 

2009. 3.   15. (일)맑음

꼭지와 둘이서

산행시간 : 6.35km 휴식포함 5시간 15분(08:45 ~ 14:00) 

차량회수 : 남령~수망령 25,000원

(서상개인택시 박상희 010-9963-0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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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승대에서 수망령까지 홀로 산행이후 근 한 달만에 길을 나섰다.

지난번에 악천후로 남령까지 진행하는 것을 포기하고 용추폭포로 하산했는데

오늘 산행을 하고 나서야 그때 판단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봉산에서 칼날봉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봉산 칼날봉>

 

 

 

<오늘의 산행 출발지인 수망령>

 

수망령에서 월성리까지 임도는 시멘트포장이 잘 되어 있다.

용추계곡에서 수망령을 넘어 월성리까지 승용차 통행이 가능하지만

월성리 방향은 길이 좁아 차량 두대가 교행이 힘든 것이 단점이다.

 

오늘은 차를 남령에 세워두고 월성지구에서 택시를 타고 수망령까지 올랐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기사님이 어디로 갈까 망설이시길래

"우측 전봇대방향으로 갑시다." 하고 계곡쪽으로 진행했는데 길을 잘못들고 말았다.

좁은 다리를 건너고 나니 울퉁불퉁한 비포장길이 나타났다.

에고~~ 이를 어째, 좁아터진 임도에서 후진할 수도 없고 하여 계속 고~~

 

부드득부드득.. 차량하체가 땅에 긁히는 소리..

서상택시 사장님께 미안했다.

때 마침 밭으로 들어가는 공터가 있어 겨우 차를 돌려 나왔다.

조금전 갈림길까지 되돌아와 좌측으로 오르니 수망령까지 시멘트포장이 말끔히 되어 있었다.

"좋은 길 놔두고 괜히 차만 긁었네.."

까닥했으면 좁은 비포장임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큰일날번 했다.

휴~~.

 

 

 

<수망령에 세워져있는 산행안내도>

 

안내도에는 수망령에서 남령까지 6.35km로 되어있지만

꼭지의 느린걸음으로 5시간이 넘게 걸렸다.

너무 심했지 싶다.

 

하긴, 백두대간 시작하신 분들이 우리 산행기를 보고

꼭지(?)도 가는데 우리가 못가겠냐며 용기를 얻어 자신있게 진행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꼭지의 걸음은 자타가 인정하는 느림보인 셈이다.

그렇다고 백두대간 그거 웬만하면 따라하지 마세요.

 

 

 

<덕유산 삿갓봉과 무룡산이 겨울나무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이곳은 고도가 높아서인지 아직 봄기운을 느낄 수가 없다.

남도에는 벌써 봄이 왔는데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지만

아무것도 봄소식을 전해주질 않는다.

생강나무는 물론이고 노루귀조차 겨울잠에 푹 빠진듯 하다.

 

 

 

수망령에서 큰목재로 오르는 길.. 

가파르기도 하고 순하기도 하여 적당하게 강약을 조절해 주어서 좋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기백산 능선과  거망산능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예전에 해병대부부와 저 능선을 한 바퀴 돌았었다.

그때는 모두 산에 미쳤기 때문에 힘들어도 그 고통 자체가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든든했던 해병대부부가 도통 함께할 생각을 않는다.

꼭지와 둘이서 산에서 죽으라는 건지 전화하면 맨날 아프단다.

 

 

 

그러고 보니  

어디든지 묵묵히 함께해주는 꼭지가 제일 고맙다.

 

 

 

 

<거망산-월봉산 갈림길인 큰목재의 이정표>

 

 

 

가야할 월봉산이 지척이다. 

앞에 바로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줄 알고 힘들게 올랐는데 아니었다.

헬기장이었는데 진짜 정상은 그 뒤에 있었다.

그때의 허탈감이란..

 

 

 

금원산이 꼭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빙그시 웃는듯 하다.

"뭐가 그리 힘들어~~?"

늘 고통스런 걸음걸이.. 꼭지에게 산행은 무엇일까?

언덕길은 조금만 경사가 있어도 힘들어한다.

그뿐이 아니다. 산행거리 10km만 넘어서면 체력이 소진되기 시작한다.

다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 나중에는 더 이상 못가겠다며 버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내리막길에서는 총알처럼 사라지는 꼭지..

 

 

 

큰목재를 내려서니 4거리 안부다.

지도상 고개이름은 없으나 서상면 상남리로 이정표가 붙어있다.

리본도 많이 걸려있는 것을 보면 산꾼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 같다. 

 

 

 

월봉산 오름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낯 익은 산세가 시야에 들어온다.

가스가 차서 조망이 흐렸지만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 마치 바다위의 섬 같다.

지리산!!

언제 불러보아도 정겹고 기운찬 이름이다.

  

 

 

덕유환종주의 호음산 방향

산불경방이 풀리고 덕유산 철쭉이 절정일 때 쯤

 저 능선을 걸어보리라.

 

 

 

수망령에서 월성리로 이어지는 임도와 금원산

 

 

 

월봉산에서 바라본 금원산

정상석이 두 동강이 난 것을 누군가 붙여놓았다.

 

 

 

월봉산에서 바라본 백두대간 백운산 방향

 

잠시 상념에 잠겼다.

제 작년 여름에 지나온 대간마루금이다. 지리산에서, 봉화산에서, 백운산에서..

계속 빗속을..

육십령까지 진행하는동안 흐림과 비의 연속, 하여튼 우중충한 대간이었다.

만복대구간에서는 날씨가 좋은 대신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서 더워서 혼줄이 났다.

고기리를 지나 수정봉 능선에 붙으니 온도가 30도? 세상에~ 산길이 그렇게 더운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길을 같이 걸어온 꼭지가 대견하다.

 

 

 

월봉산을 내려서니 기암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낸다.

 

 

 

가야할 칼날봉과 남덕유산, 삿갓봉..

꼭지는 지금 어떤 생각으로 저 능선들을 바라볼까? 

ㅋㅋ.. 빨리 하산했으면 하는 생각 뿐일 것이다. 꼭지다운 생각..

 

 

 

 

 

 

북사면의 빙판길..

아지젠을 가져갔지만 거리가 짧아서 그냥 지나가자 했는데

꼭지가 그만 엉덩방아를 ㅇㅇㅇ

아이젠 안신겨 줬다고 왜 나한테 화풀이를..ㅠㅠ

 

 

 

우측으로 육십령 고갯마루가 보인다.

제 작년, 육십령휴게소에 들러서 아주머니(?)께 막걸리부터 한병 달라고 했다.

육십령휴게소 막걸리를 먹어야지 일병진급을 시켜준다기에..

 

 2007. 9. 30. 그래서 꼭지와 대간일병 진급을 했다.

지금은 말년병장이라며 아무도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 일병(?)이었던 그때가 그립다.

일병 진급하고 났더니 대간선배들과 지인들이 많은 격려와 용기를 주었었다.

 

 

 

암릉을 타는 재미가 솔솔하다.

덕유산을 가슴에 품고 가는 느낌이다.

 

 

  

 

 

암반 위에는 로프도 없고.. 바위틈새로 바짝 업드려 기어가야 하는데

 ㅋㅋ.. 꼭지가 요렇게 건너오라며 시범을 보인다.

신기하게도 대간을 하고부터 꼭지의 달라진 모습이다. 간이 쪼매 커진것 같다.

 

 

 

칼날봉능선은 음지인 월성재와 일직선상에 있다.

좌측은 남덕유산, 우측은 삿갓봉이 떡 버티고 있어서 묘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우회길이 없어서 무조건 바위를 타 넘어야 하는 구간이다.

로프도 없다. 약간은 까다로웠지만 꼭지가 잘 넘었다.

 

 

 

뒤돌아본 월봉산, 북사면에는 아직도 잔설이 하얗게 보인다.

 

 

 

칼날봉이 위용을 들어낸다.

 

 

 

 

겨울 산수국?

 

 

 

칼날봉에서 바라본 할미봉

 

할미봉이 볼록 고개를 내민다. 

겨울철 할미봉의 로프구간은 무척 위험하다.

그래도 대야산 로프구간보다는 낫겠지만..

제작년 할미봉에서는 꼭지가 발을 헛디뎌 절벽으로 떨어질 번 했다.

그때는 참으로 아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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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사진은

백두대간 할 당시의 할미봉과 대야산의 로프구간을 내려서는 꼭지

 

 

<2007. 10. 14. 08:25 할미봉 로프구간>

 

 

 

<2008. 3. 9. 16:04 대야산 로프구간>

 

 

칼날봉을 우회하는 북사면에는 잔설이 얼어 미끄러웠다.

하지만 급경사 구간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진행하기는 좋았다.

 

 

 

 

송곳니 처럼 오똑 솟은 칼날봉을 뒤로하고

경사면을 내려서니 꼭지의 뒷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내려갈 때는 휑~~ 하며 사라지는 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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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이어가야할 남령재에서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잿빛 능선이 부드럽다.

하지만 무박으로 진행한다면 저 오름길이 무척 힘들게 느껴질 것 같다.

 

 경방이 해제되면 덕유산에는 봄기운이 가득할 것이다.

그 때가 기다려진다.

 

- 끝 -

 

 

 

<수망령에서 남령까지 산행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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