縱으로 보는 느끼는 새로운 운악산 

 

(정상 옆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우측 정상과 좌측으로 이어지는 청학사 능선)


- 운악산의 개요

운악산은 경기도 가평군과 포천군의 경계에 있는 높이 935.5m의 산으로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5악에 속하는 산이다. 현등산(懸燈山)으로 불리다 주봉인 망경대의 모습이 구름을 뚫고 하늘높이 솟아 있다하여 운악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백운산, 국망봉,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상의 산으로, 산 전체가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밑에서 쳐다보면 상당히 아찔하게 보인다.

바위산답게 폭포가 많아 무지치폭포, 소꼬리폭포, 백년폭포 등 다양한 폭포가 산재되어 있다. 특히 무지치폭포는 높에 30m 폭 40m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폭포로 겨울철이면 빙벽훈련 장소로 이용되는 곳이다.

그리고 역사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는 산으로 신라 때 창건된 현등사를 비롯 궁예와 괸련된 대궐터, 궁예성터 및 민영환바위 등이 유명하다.


 

〈산행 개요〉

 

- 산행일 : 2006. 4. 9(일) 맑음

- 산행자 : san001 등 22명

- 산행요약

■ 코스 : 노채고개~원통산~운악산~절고개~철암재~아기봉갈림길~47번구도로

■ 거리 및 시간 : 산행시간 5시간15분, 총시간 7시간11분

■ 구간별

청계약수터~(9분)~노채고개~(9분)~첫봉우리~(23분)~원통산~(18분)~노채고개(지형도)~(9분)~사거리안부~(75분)~바위(사모바위형태)~(30분)~위험구간갈림길~(27분)~능선~(5분)~애기봉~(7분)~운주사갈림길~(9분)~운악사~(6분)~헬기장(공터)~(13분)~절고개~(16분)~철암재~(18분)~아기봉갈림길~(9분)~649봉~(20분)~군부대울타리~(12분)~47번 구도로

(출처 : 진혁진의 백두대간과 산행정보)

 


〈산행기〉

 

운악산의 웅장함을 느끼기 코스를 따라

 

경기 오악(五岳)의 하나인 운악산.

47번 국도상에서 보면 그 명성에 어울리게 산세가 상당히 웅장하고 산의 빛깔부터 다르다.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느껴지는 대단한 산이다.

운악산 산행은 대체로 주능선 서쪽의 포천 운주사 방향 또는 동쪽의 가평 현등산 방향에서 이루어진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이어지고,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기암과 병풍바위가 펼쳐져 타는 재미와 더불어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최고의 코스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산이 그렇듯이 산행을 하다보면 그 산에 파묻혀 그 산 전체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전경을 찾기가 어렵다. 운악산에서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산행이 남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르는 산행이다. 동서코스에 비해서 재미를 떨어지지만 운악산의 거대함과 3차원적인 운악산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다. 이 코스의 접근 방법은 한북정맥길을 따르는 것이다. 들머리가 발달되지 않아 그나마 잘 알려진 노채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상의 추가령에서 시작하여 한강 남단의 장명산(파주)까지 이어지는 능선이다. 북한땅, 군사지역 등 갈 수 없는 구간을 제외하면 실제 산행은 수피령에서 시작하여 장명산까지 약175km 구간이 가능하다. 보통 10구간으로 나뉘어 산행이 이루어지지만 정답은 없다. 각자 능력과 취향에 맞게 조정이 가능하고 같은 구간이라도 사람마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경우도 많다.

이번 산행은 노채고개에서 운악산을 거쳐 47번 국도상의 아리랑고개로 하산하는 일명 5구간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북정맥 구간 종주라는 의미보다는 운악산을 가기 위한 새로운 코스라는데 의미를 둔다.

남북에서 느끼는 운악산...

橫(평면적)으로 보는 운악산보다 縱(입체적)으로 보는 운악산을 느끼고 싶은 욕구이다.


 

원통산에서 운악산 바위구간 시작되기 전까지의 편안한 길 

 

원통산과 운악산을 구분할만한 큰 경계는 따로 없다. 굳이 구분하자면 원통산에서 약30여분 걸어가 만나는 사거리안부(포천 영선동 갈림길). 산이라 하면 고도의 차별성이 있어야 되는데 거의 완만한 수준이다.

능선길은 운악산 바위구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지만 대체로 부드럽다.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넘나들지만 큰 고도 차이는 없이 완만한 오름으로 이어져, 바위구간이 나타날 무렵이면 높게만 보였던 운악산이 어느덧 가까운 위치에서 불쑥 나타난다. 

 

청계약수터 (09:13)

힘들게 찾아가던 47번 국도가 훤히 뚫리니 노채고개까지 상봉역에서 한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가히 상전벽해이다. 들머리인 노채고개는 포천군 일동에서 가평군 현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지방도상에 있다. 한창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노채고개 아래에 있는 청계약수터에서 하차를 한다.

(청계약수터)

 

노채고개 (09:22)

정리되지 않은 황량한 길을 따라 10분 오르면 노채고개. 능선 양쪽 사면은 움푹 파여진 절개지. 노채고개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따로 없다. 돌과 흙이 흘러내리는 사면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노채고개)

 

첫봉우리 (09:31)

절개지를 올라서면 예전 등산로를 만난다. 여전히 가파르지만 절개지의 힘겨움이 끝나 마음은 편안하다. 잠시 오르면 첫봉우리. 이제부터는 그런대로 무난한 길이다.

 

원통산 (09:54)

원통산은 삼각점이 있는 평범한 봉우리.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며 뾰족하게 솟아오른 청계산과 길매봉 너머 명지산이 고개를 내민다.  

(원통산에서 바라보는 중앙의 청계산과 우측의 길매봉)

 

(원통산을 내려가면서 바라본 웅장한 운악산)

 

노채고개 (10:20)

원통산을 약20여분 내려오면 지형도상 노채고개이다. 사람들이 다닌 자취가 상당히 오래된 듯 낙엽이 수북하다.

 

사거리안부 (10;29)

운악산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두 번째 고개로 사거리 길 흔적이 비교적 뚜렷하다. 운악산과의 경계라 할 수 있는 지점이다.

 

슬슬 나타나는 바위지대

사거리안부를 지나면 완만한 오름길이 지속된다. 능선 주위에는 소나무들이 많아 걷기에 시원시원하다. 가끔 청계산 일대가 시야에 들어오지만 대체로 전망은 좋지 않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능선상의 좁은 평지에 어렵사리 자리를 편다(11:33/12:23). 뒷풀이가 소갈비로 예약이 되어있어도 점심상은 여전히 푸짐하다. 미니버스를 무료로 빌리는 조건으로 이동갈비 식당을 예약하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부드러운 능선길)

(한결 가까워진 운악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 여기를 지나면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운악산의 진면목을 맛보며

 

바위지대를 지나면서 산행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타는 재미와 더불어 보는 재미가 듬뿍 느껴지는 길. 곳곳의 전망바위에서는 숨겨진 운악산의 진수가 펼져진다. 이런 길은 운악산 정상을 지나 절고개까지 이어진다. 

 

사모바위 형태의 바위 (12:42)

운악산이 가까워지며 경사가 서서히 급해지며 전망이 좋아진다. 원통산을 출발할 때만 해도 한없이 높아보였던 운악산도 이제 그리 높지도 않고 멀지도 않다. 출발하면서부터의 궁금증. 도대체 위험구간은 언제 나타나는 것인가.

시야가 훤히 트이며 나타나는 거대한 바위. 마치 북한산의 사모바위를 축소한 형태와 비슷하다.

(바위가 나타나는 능선길)

(사모바위 바위 근처에서 바라본 정상으로 가는 길)

(지나온 능선길, 좌 중앙이 원통산이다)

(포천 방향의 전경)

(바윗길)

(되돌아본 사모바위 형태의 바위)

 

고사목 (13:06) 

바윗길이 많아지면서 걷는 재미가 좋다. 고사목 일대는 전망지대. 지나온 능선길이 벌써 아득하고 능선 주위의 전경도 예사롭지 않다.

(고사목)

(고사목 근처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길)


(가야할 능선길)

(줌으로 당겨본 사모바위 형태의 바위)

(포천 방향의 바위지대)

 

위험구간 갈림길 (13:12) 

드디어 한북정맥 구간 중 가장 위험하다는 암릉구간 직전 갈림길에 도착한다. 여기서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은 안전장비를 갖추어야 하는 위험구간이다. 암릉 우측사면을 따라 가는 우회로가 있다.

이 위험구간이 있는 바위지대를 병풍바위라고도 불린다. 즉 가평쪽 병풍바위와 다른 또 하나의 병풍바위다. 병풍바위의 위용은 반대편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잘 바라볼 수 있다.  

장비를 갖춘 몇 명을 제외하고 우회로로 향한다. 한동안 밑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른다. 암릉 우측 사면 역시 상당히 가파르다. 안전을 위해 가는 길이지만 이 길도 다듬어진 길이 아니어서 좁고 거칠다.

밑에서 바라보면 직벽 암릉의 높이는 아찔할 정도로 높다. 마지막 암릉에서 앞서간 다른 팀이 길을 못 찾고 헤매는 모습이 상당히 위태롭게 보인다.

(갈림길 근처에서 바라본 좌측 위험구간 일대와 우측 정상 방향)

(우회길)

(우회길에서 올려다본 좌측 위험구간 암벽)

(우회길)

(우회길에서 올려다본 가장 위험한 구간, 중앙의 봉우리를 내려오는 길이 위험하다)

 

능선 (13:39/13:54)

암벽구간을 우회하여 능선에 다시 오른다. 거리로 보면 암릉구간이 훨씬 가깝지만 아직도 일행들이 오려면 멀었다. 생각보다 위험한 듯하다. 암릉구간을 지나온 바위산님에 의하면 안전장비를 확실히 갖추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덕분에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을 여유 있게 즐긴다. 특히 가평 방향의 미륵바위와 쌍둥이처럼 닮은 바위가 이채롭다.

(능선에 올라 건너다 본 중앙의 병풍바위 전망대)

(뭉뚝하게 보이는 정상)

(정상에서 좌측으로 흘러내린 능선)

(위험한 암릉구간인 병풍바위의 동쪽 사면)

(기암, 가평쪽 미륵바위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아기봉 (13:59)

아기봉은 봉우리가 아니라 거대한 바위.

(애기봉, 봉이라보다는 바위이다)

(되돌아본 좌중앙의 애기봉)

(애기봉에서 우측으로 흘러내린 바위사면)

 

운주사 갈림길 (14:06)

119 4-6(서봉)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이 운주사 갈림길이다. 운악산 산행의 가장 고전적인 길이다.

 

운악산 정상 (14:15/14:40)

삼각점이 있는 운악산 정상은 포천군과 지형도상의 정상이다. 가평과 경계를 이루는 운악산의 정상을 가평군에서는 정상에서 약6분 떨어진 헬기장이라 주장한다.

정상은 또한 청학사로 가는 갈림길. 정상에서 약50m 떨어진 만경대를 거쳐 청학사 방향으로 하산이 가능하다. 청학사 길은 가평에서 미륵바위로 올라오는 능선길과 더불어 운악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길이다. 그런데 각종 운악산 지도를 보면 이 길을 정확히 표시한 지도를 거의 볼 수 없으니 어찌된 일인지.

암릉길에서 늦어지는 일행들이 있어 하산코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원래대로 한북정맥길을 따르기로 한다. 다음 구간을 생각하면 어쩔 수가 없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기봉, 우중앙의 쌍봉우리 근처가 한북정맥 갈림길이다)

 

헬기장, 공터 (14:46)

헬기장은 가평에서 정상으로 생각하는 봉우리이다. 운악산 정상에서 보면 헬기장이 더 높이 보이는데, 헬기장에서 보면 정상이 더 높이 보인다. 참으로 묘한 눈의 착각이다. 헬기장에서 보면 청학사 능선길의 좌측 바위사면이 상당히 아찔하다. 

(가평군에서 정상으로 생각하는 헬기장) 


대원사능선 갈림길 (14:50)

이 갈림길은 포천 방향의 대원사계곡으로 가는 짧은 지능선을 타는 아름다운 길이다. 알려지기는 절고개길이 더 유명하지만 대원사길은 계곡에 파묻혀 재미가 전혀 없다.

 

절고개 (14:59)       

절고개는 현등사와 대원사로 가는 사거리 갈림길. 원점회기를 하는 등산객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하는 길이다.

(절고개로 가는 도중 좌측으로 보이는 남근석)


 

망가지는 운악산의 아픔을 바라보며

 

철암재 (15:15)

철암재는 운악산과 아기봉(악귀봉)의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사거리안부이지만 좌우길은 길 흔적이 뚜렷하지 않다. 우측으로 가면 대원사로 하산이 가능하다.

 

한북정맥과 아기봉 갈림길 봉우리 (15:33/15:43)

아기봉으로 향하며 운악산의 거대한 산세가 북쪽 하늘을 가득 채운다. 한편으로는 한쪽 기슭이 완전 파헤쳐진 채석장이 나타난다. 채석장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렇게 흉물스럽게 망가지고 있는 걸 꿈에도 생각 못했다. 명산일수록 바위가 많고 바위 질이 좋은 건 당연하겠지만 좋은 바위 찾아 채석장이 생기면 어찌 감당하겠는가. 멀리서 보아도 푸른빛을 띠우는 바위가 신음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혹시 악귀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기봉이 이런 미래의 안타까운 일을 예측이라도 한 것이 아닐까.  

갈림길 봉우리는 시원한 전망바위. 아기봉이 지척에 있다. 여기서 암릉팀을 다시 만난다.

(흉물스럽게 파해져진 채석장)

(우측 운악산정상과 좌측으로 이어지는 청학사 능선)

(갈림길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좌측 아기봉)

 

부대 울타리를 따라 47번 구도로로 (16:24)

하산하는 길은 능선폭이 좁고 상당히 가파르다. 헬기장(15:49)을 지나 봉우리(649봉)을 지나면 본격적인 내리막길. 약30분 내려오면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난다. 능선의 줄기는 군부대로 이어진다. 울타리 옆을 따라가는 좁은 길은 마지막에 능선을 벗어나 47번 구도로 내려선다. 

(군부대 철조망)

(구도로와 만나는 날머리)

 

완전한 줄기를 타기에는 위험구간 및 군부대 등 여러 가지 여건이 가로막지만 그냥 산이 좋아 가는 만큼 꼭 날등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군데군데 조각나듯 다녀온 한북정맥을 처음으로 한 구간 제대로 탓지만 운악산을 남북으로 산행하였다는데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새로운 방향에서 시작하므로 운악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