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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머리재 안부에서 본 천왕봉

 

6월15일 08:30

개인택시 기사를 앞세워 산청읍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는 지곡사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라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그늘진 자리에 차를 파킹해 놓고 택시에 배낭을 옮겨 싣고 밤머리재로 행했다.

 

산청에서 대원사방면으로 향하는 포장도로는 굽이굽이 돌아 고도를 높여간다. 도로변 단풍나무 가로수의 무성한 자두색잎이 가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웅석봉의 가을은 정말 좋다”는 기사 아저씨의 말에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초여름 이른 아침 지리산 풍경은 그냥 “좋다”는 말 밖에..  밤머리재를 넘는 도로변 풍광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닿는다.  메타를 가리키며 16,000원 나왔다고 하여 20,000원을 지불하자 밝은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상큼한 하루의 출발이다. 

 

 밤머리재

 

지리산 천왕봉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이곳 밤머리재에서 고도를 낮추다가 북동으로 솟아 경호강으로 떨어진다. 재를 넘으면 홍계계곡을 거쳐 대원사 방면이다. 밤나무가 많았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인 밤머리재엔 승용차 50여대나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개인이 운영하는 간이매점이 있어 간단한 요기를 하거나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능선 초입 오름

 

09:12

주변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나무토막 받침을 밟으며 능선을 오른다. 등산로는 미끄럽지 않고 오히려 폭신한 감으로 한결 편하게 느껴지고 자양분을 흠뻑 머금은 녹음이 왕성한 생명력을 키워간다.

 

 연초록 등산로

 

15분을 된 비알을 치고 오르니 첫 안부에 닿고 다시 15분여를 지나니 도상에 삼거리로 표시된 곳에 닿는다. 어제 종일 내린 비 때문인지 가을처럼 청명한 하늘엔 구름이 모였다 흩어진다.

 


 천왕봉

 

헬기장을 지나고 암릉을 넘으니 평탄한 능선길이 남으로 이어진다. 우측 어깨 너머 천왕봉은 구름속에 가렸다 나오기를 반복하고 경호강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능선 끝에 솟은 헌걸찬 저 봉우리가 웅석봉인가?

 

 암릉에서 본 웅석봉

 


 왕재 이정표

 

10:55

왕재 이정표엔 해발 925미터, 밤머리재 3.3킬로, 웅석봉 2킬로, 선녀탕 2킬로로 표기되어 있다. 사진을 찍고 풍광을 즐기며 쉬엄쉬엄 3킬로 능선길을 지나 왔다.


 

휴식을 취하고 약간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자 전망 좋은 안부가 나타난다. 지곡사 주차장과 저수지가 손에 잡힐 듯하고 밤머리재를 넘는 도로와 지나온 능선은 한눈에 들어온다.

 


 능선에서 본 지곡사 저수지

 

 

 능선길 

 

능선에 이는 산들바람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히고 녹음 짙은 숲 속엔 청아한 목소리의 산새들이 반긴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느끼는 이 순간의 감흥을 어찌 말로 글로써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헬기장 이정표

 

11:45

웅석봉 300미터 못 미쳐 헬기장이 나타난다. 청계계곡 방면 50미터 지점에 우물이 있다는 이정표에 따라 비탈길을 내려서니 너덜에서 맑은 물이 콸콸 쏟아진다. 항아리형 석재를 받쳐 놓고 목재로 뚜껑까지 만들어 덮어 놓았다. 높은 산 정상부근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정상아래 우물

 

잠시라도 손을 담그면 시릴 정도의 찬물이 청량감을 더하고, 바가지로 떠 마시던 산동무도  “우째 이리 잡내 하나 없이 물맛이 좋노”하며 감탄한다. 샘터 옆에 자리를 펴고 간단히 요기를 한 후 남은 식수를 모두 버리고 빈병에 새 물로 갈아 채운다. 2리터 피티병까지 가득..  

 

 정상앞 쉼터

 

12:45

샘터에 앉아 1시간 가량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10여분 오르니 곰 형상이 새겨진 정상석 앞에 선다. 곰이 놀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곰바위”는 사방 거침없는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 정상석 바로 아래 경호강을 굽어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마루엔 먼저 도착한 산객들의 즐거운 식사가 한창이다. 

 

경호강과 고속도로 조망

 

돌아보니 지나온 능선이 가파르게 펼쳐지고 밤머리재에서 왕등재-하봉-중봉-천왕봉을 잇는 백두대간 끝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동편 정면에 황매산이 마주하며 솟았고 발아래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경호강이 사이좋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보다 더 멋진 조망이 또 어디 있으랴..


 

정상에서 북동으로 내리마을(중간 십자봉에서 성심원 방면), 동남으로 능선 따라 어천마을, 헬기장에서 청계계곡 방면과 달뜨기능선, 그리고 밤머리재로 돌아가다  왕재에서 선녀탕을 거쳐 지곡사로 하산길이 열려 있다.

 

 바위밑에서 솟는  물줄기

 


 

13:20

비경이 널려 있다는 선녀탕 방면으로 하산 길을 택해 걸음을 재촉하니 30여분 만에 왕재에 닿는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물기 머금은 길이 미끄러워 방심하면 미끄러져 엉덩방아 찍기가 일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20여분을 내려오니 갑자기 어디선가 쏟아지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주변을 들러보니 바위 밑에서 커다란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콸콸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지표수가 모여 물줄기가 되고 이 물줄기들이 합해져 계곡수로 채워진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인데 물줄기가 스며든 흔적 없이 바위 밑에서 갑자기 이렇게 큰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다니.. 어제 내린 비 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무명 폭포

 

웅석산 기슭 곳곳에 이렇게 솟구치는 수맥이 얼마나 산재해 있는지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곡수는 웅장한 소리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져 내린다. 수십 길의 폭포가 녹음에 가려 있고, 청정 계곡수를 담은 소와 담은  수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산딸기

 

 심적사 앞 소류지

 

선녀탕을 마지막으로 곰골은 끝이 나고 콘크리트 임도가 나타난다. 길 가장자리엔 빨갛게 영근 산딸기가 지천으로 널려 새콤달콤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심적사 앞 소류지를 지나 지곡사에 들리니 인적은 없고 종각에 걸린 범종만이 덩그렇게 절을 지키고 있다.

 

 지곡사에서 본 웅석산

 

지곡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에 떠오른 해가 웅석산 능선으로 기울어지고, 물안개 피 오르던 저수지 가엔 이름모를 꽃들이 산객들의 즐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화사하게 피어 반긴다.


 천혜의 자연이 준 풍요로운 산골에 안주할 꿈을 꾸면서 여유 있는 곰바위산 산행을 마감했다.

 

 

 산행기는 "바다산골"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