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개울과 조망이 좋은 운장산에 올라


 


언제 : 2004년 5월 16일  날씨 : 맑음  기온 : 15∼22℃
산행 거리 : 6.6km  산행 시간 : 4시간


 


<산행 경로>


 































09 : 50


운장산 산장(주차장)


11 : 41


상봉 운장산(1,125.9m)


10 : 30


오르막 급경사길


12 : 26


서봉(1,122m)


10 : 50


조망터


12 : 58


활목재


11 : 13


구봉산 갈림길


13 : 43


유스 호스텔


11 : 17


동봉(1,127m)


13 : 55


운송정(주차장)







 


 


"登山을 스스로 택하는 사람들은 눈에 띄지는 않지만 精神的인 면에서 귀하고 좋은 것을 많이 얻는다. 浩然의 氣를 맛보고, 아름다움을 보며, 滿足과 많은 敎訓과 安息과 健康을 얻는다.
 또 登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積極的이고 克己할 줄 알며 進取的이고 참을 줄 알며, 어려움을 무서워하지 않는 氣質도 조금은 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집안 일을 훌훌 털고 나서는 果斷性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할 일이 없고 浪費하며 사치스럽다든지 또 危險하고 家庭을 소홀히 하며 山을 훼손한다는 등의 비난도 있으므로 명심해야 한다."
                                     - 김홍주의 "아름다운 산"에서 -


 


운장산(雲長山)은 산지와 평야의 경계에 있고, 운장에서 발원하는 주자천 골짜기가 운일암 반일암을 만들어 예로부터 이름난 곳이다.
 운장은 명산의 3대 조건이라는 산상(山相)과 조망(眺望)과 계곡(溪谷)이 매우 훌륭하고 동서 양봉이 우뚝하다. 또한 능선의 길이가 길고 두 봉우리의 밖이 칼로 자른 듯 비탈져 있어 생김새가 무척 아름답다.
 특히 산의 높이가 주변에서 가장 높고 평야 지대의 중간에 있어 조망이 매우 훌륭하다. 



 



 요즘 자주 내린 비 때문인지 운장의 주변은 온통 초록의 무진장이다. 싱그러운 솔 향과 개울물 소리 그리고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산을 찾는 나그네를 반긴다.
 운일암 반일암 계곡을 지나 대불리 외처사동을 거쳐 다다른 내처사동은 엄청나게 큰 운장의 그늘 아래 너무도 조용하다.
 산객을 반기는 운송(雲松)의 자태는 속리산의 정이품송을 보는 듯 신비롭다. 몇 개의 가지가 고사했지만 오랜 세월의 풍파를 이기고 올곧게 서있는 모습에서 의연함을 느낄 수 있다.


 


 운장산에는 절이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언지 알 수 없지만 김홍주님의 글을 인용한다면 운장 주변의 지명이 주천(朱川), 정천(程川), 안천(顔川) 등 유학의 태두인 朱子, 程子, 顔子의 성씨를 딴 지명이 많고, 옛날 구절산(九折山)이라고 불리던 것이 조선 선조 때의 宋九峰 선생이 운장에서 유배 생활을 한 까닭으로 그의 호를 따서 雲長이라 부르게 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운장산 산장과 송어 양식장을 지나 산길을 오르는데 산 닭이 병아리 떼를 이끌고 바위틈을 이리저리 헤매며 야외 학습을 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예전에는 자주 보던 모습이지만 근래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아마도 다음 세대의 어린이들은 닭이 병아리를 어떻게 키우는지 상상하기도 힘들 것이다.
 운장의 큰 보따리 속으로 기어들어 감은 엄청난 숲으로의 묻힘을 의미한다. 아직은 덜 때묻고 사람의 흔적이 적어서인지 숲의 기운과 운기는 살아 숨쉬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끼 낀 바위와 커다란 나무들 그리고 우거진 숲은 산객의 몸뚱이를 사정없이 작게 만든다.
 30여분을 오르니 엄청난 급경사 너덜이 반긴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다가서는 급경사는 거친 호흡을 요구하고, 온몸의 묵은 찌꺼기를 사정없이 배출시킨다.
 산죽과 너덜이 반복되는 언덕을 올라 커다란 바위에 오르니 주변이 열린다. 주봉에서 새끼친 능선 자락이 대불리를 향하여 뻗고 저만치 금남 정맥의 긴 흐름이 빤히 보인다.


 



 
 


8부 능선을 지나 조금 더 땀을 흘리면 안부에 도착한다. 몇 사람을 만나며 주변에 아무 것도 표시되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별 수 없이 지도에 나침반을 펴놓고 방향과 위치를 확인하니 동봉이 지척에 있고 서봉이 저 멀리 모습을 보인다.


 




 산죽을 헤치고 20분을 더 오르자 드디어 이정표가 나타난다. 운장산 0.7km 내처사동 2.3km 복두봉 5.1km 구봉산 7.8km. 이 곳이 동봉과 구봉산 방향을 가르는 갈림길이다.
 그러므로 구봉산 방향으로 종주를 하려면 산행을 시작한 내처사동에서 유스호스텔 쪽으로 더 가거나 아니면 피암목재에서 활목재를 거쳐 서봉-운장산-동봉-복두봉-천황봉-구봉산으로 산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종주 산행에 대한 지형 파악을 끝내며 봉을 오르니 주변이 확 열리고 능선의 수려함이 산줄기를 연결하여 아름답다.
 



 



 쇠막골, 학동골, 갈거 계곡의 쭉 뻗은 흐름이 멋있고 구름이 걸려 있는 복두봉과 구봉산 천황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암봉에 올라 주변의 경계를 조망하니 산 기운이 온몸에 스미는 듯 하다. 정말 기를 받는 다는 느낌이 거짓이 아님을 오늘 운장에 올라 느껴 본다.
 동봉 표석을 확인하고 지도를 보니 산의 높이가 서로 틀린다. 지도에는 1113.3m라 표기되어 있는데 표석에는 1,127m로 적혀 있다.
 산에 다니며 애매하게 혼동되는 것이 산의 높이인데 이곳 표기도 확실하게 하도록 관계 기관에 건의해야겠다.


 



 


 동봉에서 보는 운장산 상봉과 서봉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동봉과 서봉에서는 각기 남북으로 산줄기가 뻗어 나가고 있는데 그 양 산줄기 사이에 긴 골짜기를 이뤄 북쪽은 주천면 대불리를 이루고, 남쪽으로는 부귀면 황금리가 되고 있다.
 동에서 뻗은 산줄기는 복두봉과 구봉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북으로 내달려 명도봉을 솟구치고 좌우에 치리미 계곡과 답박골을 이룬다. 이 치리미 계곡 끝이 운일암 반일암이다.        
 서봉에서 뻗어나간 산줄기는 연석산과 만덕산을 일으키고 모악산과 내장산으로 이어 달린다고 한다.


 



 


 상봉에 오르는 길은 매우 험하다. 아마도 운장산을 오르며 로프에 매달려야 하는 유일한 구간인지 모른다.
 하지만 어렵게 오른 운장산 상봉은 남면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데 동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의 조망을 감상하는데는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그름에 가리워 잘 보이지 않지만 날씨가 맑으면 민주지산과 황악산 그리고 적상산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구름에 가리웠지만 덕유산 능선과 남덕유 그리고 지리산 천왕봉의 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
 특히 상봉에서 보는 서봉의 바위 모습은 일품이다. 운장산에 관한 홍보물이나 또는 책에 나와 있는 사진은 아마도 이 상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봉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상봉에서 서봉에 이르는 길에 두 개의 문 모양으로 갈라진 바위를 지난다. 서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약간의 내리막을 돌면 상여바위가 나타난다.


 



 



 바위 틈새에는 새우난과 소담스런 이끼들이 지천이다. 넓은 능성이에 바위와 원추리 그리고 조릿대 밭이 번갈아 있는데 싱그러운 산의 기운을 또 느끼게 한다.
 대불리 사람들이 상여바위라고 말하는 바위는 제법 큰데 왜 상여바위라 하는지 그 모양으로 봐서는 실감나지 않는다.
 다만 침니와 제단 같은 바위가 있어서 그렇게 부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봉은 높이가 1,122m로 세 봉우리 중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봉을 지나며 금남 정맥이 이어지며 상봉과 동봉을 잇는 운장 산맥의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가장 유명하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연석산과 능선이 남으로 이어지며 금남 정맥을 흐르게 하고, 북으로 활목재와 피암목재 그리고 외처사동 뒤편을 연결하며 멀리 배티재로 흐름을 계속한다.


 



 



  봉화대와 암반으로 이어진 오성대로 나아가 남쪽 절벽에 서면 그야말로 발아래 황금리가 멋있게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여기에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상봉과 능선에서 보면 참 아름답다.
 저 아래 펼쳐진 초원의 향기와 능선의 멋진 조화를 절벽에서 감상하는 것은 산꾼만이 가질 수 있는 보람이리라.


 



 


 조망이 좋은 서봉에서 점심을 든다. 땀을 흘리고 능선을 타고 조망을 감상한 후의 식사는 여유 있다.
 느긋한 식사를 즐긴 후 활목재로 내려서는데 길이 몹시도 미끄럽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있어 매우 시끄럽기도 하다.
 특히 노후한 이정표가 땅에 뒹굴고 두 개의 엇갈린 이정표는 어느 것이 올바른 표지판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아직은 때가 덜 묻어 숲과 산록의 향기가 남아 있는 운장산이다. 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표지판과 안내판을 제공하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완주군과 진안군의 성의 있는 노력과 협조가 절실히 요구된다.
 멋진 운장의 긴 능선 길을 다듬고 가꾸어서 전국의 산꾼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난다면 관광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주민의 소득 증대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해 본다.


 



 


 활목재에서 왼쪽으로 계속가면 피암목재에 이른다. 이 길은 금남 정맥으로 이어지고 732번 지방도를 만난다.
 우리는 차가 있는 내처사동을 가기 위하여 운장산 유스 호스텔이 있는 독자동 계곡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간다.
 독자동 계곡은 동봉과 서봉의 가운데에 움푹 패인 계곡으로 숲이 무성하고 수량이 풍부하여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이끼 낀 계곡을 따라 30여분을 가니 군데군데 파헤친 곳이 즐비하다. 아마도 개발을 위하여 산을 자르고 터를 만든 듯 하다.
 운장산 유스 호텔이라고 쓰여진 건물이 보이고 길을 따라 많은 여름철 피서지 흔적이 여러 군데 보인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은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 받을 것 같다. 아마도 대전에서 1시간 거리에 이 정도의 피서지라면 충분히 대전 사람들도 많이 찾을 것 같다.


 



 


 운송과 운송정을 다시 만나니 하루의 산행이 너무 즐거워서 아쉽다.
 운장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또한 운장을 맞는 수문장으로 운송을 바라본다.
 개울에 발을 담그고 탁족을 한 후 머리까지 감으니 이 또한 최고의 피로 회복이다.
 너무도 개울이 아름답고 산의 모습이 수려하며 능선의 긴 이음이 뛰어나고 조망이 훌륭한 운장산을 산행함에 감회가 새롭다.


 




 
 귀로에 들른 운일암 반일암의 정경도 아름답다. 바위와 송림의 조화 그리고 개울의 흐름이 자연의 속내를 모두 내비치듯 흐르는 계곡의 경치가 못내 아쉽다.
 863m의 명도봉이 빤히 보이는 주양리를 뒤로하며 진악산과 대둔산을 거쳐 길을 달림이 신나다.
 정말 멋진 비 온 후의 값진 산행이었다. 시간이 되면 꼭 운장의 온 능선을 걸어 보련다.


 


<산행 거리>









   내처사동  -  구봉산 갈림길  -  동봉   -   운장산 상봉  - 서봉  -  내처사동

              2.3km                0.5km       0.2km             0.6km      3km  






▣ 이수영 - 정성이 가득한 멋진 산행기 잘 보고 갑니다. 늘 즐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