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암산 산행기(37)

 

 

‘십 년간 백 군데 산 찾아다니기 그 서른일곱 번째’

 

 

1. 송년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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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밤 늦게 새만금에 다녀 온 관계로 자고나자 산악회에서 가게 되는 전라도 운암산 산행 준비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예비 참가로 신청했기 때문에 자리가 있는지도 알 수가 없어 남보다 일찍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산행 일정에 의하면 이번 정기산행이 마지막이다. 다음 달에는 망년회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혼자 단독산행 하다가 산악회를 통해 동반산행 다닌 지 2년을 보낸 셈이다.

돌이켜보면 단독산행은 힘든 반면 동작 하나하나가 수채화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묻어나서 즐겁고 동반 산행은 다니기가 수월한 편이 돋보였다. 난생처음 기획한 십년동안 백산찾기산행계획은 이제 두세 번 더 가면 40회가 된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산행계획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 이번에 바꾸기로 했다. 처음에는 단독산행 100회를 계획했다가 동반산행하면서 단독산행 20회와 동반산행 20회를 한 후 이후에는 상황을 보아 조정할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40회까지 동반 산행이 끝나면 60회까지는 전국 오일장 부근 산행, 80회까지는 전국 외딴 섬 산행, 90회 까지는 전국 둘레길 산행, 100회까지는 나라밖 산행을 끝내면 십년 동안 백산 찾기라는 장기 산행계획은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 때 내 나이 예순 둘이 된다. 촌놈 세상에 태어나 이 정도 발발거리고 다니고 나면 후회는 없을 것 같다.

 

 

2. 운암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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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우여곡절 끝에 새로 마련한 14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지참했다. 어떤 제품이던 신제품을 사면 새로운 사용법 익히는데 젬병인 나는 이번에도 사용법을 몰라 용산 구입처에 몇 번을 들락거렸다. 전라북도 쪽 산행 기회가 별로 없어 11월에는 전북쪽으로 집중해 찾다보니 운장산, 장군봉, 운암산이 크게 보아 한 곳에 몰려있음을 알게 되고 지난번에는 장군봉을 다녀온 터라 산행지도를 보면서 이 부근에 또 오는구나 생각했다. 이 달 말 27일에는 새만금 월영산(대각산)에 갈 생각이니 이번 달에는 전라북도에서 내내 보내게 되는 셈이다. 산악회 회장의 고향방문 성격도 있어 현지 친구 분이 산행 안내에 나서고 하산 후 돼지도 잡고 홍어도 잡는다고 하여 회원들은 망향휴게소 아침 식사 때부터 그 때를 대비하여 식사량 조절에 나섰고 점심은 아예 적당히 굶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산 잘 타는 사람 보면 남은 잘 타는데 왜 나는 부실한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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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한동안은 꽤 가파르다고 생각했다. 줄 지어 산행 하던 중 힘들다고 쉬다보면 흐름이 끊겼다. 가다보면 바위산이 많이 나타났고 괜찮다 싶으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게을러지면서 위치와 시간을 체크하던 버릇이 없어졌고 바위산 넘어 바위산을 넘고 넘었다. 597미터의 산치고는 좀 험한 산인데 특히 내려올 때 신경을 쓰게 하여 브레이크 파열을 염려하는 트럭처럼 종종걸음으로 비탈길을 오래도록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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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갈치액젖

 

쟁반 십여 개를 주차장에 펼쳐놓고 한 쟁반에 네 명씩 둘러 앉아 삶은 돼지고기와 홍어무침을 놓고 막걸리와 소주를 많이 마셨다. 돼지고기 냄새에 인근 떠돌이 개 한 마리가 대여섯 마리의 새끼들을 데리고 나타나 던져주는 고기로 포식을 했다. 자식 키운 여자들은 모정에 울컥하여 한 첨씩 던졌고 남자들은 그 모습 보는 재미삼아 던졌다. 먹을 것 없던 시절의 기억이 뇌리에 얹어졌기 때문이다.

대충 하산주를 먹고 나자 세 시경 강경으로 이동했다. 나는 어릴 때 새우젓 장수를 좋아했다. 새우젓 속에 있는 잡고기 추억 때문이다. 품질이 강조되면서 새우젓에서 잡고기 보기가 어려워졌다. 새우젓 축제에 가면 살 수 있다는데 기회가 없었다. 먼저 차에서 내리자 그것부터 물어서 찾아가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 모습이 아니었다. 어딘가 흐물흐물한 것이 싫었다.

거기다가 누가 어디든 축제에 나오는 물건도 모두 중국산이라고 하여 찬물을 뒤집어 쓴 기분이 됐다.

대신 밖으로 나와 다른 곳에 갔더니 갈치 액젓을 짜고 있었다. 작년 김장할 때 처음 김장담그는데 참여했는데 매제가 갈치액젖 20만원 어치를 사다가 함께 넣어 올 일 년 내내 히트를 쳤다. 내가 봐도 확실히 맛이 있었다. 잘 떠드는 칠십대 아버지의 일 년 자랑거리가 됐고 이웃집에 자랑삼아 나눠 주기도 했다. 그 갈치젓이 내 가 보는 앞에서 기름 짜듯 흘러나오는데 냄새가 구수하여 잔뜩 구미가 당겼다. 그 때 마침 기품 있어 보이는 귀부인이 나타나 작년에 샀었다고 참 맛있다면서 십 킬로그램을 샀다. 나는 주인에게 다가사서 반도 살 수 있는가 물어 오 킬로그램을 이만 원에 샀다. 최근 배가 나온데다가 그것을 배낭에 넣어 둘러메자 앞뒤로 배불뚝이 되었지만 마음이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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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귀경

 

올라오면서 내년 일을 생각했다. 올해는 그런대로 가장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풀빵장사를 하더라도 월급쟁이는 하지마라는 친구 말에 공감한 해였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역동적인 한 해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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