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태풍 민들레의 영향권 안에 들어서기 시작한 어제(2003.7.4일)는 많은 분들이 산행계획을 취소해 한국의 명산들이 모처럼 편안한 휴일을 보냈으리라 생각됐습니다. 그제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굵은 빗줄기가 어제도 하루종일 이어져 산 독이 오른 산 꾼 들만 산을 찾았을 것 같아서입니다. 과천시 산악연맹의 용화산 산행에도 평상시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13 분만이 같이 했습니다. 그제 한북정맥을 종주한 저도 밤늦게까지 고민하다, 아침 6시에 주일미사를 올리고 조금 늦게 버스에 올랐습니다.

태풍의 북상으로 북설악의 신선봉을 오르기로 한 애당초의 계획을 바꾸어 아침 7시 15분 강원도 춘천시와 화천군을 경계짓고 있는 용화산으로 출발한 버스는 팔당댐, 청평댐, 의암댐과 춘천댐을 차례로 지나 화천에 이른 다음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9시 57분 용화산의 큰고개 마루에 도착했습니다.

10시 2분 해발 6백미터대의 고개마루를 출발하여 용화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우산과 우비나 방수복으로 무장한 일행들은 길을 따라 설치된 로프를 붙잡고 산 오름을 계속했습니다. 비가 내려 오름 길이 미끄러웠지만 출발 20분 후 모두 만장봉에 조금 못 미친 산등성이에 올라섰습니다. 양통개울의 계곡을 감싸고 있는 안개가 용화산의 신비감을 더해주었고 도봉산의 암벽들에 못지 않을 만장봉이 간간이 그 모습을 내보였지만, 전신촬영이 가능하도록 전부를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만장봉을 우측으로 끼고 돌며 하늘벽 옆으로 20분가까이 더 올라 다다른 산마루의 넓은 공터에 세워진 안내판에 따르면 정상이 50미터밖에 안 남았기에 잠시 숨을 고르고 안개로 흐려진 주위의 정경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고개마루에 다다르기 전에 길 우편의 가파른 직벽인 하늘벽을 내려다보자 현기증이 났습니다.

10시 42분 해발 878미터의 용화산 정상에 섰습니다.
표지석에 용화산의 산이름이 한자로 새겨져 있어 한글세대가 제대로 읽어 낼까 궁금했습니다. 표지석을 배경으로 한 커플에 기념사진을 찍어 드린 후 제 모습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안내판에 따르면 8.2키로만 걸으면 파로호에 도착한다는데, 이 절호의 기회를 접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출발점으로 되 내려가기가 아쉬웠습니다.

10시52분 정상에서 오른 길로 되돌아 하산 길에 들어섰습니다.
저희들처럼 산 독이 오른 분들을 몇 분 만났습니다. 그분들은 큰고개 마루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맞은 편의 양통교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 제 코스를 밟은 산 꾼 들이었습니다.

11시 23분 출발지로 되돌아 와 1시간 20분만에 산행을 모두 마쳤습니다.
이토록 편하게 산행을 일찍 마친 것은 2000년 3월 과천시 산악연맹의 산행에 참여한 후 처음이어서 당연 후속 프로그램이 이어졌습니다. 호반에서 매운탕을 먹기로 하고 버스를 파로호로 돌렸는데 유감스럽게도 음식점들이 문을 닫아 파로호 호변에서 매운탕을 들겠다는 계획을 바꾸어 오봉산 고개를 넘어 춘천호반으로 옮겼습니다.

13시 2분 춘천호반에 자리잡은 한 음식점에서 매운탕을 안주 삼아 반주를 즐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호반은 주위의 산들과 어우러져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 싶었고, 이를 편안하게 관조하는 저희들도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해 한껏 느긋해졌습니다. 14시45분 버스에 다시 올라 의암댐을 거쳐 등선폭포를 잠시 들렀습니다. 조심을 했는데도 철 계단을 내려오다 엉덩방아를 찧은 저는 산행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통증을 심하게 느껴 내일은 병원에 들를 생각입니다.

상경 길은 여전히 막혀 생각보다 늦게 과천으로 돌아와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어느 모임이든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이번 산행이 어려운 때에 산악회를 맡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시스템을 정립하고자 노력한 전임 회장의 노고를 기리는 산행도 겸하게 되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음을 말씀드리며,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