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덥던 여름이 무사히 지나가나 했더니 두 번의 태풍이 몰아쳐 농, 어민들의 마음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놓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파란 하늘이 산으로 오라고 손짓을 한다. 8월 1일 여름휴가 때 다녀 온 완도, 보길도의 전복양식장이 모두 파도에 휩쓸려 재기할 용기를 잃고 한숨만 쉬고 있는 어민들, 전복양식으로 부촌을 이루어 타지에 나갔던 젊은이 들이 귀향하여 희망에 들떠있었는데 하늘도 무심하다.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되면 얼만 간의 보상비를 받을 수 있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지난 8월 26일 고향에 다녀올 때만 해도 수확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복숭아 사과 배들이 떨어지고 비닐하우스가 망가졌다는 친구가전해주는 소식에 내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올해는 유난히 가뭄과 더위가 심한 한해였다. 누가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직장동료였던 친구가 용화산 등산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친구도 볼 겸 선뜻 약속을 했다. 오전 7시에 출발을 한다고 하여 6시에 전철을 타고 안양에 내려 산악회버스에 올랐다. 7시 20분에 출발을 하여 외곽순환도로와 춘천고속도로를 이용하여 가평휴게소에 도착했다. 다른 산악회와 달리 아침식사를 제공한다고 한다. 아침식사 대용으로 보통 떡이나 김밥이 고작인데 아침식사를 준다니 고마울 뿐이다. 다른 산악회 버스들도 주차장에 서있고 잔디위에는 많은 산객들이 아침식사를 하느라고 분주하다. 마치 피난 나온 사람들이 배식을 받고 아무데나 앉거나 서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산악회에서 나누어준 유인물을 보면 용화산은 파로호,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 등이 접해있어 호수의 풍광과 함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호반산행. 기암과 바위가 이어지는 바위산행으로 일품이고 아기자기하고 스릴 넘치는 등산로를 자랑하며 득남바위, 층계바위, 하늘벽, 만장봉, 주전자 바위. 작은 비선대 등 숱한 기암괴석과 백운대 깔딱고개 까지 있어 바위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있다.

 

  춘천시를 가로질러 용화산 방향으로 올라간다. 의암호수 위로 한가로이 떠있는 흰 구름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의 가을하늘은 정말 보기에 좋다. 원래는 「사여교」에서 출발하여 폭발물 처리장을 거쳐 큰 고개에서 우측으로 오르면 용화산 정상, 안부에서 합수머리 방향으로 하산하여 합수머리, 사여교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4시간정도 소요되는데 시간을 절약키 위하여 큰 고개입구까지 버스를 이용하니 시간도 절약되고 산객들의 수고도 덜게 되었다.

 

  큰 고개에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심하고 로프 설치지역도 있다. 자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인지라 잘도 올라간다. 중간에 하마바위라는 곳에 있는 노송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정상 바위를 바라보니 인수봉과는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경사도와 높이가 만만치 않다. 자일을 타고 즐기는 젊은이들도 보인다. 나는 억만금을 준다 해도 자일을 타고 바위는 오르지 못할 정도로 심장이 약하다.

땀을 흘리며 1시간쯤 오르니 정상이다. 정상을 배경으로 증명사진을 찍고 간단하게 막걸리를 곁들인 점심을 먹었다. 그곳에서 버너를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산에서 안전을 위하여 술도 못 먹게 해야 한다는 말을 신문에 접했다. 정상주를 마시는 즐거움도 크지만 안전산행을 위하여 아예 먹지 않는 게 옳은데 주당들이 쉽게 따라 줄지는 의문이다. 산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금연운동은 비교적 잘 지켜지지만 아직도 으슥한 곳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있다.

 

  산행을 하다보면 올라가는 것 보다 내려오는 게 더 어려운데 약간 방심한 탓에 미끄러졌는데 별로 아프지는 않다. 내려오는 길이 험하고 바위도 많은 계곡이라 위험한 곳이 많았다. 계곡산행이라 땀이 많이 났다. 거의 내려온 것 같아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가본다. 물이 생각보다 차가워 오래 견디지도 못하는데 위통을 벗고 땀을 닦는 용감한 산객도 있다.

 

다 내려온 것 같은데 지루한 길이 계속 이어 진다 산악회 임원진이 준비한 식사를 겸한 막걸리를 걸치니 배가 너무 부르다. 논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벼가 보인다. 경기도 지방에는 벼가 패기 시작했는데 벌써 고개를 숙이고 있어 추석에는 햅쌀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아래에서 바라보는 용화사 정상의 모습이 더욱 웅장해 보인다.

 

 4시 50분에 출발을 했다. 올적과 반대로 왼쪽에 의암호가 있고 오른쪽에 등선폭포가 있는 삼악산이 보인다. 의암호의 잔잔한 물결과 중지도의 한가로운 모습도 보인다. 고속도로를 진입하여 가평휴게소를 들러 휴식을 취하고 출발을 했는데 한 사람이 승차를 못해 터널입구에서 기다렸다가 다른 차편으로 도착한 사람을 태우고 본격적인 프로그램으로 들어간다. 매번 느끼는 현상인데 어떤 산악회나 관광을 가도 레퍼토리가 대동소이하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한다거나 성능 좋은 앰프에 볼륨을 크게 올리고 음악에 맞추어 막춤을 추는 행위는 왜 그리도 닮았는지. 마치 매스 께임 카드섹션을 연습시킨 결과물과 같다고나 할까.

 

  한잔 먹으면 흥이 나는 법인 줄은 잘 알지만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앉아서 조용히 음악도 즐기기도 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 몇몇이 나와 노래도 하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되 볼륨을 낮추고 1시간씩 교대로 음악 감상. 노래 부르기 ,춤추기 등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유명한 소프라노 가수의 노래나 피아니스트의 연주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한테는 소음공해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놀이문화가 그러니 이해를 하고 참으라고들 남 이야기 하듯 쉽게 말들 하는데 내가 나이가 들어 주책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남의 집 제사에 나타나 감 놓아라! 배놓아라! 하는 꼴이 된 것 같아 꾹 참고 잠을 청해보지만 잠도 오지 않는다. 휴일 날 오후라 차량이 많아 길은 왜 이리 막히는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맑은 공기도 마시고 좋은 풍광도 메모리 되었는데 오는 길에 모두 손실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평상시 3시간이면 충분한데 4시간여를 길에서 보냈으니 몸이 피곤하다.

 

  군포에 내려 버스로 집에 오니 10시가 넘었다. 빨리 샤워하고 내일 출근을 위하여 잠을 충분히 자야겠다. 경치 좋은 곳에 등산을 하려면 안내산악회를 따라 갈 수밖에 없는데 승용차를 이용하면 경비도 만만치 않고 좋아하는 곡주를 먹을 수 없으니 이런 난감한 짓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다음 산행계획을 세워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