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용산




                                          *산행일자:2009. 12. 24일(목)

                                          *소재지 :경남마산/창원

                                          *산높이 :328m

                                          *산행코스:동서식품 창원공장-약수터/정상갈림길-용선암-팔봉산정상

                                                         -봉암저수지-약수터/정상갈림길-동서식품 창원공장

                                          *산행시간:10시22분-12시42분(2시간20분)

                                          *동행 :경동고24회 이규성, 26회 마산동문

 


 

 






  산본 집을 출발할 때 생각지 않았던 산을 마산 사는 한 동문의 배려 덕분에 덤으로 올랐습니다.
이 동문이 얼마 전 맹장수술을 받아 산이 높은 무학산을 같이 오를 수 없는 형편이어서 이 산보다 훨씬 낮은 해발328m의 팔용산을 택해 함께 산행했습니다. 마산시와 창원시를 경계 짓는 해발328m의 팔용산은 그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산이지만 산이 낮고 아담해 마산시민들이 산책삼아 즐겨 오르는 산입니다. 이 산이 팔용산(八龍山)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이 산 정상에 올라 둘러보면 그 형세가 이 산 한가운데 자리한 봉암저수지를 중심으로 여덟 마리의 용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인데 본래 이름은 반용산(盤龍山)이라 합니다.







  10시22분 고교동문 두 명과 함께 팔용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산 동문으로부터 마산에 와달라고 초청 받은 고교동기 이규성교수가 무학산을 같이 오르자며 동행을 청해왔습니다. 마산의 진산인 무학산은 아직 오르지 못한 100대 명산의 한 곳이므로 이참에 마산에서 하루 묵고 고성의 연화산이나 통영의 미륵산을 같이 오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른 새벽에 강남터미널로 나가 아침6시5분에 마산으로 떠나는 고속버스에 올랐습니다. 4시간 남짓 걸려 마산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동행한 마산 동문이 가지고온 차로 창원으로 옮겨 동서식품공장 건너편 길가에다 차를 세워두고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철로 건너 “팔용산 등산로입구”의 안내판이 붙은 이 산의 들머리를 지나 약수터 갈림길에 이르기까지 길이 넓고 완만해 이래서 마산 시민들이 이 산을 제집 드나들듯이 오른다 싶었습니다. 고개마루 쉼터에서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은 직진 길이고 저희들이 가야할 용선암 길은 오른 쪽으로 이어졌습니다. 쏜살같이 앞으로 내달린 친구와 한참 떨어져서 맹장수술을 받은 지 며칠 되지 않는다는 마산 동문과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올랐습니다. 오른 쪽 아래로 보이는 잘 지은 건물이 대학건물이라며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 폐교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저출산 문제가 이 사회가 풀기 어려운 가장 큰 난제이겠다는 생각이 들은 것은 몇 해 전 저도 주 고객인 신생아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5년간 경영해온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뼈아픈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11시20분 해발328m의 팔용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산행시작 40분 만에 다다른 용선암은 각종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쉬어가기 딱 좋은 곳입니다. 정상이 빤히 보이는 용선암은 시야를 막는 것이 없어 최고의 전망지로 손색이 없다 싶은데 안개가 완전히 걷히지 않아서인지 시내가 희뿌옇게 보여 그 전경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정작 볼 만한 것은 시내전경이 아니고 용의 머리를 닮아 당장이라도 하늘로 비상할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용선암 그 자체였습니다. 용선암에서 잠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 팔용산 정상에 오르자 남서쪽으로 무학산 정상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옆에 서있는 드높은 통신탑을 닮아 끝이 뾰족하고 키가 큰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은 후 바로 아래 묘지의 비문을 읽어가다가 이산의 원래 이름이 반용산(盤龍山)임을 알았습니다. 사각정자와 산상의 헬쓰 센타(?)가 들어선 정상에서 봉암저수지를 향해 하산 길에 들어섰습니다.






  12시9분 봉암저수지의 북쪽 끝자락을 지났습니다.
정상에서 봉암저수지로 내려가는 동쪽 능선은  가팔라 산 중턱에서 저수지까지 나무계단으로 길을 냈습니다. 계단 길에서 내려다 본 봉암저수지는 규모는 작았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워 그 정경을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계단 길에서 오른 쪽으로 깔끔하게 보이는 상사바위는 상사병을 앓는 이 지역 연인들이 이 바위에 올라 생을 마감해 그렇게 불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깎아지른 모습이었습니다. 저수지가 작은 만큼 댐도 작았습니다. 바다로 이어질 것 같은  저수지 아랫길을 버리고  댐을 건너 상류 쪽으로 이어지는 저수지 동쪽 둘레 길을 걸었습니다.  이산 저산이 바람을 막아서인지 저수지에 담긴 물은 숨을 멈춘 듯 전혀 물결이 일지 않아 잔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산보하기 딱 좋은 둘레 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팔용산이 빚어낸 고즈넉한 정경에 흠뿍 빠져들었습니다.  저수지 상류에 이르러 물 한 가운데 서있는 나무들을 보자 두해전에 들른 주산저수지에 하반신을 담그고 반신욕을 즐기고 있던 버들나무들이 생각났습니다.






  12시 42분 동서식품 공장 건너 길로 되돌아와 팔용산 산행을 마쳤습니다.
산은 낮은 데도 계곡이 깊어 이처럼 아름다운 저수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언제 다시 와서 둘레 길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밟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 정도로 고혹적인 봉암저수지를 뒤로 하고 물이 나오지 않는 약수터를 지나 “약수터/등산로(정상)” 이정표가 서있는 고개마루 쉼터로 되돌아왔습니다. 고개 마루에서 “팔용산 등산로입구”로 내려가는 중 바늘잎이 새파란 편백나무들이 제 눈을 끌었습니다. 철로 건너 동서식품 공장 건너편에서 조촐한 산행을 마치고 무학산 입구로 옮겼습니다.






  덤으로 받은 이 산을 오르내리고 나자 산이 참 옹골차다고 느꼈습니다.
산 높이는 비록 낮지만 골이 깊고 바위와 물이 모두 있어 산행이 아기자기했습니다. 이 산을 오르며 덤이 주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도 같이 들었습니다. 이 산행을 주선한 마산 동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