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봉∼용문산 종주 후 바라본 동양최대의 은행나무 

 

 


    백운봉과 용문산 개요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소재 백운봉(940m)은 용문산의 남서쪽 줄기인 양평의 너른 벌판에 뾰족하게 솟아 있어 '한국의 마테호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산입니다.


  용문산(1,157m)은 양평군 용문면과 옥천면의 경계에 솟아 있으며, 동양최대인 용문사 은행나무로 널리 알려진 명산입니다. 경기도에서는 화학산(1,468m), 명지산(1,267m), 국망봉(1,168m)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산입니다. 

 

 


  백안리 새수골∼백운봉
 
  2006년 1월 28일 토요일, 45명의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S산악회 주관)가 6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다가 양평을 지나 북쪽으로 꼬부라져 산행들머리인 양평읍 백안리 새수골에 도착합니다(09:05). 설날 연휴가 시작된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도로 소통이 비교적 원활해 서울지하철 천호역(7호선)에서 승차한지 2시간이 경과하기도 전에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더욱이 버스가 오면서 국도변의 "기분 좋은 휴게소"에 한번 정차해서인지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버스가 정차한 곳에는 '양평 대일학원'을 알리는 거대한 표석이 서 있는데, 이러한 시골에도 큰 규모의 학원이 들어서 있는 것은 이외입니다. 이런 곳의 학원은 시끄러운 도심의 환경을 벗어나 전원 같은 분위기에서 숙식을 하며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시설인 것 같습니다.


 

             양평 대일학원 표석


  약수사라는 조그만 암자를 지나 등산로로 접어들자 골짜기 양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제법 그럴 듯 합니다. 등산로 안내도를 보니 새수골에서 백운봉까지는 3.2km입니다. 계곡에는 이따금씩 흐르는 물이 얼어붙어 빙벽을 형성하고 있어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발걸음도 힘차게 오르는 등산객들


 

                    등산 안내도

 


 

                     빙벽을 형성하고 있는 계곡


  그동안 부드럽게 이어지던 등산로가 어느 순간 본격적인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45분만에 이름도 좋은 "백년약수터"에 도착합니다. 산악회장은 약수터에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막상 약수터에 도착하고 보니 그동안 겨울가뭄이 계속되어서인지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못할 지경입니다. 필자는 언제나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는 편이지만 약수터만 믿고 식수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큰 낭패를 겪었을 것입니다.

 


 

                  백년약수터

              약수터 이정표


  약수터를 뒤로하고 가파른 길을 올라 능선에 도달하니 가야할 백운봉이 우뚝 솟아 있는데, 양지바른 남쪽사면이라서 그런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눈(雪)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다소 황량한 풍경입니다. 부드러운 능선을 지나 정상으로 접근하는 비탈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이를 치고 오르니 드디어 백운봉입니다(10:33). 산행을 시작한지 약 1시간 반이 지났습니다.


 

               능선에 올라 바라본 가야할 백운봉 


 


  백운봉(白雲峰)의 통일암
               
  정상에는 한글로 된 큰 정상표석 옆에 "통일암(統一岩)"이 커다란 화강암의 받침대위에 놓여 있습니다. 받침대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문이 씌어져 있어 눈길을 끕니다.


  "위 흙과 돌은 6천만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백두산 천지에서 옮겨 이곳 백운봉에 세우다."

 


 

                   백운봉 표석과 이정표

 


 

                     백운봉 통일암


  겨울답지 않게 날씨가 포근해서 인지 주변은 연무(煙霧)가 끼어 시계가 많이 흐린 것이 흠입니다. 북쪽으로는 오늘 가야할 용문산이 각종 시설물을 머리에 잔뜩 이고 있고, 남쪽으로는 방금 지나온 능선뒤로 삿갓봉(473m)으로 이어진 능선이 희미하며, 동쪽과 서쪽으로 보이는 이름 모를 산세를 열심히 카메라를 담았지만 사진이 너무 희미하여 쓸만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 정상에 서면 북쪽의 용문산 이외에도 청계산 및 유명산 등이 한 눈에 들어와 그 광경이 환상적이며, 남쪽으로는 양평시내와 남한강줄기가 훤히 내려다보인다고 합니다.

 


 

               북쪽으로 바라본 가야할 용문산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


 

                    정상에서 바라본 암군
 


  백운봉∼용문산 장군봉

 

  산행들머리에서부터 백운봉까지 오르는 길은 등산로가 안전해  콧노래를 부를 지경이었는데, 백운봉에서 북쪽으로 조성된 급경사를 내려서는 길은 한 마디로 죽음의 길입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면이 빙판으로 얼어 있는데 다행히도 로프가 걸려 있고 또 아이젠을 착용하였기에 조심스럽게 내려옵니다.

 

 


 

                     직벽의 내리막

 


 

                     미끄러운 내리막길 


  오를 때는 계단을 이용하여 쉽게 올라 백운봉의 정상부가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실감하지 못하였지만 정상을 내려오면서 경험으로 이를 인식합니다. 힘든 구간을 무사히 내려와 안부를 거쳐 다시 오르며 뒤돌아보니 뾰족한 백운봉의 모습이 한 눈에 조망됩니다. 이 백운봉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마치 고깔을 엎어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오늘 산행 중에는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못하여 유감입니다.


 

                   능선을 가면서 뒤돌아본 백운봉

 


  능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는 길에 산성을 쌓았던 흔적이 나타납니다. 바로 함왕산성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보기로 하겠습니다. 


  「고려의 개국공신이며 호족세력인 함규(咸規) 장군은 사나사 남쪽 맞은편 함왕성의 성주였다. 당시 그는 양평 지역에서 이름을 떨쳤던 호족세력 견휜과 궁예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경계지역 성주였는데, 실리와 때를 기다려 왕건에게 귀의한다. 바로 이들 함씨 세력이 웅거하던 곳이 함공성(咸公城), 또는 함씨대왕성(咸氏大王城)인데, 지금은 정문과 그 좌우로 이어지는 석축만 남아 있다.」


 

                     함왕산성 흔적


 

                       능선의 소나무


  함왕산성을 지나 지루한 능선을 타고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작은 봉우리입니다. 북으로는 용문산, 남으로는 백운봉이라는 이정표만 서 있을 뿐 현 위치에 대한 안내가 없어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함왕봉(947m)인 것 같습니다(12:19). 이곳에서 약 20분을 걸어가니 용문산 장군봉(1,065m)입니다(12:40).


 

                   용문산 장군봉 표석과 이정표

 


  사실상 오늘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2년 전 여름 다른 산악회를 따라 왔던 길입니다. 그 당시 백운봉에 올랐을 때는 날씨가 좋았지만 장군봉에 도착했을 때는 폭우로 변해 용문산 방면으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오른쪽의 상원사방면으로 내려가 용문사로 하산한 경험이 있었기에 오늘은 용문산을 정복하기 위해 나온 것입니다.

 

 


  용문산을 우회하는 길    

             

  장군봉에서 북쪽 길을 따라 조금 가니 각종 군사시설물이 설치된 용문산의 정상(1,157m)이 매우 가까이 보이지만 둥근 시설물이 위치한 봉우리 아래에서부터는 접근이 금지되어 오른쪽으로 내려섭니다. 그러나 등산로는 바로 계곡으로 떨어지지 아니하고 9부 능선을 따라 수평으로 이어집니다. 왼쪽 위로는 정상부가 지나가는데 길목에는 바위덩어리가 흘러내린 너덜지대가 두 번이나 나타납니다.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철탑밑 삼거리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이 쉬고 있는데 동쪽 용문봉(952m)으로 이어진 능선도 희미하게 보여 매우 아쉽습니다(13:40).  

 


 

                    용문산 정상의 군사시설물


 

                     정상 우회로의 너덜지대

 


 

                    정상의 통신시설물

 


 

                       정상아래의 안내도

 


  암릉길을 거쳐 용문사로

 

  삼거리에서 용문사방면으로 하산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내려섭니다. 경사가 매우 가파릅니다. 하산하는 길에도 간간이 미끄러운 눈길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기를 반복해서 아이젠을 수 차례 신고 벗기를 반복합니다.


  난이도가 제법 높은 급경사 내리막이 몇 차례 이어지고 또 바위사면의 허리를 돌아가는 길도 있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암릉길이라는 이정표가 걸려 있습니다.

 



 

                     하산길의 암릉

 


 

                       직벽의 하산길

 


 

                   하산길의 암봉

 


 

                    직벽의 하산길(젊은 부부가 잘 오르고 있음)  


  용문산을 소개한 글 중에는 "용문산은 산세가 부드럽고 또 동양최대의 은행나무가 있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명산이다"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산행코스를 어떻게 설정해야 이렇게 무리 없이 산행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용문산 밑 삼거리에서 출발한지 약 1시간 20분만에 용문사에 도착합니다(15:03).

 

 


  천년고찰 용문사와 동양최대의 은행나무

 

  용문사(龍門寺)는 서기 913년(신라 신덕왕 2년)에 대경화상이 창건한 천년고찰로서, 한때는 경주 불국사와 더불어 중요한 사찰로 3백 명이 넘는 스님들이 기거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고 하며, 1907년 정미 의병의 거처로 쓰여지다 그 보복으로 일본인들에 의해 소실됐다가 일부 복원됐으며, 1982년부터 대웅전, 삼성각, 범종각, 지장전, 관음전, 요사채, 일주문, 다원 등을 새로 중건하고 불사리탑, 미륵불을 조성하였습니다. 

 


 

                    자비무적(자비로우면 적이 없다?)

 


 

                    산뜻한 사찰 건물

 


 

                       용문사 대웅전


  용문사 뜰 아래 자라고 있는 은행나무는 동양최대의 규모로 수령이 무려 천년을 넘었다고 합니다. 이 은행나무는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라고도 하고,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의 지팡이라고도 합니다. 이 나무는 국가에 환란이 있을 때마다 소리를 내 운다는 전설까지 있습니다. 실제로 이 은행나무를 보면 누구나 그 크기에 놀라는데, 너무 크고 전지가 되지 않아서인지 언뜻 보기에 은행나무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가을이 되어 이 은행나무가 노란색으로 변하면 참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대웅전 마당에서 바라본 은행나무
 

                          

                     은행나무의 윗부분

 


 

                                     은행나무의 등걸


  마의태자의 지팡이라는 전설에 대하여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할까요. 마의태자가 왕건의 딸 낙랑 공주와 함께 서라벌을 떠나 개골산(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용문사에 들려 쉬었다가면서 절 앞에 지팡이를 꼽아 놓고 떠난 그 지팡이가 지금의 수령(壽齡) 약1,100 여 년의 은행나무가 되였다는 것입니다. 그 후 마이태자는 그를 따르던 굶주린 백성 몇 사람 및 공주와 함께 개골산을 헤매다가 망국의 한을 씻을 길 없어 개골산 일만이천봉 중에 태자봉(太子峰)이 되였다고 전해집니다.


  은행나무의 규모는 정말로 대단합니다. 사진으로는 그 크기가 별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대웅전 옆에 있는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을 받아 목을 축입니다. 사찰입구에 위치한 전통찻집의 마루 밑에는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를 잘라서 가지런하게 쌓아둔 것이 고향의 향수를 자아내게 합니다. 그러나 하산길이 바빠 찻집에 들어가 느긋하게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용문사 부도탑

 


 

           전통 찻집(땔감을 쌓아놓은 것을 보세요!)


  용문산 관광지

 

  용문사 일주문을 지나자 바로 앞의 놀이기구 시설을 운영하는 집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아 사찰에서 느꼈던 조용한 분위기가 일시에 확 달아나고 맙니다.


  관계당국에서 용문산 관광지를 조성하여 넓은 주차장과 깨끗한 화장실이 들어선 것은 매우 좋은데, 왜 하필이면 놀이기구 같은 유희시설을 일주문 앞에 설치토록 허가하였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용문사 일주문

 


 

             주차장의 관광지 표석


  단숨에 달려온 귀경길

 

  주차장에 도착하니(15:45) 산악회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산행에 6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산행거리 : 11.3km). 산행코스는 백안리새수골∼백년약수∼백운봉∼함왕산성∼함왕봉∼용문산장군봉∼정상삼거리이정표∼암릉∼용문사∼주차장입니다.   

 

  산행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은 백운봉 북쪽내리막 및 용문산에서 하산하는 암릉길 등 매우 까다로운 구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겨울에 백운봉과 용문산을 종주하는 산행의 경우 단순히 나들이 코스로만 생각해서는 큰코다치기 딱 알맞은 그런 산입니다.


  필자가 하산한지 거의 1시간이 지나 서울을 향해 버스가 출발합니다. 평소 주말에는 차량이 언제나 정체되는 곳인데 설날을 하루 앞두고 있어서인지 서울로 가는 도로는 거의 막힘이 없이 달립니다. 적어도 국도인 도로는 이 정도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상일역에서 내려 서울지하철에 몸을 싣습니다. 을유년의 마지막날 밤이 지하철과 함께 서서히 그 종착역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