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용마산 산행기

 

                                                  *산행일자:2004.12.5일
                                                  *소재지  :경기하남/광주
                                                  *산높이  :검단산650미터/용마산596미터  
                                                  *산행코스:애니메이션 고교-광산약수-검단산-철탑고개
                                                                -고추봉-용마산-엄미리정류소
                                                  *산행시간:9시45분-14시45분(5시간)

 

어제는 어느 한 시인이 "하늘이 열리던 날 백두를 맏형으로, 태백의 막내로 광주산맥 한 자락에 호젓하게 태어났다"고 칭송한  경기도

하남시의 검단산을 찾았습니다. 안내산악회를 따라가 백두대간을 뛰겠다는 당초 계획을 접고 근교의 나지막한 산을 찾은 것은 지방

먼 곳의 산들을 원정할 만큼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들어 회사에 신경 쓸 일이 많아 져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다음날

훈련소로 입소하는 막내와  저녁을 함께 들기로 해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9시45분 하남의 애니매이션 고등학교를 출발했습니다.
그제 밤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 동행키로 한 대학 동창 이 상훈 교수가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느라 20여분을 지체했습니다만 이번

산행은 그리 긴 코스가 아니어서 서두르지 않고 모처럼 만에 느긋하게 걸어 볼 생각이었기에 호국사 오른 편의 잘 닦여진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등산로 양옆의 낙엽송들은 푸르렀던 초록의 여름을 다 떨구어 내고 줄기와 가지만으로 초라하게 겨울을 맞고

있었는데, 그래도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가지가 힘차 보였습니다.

 

10시 40분 해발 440미터대의 광산약수터에서 짐을 풀고 목을 추겼습니다.
굽이 진 광산 길을 따라 올라선 약수터에서 조망한 덕소 변의 한강이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나 해서 카메라에 옮겨 담았습니다.

겨울비가 그친 뒤끝이라 기온이 급강하하여 산 위에는 얼마고 눈이 쌓였으리라 기대를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올 겨울

들어 한번도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지 않아 겨울옷의 매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고 저희 회사 점주 분들의 아우성이 대단

합니다. 이 어려운 때 날씨라도 한 몫을 해준다면 한 시름 놓을 수 있기에 하루 빨리 강추위가 찾아오기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11시15분 해발 650미터의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광산 약수터에서 푸른 잣나무와 벗하며 5분 여 걸어올라 다다른 헬기장에서 급경사의 길을 걸어 오르느라 20여분 간 비지땀을

흘렸는데, 산등성에 빽빽이 들어선 벌거벗은 참나무는 맨살을 드러내 추워 보였습니다. 검단산의 정상은 공터가 넓어 웬만한 인파로도

붐비지 않아 좋습니다. 또 정상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도 강물이 꽉 차 찰랑거리는 정경이 아늑하고 포근해 보여 좋아합니다. 안개가

완전히 가셔 강 건너 용문산과 그 일원의 말 산들이 모두 눈에 잡혔다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 속에  용마산으로 출발했습니다.

 

11시 50분 철탑고개를 지나 오른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서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아 김밥과 귤로 요기를 했습니다. 용마산은

검단산과는 달리 산객들이 그리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겼고, 이 호젓한 산길의 양옆에 수북히 쌓인 낙엽들이 포근하게 느껴

졌습니다. 왼쪽으로 윗배알미로 갈라지는 길이 나있는 안부를 지나 얼마고 오르다 무심 탑을 무심히 지나친 무심거사 이 교수를

불러 세워 사진을 찍었습니다.

 

12시30분 해발 555미터의 고추봉에 도착했습니다.
삼각점을 확인하고 또 다시 마루금을 타고 오르내림을 계속했습니다. 이미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검단산 정상에서

용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다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작년부터 저는 어느 한 산을 정해 오르내리는 점의 산행을 줄이고 이번처럼

몇 개의 산들을 이어서 종주하는 선의 산행에 주력해 왔는데  내년에도 백두대간을 본격적으로 뛰어 선의 산행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정상에 오르기 얼마 전 능선에서 잠시 쉬면서, 최근에 불교에 귀의, 매일 아침 집 근처의 산사를 찾아 108배를 올린다는 이교수가

며칠 전 입적하신 숭산스님과 그의 벽안의 제자인 현각스님과 무심스님의 말씀들을 들려주었습니다.

 

13시25분 해발 595미터의 용마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작년 7월에는 나뭇잎들이 시야를 가려 사진 찍기를 포기했는데 겨울이 되자 앞이 탁 트여 광주 분원리 변 한강의 정경들이 한 눈에

잡혔습니다. 이중 강 가운데 자리잡은 몇 개의 아담한 섬들이 평화롭고 고즈넉해 보여 보는 이의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경안천과

한강물이 만나는 경계면을 중심으로 물색이 서로 달라 두물머리를 가득 채운 한강 물이 광주 쪽에서 유입되는 경안천의 더럽혀진

물을 얼마나 정화할 수 있을 까 걱정되었습니다.

 

14시 용마산에서 남쪽으로 능선을 따라 직진을 하다가 왼쪽의 엄미리로 하산하는 중 양지바른 한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5-6백미터

대의 나지막한 산들이 겹쳐져 보이는 첩첩산중의 산세들을 카메라로 잡았습니다.  카메라에 잡힌 피사체를 다시 들여다 보니 그

산세가 마치 웅대하고 장엄한 지리산을 보는 듯 싶었습니다.

 

14시45분 낚시터를 거쳐 굴다리 앞에 도착해 5시간 동안의 종주산행을 마치고 인근의 음식점을 들렀습니다. 엄미리유명칼국수

집에서 파전을 안주로 동동주 몇 잔을 마셨고, 곁들인 황태구이로 포식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산행을 같이 한 이 교수와 모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00세 되든 해 곡기를 끊어 삶을 스스로 마감한 어느 환경운동가의 친환경적 삶의 편린들을 전해준 이 교수가 요즈음 골몰하고 있는

과제는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고 그 결과를 어떻게 제대로 된 평가척도를 마련하는가의 문제인데, 이 쉽지 않은 난제를 풀고자

애쓰는 이 교수에 격려를 보내며 산행기를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