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다가오는 6월 22일, 화요일. 시계를 보니 오후 세시인데 장마 때문에 당분간 산행을 못 하리라는 생각이 들어 답답한 마음에 서울 시내의 산행을 결정한다. 사소한 준비를 마치니 오후 세시 30분. 전철을 타고 상봉역에서 내려서 망우리고개로 가는 버스를 탄다. 서너 정류장 만에 망우리고개에서 내려 망우리고개를 걸어서 올라간다. 옛날에 이따금 자전거를 타고 이 고개를 힘겹게 올라가서 상쾌한 질주로 내려오던 기억이 난다.


십분 정도 걸으니 망우리공원 입구가 나타난다. 시계를 보니 네시 삼십분경. 배낭을 메고 산행을 하기에는 조금 우습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초행 길이라 사정이 어떨지 모르니 준비를 잘 하고 가자는 생각대로 다른 산행과 같은 준비를 했다. 이 공원길은 평일인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꽤 많다. 두 갈래길에서 오른쪽의 능선길을 선택하여 거칠게 포장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구불구불 돌아서 느긋하게 걸어간다.



아스팔트로 포장한 망우리공원의 산책로.


걷다가 처음 나타난 약수터는 식수 부적합 판정이 나서 아예 이용하지 못 하게 수도 꼭지를 빼 놓았다. 두번째 약수터는 한자로 '장수천'이라고 써 놓았는데 물맛이 그런대로 괜챦다. 물론 운악산이나 용문산의 약수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용마산 입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망우리공원의 장수천 약수터.


약수를 마시고 계속해서 포장도로를 걷다 보니 어느새 포장도로는 끝나고 비포장의 용마산길이 시작된다.해발 348 미터의 작은 산이라고 우습게 보기에는 꽤 가파른 암릉길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망우리공원의 포장도로가 끝나고 용마산의 등산로가 시작되는 지점.


한강과 강 건너의 강동구가 내려다 보이는 암릉에서의 조망은 꽤 운치가 있다. 사람들이 꽤 많다. 거치른 암릉길이 끝나고 나니 사색하며 걷기에 좋은 완만한 경사의 편한 지릉길이 나타나고 제 1 헬기장이 보인다.



사색하며 걷기에 좋은 용마산의 지릉길.


그리고 이어서 제 2 헬기장이 나타나는데 이 부근에는 소나무들이 바위 밑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언덕이 작은 산의 그 나름대로의 풍류를 느끼게 한다. 제 3 헬기장에 도착하니 길은 아차산으로 내려가는 왼 쪽길과 직진하여 용마산으로 가는 길로 갈라져 있다.



용마산의 제 3 헬기장에서 바라본 아차산.


 용마산을 향해 걷는다. 돌계단길을 오르다 보니 체력단련장이 나타나고 그 앞에 용마산 정상이 보인다. 용마산 정상에서 나무벤치에 앉아 음료수와 약간의 간식을 먹는다.



용마산의 정상.


그리고 아차산을 향해 출발하려고 하니 6시 30분. 사람들에게 아차산으로 가는 길을 물으니 지금 그 곳으로 가면 해가 져서 위험하단다. 깊은 산도 홀로 가는 취향인데 이런 산 쯤이야, 그러나 길을 알아야 하기에 여러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제 3 헬기장까지 돌아가서 가도 되지만 산행지도에는 용마산 정상 부근에서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길이 표시돼 있어서 그 길로 가고 싶어 물어 본 것인데 한 할아버지가 동행을 하자고 한다. 결국은 제 3 헬기장까지 되돌아가서 한참 내려가다가 다시 가파른 암릉길을 올라서 아차산의 헬기장에 도착한다. 해발 285 미터에 불과한 아차산 정상. 헬기장에서 서쪽을 보니 용마산 정상과 제 3 헬기장에서 아차산을 향해 십여분 전에 내려온 내리막길이 선명히 보인다. 그리고 동쪽으로는 한강의 드넓은 흐름이 어머니의 포근한 품 처럼 시야에 다가온다.



아차산의 헬기장에서 바라본 용마산 정상(좌측)과 아차산으로 내려가는 길(가운데).


헬기장을 벗어난 길에는 좌우로 출입을 금지하는 보호줄이 쳐 있고 고구려의 유적들이 보존돼 있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아차산, 고구려의 실지 회복을 위해 평원왕의 사위인 온달 장군이 신라군과 싸우다 죽은 곳이다.


용마산보다 아차산 쪽이 비록 높이는 낮지만 조망이나 산행하는 맛은 훨씬 더 탁월하게 느껴졌고 상대적으로 아차산 쪽에 산행객들이 더 많았다.


서울에 수십년째 살고 있지만 남산에는 수십번 올라 봤어도 시내에서 무심코 보기만 하던 용마산과 아차산이 이렇게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연상된다. 그러나 평일에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실업자가 많고 우리나라의 경제가 무척 좋지 않다는 반증이라서 씁쓸한 뒷맛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암릉과 지릉으로 연속된 능선길을 유유자적하게 내려 와 약수터까지 오니 해는 서서히 지고 사진을 몇 장 찍고 아차산 입구까지 내려오니 8시가 다 됐다. 용마산과 아차산을 연계해서 산행하는 데에 3시간 30분이 소요된 것이다. 낮은 산들이지만 비교적 위험한 구간, 가파른 구간도 있어서 잔 재미가 있는 산행이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아 오면서 이 산들을 처음 오른다는 것에 남달리 감회가 깊었고 자신이 꽁생원이라는 자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조망과 풍치가 좋은 아차산의 암릉길.



아차산의 등산로 입구에 자리잡은, 물맛 좋은 약수터.



고구려의 온달 장군이 실지 회복을 위해 신라군과 싸우다 죽은 아차산성.


그리고 석재를 무분별하게 채취해서 면목동을 비롯한 중랑구 쪽에서 보면 흉물스럽게 보이는 용마산의 경사면 - 정부는 언제까지 이 산을 저렇게 방치할 것인지 한심하다. 제발 환경을 파괴하지 말고 자손만대에 보존하면서 개발하는 지혜를 가져야겠다. 땅 좀 넓혀 쓰려고 천혜의 개펄을 모조리 망가뜨리는 우를 범하는 정부 당국자들은 눈 앞의 개발 이익과 뒷돈에 이성을 잃는 작태를 보이지 말고 애국애족적인 성실한 열의를 갖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백년대계를 세우고 이를 묵묵히 실행해 나아가는 청렴한 관리상을 보여서 국민들의 갈채를 받는 날은 그 언제나 올 것인가.


아차산 입구에서 길을 물어 아차산역으로 걸어가는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십오분 내지 이십분 정도를 지루하게 걸어 내려가니 아차산역이 나온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했다.




▣ 전대식 - 한북수락지맥의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을 산행하셨군요 .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하여 용마산 갈림길, 망우고개, 북부간선도로 군부대철조망, 인릉산, 새우개고개, 육군사관학교는 답사불가, 골프장울타리, 철도 ,삼육초등학교 담터고개, 삼육초등학교와 삼육대학교 울타리가 우측군부대 철책과 만나는 곳을 어거지로 넘어서 불암산길 동물이동통로, 수락산 능선 기차바위(홈통바위) 전 사기막 바위능선, 숫돌고개,도정봉, 용암산, 독도주의하며 무림2리젖소농장 ,교회 수련원 건물을 우측에두고 야트막한 능선을 가면 한북정맥과 만나고, 여기까지가 한북수락지맥이라고 신경수님이 명묭하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