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산 검단산에도 산불이 (검단산-용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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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 : 2005.04.05

아내와 함께

산행코스 : 산곡초등학교(09:20)-검단산-고추봉-용마산-은고개(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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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머리에 산불조심 현수막이
 

 

▼ 산을 내려와서 보니 산불이
 

 

 오늘은 4월 5일 식목일겸 한식날이다. 아침잠에서 깨어 뉴스를 보니 비무장지대 산불과 양양의 대형 산불 소식을 알리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온다. 왜 꼭 하필이면 식목일엔 어김없이 산불이 나는가. 양양의 산불은 민가에 까지도 사납게 덮치는 모습을 방영해주니 마음은 영 짠하다.


 

 시골 성묘는 주말에 가기로 하고 가깝고 한적한 코스로 아내와 함께 서울 근교산, 검단산-용마산을 종주하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하남시로 들어서서 산곡초등학교 입구 공터에 차를 세운다. 산행 길엔 한참동안 계곡이 나란히 동행한다. 봄 가뭄에 물은 적어도 ‘졸졸졸’ 냇물소리가 정겹다. 계곡엔 생강나무가 여기저기 꽃망울을 터트려 봄을 알린다.


 
 
 

 


 
 


 

 검단산 산행길의 들머리로 안창모루 쪽을 가장 많이 애용하는데 오늘은 호젓한 산길을 걷고파 산곡길을 택했다. 곳곳에 산불조심 현수막이 걸려있어 산불조심에 경각심을 더해준다. 아주 조그만 이름모를 들꽃이 산길 돌 틈에 피어나 있어 앙증맞다. 산행하기에도 아주 좋은 날씨다. 웃옷을 벗어 제치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조용한 산길을 오른다. 장수탑과 통일탑을 지나 팔각정 쉼터에 다다른다. 지금은 팔각정은 철거되고 소나무 몇 그루만 그 터를 지키고 있다.


 


 

 지금쯤 들머리 호국사길이나 안창모루길은 산객들로 초만원이리라. 그런데 산곡길은 호젓하기만 하다. 어쩌다 가끔 산객을 만날 뿐 새소리와 적막과 고요함과 벗할 뿐 어깨를 스칠 일도 없어 좋다. 오르락 내리락을 몇 번 하니 벌써 고추봉을 지나 전망바위에서 숨을 고른다.

 

 용마산 가는 길엔 졸참나무 군락이 오솔길을 따라 동행한다. 아직도 진달래는 꽃망울이 여물지 않았다. 생강나무 꽃만 산 계곡 여기저기에 피어 있어 검단-용마산의 봄을 알릴뿐이다.


 

 용마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팔당호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 시야가 좋지 않다. 붕어찜으로 유명한 분원 마을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만 보일 뿐 안개로 아련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있는 마현리 마을은 안동 하회마을처럼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줄기를 합수한 물이 휘 감아 돈다.


 

 용마산을 내려오는 길에 옹기종기 무덤가엔 성묘객들이 눈에 띈다. 교통 혼잡을 핑계로 금주 말 시골 성묘 계획을 세운 게 죄송스럽다. 잠깐 조상님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일어난다.


 

 은고개 방향으로 산을 내려오는 길에 밭둑에 자란 쑥을 보고 아내가 쑥을 캐기 시작한다. 나도 아내 곁에 자리하며 쑥을 캔다. 저녁식탁엔 봄 내음이 진동할 것이다. 시장기가 몰려와 근처 음식점에서 쌈밥 정식에 반주를 곁들이니 맛이 꿀 맛이다.


 


 

 아~ 식사를 끝내고 마당으로 내려서는 순간 검단산 8부 능선에 흰 연기가 펑펑 솟아오르지 않는가. 14:05분, 휴대폰으로 119 로 산불소식을 알린다. 그곳에서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나보다 먼저 알린 사람이 있었나 보다. 곧 이어 산곡초등학교 들머리로 소방차들이 들어 닥친다. 흰 연기는 더욱 하늘 높이 치솟고 점심 식사 반주로 소주만 마시지 않았어도 산길을 뛰어 오를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산 밑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2005.04.05)  


 

 

*산행기를 작성하는 이시각(16:32) 동해안 산불이 낙산사를 태우고 있다는 슬픈 소식을 접합니다.

 빨리 산불이 잡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