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월요일), 구름이 많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맑은 하늘을 보고 8시 15분에 집을 나와서 도봉구민회관 앞에서 72번 버스를 기다리다가 8시 30분에 온 버스를 타고 의정부와 송우리를 지나서 포천시청 앞에서 내리니 10시가 다 됐다. 버스 정류장에서 지루하게 전곡행 56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매시 45분에 출발하는 56번 버스가 제 시각에 도착한다. 무럭고개와 깊이울계곡 입구를 지나가는 56번 버스를 타고 10분 만에 무럭고개에서 내린다. 버스의 자동안내방송에는 “약수터 앞”이라고 나오고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문례현약수(問禮峴藥水)”라는 표지석과 함께 약수터가 있다. 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바가지 마시니 물이 차지 않아서 그런지 그리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쌍스틱을 펴 짚고 약수터 건너편의 왕방산 들머리를 오르니 등로의 붉은 흙이 눈길을 사로잡고 신록에서 발산하는 짙은 냄새가 인상적이다. 들머리에서 10분 만에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닿고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방향표지판을 보며 걷노라면 들머리에서 50분 만에 삼각점과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고 깊이울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527.8봉에 이른다.

다시 방향표지판이 가끔 나타나는 지릉길을 나아가면 들머리에서 1시간 37분 만에 왕산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이르고 여기서 5분 만에 헬리포트를 지나서 다시 3분 만에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이 설치돼 있는, 해발 732.7 미터의 왕방산 정상에 이른다. 무럭고개에서 1시간 45분 만에 정상으로 오른 것이다.

왕방산 정상에서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그늘인 한 그루의 소나무 밑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막힘없는 조망을 보는데 여름치고는 꽤 조망이 좋은 날씨라서 먼 산들의 윤곽이 선명하게 잡히고 가까이로는 왕방산의 서남릉과 해룡산, 국사봉이 보인다. 

왕방산 정상에서 40분쯤 쉬다가 일어서서 서남릉으로 내려서니 곧 방향표지판이 나오는데 직진하면 서남릉을 거쳐서 오지재고개로 내려서게 되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국사봉과 깊이울계곡으로 가게 된다. 직진한다. 
 


무럭고개의 왕방산 들머리. 
 


삼각점이 있고 깊이울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527.8봉. 
 


왕산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지점의 방향표지판. 
 


헬리포트 1. 
 


왕방산 정상의 정상표지석 - 해발 737.2 미터. 
 


정상표지석이 있는 곳보다 몇 미터쯤 더 높은 최정상부에 설치돼 있는 삼각점. 
 


왕방산 정상의 전경. 
 


왕방산 정상에서 바라본 국사봉. 
 


왕방산 정상에서 유일하게 그늘을 제공해 주는 소나무 한 그루. 
 


왕방산 정상에서 바라본 왕방산 서남릉과 해룡산. 
 


왕방산 정상의 바로 밑에 있는 하산로의 방향표지판. 
 

능선의 왼쪽으로 내려가면 군부대의 사격장이 있어서 위험하다는 경고판을 지나친 후에 험한 바위지대를 왼쪽으로 우회해서 지릉길을 나아가면 정상에서 27분 만에 서남릉의 헬리포트에 이른다. 계속해서 지릉길을 나아가면 23분 만에 안부 사거리에 이르고 중간에 5분 남짓 쉬다가 10분쯤 더 나아가면 로프를 잡고 올라서 돌탑이 있는 570봉에 이르게 된다. 570봉에 설치된 방향표지판에는 오지재고개까지 700 미터가 남았다고 가리키고 있다. 570봉의 평평한 전망바위에 앉아 포천시내를 조망하며 20분쯤 쉬다가 오지재고개 쪽으로 내려선다.

570봉에서 4분쯤 내려서니 직진하면 대진대학교로 내려가고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오지재고개로 내려가게 된다는 방향표지판을 지나치게 되고 여기서 15분쯤 더 내려가면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면 오지재고개라고 가리키고 있지만 직진하는 길에는 아무런 설명도 없는데 포천시내 쪽으로 내려가는 길인 듯하다. 여기서 5분을 더 내려가니 포천과 동두천의 경계인 오지재고개다.

오지재고개에서 차도를 건너 임도를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왼쪽의 군사도로와 오른쪽의 비포장임도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군사도로에는 민간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설치돼 있지만 제지하지 않는다는 선답자의 산행기를 믿고 지루하게 시멘트 포장의 도로를 오르면 오지재고개에서 40분 만에 군부대의 철책이 가로막고 있는 해룡산 정상 부근에 이른다. 여기서 철책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면 숲 속에 비좁은 길이 나오는데 군부대 외곽의 순찰로인 듯하다. 한 귀퉁이에는 멧돼지들이 먹으라고 먹다 남은 밥을 한 덩어리 떨어뜨려 놓은 게 눈에 띈다.

등로를 계속 나아가면 해룡산 서북릉으로 보이는 오른쪽의 내리막길과 왼쪽의 오르막길로 길이 갈라지는데 리본이 설치돼 있는 왼쪽 길로 오르면 해발 660.7 미터의 해룡산 정상 부근에 있는 군부대의 철책을 뒤로 하고 능선으로 올라 헬리포트에 이른다.

헬리포트에서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가면 눈앞으로 칠봉산이 올려다보이고 등로의 오른쪽 밑에 나 있는 임도를 보며 내려가서 임도와 맞닿는 해룡산 날머리에 이른다. 오지재고개에서 약 1시간 30분 만에 정상을 밟지 못하는 해룡산을 오르내린 것이다. 
 


헬리포트 2. 
 


돌탑이 있는 570봉. 
 


바위 위의 나무. 
 


오지재고개의 해룡산 들머리. 
 


포천과 동두천의 경계인 오지재고개. 
 


오지재고개의 왕방산 날머리. 
 


해룡산으로 오르는 군사도로. 
 


군부대가 있어서 오르지 못하는 해룡산 정상부분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 
 


해룡산의 헬리포트. 
 


등로에서 바라본 칠봉산과 등로 밑의 임도. 
 


임도와 만나는 해룡산 날머리. 
 

임도의 한 귀퉁이에 앉아 15분쯤 쉬다가 천보산 들머리로 오르면 2분 만에 무덤이 있는 삼거리로 오르게 되고 오른쪽에 나 있는 무덤 사이의 길로 나아가니 포천 쪽에서 바라보이는 천보산은 유순한 육산의 모습이다. 무덤에 이어지는, 임도처럼 넓은 등로를 내려가면 들머리에서 10분 만에 임도가 있는 안부에 닿고 임도를 가로질러 직진하여 오르면 아늑한 분위기의 넓은 산길이 이어진다.

서서히 좁아지고 가파라지는 길을 오르면 들머리에서 30분 만에 장림고개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에서 바위의 표면이 부스러져 흙길처럼 보이는 암릉길을 12분 나아가면 3년 전에 칠봉산을 거쳐 장림고개에서 올랐었던 해발 423 미터의 천보산 정상이다. 그때 정상 직전의 비좁은 암릉길에서 크고 독이 오른 꽃뱀 한 마리의 옆을 지나치게 됐었던 기억이 생생해서 삼거리에서부터는 매우 긴장하며 올랐지만 다행히 그 꽃뱀은 보이지 않는다.

천보산 정상에서 20분쯤 쉬며 여기서 의정부 천보산에 이르는 기나긴 천보산릉과 그 뒤에 있는 서울의 명산들의 윤곽을 바라보다가 오던 길을 잠시 되돌아가서 왼쪽에 나 있는 하산로로 내려선다. 
 


임도의 천보산 들머리. 
 


무덤 앞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임도를 가로질러서 이어지는 등로. 
 


아늑한 느낌을 주는 등로. 
 


장림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천보산 정상 - 해발 423 미터. 
 


양주 천보산에서 맨 오른쪽의 의정부 천보산에 이르는 기나긴 천보산릉. 
 


불암산, 수락산과 의정부 천보산, 도봉산, 북한산. 
 


천보산의 한 암봉과 그 뒤의 칠봉산. 
 

하산로로 내려서니 칠봉산과 그 앞의 천보산의 한 암봉이 먼저 시야를 사로잡고 바로 앞에는 수풀로 둘러싸여 펑퍼짐하게 보이는 해발 400 미터의 망경대가 있다. 망경대에 올라 멋진 소나무들을 둘러보고 양주시내를 조망하다가 로프를 잡고 암릉을 내려서면 곧 넓은 공터가 있는 삼거리에 이르는데 왼쪽으로 내려가면 회암사 부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선각왕사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게 된다. 3년 전에는 왼쪽 길로 내려갔었으니까 오늘은 가 보지 않은 오른쪽 길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삼거리에서 험한 암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15분 만에 선각왕사비 앞에 닿는다. 
 


하산길의 망경대. 
 


망경대의 소나무. 
 


망경대 - 해발 400 미터. 
 


기암이 있는 암릉. 
 


비바람에 마멸되고 있는 바위. 
 


로프지대. 
 


교체해야 할 낡은 로프. 
 


회암사 부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과 선각왕사비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 
 


삼거리에서 돌아본 천보산. 
 


슬랩에서 내려다본 회암사와 선각왕사비. 
 

앞쪽에 깨끗하고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은 모조비이고 뒤쪽에 초라하게 보이는 것이 1997년의 화재로 비와 비각이 전소하여 초석과 기단만 남은, 진짜 선각왕사비의 잔해다.

선각왕사비 앞에 앉아 10분쯤 쉬다가 회암사로 내려와서 대웅전을 카메라에 담고 밑으로 내려서니 절에서 키우는, 풀어 놓은 개 두 마리가 짖으며 다가온다. 스틱으로 개들을 제지하며 개 좀 보라고 소리치니 스님이 개를 부른다.

회암사 경내를 벗어나 내려가다가 약수터가 있는 회암사계곡으로 올라가 콸콸 흘러나오는 차갑고 시원한 약수를 마음껏 마시고 약수터 옆의 회암사계곡에서 35분쯤 쉬다가 계곡을 낀 임도를 내려간다.  회암사에서 40분 이상 지루하게 걸어 내려가면 중간에 회암사터와 회암2교를 지나 서울로 가는 버스의 정류장이 있는 천보삼거리에 이른다. 근처의 중국집에서 냉콩국수 한 그릇을 게눈감추듯 싹 비우고 나오자마자 도착한 108번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오늘은 포천과 동두천에 걸쳐 있는 왕방산과 해룡산에 이어 양주와 동두천, 포천에 걸쳐 있는 천보산을 종주했다.

미답지였었던 왕방산과 해룡산을 처음 가 보게 됐는데 땀은 많이 났지만 육산인 왕방산과 해룡산의, 무성한 활엽수림으로 그늘진 등로는 따가운 햇볕을 많이 가려 주어 그리 덥지는 않았다. 무럭고개에서 오지재고개에 이르는 왕방산 종주 코스만도 8.1 킬로미터였고 천보 삼거리까지는 약 15 킬로미터에 가까운 종주 코스였는데 경관이 좋은 바위산인 천보산에서 종주를 마무리하게 되어 단조롭지 않은 산행을 하게 됐다.

왕방산에서는 방향표지판이 지나칠 정도로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해룡산에서는 리본만 몇 번 봤을 뿐, 방향표지판은 전혀 없었고 천보산에서는 삼거리와 정상, 회암사 입구에만 방향표지판이 있었고 그나마 삼거리의 방향표지판은 훼손되어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양주시에서는 명산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천보산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타지의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는 산으로 거듭 태어나게 하기를 바란다. 
 


1997년의 화재로 초석과 기단만 남은 선각왕사비. 
 


뒤의 선각왕사비와 앞의 선각왕사비 모조비. 
 


선각왕사비 앞에서 바라본 천보산. 
 


회암사의 대웅전. 
 


약수터 옆의 회암사계곡. 
 


회암사약수터. 
 


회암사지전망대에서 바라본 회암사터. 
 


천보산이 바라보이는 회암2교. 
 


양주 천보삼거리의 버스 정류장. 
 


오늘의 산행로 1. 
 


오늘의 산행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