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 일품인 순천 오성산, 운월산 산행

 

산행일 : 2006. 2. 12 (日). 맑음

같이 간 사람들 : 홀로 


 

  오성산 (608m)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접치재 서쪽 산행들머리(11:51. 해발 약 230m)

  ☞ 정상 (12:31~13:00. 점심식사)

  ☞ 접치재 (13:25)

총 산행시간 : 1 시간 34분 (빠른 걸음으로 1시간이면 충분한 코스)

산행지도


 

산행기

  조계산에서 접치재로 내려서서 다시 올라가야만 호남정맥을 이을 수 있는 산이 바로 오성산이다. 

산행 들머리를 찾으려 접치재를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 하였지만 어디에도 들머리는 보이질 않는다. 도대체 호남정맥타는 사람들은 오성산을 어디로 오른단 말인가.

할 수 없이 오성사에서라도 올라볼 요량으로 오성산 동쪽에 있는 오성사(절)로 차를 몰고 올라간다.

제법 규모가 큰 절인데도 백구 두 마리만 낯선 객을 향하여 두려움에 짖어댈뿐 도무지 사람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 절이다.

대웅전 밑을 지나는데 대웅전 왼쪽에 신발 십여 켤레가 보이고, 안에서 법회소리가 들린다.


 오성사

 

  대웅전아래 오른쪽으로 나있는 밤나무 과수원 사이 임도를 올라가보는데,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전혀 없다. 아니나 다를까 100m정도 올라가니 길이 끊어진다. 다시 절로 내려가 요사채쪽으로 가보니 한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오신다. 오성산 오르는 길을 물으니 이곳에서는 길이 없다고 말씀하신다.

할 수 없이 최선호님에게 전화로 여쭈어 보니 자세하게 가르쳐 주신다.


 

  다시 접치재로 올라서 고개를 넘어 약 300m쯤 내려가니 길 왼쪽에 널따란 주차장 비슷한 공간이 나온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길을 건너면 바로 오성산 산행 들머리이다.

초반에는 완만한 경사인데, 중간에 급경사가 약 200m는 되는 것 같다. 줄이 매어져 있어서 왼손으로 줄을 잡고 오르면 큰 도움이 된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눈(雪)의 깊이도 깊어진다.


 오성산 산행들머리

 

  정상에 오르니 시야가 탁 트이는 게 거침이 없다. 산불감시초소에는 방금 전까지도 사람이 있었던 흔적이 역력하다. 라이터, 휴대용 가스렌지, 냄비, 녹차티백, 생수, 잡지책…….

사진을 몇 컷 찍고 내려가려니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이렇게 좋은 점심 먹을 장소를 놔두고 내려간다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초소 안으로 들어가 배낭을 풀어 점심을 펼쳐놓는다.

특급호텔 스카이 라운지야 이보다 훨씬 좋겠지만, 아무도 없는 산상에서 바람까지 막아주며 식탁에, 의자에 멋진 조망을 제공해주는 산불감시초소가 나에겐 최고의 산상 스카이라운지가 되어버린 셈이다. 

밥 한 술 뜨고 왼쪽의 모후산, 무등산을 바라보고, 국 한 술 뜨고 정면의 동악산을 바라본다. 다시 밥 한 술 뜨고, 오른쪽의 지리산, 백운산을 쳐다보니 신선놀음도 이런 신선놀음은 없다.

반찬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최고의 조망이 바로 최고의 반찬이다.

 

  오성산 정상


 

  정상에서 바라본 모후산 (왼쪽)과 무등산 (오른쪽). 무등산 왼쪽 앞으로 운월산이 보인다.

 

  무등산 (줌 촬영). 눈이 많이 녹은것 같다.

 

  지리산 주능선. 왼쪽에 노고단과 반야봉이 오른쪽에 천왕봉이 보인다.

 

  지리산 천왕봉 (줌 촬영)

 

  백운산 주능선. 왼쪽 두개의 봉우리는 또아리봉(따리봉, 맨 왼쪽 봉), 도솔봉. 제일 높은 봉이 정상인 상봉(약간 왼편에 보임), 맨 오른쪽 볼록 솟은 봉이 억불봉.

  산상 스카이라운지에서의 점심식사

 

  

  운월산 (618m)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 영천사 주차장 (14:00. 해발 약 300m)

  ☞ 대성암 (14:17~14:20)

  ☞ 암자 (14:42~14:45)

  ☞ 정상 (15:24~15:45)

  ☞ 암자 (16:04~16:14)

  ☞ 영천사 (16:33)

총 산행시간 : 2 시간 33분

산행지도


 

산행기

  접치재에서 주암면소재지를 지나서 약 1km정도 가다보면 왼쪽에 시멘트 포장도로가 보이면서 도로 입구에 모후산 영천사라는 큼직한 입간판이 보인다. 이 길 따라 차로 15분가량 ( 한참을 올라가야한다.)을 올라가면 영천사가 나온다. 영천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 경사가 급한 계단을 수백 개, 아니 수천 개는 올라야만 영천사를 벗어날 수 있다. 대웅전에서부터는 아무도 오르지 않은 눈길이다.


   영천사. 왼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대성암, 말이 암자이지 아무도 살지 않는 으시시한 곳이다. 오름길은 매우 좋은 편이다. 반면에 조망은 거의 없어서 다소 답답하다. 20분쯤 오르니 집 한 채가 나온다. 암자인 듯한데 여기도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찢어진 문풍지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통과하면서 음산한 분위기까지 감돈다.

어두컴컴하고 아무도 없는 깊은 산중……. 금방이라도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뛰쳐나올 것만 같다. 건물 왼쪽에 높이 5m가량의 무명폭이 빙폭이 되어 제법 그럴싸하게 보인다. 빙폭하단부를 건너 길이 보인다. 저리로 등로가 있는 줄 알고 길을 따라가 본다. 후답자를 위하여 리본(지금까지 단 한 개의 표지기도 보질 못하였다.)도 매달아 놓고…….

하지만 그 길은 이내 끊어지고 급경사로 이어진다.

    

  대성암. 오른쪽 건물의 왼쪽으로 길이 있다.

  

                              아무도 없는 으시시한 암자. 저 건물의 오른쪽으로 등로가 있다.

 


  암자 왼쪽에 있는 빙폭

 

  지금까지 올라온 길이 암자까지만 올라오는 길이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없었단 말인가? 어쩐지 리본이 전혀 보이질 않더니만…….

고도계를 보니 500 여m. 길이 없지만 앞으로 고도 상으로 100여m 만 치고 올라가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치고 올라간다. 눈 때문에 자꾸만 미끄러진다. 급경사 한 켠에 서서 아이젠을 착용하고 다시 오른다. 오른쪽 대각선위로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기로 올라가자. 10여m를 치고 올라갔을까 갑자기 길이 나타난다. 혹시 암자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길로 여겨진다. 길을 잃고 15분 가량을 치고 올라오다 만난 반가운 길이다.


 

  이 오름길도 산님들이 그다지 많이 다닌 길은 아니다. 산죽이 점점 앞을 가로막기 시작하더니 올라갈수록 등로를 덮어버린다. 눈의 무게에 못 이겨서 아예 등로 위에 누워서 앞이 보이질 않는다. 힘든 산죽길을 헤치랴, 길 확인하랴 힘들게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엔 정상석도 없고 그 흔한  표지기도 보이질 않는다. 그 만큼 별 볼일 없는 산이어서 찾는 산님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산도 조망 하나는 끝내준다. 무등산이 더 가까이 보이고, 오성산에서 잘 보이지 않던 조계산이 적나라하게 전신을 보여주니 힘들게 올라온 보람은 있다.

                   

  정상 약 200여m 전 부터 엄청 힘들게 하는 산죽. 눈때문에 쓰러져

온통 길을 뒤덮어서 헤치고 올라가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운월산 정상, 뒤로 화순 모후산이 보인다.


 

곡성 동악산이 저리 아름다운줄은 몰랐었다. 운월산에서 바라보아야 가장 아름다운 산이 바로 동악산이다. (줌 촬영)

 

  순천 깃대봉(왼쪽)과 계족산 능선

 

  조계산(오른쪽)과 접치재, 그리고 오전에 올랐던 오성산(왼쪽 중간에 볼록 솟은 봉)

 

  한참동안 조망을 즐기다가 북쪽능선을 타고 운암터널쪽으로 하산(원래는 모후산까지 갔다 오려했는데, 가시나무와 러셀 안된 능선길을 보고 다음을 기약하게된다.)하려고 50여m까지 내려가다 보니 여기도 길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아무도 밟지 않은 능선길 위의 눈을 러셀까지 해야만 하니……. 다시 뒤돌아 정상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간다. 내리막길은 눈 때문에 넘어진 대부분의 산죽이 산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올라갈 때 보다 훨씬 수월하다.

  지긋지긋한 산죽구간을 통과하여 아까 길을 찾았던 지점을 통과하여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 본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 암자가 나온다. 길은 암자 왼쪽으로 이어져 내려간다.

암자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눈 때문에 그 길은 보이질 않았었다. 폭포 왼쪽은 분명히 훤하게 길이 보였었고…….  


 

  배낭을 벗어놓고 아까 올라갈 때 매달아놓은 리본 두개를 회수해온다. 빙폭의 고드름 한 개를 따서 입에 넣는다. 무공해 천연 빙과라서인지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대성암을 지나 수많은 계단을 내려서서 영천사에 들어선다.

  오성산에선 산행 중에 산님을 다섯 분이나 만났었지만, 운월산은 산행 내내 아무도 만나질 못하였다. 두 산 모두 추천하고픈 산은 아니다.

 

  영천사에서 내려가는 산길은 음지엔 아직도 눈과 빙판이라 조심스레 운전을 하여야만 한다. 좌우지간 올 한해 사람도 원없이 눈길을 걸었거니와, 차도 주인을 잘못만나서 눈길을 많이도 다녀야만 하였다.


 

 주암면소재지를 막 벗어나자 정월대보름 놀이(오른쪽에 달집 태울 대나무를 세워놓고...)를 하는 마을 주민들을 보고 차를 세워 몇 컷 찍어 보았다.

 마을 주민들이 손을 잡아끌며 술 한 잔 하라고 하였지만, 먹은것이나 진배없다고 하며 사양하느라 진땀을 빼야만 하였다.

 

  정월대보름의 보름달 (집에 돌아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