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산 자락에서 미녀 만나 이런 저런 생각으로 나만의 데이트를

2008.12.28(일, 맑음)

권빈리(07:10)→지실마을(07:30)→습지→숙성산(09:00~20)→갈림길(10:00)→눈섭바위(10:30)→전망대(10:40~50)→입술바위(11:00~10)→유방봉(11:20)→미녀봉(11:40)→오도재(12:20)→오도산(13:00~30)→전망대(14:00~20)→수도지맥날머리(15:30~40)→대곡역(16:40)






산중 미녀 만나러 거창으로 퇴근 군내버스 정류장 확인하니 산골마을 로선들이 많다.


덕유산 황점 첫차나 막차는 사정에 따라 결행될 때도 있다며 서흥여객(055-944-3720)으로 연락주시면 좋단다.

어디를 들머리로 해야 좋을지 궁리한 끝에 합천 쪽에서 숙성산 미녀봉 오도산 갔다가 사정에 따라 가조로 하산할 생각으로 합천행 첫차(06:30)에 오른다.

캄캄한 들녘 지나 구불구불 달려가니 서서히 산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권빈1리에 내려 주신다.

어디로 올라야 할지 물어볼 자도 없어 산쪽으로 향한 오솔길로 올라가보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가게에 들러 쵸코렡 사면서 확인하니 도로 따라 가면 오도산 안내판이 보인단다.

진입로 따라 가며 숙성산쪽 들머리가 궁굼한데 지실마을 안내표석이 이리로 올라가란다.
마을진입로는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호박돌로 만들어진 계단식 논이 계속된다.
이런 지역에 밭이 아닌 논이 있다니 궁굼하다.

마을입구에 이르니 정자가 반겨주고 산비탈면 따라 허름한 농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꼬부랑 할머니 추운날씨임에도 맨손으로 지팡이 집고 친구 집 가시는지...



세숫물 데우는지 가마솟밑에 장작불도 보이고....
이곳만은 예전방식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

마을식수 공급장치 지나 이리저리 산허리 넘어가니 습지를 지나는데 지면이 벌집같이 솟구쳐 있고 약간의 물도 흐른다.
리본 따라 숲속 빠져 나오니 숙성산과 미녀봉 오가는 주능선이다.

도선국사님께서 큰 깨달음 얻으셨다는 숙성산 정상 가면 합천호 보일 것 같았는데 숙성산 신령님 오도산에서 보라며
바람 불고 추우니 아침햇살로 낙엽 뎁혀 놓았으니 앉아 쉬었다 가라신다.



안부로 떨어지는 전망대에서 미녀산 바라보니 얼굴부위만 암봉들로 밀집되어 있고 가슴부위는 부드럽게 솟구쳐 예쁘게 느껴진다.


얼굴부위에 이르니 눈썹바위가 반겨주는데 바로 뒤가 부부 합장묘란다.
주변 일대에 밀집된 암봉들 어디가 눈이고 입술인지 분간할 수 없어 조심조심 바위마다 올라본다.








가조들판 넘어 금귀 보해산 바라보니 미녀봉 신령님 오늘만은 다른 곳에 관심 갖지 말라 하신다.



부드러운 곡선미가 매력적인 가슴부근에 이르니 젖이 부족하셨던 분인지...
만삭이 된 배 부근에 이르니 자식을 갖지 못한 분인지 ...





미녀봉 지나 종아리 따라 안부로 떨어지니 합천과 가야를 오가는 오도재다.




시간적으로 여유 있으니 오도산 정상으로..
시계가 조금씩 열리더니만 덕유산과 가야산 신령님 구름위로 살짝 보이신다.




합천호가 반짝이고 황매산과 지리산 천왕봉도 구름 속에 뵈는 듯하다.




권빈리로 향한 산줄기 따라 하산하다 낙옆 수북한 숲속에서 망서릴 때마다 리본이 안내 해주니 안심된다.

하산 중간지점 전망대에서 건너편 미녀산 바라보니
눈 화장 짙게 한 여인이 이쪽을 바라보며 잘 내려가고 또 오라는데

흰 목덜미와 둥근 눈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무슨 사연 있길래 저런 모습으로 누워 있는지...


좀 더 쉬었다 가라지만 오늘밤 안으로 대구까지 가야한다니 걱정 말라며 리본만 따라 가란다.
낙엽 스키타고 마구 내려오니 아침에 보았던 마을이 가까운데 방향이 빗나가고 있다.


이쯤에서 빠져야 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의지했던 리본인데 문제될 것 있겠나 다시 리본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니 수도지맥 날머리 봉산면과 묘산면 경계 고갯마루다.


대구방향 묘산쪽으로 도로따라 가는데 달려가던 승용차가 고개마루에서 정차한다.
길 물어 보시려는 분인가?

내가 먼저 진행방향이 묘산입니까 물으니 묘산가시면 타라 하신다.
합천발 대구행이 묘산 경유할 것 같아 그 차를 타려고 합니다 하니 집이 대구시 진천이라며 대구까지 태워 주시겠다 하신다.

미녀산과 오도산 신령님 뵙고 수도지맥으로 하산하고 보니 교통편이 막막했는데 참으로 고맙습니다 하니
그 분도 산행 좋아하신다며 처갓집 다녀가는 길이란다.

내가 젊게 보인다 길래 갑오년 병인월 생이라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갑장이라며 왜 홀로 오셨는냐 물으신다.

무어라 답변해야할지

해바라기형 처세로 승승장구한 자도 보았고
그런 중에도 때를 잘 못 만나 천수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진솔하게 땀 흘린다 해서 반드시 바라는 바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볼 품 없을지라도 때를 잘 만나면 덕유산 상고대처럼 눈길 끄는 경우도 있으니....

게다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로 가치관이 혼란스럽고...
도데체 어떠게 살아야 하는 것이 정답인지.....
게임같은 세상살이 잘 적응하지 못해 마음이 울적할 때도 많지요.

그럴 때마다 곡주 짊어지고 산에 안기다 보니 남들은 친목과 건강 때문에 산행한다지만 저는 이렇게 홀로...

삶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산길 걷는 중에 해소되는 경우도 있지요
자연중에도 같은 현상 있다면 피조물인 우리들도 어찌 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돌작밭 능선에서 매서운 강풍과 폭설에 짓눌릴지라도 모든 것 숙명으로 수용하고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주목처럼...


장래 큰 희망이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야 하겠지요.

오늘 미녀산 신령님 걱정말라 하셨는데 ..
저녁식사라도 함께 하자니 들어가 봐야 한단다.

오늘 못 다한 이야기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명함 건네 드리고 대곡역에 내려 한실골로 향하는데
객지를 떠돌지라도 심신이 자유로우니 그것만으로도 진정 행복한 것 아니겠느냐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