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된 밥에 코 빠뜨린 미녀와의 데이트 (미녀봉-오도산) 경남 거창

 


 

  미녀봉과 가조벌판,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주변 봉우리의 앉은 터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백두산천지와 흡사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명한 가조온천의 이름도 <백두산 천지온천>이다. 
 

  어쨌든 미녀봉 서쪽에서부터 숙성산,박유산,금귀산,보해산,장군봉,

  비계산,두무산,오도산이 미녀봉을 병풍처럼 감싸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자고로 미녀 앞에서 덤덤하지 못한 것이 인간뿐이 아닌가 보다. 
 


 

산행지 : 오도산과 미녀봉(경남 거창)

일  시 : 2006. 02. 19(일) 맑은 듯 흐린 듯 애매한 날씨

산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12:00 음기마을 소류지 -산행시작-

13:30 능선안부(유방봉 갈림길)

13:50 미녀봉(930m)

14:50 오도재(730m) 오도산/미녀봉/휴양림/도리 갈림길

15:30 오도산(1,134m)

15:45 능선안부(휴양림 하산길)

16:00 휴양림/오도재 갈림길

16:20 휴양림

17:00 말목재(숙성산 갈림길)

17:40 입석

18:00 유방봉 갈림길

18:30 음기마을 소류지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 6시간 30분 (약12km)


 


 

                             산행경로   -국제신문 <근교산>에서 발췌 편집-


 

미녀봉? 과 총각봉? 
 

오늘은 어여쁜 미녀와 데이트 좀 하고 오겠다고 했더니 아니라 다를까 꼭지의 날벼락이 떨어진다.

“흥흥!! 뭐라고! 미녀를 만나러 가?” 당장 스틱을 냅다 꼽을 기세다.

흐미 움찔~ “그라면 같이 가든가.” 말끝을 흐리고 집을 나서니

꼭지 왈 “씩씩~ 나는 총각 만나러 갈기다.”

으잉~~! 총각??????

“그래 그 옆에는 총각장군이 있었지.”

부지런한 해는 벌써 중천에 떠서 우리의 걸음을 재촉하며 미소를 보내온다. 
 

꼭지를 데리고 아리따운 여인을 만나러간다는 것

어쩌면 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만 설마 산미녀(?)가 질투까지 할 줄 몰랐으니..

(말이 방정이라 젖가슴을 더듬어보기도 전에 그만 쫓겨나고 말았음)

88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늘 곁눈질로 훔쳐보곤 했던 미녀산

그 이름 또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하다. 
 

가조I.C에 내려서 미녀봉을 바라보면 임신한 것처럼 배가 볼록한 여인이 서쪽으로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형상이라 한다.

원래는 휴양림에서 시작하여 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훔치고

그 다음엔 젖가슴~~ 큭큭 그러다보면 발가락까지 내려오게 되는데... 
 

성질이 급하여 배부터 오르기(?)로 하고 음기마을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건 정 코스가 아니었다.

결국 본의 아니게 미녀산을 헥헥거리며 두 번이나 오르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꼭지 생고생시켜서 호되게 혼남 ^^)

일몰시간에 쫓겨 젖가슴(?)도 만져보지 못하고 하산하는

다 된밥에 코 빠뜨린 아까운 산행이 되고 말았다. 


 

음기마을에 들어서니 동네는 고요한 적막만이 감돈다.

들머리를 잘 몰라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사람은커녕 어딜 가나

나만 보면 짖어대는 멍멍이조차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다 어디를 갔지?”

두리번거리며 골목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연세가 아주 많으신 할아버지를 만났다. 
 

“할아버지, 미녀봉을 가려는데 어디로 가야합니까?”

산자락을 향해 손짓을 하시며 “옆길로 빠지지 말고 저기 저수지까지 쭈욱가면 올라가는 길이 있제.”

유방봉아래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소류지를 가리키며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참으로 인정 많고 고마운 할아버지 ^^* 
 


 

                                        ▲음기마을 소류지에서 바라본 미녀의 자태? 
 

시멘트길이 걷기 싫어 농로길 끝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니

이미 작은 소류지 공터에는 몇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흐미~ 나보다 성질이 더 급한 사람들이네.”

한쪽 편에 겨우 차를 주차하고 살랑대는 억새풀너머를 바라보니 오똑솟은 유방봉이

“나 잡아봐라.”하며 위압감을 준다. 
 


 

 

그 젖가슴 한번 만져보려면 땀깨나 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양지쪽 잘 다듬어진 묘지를 지나니 그늘진 부드러운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이곳의 미녀는 어떤 향내가 날까 길게 심호흡을 한다.

흠흠~~ 

아무리 코를 벌룽거려도 미인의 체취는 맡을 수가 없다.

엷은 햇살이 비웃기라도 하듯 솔숲을 파고들며 긴 그림자를 드리운다.

조용한 산속에 퍼지는 수다스런 새들의 재잘대는 소리..

미녀도 저만큼 깨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능선을 오르며 내려다본 소류지와 그 아래 음기마을과 우측 석강공단의 풍경 
 

석강공단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마주치는 당산나무를 지나니

능선안부까지 제법 가파른 등로가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약간의 너덜경 너머로 조망이 트이는데 발아래는 들머리인 소류지와 그 아래 음기마을

우측으로 파란지붕의 석강농공단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능선을 오르며 바라본 비계산

 



 

                                                                  ▲미녀봉가는 길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주위의 산들이 모두 미녀봉과 마주하고 있다.

꼭지가 찾는 총각 장군봉은 가조벌판 너머 멀리서 손짓을 보내고 있고

엉큼한 오도산은 무시무시한 안테나를 세우고 뾰족하게 하늘로 솟아 있다.

우측으로 가면 유방봉인데 처음부터(?) 어찌 여인의 젖가슴을 더듬으랴.

그건 마지막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좌측 미녀봉으로 향한다. 
 

 

 

 

미녀봉의 전설 
 

옛날 바다였던 이곳에 장군이 탄 나룻배가 표류하고 있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장군을 구하기 위해 도력이 뛰어난 자기 딸을 지상으로 내려 보냈다.

하지만 옥황상제의 딸과 장군은 첫 눈에 반해 둘은 사랑에 빠졌다. 
 

장군을 구해주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옥황상제는 이를 보고 노해

"너희 둘은 영원히 산으로 변해 누워 있으라"는 형벌을 내렸다.

그래서 미녀봉이 지금의 이 자리에 생겨나고 그 북쪽에 장군봉이 솟아나게 되었다. 
 

두 봉우리는 가조 들녘을 중심으로 마주보고 있다.

장군봉은 바위봉으로 한눈에 남성적임을 알 수 있고 미녀봉은 말 그대로 여성적이다.

두 봉우리의 해발고도가 935m로 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국제신문 <근교산>에서 발췌-


 


 

                              ▲미녀 무릎옆에 앉아 "뭘 하나?" 안테나까지 세워 흑심을 품고 있는 오도산 
 

미녀에게 연정을 품은 산도 많아서

발아래에는 무뚝뚝하게 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두무산(1,038m)이 있고

무릎 옆에는 “요걸 어째?”하며 흑심을 품다 깨달음을 얻었다는 오도산(1,134m) 
 


 

                                  ▲미녀 발아래에서 무뚝뚝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두무산

 

사랑방보다 성질이 더 급해

아예 머리 위로 날아오르듯 덤벼드는 좌측의 비계산(1,126m)

미녀와 깊은 사랑을 나누다 옥황상제의 미움을 싸서 돌로 변했다는 멀리 북쪽의 장군봉(935m) 

 

그리고 머리맡에서 침을 흘리며 바라보는 숙성산

미녀를 먼저차지하기 위해 늘 티격태격 싸우는 삼총사(박유산,금귀산,보해산)가 

오늘도 미녀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다.

거창에 이렇게 많은 산이 미녀를 흠모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이참에 아예 중매를 서기로 한다. 
 


 

                                   ▲미녀봉을 향해 날아오를 듯이 웅크리고 있는 비계산 
 

옛 애인 장군봉은 멀리서 딴 짓만 하고 있고

오도산은 너무 거칠어 아무래도 미녀를 고생시킬 것 같다.

그러면 두무산?

꼭지 왈 “아니지 두무산은 좀 어둔한 것 같고 똑똑해 보이는 비계산이 좋겠다.”

내가 보기에도 비계산은 키도 늘씬하고 남자다운 멋이 흘러 마음에 든다.

일단 비계산 사진 한 장 뽑아서 미녀 손에 쥐어주고 (선택은 미녀의 자유)
 


 

                                          ▲물을 담으면 백두산 천지를 꼭 닮았다는 가조벌판 
 

미녀봉을 내려서니 마사토가 깔린 정갈한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좌로는 비계산이 “좋아라.”하며 금방이라도 미녀에게 달려들 듯이 날개를 펴고 있고

그 발아래에는 삐진 표정의 두무산이 새침한 눈길을 보내오고 있다. 
 


 

                    ▲약간 비켜선 햇살이 솔숲을 파고드는 오도재 안부(휴양림/도리/오도산/미녀봉 갈림길) 
 

해발 730m인 오도재

살짝 비켜선 햇살이 은은하게 솔숲을 파고든다.

휴양림으로 바로 하산하느냐 아님 가파른 오도산을 오르느냐

이곳에서 오도산까지는 400여m의 고도차 아마도 40여분을 땀깨나 흘리며 올라야 할 것이다. 
 


 

                              ▲커다란 안테나까지 쫑긋세우고 미녀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오도산 정상부


 


 

                                                  ▲남쪽방향으로도 산군들의 움직임이 부지런하다

 

 

 

 


 

         ▲오도산에서 바라본 미녀(좌측으로 머리를 늘어뜨린 얼굴이 또렷하고 젖가슴과 배의 곡선이 리얼하다) 
 

잠시 꼭지의 눈치를 살펴보니 무척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일단 헤어졌다가 휴양림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오도산을 향해 잔설 덮인 급경사를 치고 오른다.

오도산정상부는 통신시설물이 점령하고 있어서 그 아래 임도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꽤 괜찮은 편이다.


 

                                                  ▲합천호가 보이는 오도산에서의 풍경 
 

아리따운 여인의 가지런한 얼굴과 젖가슴

그리고 애기를 밴 듯한 볼록한 배가 그려지는 미녀봉이 지척이고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에 은빛물고기처럼 솟아오르는 합천호가 눈길을 끈다. 
 

전망봉을 내려서면 우측으로 하산로가 있는 안부다.

이곳에서 더 이상 능선산행을 하지말고 우측으로 리본 따라 하산하여야 한다.

기다리는 꼭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휴양림 소나무숲을 파고드는 햇살이 따스하고 계곡에는 봄기운이 완연하다 
 

노란 국제신문표시기 따라 급하게 20여분 내려오니 벌써 휴양림계곡이다.

소나무숲사이로 잔설이 녹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싱그러우니

봄은 벌써 휴양림 문전에 와 있는 듯하다.

 

 

 


 

                      ▲휴양림에서 다시 미녀봉을 오르며 바라본 오도산과 그 아래 오도재, 그 너머는 두무산 
 

휴양림의 문 닫긴 매점에서 기다리던 꼭지를 만나 또 헉헉거리며 다시 미녀봉을 치고 오른다.

“하루에 같은 산을 두 번이나 오르다니.” 씩씩거리며 투덜대는 꼭지

숙성산갈림길인 말목재를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주름치마처럼 뻗어 내린 오도산자락과

그 아래 오도재와 휴양림계곡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지친 꼭지를 위로한다. 
 


 

                       ▲눈섭바위의 까다로운 로프구간(옆에 우회로가 있는줄 모르고 꼭지가 또 생고생을 한다. 
 

조물주의 장난(?)과 옛 선조들의 익살이 돋보이는 미녀봉

이제 그 아름다운 여체의 상부를 만지고? 밟고? 지나가는 행운이 주어진다.

미녀의 얼굴에 해당하는 이마와 눈썹, 코 입 부분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여간 까다롭지가 않다.

로프를 잡고 살살 어루만져주며(?) 지나가야 한다.

잠간씩 숨을 돌릴 때마다 펼쳐지는 전망은 그야말로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한다.

 


 

 

서산에 기울고 있는 짧은 해는 미녀의 뺨을 홍조로 물들이며 나에게 눈치를 준다.

오도산에 대해선 참아주었지만 유방봉은 절대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질 않을 것이다.

더구나 미녀의 젖가슴이 아닌가? 어쩌랴. 더 이상의 산행은 무리가 될 것 같아 하산을 결정한다.

 

 

 

                  ▲미녀를 먼저 차지하려고 가조벌판너머에서 늘 티격태격 싸우는 삼총사(박유,금귀,보해산)

 

유방봉을 생략하고 하산한다는 말에 역시 좋아하는 것은 꼭지

흑흑~~ 젖가슴도 만져보지 못하고 하산이라니 결국 다된 밥에 코 빠뜨린 꼴이 되고 만 미녀봉 산행

30여분만에 소류지에 내려오니 넙죽 엎드린 자동차만이 외롭게 객을 기다리고 있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