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은 안개비에 젖어...(오대산종주)

  

일시:2006,8,26

 

산행코스:상원사-비로봉(3.5km 1시간40분)-비로봉-상황봉(2.3km 1시간)
상황봉-두로령(1.7km 40분)두로령-두로봉(1.6km 40분)두로봉-동대산(6.7km 3시간)

동대산-동피골야영장(2.7km 1시간10분)

18.5km 10시간 산행

  

일행:구영림님.송황제님.산들님.포청천님.웃음꽃님.아로미님.나


여름방학동안 계획 세웠던 지리산종주.덕유산종주.오대산종주가

이제 마지막 끝을 맺으러 야심한밤에 5시간을 달려와 상원사주차장에 도착하니

짙은 안개비가 촉촉하니 대지를 적신다.


효령봉,비로봉,상황봉,두로봉,동대산, 다섯 봉우리를 둥글게 원으로 안고 있는 오대산.

너무나 유명한 월정사.상원사,적멸보궁을 품고 있는 오대산을 이제야 처음으로

대하니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아름다운 십 여리 길에 심어져있는 아름드리 전나무가

세월에 묵직함을 더해 나를 더욱 설레게 한다
 

오늘은 그동안 지리,덕유종주를 함께하지 못했던 법을 사랑하시는 포청천님

중딩들을 가르치시는 국어샘 웃음꽃님이 함께해주시니 7인에 전사가 된다.

  

(상원사입구)
02:00

상원사 주차장 화장실에서 시원함을 해결하고 적멸보궁 쪽으로 산행을 시작하니

바로 상원사 입구 계단이 보이며 희미한 가로등만이 산사를 안고 졸고서있다.

행여 실례가 될까 절은 가보지 못하고 계곡길을 따라 적멸보궁으로 오른다.

 

30여분오르니 불사가 한창인 비로전이 급경사 계곡길에 새롭게 모셔져있고

벌써 불공을 드리려는 보살님들의 보습이 아른거린다.

비로전 위에 있는 샘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10여분 돌계단을 오르니 적별보궁이다.

  


적별보궁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곳이고

땅의 기운이 가장 넘처나는 곳이라 조심스레 지나간다.

  

  

  (적멸보궁가는길)

  

적별보궁 돌계단 앞을지나 옆으로 돌아서니

여기에서부터는 전형적인 등산로가 된다.

돌길과 나무뿌리가 보이고 돌계단과 나무계단이 된비알을 이루니 안개비에 젖은 몸이

금세 하얀 수증기로 변해 온몸을 휘감는다.

두 번에 쉬는 시간을 갖지만 물찬제비처럼 날렵한 포청천님은 선두에서 계속날으고 싶어한다.


긴 나무계단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니 등뒤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목탁소리가 힘든 정신을

맑게 해주니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따라 특수부대출신 산들-머리 아우는 무척 힘들어 하는게 등뒤에서 들리는 목탁소리도

별 효염이없는듯 하니 제일 연장자이신 구영림님 뒤에서 배낭무게 많큼이나 무거워 보인다.

구불구불한 나무계단이 끝이 안보이니 더욱 힘들고 길이가

지리산 삼도봉에서 화개재 보다 더 길게 느껴진다.

  

(비로봉 가는 나무계단)


03:40 

나무계단이 끝난 곳에 비로봉이 등허리처럼 둥글게 서있으니

안개비도 그치고 손에 잡힐 듯 주문진의 불빛이 밝게 빛나고

여명에 산 마루금이 검게 보인다

  

  

(비로봉정상)


10여분동안  비로봉 상견례을 하고나니 땀이 식어 한기가 느껴진다.

지금의 날씨 같으면 두로봉에서 일출도 기대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로봉에서 상황봉 초입은 잡풀과 나무가 키를 넘는 좁은 등로로 시작한다.

장마로 파인 등로는 비가 와 미끄럽고 돌과 나무 뿌리가 어두운 밤에 발길에 걸리니

나도 주저 앉고 산들머리, 아로미님도 한번씩 미끄러져 넘어진다.

  

오대산은 야생 맷돼지의 천국인 것 같다.

비로봉에서 시작된 등로 양쪽으로는 마치 화전밭을 일구워 놓은 듯 온통

땅을 뒤집어 놓아 나무뿌리가 하얗게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다.

끝이 없이 뒤집힌 등로 옆 산길을 바라보니 새삼 이 짐승에 대한 놀라움이 무서움으로 변한다.

상황봉 가는 길에 두개의 헬기장을 지나는 능선은 밤에 보아도

조망이 좋지만 낮 같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상황봉정상)
04:40

비로봉과 마주 옆으로 서있는 상황봉도 비로봉처럼 둥글게 조망 좋게 자리하고 있다.

상황봉에서 일출을 보려니 시간이 일러 다시 두로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상황봉에서 두로봉은 잡풀이 더욱 우거지고 키큰 도토리 나무가 잎도 무성하게

가로막고 있어 얼굴을 스치며 걸은다.

  

여기도 맷돼지들이 한바탕 지나갔는지 온 땅을 뒤집어 놓았다.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안나온다.

맷돼지들의 천국이 끝나는 곳에서 부터 급경사 내리막길이 계속 이어져

두로령까지 곧 장 이어진다.

 

이 곳에서 아침식사를 하려니 다시 시작되는 안개비는 아침성찬을 촉촉히 적셔준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두로봉을 향해 비옷을 입고 출발한다.

  

  

  

  (두로령에서)

07:00

아침이 환희 밝았지만 일출은 기대를 할 수도 없고 숲 속길 안개비를 맞으며
걸어가신 님들이 낭만있게 보인다.

  

  

  


한참을 내려서니 북대사, 상원사,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 꺾어 두로봉을 오르는데 한 참의 된비알길이 이어진다.

이 곳도 등로옆은 맷돼지들의 잔칫뒷거리로 심난스럽게 땅이 파해쳐져있다.

  

힘겹게 헬기장이 있는 무명봉을 오르니

안개비는 가랑비로 바뀌고 하늘이 점점 어두워진다.

사과 한개씩으로 아침 후식을 대신하며 비를 맞으며 쉰다.

무명봉을 넘으니 급경사 내리막길이 하염없이 내려서는게

아마 500여m는 내려온 것 같다.

고개 마루에서야 끝이 나는 내리막길은 바로 신선목이(신배령) 이었다.

  

여기까지 잠도 못자고 산행을 계속한 아로미님, 웃음꽃 님의

힘들어 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 보인다.

잠쉬 쉬는 시간을 가진뒤, 두로봉 정상을 향해 된비알길을 향해 오르는데

등로 양쪽에 핀 하얀 흰진범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꼭 하얀 오리떼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 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흰진범꽃)


두로봉 정상07:40

  

  (두로봉정상)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두로봉은 높은 봉우리지만 마치 능선가운데 숨어있듯이
평범한 고개처럼 마치그냥 지나치듯이 숲속에 가려있다.

우리에 포청천님은 차량회수을 위해 먼저 길을 떠나신다

우리보다 3km는 더 걸어야 할텐데 그 수고스러움을 어떻게 보상해야할지...

하산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혼자 선두로 가면서

맷돼지 집단을 두번이나 만나 많이 놀라셨단다.


이제 이 곳부터 동대산 까지는 6.7km의 길고긴 산행의 중간 지점에 서있다.

또다시 안개비가 내려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걸어간다
.
계속되는 오르내림의 등로는 키큰 잠목나무로 얼굴을 가리고

맷돼지들의 습격을 받은 등로 양옆은 파헤쳐진 흙으로 비와 함께 질퍽거린다.

짙은 안개비와 나무 숲으로 조망은 할 수도 없고 지루한 산행은 계속된다.


얼마를 왔을까 잠깐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지루함을 덜어 주듯이 맑은 조망을 보여준다.

  

  

  

조망도 잠깐 디카찍고 돌아서니 벌써 안개에 가려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다. 

잠깐의 조망이었지만 힘들어 하는길에 본 눈 요기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차돌배기바위

  

  

두개의 능선봉우리를 돌아서니 하얀 바위가 걸음을 막아선다.

하얀 바위에 점점이 박혀있는 검은 점이 신기하고 돌 전체가 산돌처럼 하얀게

꼭 쇠고기부위 차돌배기처럼 생겨 이름붙여진 모양이다. 참 신기하다.

차돌배기 생각하니 어서 하산에 차돌배기에 시원한 소주 한잔이

목젖을 타고 흐르는 상상을 해본다.
군침만 흘리니 배는 더 고파지는 듯 하고 등뒤에 배낭은 갑자기 무겁게 느껴진다


차돌배기 바위를 지나니 곧바로 동대산 된비알이 시작된다.

500여m를 내려왔으니 다시 오르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된비알이 기다리고 있는 것 을 알았으면

차돌배기 군침이나 흘리지 말 걸 괜히 후회해 본다.


한참을 오른뒤 배고픔에 지친 아로미님을 위해 냉동고에 얼려온

황도복숭아를 산들머리님이 배낭에서 꺼내어 따는데 얼마나 꽁꽁 얼었는지 
아직도 녹지가 않아 캔밑에 원 터치 손잡이가 잘띁겨 지지 않아

힘껏 잡아 당겨 보다 그만 산돌머리님의 손끝은 베이고 만다.

(혹시 얼어있는 캔 밑을 뜯을 때는 조심하시길...)


살 어름이 얼어 시원한 냉동 복숭아를 먹고나니

마지막 남은 동대산이 가까이 느껴진다.

복숭아 통조림에 힘을 얻어 몇 번의 오르내림과 동대산 마지막 된비알을
 숨차게 넘으니 헬기장 정상에 동대산이란 큼직한 그림판이 서있다.

  

(동대산정상)


동대산11:00

병풍처럼 둘러선 봉우리를 있는 능선의 완만한 곡선은

한국의미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는데

안개에 쌓여 뿌연 조망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다.

  

완벽한 한국의 미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동피골 야영장으로 하산길을 재촉한다.

2.7km인지 4km인지 정확한 이정표가 어느 것인지 아리송하지만

급경사 내리막길인 것 만은 분명하다.

  

하산길에서 웃음꽃님은 이제야 몸이 풀리고 가벼워 지신다니 왜 그러냐고 물으니

사람의몸 중추신경계에서 만들어지는 아드레날린이 10여시간 운동하면 가장 활발해

기분이 좋아지고 쾌감을 느낄 수 있어 마약 중독처럼

또다시 다음에 운동을 하게된다는 말씀이시다.

물론 사람의 개인 차이에따라 운동시간이 짧아도 느낄 수  있겠지만

느끼는 기분만큼은 좋을 거란다.

  

언제나 그러하듯 지친 하산길의 내리막길은 무릎과 발가락에 무리가 가고 힘들다.

한번의 쉼끝에 동피골 야영장을 내려와 보니 시간상으로 2.7km가 맞는 것 같다.

  

동피골계곡에서 시원한 족탕으로 산행의 피로를 풀고 내려오니

포청천님은 3km이상 걸리는 상원사주차장에서 챠량을 회수해 기다리고 계신다.

18.5km 10시간의 오대산 산행이 동피골 야영장에서 끝이난다.

  

이렇게 한달에걸친 지리,덕유,오대산 종주가 마무리된다.

연장자로서 웃음과 듬직한 벝팀목이 되어주신 구영림님

산행계획과 차량까지 빈틈없는 준비를 해주신 송황제님

가장많은 배낭무개로 항상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산들머리님

선두에서 끝까지 길을 안내하고 차량회수까지 해 주신 포청천님

부드러운 미소로 조용히 산햏하시는 산 경력이 대단하신 웃움꽃님

우리 산행에 항상 산소같은 존재 귀움둥이 막내 아로미님

모든 님 들께 더없는 감사를 드린다.


동피골에서 느림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