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힌 오대산, 눈밭을 헤치며

 

산행일시 : 2006년 12월 2일 10:18 ~ 15:55 (5시간 40분)
산행코스 : 상원사 비로봉, 상왕봉 원점회귀코스
                (상원사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왕봉 - 삼거리 - 북대사입구 - 상원사)

 

오대산으로 떠나기 며칠 전부터 괜히 초조하고 긴장되고 화가 납니다.
지도를 펴놓고 루트와 예상시간을 잡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빠듯하기 때문입니다.

 

오대산은 호령봉, 비로봉, 상왕봉, 두로봉, 그리고 동대산,
이렇게 다섯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졌다 라고 해서 오대산이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오대산을 다녀왔다고 하면 이들 다섯 개 봉우리를 모두 다녀야 제대로 다녀왔다고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한 것입니다.

 

차를 가져가지 않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시간에 맞추자면
아무리 잘해봐야 비로봉, 상왕봉, 두로봉 정도를 다녀볼 수 있을 것 같고,
눈이 많이 왔다고 하는데 기상까지 고려한다면 두로봉도 갈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되는 상황입니다.

 

어쨋든 그렇게 시작된 오대산 산행, 결국 제가 다녀온 최종 코스는 아래와 같습니다.


 

10:16 상원사 입구

 

      9시 40분에 진부 버스터미널에서 상원사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가 있습니다. 상원사에서 내리면
      '오대산 상원사'를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옆에 '관대걸이'가 놓여져 있습니다.
      관대걸이는 조선 초 세조대왕이 목욕을 할 때 의관을 걸어뒀다고 하여 관대걸이 라고 불린답니다.


      오대산 비로봉이 1,568m이지만 상원사가 이미 900여m이기 때문에 그렇게 어려운 코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대산 상원사 표지와 관대걸이]

 


10:33 중대사자암 삼거리

 

      상원사에서 중대사자암 삼거리까지 약 10여분은 평탄한 길을 편한 마음으로 걸어가면 닿을 수 있습니다.
      가는 길에 눈이 쌓여있어 미끄러지기만 조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삼거리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약 8분 정도만 올라가면 중대사자암이 나타납니다.

 

      

                                    [중대사자암 삼거리]     [중대사자암 올라가는 길]


10:41 중대사자암

 

      중대사자암은 경사에 맞추어 아름답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대산내 암자들 중에서 가장 한가운데 위치하기에 중대사자암이라고 불린답니다.

      여기까지 오신 산님들이 물 한잔(용안수)으로 목을 축이며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중대사자암]

10:58 우통수

 

      한강의 발원지라고 하는 작은 우물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마신 물을 버리지 말랍니다. 물을 버리면
      그 물이 다시 우물로 들어간다고 하네요.

 

                            <우통수... 물 버리지 마세요>

11:00 적멸보궁

 

      적멸보궁은 신라 성덕여왕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가져온 석가모니 정골사리를 모신 곳으로서,
      우리나라 불교사원중 제일의 성지로 꼽힌다고 합니다. 자녀의 대학 합격을 기원하며 불공을
      드리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적멸보궁>


12:00 오대산 비로봉(1,563m)

 

      약 한시간 정도를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아이젠 꼭 착용하고 올라가야겠네요. 중간중간 미끄럽습니다.
      여기까지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가도 될 정도로 그리 험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눈이 와서 ?


      비로봉 정상에는 3~40여명이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서 오래 버티질 못합니다.
      많은 산님들이 정상에서 잠깐 경치만 조망하고, 바로 아래 주목군 근처에서 식사를 한답니다.

 

  
  

                                                   <눈 구경 합시다... 비로봉 가는 길>

 

                                                           <비로봉에서... >

 

                                                   <오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조망>


12:40 첫 번째 헬기장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는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눈이 많이 싸여 있습니다.
      보통 무릎까지 빠지므로 스패츠를 착용해야 합니다. 왠만하면 비로봉에서 상원사로 다시 내려가게 되는데
      저는 기왕의 계획대로 무조건 상왕봉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약 20분을 가면 첫 번째 헬기장에 도착합니다.

 

  

                                    <첫번째 헬기장으로 가는 길... 눈이 많이 쌓여 있습니다>


12:52 두 번째 헬기장
  
  

              <첫번째 헬기장에서 비로봉을 보고>                   <두 번째 헬기장에서 첫 번째 헬기장을 보고>

 

                                   <찍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그림자만 찍을 밖에>

13:43 상왕봉(1,491m)

 

      오대산의 두 번째 봉우리... 상왕봉에 왔습니다.  잠시 바람을 피해서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은 새벽에 준비한 참치,김치 비빔밥입니다. 보온도시락에 넣왔더니 아직도
      따뜻합니다.

 

                                                                 <상왕봉>


14:27  삼거리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오대산의 세 번째, 두로봉으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
       그러나 두로봉으로 가는 길에는 발자국 하나 없습니다. 그 길을 혼자서 뚫고 갈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북대사 쪽으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삼거리에서 북대사 방향으로>

14:45 북대사 입구

 

      눈밭을 뚫으며 북대사 입구로 내려왔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입 주위가 따갑습니다. 준비한
      마스크와 귀마개로 바람을 막습니다.

 

      바람이 무서운건 추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처럼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길에서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발자국을 쫓아 내려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새하얀 모래같은 눈이 날리며 서서히 발자국을 덮어갑니다. 처음 오는 산에서, 그것도 눈이
      1m 가량 쌓인 산에서 남아있는 발자국 흔적마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봅니다.

 

      뒤따라 오고 있을 사람들을 위해 군데 군데 깊게 발자국 흔적을 남겨놓았습니다.

 

  

                                                   <북대사 입구로 내려오는 길>


15:56 상원사 입구, 관대걸이 휴게소

 

      북대사 입구부터 상원사 입구까지는 자동차가 충분히 다닐 정도로 평탄한 길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한시간 여를 걸어 내려와 상원사에 도착했고, 16시 20분 버스로 상원사에서 진부 터미널로
      출발했습니다.

 

                                               <상원사 입구, 관대걸이 휴게소>

오늘은 오대산의 비로봉과 상왕봉을 다녀 왔습니다.

내년도 계획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겠습니다.

내년 봄에는 나머지 세 개 봉우리를 포함해, 그야말로 진정한 오대산을 다녀오겠다는 계획.

쌓인 눈을 헤치느라 예상시간보다 훨씬 더 걸렸습니다. 하지만 무사히, 안전하게 다녀왔으니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숙한 등산 전문가라도 항상 산 앞에 서면 긴장하고 두려워해야 합니다.

그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가 자신있다 생각할 때 더욱 큰 실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