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향연 ♠ 영남알프스 : 신불산,영취산 ♠


 
 

▲ 산행일시 : 2005. 10. 2 (일) 맑고 쾌청, 한때 가랑비
▲ 산 행 지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북면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대
▲ 동 행 인 : 각시,딸,산만디 가족3인

▲ 찾아간 길 :
    자가용. 경산->진량IC(경부)->서울산IC->24번국도(석남사방향)->등억리(간월산장),
약95km , 06:30~08:30 

▲ 산행코스 : 간월산장->홍류폭포->간월재->신불산->영취산(영축산,취서산)->지산리(통도환타지아)

▲ 총 산행거리 : 약  12 km

▲ 산행지도

 

  

【산행후기】

  

천고마비의 계절임을 증명이나 하듯 청명한 가을하늘은 높고 푸르다.

눈부신 아침햇살을 받으며 애마를 타고 고속도로를 시원스레 달려 

단숨에 오늘 산행지인 간월산장 입구에 도착한다.

근교산이라 꾸물거려서인지 벌써 주차장에는 차들이 빼곡하다.

  

이번 신불산,영취산 산행이 초행길이지만

산행기에서 수없이 접해온터라 그리 낯설지가 않다.

오히려 가족산행인 점을 감안하여 여러 등로들 중에서

힘들지 않는 코스찾기와 지형의 이해와 답습이 관심사다.

  

◆ 간월산장 ~ 간월재

 

  

 

눈에 익은 간월산장을 초입으로 계류옆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오르기를 10여분.

자그마한 다리와 샘터가 나오더니 곧이어 홍류폭포(100m) 갈림길이 나온다.

여름철 더위탈출의 시원함보다 눈과 귀의 경치욕구가 발길을 돌린다.
 

 

홍류폭포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산님들이 연이어 폭포 왼편으로 나있는 가파른 등로를 따라 오르신다.

(암릉구간으로 신불산정상 코스인듯)

 

가던길로 되돌아 나와 호젓한 등로를 따라 한동안 숨이차게 오르고나니

숲길을 벗어나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오더니

꼬불꼬불 꼬부랑 고개길이 끝도없이 길게 늘어져

한시간 가량 신불재까지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래도 산악자전거 한팀이 힘들게 오르는 모습을 보니

뻐근하던 다리가 주눅이 들어서 발길이 많이 가벼워진 것 같다.
 

 

  

산행의 초행길(처음가는 산)은 항상 신비롭고 반가움의 미가 있어 좋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애절한 기다림으로 고단해질때 쯤이면 목적지가 나타나고

물한모금 마시고 숨한번 돌리고나면 또 다른 신비의 세계가 마음을 끄집어 땡기니

요상스레 홀린듯 반한듯 어디론가 가고 또 간다.

  

인생길은 어느덧 불혹을 접어든 시기이지만 산행길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어릴쩍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이란 노랫말처럼

철없는 초보산꾼에게는 새신을 신고 새로운 산을 누비는 경험이 마냥 좋기만 하다.

하지만 먹은 세월이 말하듯이

새신발보다는 낡고 닳은 헌신발이 더 편안한 느낌을 주듯이

산행도 경험이 쌓이고 경륜이 쌓이면

언젠가는 여유와 낭만속에서 추억을 생각하게 되겠지만....

  

간월재에 올라보니 사진으로 보아왔던 풍경들이 현실에서 펼쳐진다.

오름길 오른편으로는 간월산과 배내봉가는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너머에 운문산과 가지산 상운산이 우뚝 솟아 있다.

맞은편에는 원동면에서 배내고개를 잇는 임도에

등산객의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고

왼편의 신불산 방향에는 산님들의 행보가 늘어서 있다.

또한 뚝딱뚝딱 등산로 신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영남알프스의 지명도와 가을 억새의 경치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만큼

군에서도 투자와 정성을 들이는 모양이다.   
 


 

  

◆ 간월재 ~ 신불산

  

신불산 방향으로 잘 정비된 계단길을 따라 한참 오르고나니

연이틀 비가 온탓에 질퍽하고 미끄러운 등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간월재 안부에서 보이던 고개길을 올라서니

좌측 남동쪽으로 완만한 능선길을 사이에 두고 신불산 정상이 자리해 있고,

남방향으로 영취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발길을 재촉해 정상에 족장을 찍고나니 하늘이 한층 가까이 다가선듯

맑은날씨 덕에 사방이 거칠것 없이 일망무제 장쾌한 조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지형이 익숙하지않아 빛바랜 조망이지만

신불산 공룡능선이 지척에 닿아있고

영취산을 마주 두고 드넓은 억새평원이 능선길을 따라 펼쳐져 있음을 확인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바람을 피해 한적한 곳에 앉아 도시락을 깐다.


 


 


 

 


 
  

◆ 신불산 ~ 영취산

  

자! 이제 배도 든든하고 고생도 할만큼 했으니 각시랑 딸아이 댈꼬

설레이는 마음으로 선선한 바람을 가슴에 한껏 받으며 가을속의 억새산행에 나선다.

신불산을 뒤로하고 영취산을 향해 안부사거리에 내려서니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을바람과 함께 본격적인 억새의 향연이 시작된다.


 


 


 
  

가을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의 몸짓이 군무를 일으키며

마치 광활한 고원을 일렁이는 듯 현란한 가을풍경을 자아낸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니 억새는 막 머리를 푼 솜털같은 여린 꽃술들이다.

바람에 서걱이는 그들의 '아우성'은

마치 낭만파의 기교를 한껏 과시하면서 기존의 음과 박자를 완전히 무시한

필자만이 느낄수 있는 새로운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으로 들려온다.

각시와 딸아이 따라다니면서 즐거운 포즈에 연신 스넵사진을 박아댄다.

잠시나마 황홀한 풍경속에서 가을정취를 한껏 만끽하는 순간이다.


 


 


 


 


 

 

능선길 억새들의 사열을 받으며 영취산에 올라서니 부슬부슬 가랑비가 온다.

하산길 걱정이 된다. 여러갈래의 하산길이 있지만

고산인데다 길이 험하다(산사랑방님)는 글을 여러번 접한터라

긴장이 되어 갈등을 하는 차에 설악산장 사장님을 정상에서 만나

친절하게 하산길 안내를 받는다.
 


 
  

◆ 영취산 ~ 통도환타지아

  

가장 수월하다는 통도환타지아방향으로 내려서니

안내 해주신 수월하다는 길이 무색할 정도로 가파른 등로가 한동안 계속된다.

포장마차가 자리해있는 평지에 내려서니 임도가 나오고

또 꼬불꼬불 꼬부랑 비포장의 넓직한 숲길이 마을 입구까지 길고 지루하게 이어져있다.
 


 


 


 


 

 

【에필로그】

군락을 이룬 억새밭에서 하얀 억새꽃이 출렁이는 모습은 마치 흰 파도가 출렁이는 것과 흡사하다.

산야에서 펼쳐지는 하얀 억새꽃의 출렁임이란 색다른 감흥을 느끼게 한다.

억새꽃은 그 생김이 백발과 비슷해 쓸쓸한 정서로 와 닿는다.

그래서 황혼과 잘 어울린다.

억새꽃을 멋지게 감상하려면 해질 무렵 해를 마주하고 봐야 한다.

어두운 하산길이 위험하다면 해가 45도 이상 누웠을 아침과 오후 늦게도 좋다.

낙조의 붉은 빛을 머금으며 금빛 분가루를 털어내는 억새를 바라볼 때 가을의 서정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억새산행의 감상 요령 입니다.

즐거운산행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