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영취산(진례산)

 

유명한 진달래산, 겨울에 홀로 대하니......

 

2010. 1. 24.

 

 

 

 

[저런 산릉과 봉우리라면 반드시 올랐다 내려와야......]

 

 

진달래꽃 없는 한겨울 생얼의 영취산

 

 

산행기로 본 기억은 무리진 군락의 붉은 진달래, 등로마다 빼곡한 놀라운 인파 그리고

굽이치는 능선..... 그것이 여수 영취산을 짐작한 전부였다. 의외로 이 산은 시내에서

한참을 벗어난 곳이었고 지척에 광양만, 동쪽으로 남해땅이 가까운 곳이었다.

 

 

코스를 작정하지 못하고 상암초등학교까지 왔다. 정류소의 젊은이들과 동네 아주머니

를 통해 몇군데 들머리에 대한 정보를 얻은 다음, 상암초교 옆길로 시작할 작정을 했다.

 

 

어쩔 수 없이 T 자형으로 고개마루까지 올랐다가 좌측봉을 오른 후, 다시 우측의 산릉

을 탈 계획을 세웠다. 하산길은 능선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햇살이 따사로워 속에 입

었던 조끼를 벗어두고 시작했는데, 얼마가지 않아 차가운 바람이 귓볼을 얼리고 목덜

미를 따라 겨드랑이까지 한기를 전한다. 

 

 

 

 

[바위도 나무도 살아 움직일듯.....] 

 

남쪽지방에서는 소나무가 참나무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그 참나무 마저도 서어나무등에게 점차 자리를 뺏길 것이다. 바위들도 무슨 포유

류와 같이 어슬렁거리는 듯하고 나무가지의 굴곡도 힘찬 생명력으로 꿈틀거리는

하다.

 

 

겨울은 모든 것을 숨죽이게 하지만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과 생명이 없어보이는

모든 것들도 미세한 운동성을 가지는 것같다. 山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봉우재에서 수리봉 쪽으로]

 

뜬금없는 임도를 만났다. 임도 바로 위에는 좌우측 봉우리 사이의 마루를 이루고

넓다란 공터에 몇몇 장치들이 구조물이 되어 있다. 좌측은 먼저가고자 하는 봉우

리, 우측은 도솔암과 정상봉우리 방향......

 

 

좌측 봉우리 방향으로 진달래 숲과 억새 그리고 바윗길이 반복이 된다. 햇살이

정면으로 떨어져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산벚나무 마른 가지 그늘 아래서 간신히

꼭대기 암릉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돌아보니.....]

 

뒤돌아보니 영취산(진례산)과 능선이 느긋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오름길의 8부릉 좌측에 도솔암이 잘 보였지만 사진 좌측으로 잘렸다.

 

 

 

 

[잠시 햇살을 피해 바위그늘에 숨는다.]

 

 

 

[깜찍한 암릉이다.]

 

 

 

[얼음바위샘만이 겨울 정취를 돋운다.]

 

 

 

[셀카의 진화]

 

왼손엔 장갑, 오른손에 카메라를 들고 감각으로 셀카를 찍는다.

한방에 그대로 성공^^ 역시 '홀로산객'다워......

 

 

 

[실은 이곳에 올라 표지판으로 보고서야 그 이름이 시루봉인 줄 알았다.]

 

비록 높이는 낮으나 형세로 보아 장군봉이라 이름해도 어울릴 산세다.

 

 

 

[정상부 암괴는 제법 널러 이곳저곳 경치가 많다.]

 

남해 망운산이 보이고..... 저 산릉 끝에 솟은 둥그렇고 뾰족한 푸른 산릉은......

 

 

 

[설흘산 응봉산이네..... 왼쪽 멀리 가장 희미한 산은 남해 금산이겠고.]

 

 

 

[절벽아래 상암 마을, 길따라 그 다음 마을이 읍동]

 

이미 나는 읍동으로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시루봉에서 이곳저곳 살피며 놀다가 다시 고개마루로 하산]

 

잘 계획했더라면, 읍동에서 출발해 이곳을 거쳐 저 아래 헬기장 지나

저쪽 439봉과 호랑산 거쳐 둔덕삼거리까지 포함하는 산행을 했어야

했지만.....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시루봉에서 내려와 도솔암 거쳐 영취산 정상으로

 

 

 

[정상 8부 능선의 도솔암]

 

도솔암. 극락전에서 예를 올리고 잠시 평상에 걸터앉았다. 처음으로 물 한잔을

들이키고 쉬는 셈이지만, 걷는 것이 곧 쉬는 스타일인지라 별로 지치지는 않았

다. 처음으로 부부산님을 만났다. 내가 부산서 왔다하니 연고가 있어 무척 반가

워하신다.   

 

 

 

[제법 가파른 오름 끝에 정상]

 

영취산 정상 510 m 라고 되어 있건만 이곳 분들은 "진례산"으로 고쳐불렀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상암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도 그러셨다.

 

영취산 진달래가 이미 상품이 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진례산 정상석이 세워워질

지도 모른다. 바라건데 집채만한 정상석이 세워지는 일만은 피했으면......^^

 

 

 

[정상에서 459봉까지의 편안한 능선]

 

 

 

[멀리 금오산. 그리고 연기를 뿜는 곳이 광양의 힘! 광양만의 산업단지.]

 

 

 

[정상에서 중흥초등학교 방향 능선]

 

 

 

[능선 가운데 암릉이 솟아 있고 철제 난간이 최근에 세워진듯]

 

 

 

[찬찬히 뒤돌아보는 것을 잊으면 앞으로 향하는 걸음이 자칫 방자해지기 십상.]

 

  

 

 

[459봉은 억새와 진달래 숲이 섞여있다.]

 

 

 

 

[다시한번 고도를 낮추어 뒤돌아보고, 마지막 봉우리를 오른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에 서서 진달래 축제때 행사장 방향 능선을 내려보고......]

 

 

 

[건너편 남해 망운산]

 

 

 

 

 

 

이곳 정유와 화학은 건너편 철강과 함께 현대산업의 골격이라 할 수 있다.

나도 따지고 보면 저런 산업의 토대가 제공한 영양분을 먹고 살았아왔다.

짐작은 하고 왔지만, 영취산에서의  이런 감상은 빠뜨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삶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역사를 반추해보는 것은 지나온 능선

을 되돌아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곰곰해야하는 것이라 여긴다.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읍동 하산로]

 

당연히 바로 내려서려니 했는데 수십미터 절벽이다. 정상점에서 뒤로 돌아

내려서야 한다.

 

 

 

[겨울햇살이 따사로운 느린 억새밭 길]

 

 

 

[뒤돌아본 하산로]

 

 

 

[용도 폐기된 시멘트 초소, 단지 한가한 풍경이 되었다.]

 

 

 

[원래 진달래가 2-3 미터 넘는 훤칠한 관목이다. 거의 하늘을 가린다.]

 

진달래가 만개하면 그야말로 진홍꽃 터널을 이루겠다.

 

 

 

[울창한 진달래 숲]

 

무리진 인위적 진달래 군락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꿀벌의 존재에

관심을 가져보면 억새수풀보다 훨씬 생태계에 이로운 관목임에 틀림이 없다.

 

 

 

[어떤 용도였을까. 텅 빈 시멘트 건물이 억새 숲 사이의 낡은 풍경이 되었다.]

 

 

 

[외로운 사방오리나무에 무수한 열매가 까맣게 매달려있다.] 

 

 

 

[억새 수풀에 가린 읍동마을]

 

한줄기 포장도로가 꺾어지는 모퉁이에 읍동마을 숨고 나는 편백나무 조림지를 거쳐

마을 뒤로 내려섰다.  

 

 

 

 

[상암초등학교에서 수리봉 거치고 영취산 너머서 읍동까지]

 

 

 

[읍동 마을로 내려 오면서]

 

화사한 진분홍의 영취산이 아니더라도 영취산(진례산)은 아름다웠다.

작지만 기품이 있고, 마치 생얼(맨 얼굴)의 잘생긴 얼굴과도 같은 느낌!

 

 

한겨울 따뜻한 햇살아래 그이와 다정하고 나즈막하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온 기분이다. 마을 어귀에는 큰 교회건물이 있고 좀 더 내려서니

읍동이란 이름을 새긴 버스 간이정류소에 겨울 햇살만 가득 앉아 있다. 

 

 

 

[읍동에서 바라본 능선, 오늘 거닐은 것 만큼 보인다.]

 

 

4월이면 진달래가 힘껏 피워대고, 봄을 즐기려는 인파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전국에 진달래 명산도 도처에 널려있고 개화시기도 점차 북진하기 때문에 진

달래 봄산행도 분산될 법도 한데 어디나 인파가 넘쳐나는 것으로 보아 산행인

구가 늘어나도 보통 늘어난 형국이 아닌 모양이다.

 

 

자연 속에 들어섰을 때, 되도록이면 자연과 고요한 교감을 유지하면서 내 속

의 "탈자연성"을 다독이며 화해하는 법을 익혀야할 것이다. 주중에도 뒷 산을

오르는 나는 때때로 "무례한 침입자"가 되곤 했을 지 모른다. 경건함을 잃지 않

아야 할 것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