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일요일)은 오랜만에 산악회를 이용해서 여수의 영취산으로 진달래 산행을 가는 날이다. 약속시각인 7시 20분보다 10분 일찍 서초구민회관 주차장 앞에 도착해서 10분 이상 기다리고 있으니 관광버스가 도착하는데 작년처럼 인원 부족으로 다른 산악회에 끼어 가는 산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산악회의 친절한 안내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게다가 고속도로 위의 달리는 차내에서 나눠준 개념도에는 예비군 훈련장에서 올라 흥국사로 하산하는 약속된 코스와는 달리 산악회의 편의대로 코스를 바꿔 한 번 더 실망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산행하기 위해 산악회를 선택한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관광버스는 두 시간 가까이 운행하다가 탄천휴게소에서 20분 가까이 쉬고 나서 한 번도 더 쉬지 않고 달려서 12시 8분경 상적저수지 옆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서초구민회관 주차장 앞에서 4시간 40분가량 걸린 것이다.

주차장 입구의 화장실에 들렀다가 대형차 주차장과 소형차 주차장 사이에 난 농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5분쯤 농로를 걸어가면 왼쪽의 산비탈에 나 있는 등로로 접어들게 된다. 그 길로 오르니 처음에는 완만하던 등로가 발을 잘못 디디면 미끄러져 넘어질까 걱정이 될 정도로 가팔라진다. 가파른 길을 오르다가 힘이 들어서 쌍스틱을 펴 짚고 오르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땀이 비 오듯 흘러 등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쉬며 숨을 고른다.

다시 나아가서 산길의 등로가 시작된 곳에서 35분 만에 등로가 완만해지는 억새숲의 능선길에 닿는다. 남해가 내려다보이고 450봉이 올려다보이는 억새능선길을 5분쯤 오르면 헬리포트에 닿게 되고 헬리포트 위에서는 올라온 지능선의 바로 옆에 나 있는 지능선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개미떼처럼 작게 보인다.

억새능선길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연분홍의 화사한 진달래 군락은 서울보다 일찍 찾아온 여수의 봄을 말없이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산 중턱까지는 이미 시들어가고 있고 현재는 봉우리들의 정상 부근이 만개한 상태다.

철계단이 있는 암봉과 영취산 정상을 바라보며 바위지대를 오르니 산행을 시작한 지 한 시간 남짓 걸려 골명재로 내려가는 길을 가리키는 조그만 목제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450봉에 이르고 여기서 사방을 조망하며 쉰다. 
 


상적저수지의 동쪽에 있는 소형차 주차장과 대형차 주차장 사이의 농로로 오르는 길에서 바라본 영취산과 증흥초등학교 쪽 능선. 
 


농로를 벗어난 영취산 들머리. 
 


가파른 오르막이 유순해지기 시작하는 억새숲길. 
 


헬리포트에서 바라본 450봉. 
 


450봉의 비탈에 군락을 이룬 진달래. 
 


올라온 지능선의 바로 옆에 나 있는 지능선으로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 
 


지나온 능선과 헬리포트를 뒤돌아보며 한 컷. 
 


450봉으로 오르는 길. 
 


450봉 정상에서 바라본 철계단이 있는 암봉과 영취산 정상. 
 


450봉 정상에서 바라본 시루봉, 430봉, 439봉, 호랑산과 철계단이 있는 암봉, 영취산 정상. 
 

다시 일어나서 헬리포트를 지나 철계단이 설치돼 있는 암봉으로 오르는데 암봉의 두 번째 철계단은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많고 계단도 첫 번째보다 훨씬 더 길어서 통과하는데 시간이 꽤 지체된다. 암봉의 철계단을 내려오며 바라보는 영취산 비탈의 진달래 군락은 만연한 봄기운 속에 뚜렷하게 좋은 일이 없어도 막연하지만 무한한 희망을 품게 하며 봄에는 늘 품어보는, 소박한 만족과 행복이 찾아오리라는 자기암시를 불러일으켜준다.

진달래꽃들의 화사한 색감에 취해 진달래 군락을 완상하며 천천히 오르다보면 무인산불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철탑이 세워져 있고 작은 정상표지석이 설치돼 있는, 해발 510 미터의 영취산 정상에 닿는다. 옛 문헌에 따르면 진례산이라고  일컬어지는 봉우리이고 영취산은 시루봉을 지나서 두 번째 봉우리인 439봉이라고 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 봉우리의 정상표지석에는 분명히 영취산 정상이라고 표기돼 있다. 
 


철계단이 있는 암봉에 핀 진달래. 
 


뒤돌아본 450봉. 
 


암벽에 핀 진달래. 
 


암봉과 영취산 정상의 비탈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군락. 
 


암봉의 두 번째 철계단에서 바라본 영취산 정상. 
 


남해와 상적저수지, 저수지 오른쪽의 소형차 주차장과 대형차 주차장 사이에 난 농로의 들머리. 
 


봄을 맞는 설레임 1. 
 


봄을 맞는 설레임 2. 
 


뒤돌아본 450봉과 철계단이 있는 암봉. 
 


뒤돌아본, 철계단이 있는 암봉. 
 


영취산 정상의 비탈에 화사하게 핀 진달래 군락. 
 

영취산 정상에서 잠시 쉬며 조망을 하다가 사람들의 법석에 나도 몰래 중흥초등학교 쪽 능선으로 내려서게 된다.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를 지나서 작은 암봉에 올라 뒤돌아보는 바위지대는 진달래가 만발하지 않은 때라도 다시 한 번 찾고 싶을 정도로 멋지다. 그런데 암봉에 오르니 노랫소리가 요란히 들려오는 고개가 왼쪽으로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 시루봉이 보이는데 직진하는 능선길은 시루봉과 점점 더 멀어지는 길이라서 정상에서 잘못 내려왔다는 불안감이 치밀어 올라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계속 직진하다가 왼쪽의 샛길로 빠져 내려가면 도솔암을 거쳐 봉우재로 내려서게 된다고 한다. 등로를 주의깊게 지켜보며 나아가다가 과연 왼쪽에 샛길이 나 있어서 그 길로 내려서니 도솔암의 극락전에 닿게 되고 도솔암에서 좀 더 내려가면 영취산 정상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에서 나무계단길을 10분쯤 내려오면 진달래꽃 축제가 한창 진행중인 봉우재에 닿게 되고 노랫소리로 떠들썩한 봉우재를 지나서 연분홍의 진달래가 온 비탈을 물들여 놓은 시루봉의 진달래숲길을 오르게 된다. 
 


옛 문헌에는 진례산이라고 적혀 있다는 영취산 정상 - 해발 510 미터. 
 


영취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남해와 GS 칼텍스, 상적저수지, 주차장과 산행 초입의 농로. 
 


중흥초등학교로 하산하는 능선길. 
 


저 암봉을 넘어 왼쪽에 난 샛길로 꺾어져 내려가면 도솔암을 거쳐 봉우재로 내려가게 됨. 
 


뒤돌아본 영취산 정상과 바위지대. 
 


봉우재와 그 위의 시루봉, 430봉, 439봉(옛 문헌에는 영취산이라고 적혀 있다는 봉우리). 
 


도솔암의 극락전. 
 


도솔암에서 내려오는 길과 영취산 정상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이 만나는 삼거리.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한 봉우재와 그 위의 시루봉. 
 


봉우재에서 바라본 시루봉 오름길의 진달래 군락. 
 

봉우재에서 가파른 오르막을 10분쯤 올라 헬리포트에 이르러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바위에 앉아 쉰다. 날이 이토록 더울 줄은 몰라서 카메라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자켓을 벗으면 시원하기는 하겠지만 카메라를 넣어둘 포켓이 없어져서 더운 데에도 불구하고 자켓을 입고 있으니 땀이 더 많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카메라에 멋진 풍경들을 많이 담으려면 이런 고생까지 감내해야 한다고 자신을 달래본다.

다시 일어나서 바위지대로 10분쯤 더 오르면 해발 418.7 미터의 시루봉 정상에 이르는데 여기서 잠시 쉰다. 여기서 옛 문헌에 영취산이라고 적혀 있다는 439봉까지 갔다가 되돌아와서 봉우재에서 상암초등학교로 하산하려면 17시는 될 텐데 하산약속시각인 16시까지는 도저히 맞출 수 없고 원래의 코스대로 439봉에서 흥국사로 하산한다면 빠듯하게 시간을 맞추겠지만 산악회의 편의 때문에 여기서 아쉽게 봉우재로 되내려가게 된다.

봉우재에서 20분 만에 오른 시루봉에서 다시 20분 만에 봉우재로 되내려와서 상암초등학교로 하산하는, 돌계단 밑의 등로로 내려서게 된다. 여기서도 세심하게 주의하지 않았으면 시루봉 쪽에서 확연히 내려다보이는 임도로 접어들어 길을 잃을 뻔했다. 
 


시루봉 오름길에 뒤돌아본 봉우재와 영취산 정상. 
 


봉우재 위의 헬리포트에서 올려다본 시루봉. 
 


영취산 정상과 철계단이 있는 암봉, 450봉이 올려다보이는 헬리포트의 바위지대. 
 


뒤돌아본 영취산 정상과 헬리포트. 
 


헬리포트에서 시루봉으로 오르는 길의 정경. 
 


시루봉 정상의 전경 - 해발 418.7 미터. 
 


시루봉 정상에서 바라본 430봉과 그 뒤의 439봉. 
 


되내려온 헬리포트. 
 


봉우재의 벚꽃. 
 


봉우재의 방향표지판. 
 


봉우재의 등산안내도. 
 

봉우재에서 비교적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면 등로는 차차 임도처럼 넓고 완만해진다. 등로가 농로와 맞닿는 날머리에서 10분 남짓 콘크리트 포장의 농로를 따라 내려서면 차도에 이르는데 차도의 이편에는 상암초등학교의 정문으로 들어가는 자갈길이 있고 차도의 건너편에는 사유지의 넓은 주차장이 있다. 결국 여기까지 총산행시간은 3시간 55분이 걸렸고 휴식시간인 45분을 제외하면 순수산행시간은 3시간 10분인 셈이다.

그런데 사유지의 주차장에서 제공하는, 산악회의 식사는 팥밥에 된장국, 김치뿐이다. 27000원의 회비에 식비로 5000원을 추가해서 32000원을 일률적으로 냈는데 아침에 주는 김밥과 이 식사는 그 돈으로 차라리 휴게소 등지에서 입맛대로 사 먹는 게 나을 정도다. 산악회도 나름대로 운영하는데 고충이 있겠지만 이런 무성의는 먼 관점에서는 소비자인 산행객들의 외면과 반발만 사게 될 것이다.

17시가 조금 넘어 출발한 버스는 지독한 차량 정체로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일반국도로 달리다가 천왕봉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 나서 다시 고속도로로 접어들게 되는데 주차장이 돼 버린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천안삼거리휴게소에서 한 번 더 쉬고 나서 주말의 상춘인파를 실은 차량들의 행렬 속에 거북이걸음으로 무려 일곱 시간이 넘은 0시 10분경 전철 1호선 동대문역 앞에 도착한다. 전철의 지하도로 내려가니 1호선과 4호선 모두 막차가 지나간 후라서 출입구의 셔터가 내려진 상태라서 이화여대 동대문병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심야버스를 기대하며 한성대입구역 앞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택시요금은 2880원. 오랜만에 택시를 탔는데 요즘 택시의 기본요금이 2280원이구나.

심야버스는 지금은 없어진 모양인지 보이지 않지만 시내버스는 쌍문동으로 가는 버스 막차가 아직 끊기지 않은 노선이 몇 개 있어서 몇 분 기다려 타고 귀가하니 새벽 한 시다.

오늘의 산행은 산악회의 부정적인 면을 다시 한 번 보고 오게 됐지만 처음 가 본 여수에서 올해 처음으로 만개한 진달래를 보게 된 감격과 함께 남해를 조망하며 멋진 바위지대와 암봉을 보고 온 값진 산행이었다.

바위지대가 많은 육산인 영취산에서 옛 문헌상의 영취산이라는 439봉까지 가서 흥국사로 하산하지 못한 아쉬움이 깊게 남는 산행이었지만 진달래가 한창일 때만 반짝 많은 사람들이 찾는 나지막한 진달래의 명산의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은 마음 깊이 은은한 여운으로 오래 남아 있을 듯하다. 
 


봉우재에서 상암초등학교로 하산하는 길. 
 


농로와 맞닿는 영취산 날머리. 
 


농로에서 뒤돌아본 시루봉과 봉우재. 
 


돌담이 있는 집. 
 


자두나무. 
 


상암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보이는 영취산. 
 


동대문의 야경. 
 


오늘의 산행로 - 파란 색 선은 왕복한 구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