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ro, Graciela Susana

 

연인산에서 구나무산까지 동진로

 


o 산행일시 ; 2008.3.1(토), 맑고 포근함
o 산행구간 ; 상판리 귀목->연인산(1,068m)->장수봉(879m)->장수고개->구나무산(859m)->대원사
o 산행시간 ; 총 7.5시간(휴식시간 모두 포함), 운행거리 : 약 16㎞
o 교통편 ; 갈 때 청량리에서 현리까지 왕복하는1330-4번 좌석버스, 현리에서 상판리행 공영버스,
올 때 목동에서 청량리까지 왕복하는 1330-3번 좌석버스

해마다 3월이 오면 겨울산행에 충실하지 못했다고 으레 후회하게 된다. 설경도 그렇거니와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어둠이 눈앞을 막을 때까지 끝없이 뻗어나간 산줄기를 걷는 종주산행은 봄이 되어 나무 잎새들이 눈을 가리기 시작하면 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겨울의 막바지, 작년 3.1절에는 마일리에서 연인산 남쪽 매봉에 올라 깃대봉, 약수산, 대금산을 거쳐 청우산까지 가는 남북종단산행을 했었다. 그래서 올 3.1절에는 상판리 귀목에서 연인산(1068m)에 올라 장수능선을 타고 구나무산(노적봉,859m)까지 가는 동서횡단산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오랫만에 현리를 찾았다.

연인산에 오르는 코스는 보통 백둔리에서 장수능선을 통하거나 마일리에서 연인능선이나 우정능선을 타는데, 경사가 급한 탓인지 상판리에서는 잘 오르지 않는다. 명지산이나 귀목봉에 오를 때 출발점이 되는 귀목에서는 아재비고개를 거쳐 오르는 좋은 코스가 있는데 다소 지루하여 등산객들이 뜸하고 귀목 전의 서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현리에서 6시 40분에 출발하는 1330-4번 좌석버스는 8시경 청량리를 지나간다. 이 버스를 타고 현리에 도착하니 9시 25분, 상판리 가는 공영버스는 10시 20분에 있으니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 종점인 귀목에 도착하니 10시 50분, 스패치를 차고 있는데 몸이 날렵하게 생긴 버스기사가 연인산을 넘어가냐고 묻는다. 귀목마을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능선을 가리키며 넘어간다고 하니 그 쪽은 길이 뚜렷하지 않다고 한다. 찜찜하다.

어쨌든 준비를 갖추고 낯익은 귀목고개와 아재비고개를 한 번 올려다본 다음 11시에 장정에 들어갔다. 좌측 계곡으로 잠시 가다가 돌들이 방해가 되어서 그냥 산쪽으로 붙었더니 가관이다! 처음에는 잔 나무와 잡풀이 우거진 묵밭이 발목을 잡더니 다음엔 간벌된 나무들이 앞을 막아 뚫고 나가기가 매우 힘들었다. 11시 35분에야 인적이 있는 능선길을 겨우 찾았고 눈앞에 빤히 보이던 544봉에 오른 시간이 11시 50분이다. 맥이 빠진다.

아재비고개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만나는 1010봉까지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른 데다 지난 주에 내린 눈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다. 눈이 온 다음에 인적은 보이지 않고 멧돼지인 듯 동물 발자국만 등산로 따라 있었다. 1010봉에 오르니 12시 58분, 거의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1010봉부터 등산로는 고속도로인 셈이니 20분만에 연인산 정상에 올랐다.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거의 1년여 만에 찾았다. 북으로는 화악산, 응봉, 명지산, 국망봉 등 경기 최고봉들이, 서로는 청계산과 운악산이 만들어내는 한북정맥이, 남으로는 매봉과 칼봉지나 멀리 용문산까지, 그리고 동으로는 가야할 장수능선이 일망무제를 만들어낸다.

1시 35분, 연인산을 뒤로 하고 장수능선으로 향했다. 높은 고도인데도 언 땅이 녹아 진창길이 계속된다. 장수봉(879m)을 지나고 2시 20분, 갈림길에 섰는데 잠시 착각을 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꺽인 장수폭포 방향으로 가야했는데 발자국도 별로 없는 직진길을 택하고 말았다. 잠시후 바람을 피해 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가는데 또 멧돼지 발자국만 보인다. 그러다 좌측을 보니 구나무산 가는 장수능선이 보이고 앞에는 엉뚱하게 칼봉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가는 좌측길을 택했어야 하는데 남쪽인 청풍능선으로 들어선 것이다!

갈림길로 돌아오니 3시 5분, 약 20분 손해났다! 갈림길에서 한 등산객이 지도를 펼쳐 들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지도를 빌려 확인하고 가르쳐 주었으나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따라 온다. 그래서 앞서거나 뒷서거니 하면서 물안골 갈림길까지 동행하게 되었다.

3시 30분, 삼각점이 있는 송학봉(705m)을 지나 3시 45분 장수고개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구나무산 영역일텐데 고도가 많이 떨어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잠시 숨을 돌린다.

장수고개에서 구나무산까지 781봉을 포함해서 세 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했다. 좌측으로는 백둔리 산촌마을이 잘 내려다 보이고 그 너머로 백둔봉(974m)이, 앞쪽으로는 수덕산(794m)이 잘 보인다.

구나무산에 도착하니 5시 3분, 장수고개에서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예전에 정상이었던 곳에서 약간 남쪽에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이 정상을 잘 꾸며 놓았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전망이 잘 트여 있었다. 5년 전쯤인가? 경맥산악회에서 구나무산에 왔을 때 조옥동에서 올라 원점회귀산행을 하려했다가 착오로 대원사로 내려간 일이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산천과 인걸 모두 의구한건가? 5시 15분까지 휴식.

원래 계획으로는 구나무산에서 계속 동진하여 꽃님이고개 지나 목동까지 가거나 여의치 않으면 동진하다 동남쪽 노루목고개로 내려설려고 했었다. 그러나 구나무산에서 대원사까지 거리가 4km가 넘는다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구나무산에서 하산길은 급경사였다. 그리고 두 봉우리를 또 넘어야했다. 5시 53분, 옆에 헬기장이 있는 바위 봉우리에서 등산로는 북으로 급하게 내려간다. 동으로 가면 애초에 생각했던 꽃님이고개 방향인 듯 하지만 호기심을 채울 시간이 없다. 대원사까지 계속되는 급경사길을 조심해서 내려가니 6시 27분이다. 아주 적당히 어둑어둑한 시간이다.

대원사 법당을 새로 지었다. 흰 진돗개가 요란하게 짓어댄다. 절에서 백둔교까지 걸어 내려오며 혹시 내려오는 차가 없나 가끔 뒤돌아 보았다. 백둔교에 도착하자 백둔리마을에서 연이어 나오는 차에 손짓을 해보지만 어둠 탓인지 그냥 지나가 버린다. 백둔리나 적목에서 나오는 버스는 조금전에 지나갔을텐데, 목동까지 걸어가기엔 먼 거리다. 그런데 대원사에서 차가 한 대 내려 온다! 가까이 온 차를 세우니 정말 선다! 스님이 타고 있다. 아까 산신각에 있다가 개가 짖어 나를 보았단다. 스님 덕분에 목동까지 편하게 가서 괜찮은 식당을 찾아 저녁 먹고 1330-3번 좌석버스로 귀경했다. 현리는 30분마다 차가 있는데 목동엔 6시 40분 다음에 8시 5분에 있다. 너무 뜸해 가평까지 공영버스를 타고 나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겨울여행의 끝자락이다.

 


현리 버스시간표

명지3봉과 아재비고개

귀목고개

멧돼지?

아재비고개 방향 주등산로와 만나는 1010봉

연인산 정상에 정상석과 등산객들이 보인다.

좌로부터 명지산, 화악산, 응봉

백둔리마을 뒤에 수덕산, 그리고 가덕산(뒷줄 중앙)과 북배산(좌)이 보인다.

운악산

매봉, 깃대봉.....

칼봉(좌)과 매봉 사이로 송이봉, 그 뒤에 불기산도 살짝

명지3봉을 배경으로 연인산 정상 이정표

귀목봉(좌)과 명지산 사이로 국망봉, 앞쪽에 올라온 능선이 보이고.

소망능선과 장수능선 갈림길

청풍능선에서 바라본 구나무산

장수고개 임도

구나무산 옛 정상

구나무산에서 본 연인산

구나무산 정상

대원사 내려가다 북쪽으로 보이는 수덕산

가평천의 S라인

대원사 새 법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