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5. 25. 수. /  2명


 

일원역(10:00)-팔당대교-양수리-대성리-청평-

가평-백둔리 민박집 주차장(12:00)


 

주차장(12:00)-장수고개-장수봉-점심-장수샘-정상

-같은 코스로 하산-주차장(4:30)


 

1.

근래 제대로 산행을 못해봤다는

아내의 압력(?)으로 갑자기 나가기로.

 

공작산을 염두에 두다가

물골이 아닌

가보지 않은 수타사코스는

너무 길어서 부담스러워

철쭉도 볼 겸  연인산으로 낙착.


 

이렇게 같이 나가기도 오랜만이지만

한 때 열심히 다녔던 가평 쪽도.


 

이 맘 때면 붙어 있을 철쭉 축제 현수막이 없다.

나중 하산 길에 들으니 지난 주 끝났다고.


 

가평 군청을 지나 화악산과 갈라지는 목동을 지나면

언제나 느끼지만 공기가 냄새가 다르다.

 

지금은 짐작도 되지 않지만

70년도 초엔 한밤중에 여기로 탱크를 몰고 와

전차포 사격을 하고

이 근처 어딘가에서 막걸리도 마시던 지명인데...


 

대원사 근처에서 명지산으로 가는 길을 버리고

좌측 다리(백둔교)를 건너 백둔리로.


 

도로나 주변이 많이 달라졌다.

허수아비마을 더 지나

왼쪽 길로 꺾어 (가평에서 여기까지 표지판이 잘 되어 있다) 

분교를 지나 약간의 주차 시설이 있는 민박집까지.


 

2.

백둔리에서 연인산 산행은

소망능선으로 올라 장수능선으로 회귀하거나

그 반대가  일반적이다.


 

철쭉은 장수고개 장수능선 코스가 제격.


 

나는 통상 장수능선으로 올라가 소망능선으로 하산하는 코스였는데

오늘은 올라간 곳으로 내려 왔다.

 

철쭉은 거의 없다.

진해나 하동의 경우

올해 꽃들이 늦었었다.


그런데

예년이라면 아직 이른데

여기 철쭉은 이미 끝.


 

정상에서만 제법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몇 해 전 왔을 때 일부러 심던 것이

이젠 제법 어울린다.

 

정상석에

<연인산(戀人山)>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 지는 곳“

이라 하여

그 옛날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정상은 전망이 참 좋다.

더 걷고 싶으면

이어지는 명지산을 향할 수도 있고.


 

3.

정상 부근에서 아내는 쑥을,

나는 한참을 앉아 시간을 보냈다.


 

잠시 겉옷을 다시 입었다.


 

장수샘에 일부러 들리니

먼저 있던 사람들.

음식 냄새가 난다.

포기.


 

하산코스를 총 5.7km 중

소망능선 2.9km

장수능선4.8km를 두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장수 쪽으로.

소망은 짧으나 가파르고 계곡길이다.

대신 장수는 길고 능선이고 덜 가파르다.


 

예전에는 무조건 짧은 쪽인데

뜻밖에 아내가 무릎과 협상하자고 한다.


 

나는 언제나 능선 팬이다.

속도 보다 그림이고 분위기다.

 

지훈선생이 말하듯

술로 인하여

술을 못 마시는 관주지경(觀酒之境)이 있듯

그 잘 닫던 건각들이

멀리서 그저 산을 보고만 있는(觀山之境)

안타까운 친구들이 있다.


 

오호라!

이젠 산행도 무릎과 협상을 해야 할 때.


 

4.

임도가 약간 지루하긴 하지만

산림욕이라고 보면

최고의 코스.


 

아래 도착하여 계곡에 발을 담근다.

열이 식고

개운하다.

막걸리를 한 잔 마시려고 해도

열어 둔 가게 하나 없다.


 

내려 오다 수덕산(水德山) 약수터에서

물을 채우고

그 자리에 앉아 돌미나리를 다듬는 아주머니로부터

미나리 구분도 못한다는 핀잔을 들으며

넉넉한 한 줌을 샀다.


 

5.

목동에서 이 동네 나물을 사려고 돌아보나 무위.

가평으로 나와

음식점을 찾았다.


 

솥뚜껑에 목살.

가게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지긋한 부부와 아들이 운영하는 집.

정갈하고 맛있다.


 

나올 때 알았는데 소주가 2000원.


 

어느 집이나 받는 3000원.

그리 받아도 아무 일 없는 데

원가를 생각하면 2000원도 가능한 액수.

그러나 아무도

그러질 않는 게 현실.


 

그런데

이 집은 생색도 없이

2000원을 받는다.


 

가족끼리 운영하고

오는 분도 가족처럼 이라

그런다고 심상하게 얘기하는 아주머니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놀부보쌈

그 주인이

손님은 등신이 아니고 귀신이라고 했다던가.


 

이 집을 찾는 이들은

말 없어도

주인의 진정을 알 것이다.


 

기분 좋게 막히지 않는

경춘 가도를 달려

귀가하다


 

산행에는 날씨가 참 중요하다.

오월은 산행에 참 좋은 계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