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가평군 연인산

산행일 : 2008년 10월 21일 화요일 (맑음)

누구랑 : 나홀로 청솔산악회를 따라서.

산행코스 : 백둔리 주차장~소망능선~장수샘~연인산(1068.2)~우정능선~우정봉(910)

                 우정고개~매봉(929.2)~회목고개~칼봉산(899)~승안천~ 승안리 주차장.

 

(산행 개념도)

 

 

깊어가는 가을날이다.

이런날은 낙엽지는 숲속에 들어 한정없이 거닐며

욕심과 아집으로 똘똘뭉친 나의 내면을 한번 깊숙이 들여다 보며

어떻게 행동하며 살아야 하는지 뒤돌아 보고 싶은 요즘이다.

 

몇일전

주주클럽 왁자지껄 수다방에 이런글이 실렸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5-3 = 2

왜 ?

 

정답 : (5)오해는 상대방 입장에서 (3)세번만 생각하면 (2)이해가 된다.

 

2 + 2 = 4

왜 ?

정답 : (2)이해하고 또 한번 더 (2)이해하는게 (4)사랑이다.

 

세상 살아가는데

거창한 철학을 대입시켜 고상하게 말 장난이나 하는 책 나부렁이나

예수 부처 열심히 찾아가며 말만 앞세우는 고귀하신 성직자의 말씀보다

나에겐 정말 가슴을 울리는 짧은 글이다.

 

살아가면서

피붙이처럼 정을 주고 나누던 이웃과

직장동료와 선후배 그리고 산우에게까지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처절히 느낀게 있다면  참으로 사람이 무섭다는 생각였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모든게 내 입장만 헤아렸던건 아닌지 ?

어~!  아닌데.....

그럼 나에겐 정말 부족한게 사랑였나 ?

 

오늘 연인산을 찾아

연인들의 불타는 사랑처럼  부족한 내 심성에

그런 사랑을 담아 보려 이른 아침 서둘러 집을 나서나

이런~!!!  늦었다....

 

할수없이 청솔쥔장께 손폰을 때려

우리집앞에 버스를 세워달래 겨우 올라탈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사랑을 베풀기는 커녕 아침부터 또 사랑의 빚을 진 꼴이 됐다.

 

니놈이 그러면 그렇치

뭘~ 베풀어 베풀긴....

신세나 안지면 다행이지...

ㅋㅋㅋㅋ

 

 (연인산 산행 들머리 백둔리)

 

단풍철인가 보다.

허구헌날 골수 산꾼 몇명만 실어 나르던 버스가 오랜만에 만차다.

기분이 차~암 좋다.

이러다 적자나서 못해 먹것다 접어 버릴까 겁났는데 맨날 요런날만 있슴 좋것다.

 

맨 뒷자석을 차지하고 앉은 나를

발견한 밍밍님이 산행 개념도를 주면서 농을 던진다.

 

산찾사님 연인도 없이 뭐라 연인산을 가요 ?

네~?

아~!  예....

혹시 연인산 가믄 연인이 생길까 싶어서요.....

헤~!

그럼 제가 오늘 연인이 돼 드리죠 뭐~

 

가평을 향하며 차량이 지체된다.

3시간이면 도착할 시간이 40분이나 더 걸려 산행 들머리에 겨우 도착했다.

 

맨 뒷자석에 앉아 당연 꼴찌로 차에 내려보니

성미급한 산꾼들 다 사라지고 오늘 내 연인이 돼 준다던

야리야리 나긋나긋한 예쁜 밍밍님도 떠나 버리고 없다.

 

순하디 순한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섭다.

그냥 봐도 선해 보이는 천사표 얼굴을 간직한

밍밍님 서방 복수동님을 생각하면 연인산의 연인으로 밍밍님은 부담스럽다.

아니 겁나게 무섭다.

왜 ?

복수동님의 복수혈전이 두려워서....

 

 (연인산의 고운단풍)

 

 

그냥 바라만 봐도 두 부부의 걷는 뒷모습이

고운 가을 단풍보다 어여쁘니 앞 모습은 더 이쁠까 ?

 

결혼이후

살림만 하던 아내가 서방님 소원하는

유럽여행 보내준다며 산업전선에 뛰어든 이후 산행을 함께 못해 아쉽다.

오늘 같은날 이 고운 단풍을 함께 보며 걸으면 오죽 좋을까 ?  저 앞서 걷는 부부처럼....

 

내 앞에서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는

이쁜이 유여사 방뎅이를 바싹 쫓아 오르자

뒤 돌아본 유여사 걸음을 멈추고 먼저 가란다.

 

싫으니 그냥 서방님과 함께 가라니

뒤에 바짝 누가 붙어오면 부담이 된다나 어쩐다나....

 

연인산 숲속에 든 연인보다

더 다정한 두 부부 사이를 내가 끼어들어 심술을 핀다.

비록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나 두 부부는 오죽 내가 미울까 ?

ㅋㅋㅋㅋㅋ

 

어째 밍밍님은 같이 안 걷냐 물어보니

내리자 마자 몸물을 빼러 가서 아마 뒤에 따라 올 거란다.

 

흐미~!!

불쌍한 뇨성들...

천지가 천연 화장실인 남자로 태어난게 요런땐 정말 고맙다.

 

 

 

 

연인산 정상을 향한 소망능선은

코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푹 파뭍고 오르고 올라도 가파름은 끝이 없다.

 

제발 좀 오름의 끝이 나와 다오란 소망을

품게 만드는 소망능선을 오르는 힘겨움을 견딜 수 있는건

다행이도 절정에 이른 등로옆의 빛좋은 단풍나무의 화려함이 있기 때문이다.

 

장수봉에서 올라온 능선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얼마쯤 오르자 등로에서 약 30여미터 내려선곳에 장수샘이 있다.

 

함께 걷던 김대장님이

요즘 너무 가물어 아마 물은 없을거란 예측은

빗나가고 내려와 보니 졸졸졸 맑은 샘물이 흐른다.

 

낙엽을 걷어내고 물맛을 보자

오장육부가 다 시원한게 참으로 달고 맛나다.

나는 무겁게 지고 왔던 수통의 물을 쏟아 버리고 대신

장수 샘물을 하나 가득 채워 연인산을 향했다.

 

  (장수샘)

 

드디어

연인산 정상에 올랐다.

사랑과 소망이 이뤄지는 곳이란다.

 

메마르고 이기심만 가득한 내 심성에

촉촉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달라 소망을 빌어본다. 

 

 (연인산 정상)

 

산 정상의 한모뚱이 암반에 자리를 펴고

오늘 선두대장을 맡은 이부장님과 유여사부부랑 도시락을 함께 먹었다.

늦게 시작된 산행이라 시장이 반찬이라 그득 들은 도시락을 순식간에 비워 버렸다.

 

 (정상의 이정표)

 

배를 불렸으니 이젠 떠나야 한다.

오늘 가야할 거리가 만만치 않는 장거리다.

 

연인산엔 별게 다 있다.

소망도 있고 오래 살라는 장수도 있으며

제일 중요한 사랑은 물론 우정까지 있을건 다 있다.

 

우린 연인산을 뒤로

완만한 능선이 부드러운 우정능선을 밟고

길게 이어지는 내림길로 들어섰다.

 

 

 

 

나폴거리는 억새가 손을 흔들어 반겨주고

화려한 단풍이 유혹하는 우정능선의 정점 우정봉에 이른 등로가

다시 내림길을 길게 늘여놓고 우릴 맞아 주는데 지금까지 풍광과 사뭇 다르게

진행방향 좌측엔 수십년 묵었을 아름드리 잣나무의 푸른숲이 오른쪽엔 곱게 물든 활엽수의 단풍이

대비가 되어 색다른 눈요기로 우릴 즐겁게 만들어 준다.

 

  (우정봉 정상의 이정표)

 

 

 

  (아름드리 잣나무 숲)

 

 (추색짙은 아름다운 숲길)

 

  (우정 고개의 이정표)

 

우정봉에서 한없이 떨어저 내리던 등로는

우정고개에서 다시 매봉을 향해 가파르게 고도를 높인다.

 

매봉을 향한 등로는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았던 듯 우정고개 초반부터 희미하다.

그러나 다행히 등로만은  뚜렷하다.

다만 키를 덮는 억새와 잡목이 성가시게 앞을 막아 서나

그것도 잠시뿐 이내 좋은 등로가 나서주나 대신 그길은 매봉 정상까지 내내 힘든 오름길였다.

 

 

 (매봉 정상)

 

 (매봉 정상의 연인같은 아름다운 두 부부)

 

 (매봉 정상에서 옆구리 시린 산찾사)

 

 

 

매봉정상을 조금 지나

헬기장에서 바라보니 무인 산불 감시탑쪽으로 시그널이 많이 붙고

등로 또한 아주 뚜렷하나 우리가 가야할 칼봉산과 방향이 90도 이상 틀어저 있다.

반면 헬기장에서 칼봉산을 향한 방향으로 희미한 등로 초입에 빛바랜 시그널 하나가 붙어있다.

 

당연

뚜럿한 등로는 깃대봉으로 향한 길이다 판단되어

칼봉산으로 향한 희미한 능선으로 들어서니 이내 길은 널널해지며

뚜럿할 뿐만 아니라 타고 내리며 바라보니 진행방향 우측으론 칼봉산을 향한 능선을 볼 수 없어 

길은 정확히 잘 들었단 생각으로 계속 내려섰는데  회목고개라 생각되는 임도로 내려선 순간

진행방향 오른쪽에 그간 보이지 않던 능선 하나가 칼봉산을 향하고 있다.

 

이런~!!!!

길을 잘못 잡은게 분명하다.

지도를 놓고 컴파스로 방향을 확인하니 칼봉산에서 많이 벗어났다.

임도를 따라 얼마를 오르자 회목고개가 나온다.

 

아마도 능선은 헬기장에서

깃대봉을 향해 더 진행하다 칼봉산으로 휘돌아 나가는가 보다 추측이 된다.

약간 능선에 벗어난 실수를 했으나 모두들 크게 개념치 않고 칼봉산을 향했다.

 

  (회목고개 전경)

 

 

쉼없이 걸었는데도

약속된 하산시각이 급박하다.

선두가 이러니 후미그룹은 도중 우정고개서 내려서야 거의 맞을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남은 힘을 다한 끝에

마지막 여정의 칼봉산 정상에 섰다.

44명중 7명이 선두권에 서서 지금껏 산행을 함께 이어 왔는데 모두들 지친 기색이다.

이미 모두들 식수도 떨어진 뒤라 칼봉산을 넘겨 목넘어에서 하산 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수정하여

칼봉산에서 바로 내리는 내림길을 택하여 하산을 서둘렀다.

 

 

 

칼봉산에서

바로 내리는 하산길이 무척 가파르다.

낙엽속에 숨은 도토리를 밟는게 제일 겁나는 하산길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부지런히 서둘러 내린끝에 승안천 계곡길로 내려섰다.

 

이후

주차장까지 길게 이어지는 계곡길....

장거리 산행에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오늘은 해만 저물지 않는다면

더 걷고 싶은맘이 절로 드는 가을정취 물씬 풍겨나는 아름다운 계곡길이 길게 이어진다.

 

주차장에 가까워 올 쯤

으슥한 계곡에서 누가 날 부른다.

처다보니 이제 막 물속에서 나온 듯

손 영만님이 미소 그득한 얼굴로 알탕을 권한다.

 

잽싸게 후다닥 벗어 제키고

수심이 제법 깊어 발이 닿지 않는 깊은물에 퐁당 잠수를 하자

바이메탈 온도계 뿌~웅 아아르가 순간 탱글탱글해 지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아웅~!!!

개운한 이맛....

아마도 올 마지막 알탕은 이곳 연인산 승안천 계곡이 될듯 싶다.

 

  (승안천 계곡의 단풍)

 

주차장에 이르며 오늘 산행을 접는다.

다행히 선두권을 뒤따르는 님들이 없어 해 저물기 전 모두들 내려섰다.

 

뒤늦은 귀가길에

배가 고플것 같아 컵라면에 뜨거운물을 붓고

라면이 불기를 기다리는 나를 발견한 밍밍님이 슬며시 옆에 와 한마디 쏴 댄다.

 

아니 산찾사님

으째 일일 연인을 제처두고 혼자 도망을 가옷~!

 

으잉~?

흐이구~!!!

낸들 그러구 싶어 그랫남

밍밍님이 내맘을 으찌 알것슈~!!!

 

난 말유~

울 마눌 초록잎새는 하나두 안 무서운디

복수동님의 복수가 디게 두려?단 말여유~

ㅋㅋㅋㅋㅋ

 

산에서 건강을...산찾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