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戀人山)1,068m』
산행코스: 상판리-큰골-참숯가마터-연인산-우정봉-작은골-상판리
위치 : 경기 가평군 가평읍, 북면, 하면
도상거리 (약 10 km / 6시간 소요/ 만보계 약 20,000 步)
2007 . 12 . 09 일요일 맑음 (-3.4~5.5도) 일출,일몰(07:28~17:14)
산행인원 : 청실님, 홍실님, 풍악부부, 수석님 부부 , 아추사님
사진설명 : 연인산 정상에서 북동 방향(좌측이 명지산,중앙 화악산, 우측 응봉)
산행 개념도


산행후기

가평 47번 도로에서 신팔리에서
36번 도로를 따라 현리 하면에서 387번 지방도에 들어 서면,
볼품 없고 생명력 잃은 도로를 떨구고, 운악산의 웅장한 자태를 좌로 끼고,
생동감 넘치는 싱싱한 상판리 산골로 접어 든다.

청량한 겨울 산!

등로엔 하얀 눈이 수북하고,
흔적 없앤 흐미한 미로 길을 더듬어 가며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힐 즈음이면,
나목의 진한 내음이 주변을 감돌아 주는 그런 산, 엿으면 좋겠고,
정상에 서면 장쾌하고 화려한 산줄기가 한 눈에 펼쳐지는 풍광이 서려 있음.. 더 좋고,
잎 떨군 가지 위에 햇살 머금은 서리꽃이 하얗게 만발해 있는 그런 산을 찾는다면 욕심일까.

결론적으로 연인산은 그랬다.

우리가 장재울 마을에 도착 했을땐
이미 그 곳엔 차가운 겨울 그림자가 진득하게 내려 앉아 있었다.
생수공장 마당을 가로 질러, 청량한 새벽 공기를 폐부 깊숙히 들이키며
우리 일행은 그렇게 상판리 큰골 들머리로 들어 섰다.

돌돌거리던 개울 물은 이미 동면에 들어가 계곡은 겨울 문턱을 넘고 있음이 분명 했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한 채 흩뜨려 놓은 호박돌,
그 위로 엊그제 내린 눈으로 소복하게 쌓였는데
틈틈으로 원색이 드러나 수묵화 밑그림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제법 적설량도 많았다.
모퉁이를 돌때마다 우정봉 산줄기에서 넘어 온
통통하게 살찐 아침 햇살이 참목 사이를 삐집고 나와
잔설 위에 그림자를 길게 깔아 놓아 겨울 산이 주는 운치를 양껏 누릴 수 있었다.

밟고 지나간 눈속엔 가끔씩 퇴락한 나뭇잎 속살들을 드러냈다.
자박자박 눈 위의 발자국 소리가, 쥐죽은 듯 조용히 웅크려있던 연인산 북서 자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 졌다.

"회원님들~ 봄에는 고추장만 가지고 오세요"
앞서 가시던 홍실님이 우측 사면 잡목을 가리키며 긴장도 풀겸해서 말 문을 연다.
봄에는 산 나물이 지천 이라는데
자세히 살피니 귀한 누룽지 나무가 군락을 이뤄,
꽤 많은 양이 분포돼 있다.^&^

파릇하게 새싹이 돋는 봄,
개울가에 둘러 앉아 초장 꾹 찍어 입에 넣는 상상을 해 본다.
회원님들 귀에 걸린 흐뭇한 미소가 한참 이어 졌기에..
동상이몽은 아니었을것이다.
다만, 장소에 대한 비밀은 꼭 지켜야 한다는 암시와 지키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ㅎㅎ

들뜬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 들며 한참을 올라 삼거리에 도착 한다.
오늘 참석자는 청실님, 홍실님을 제외하면 5명이다.
연인산은 짝 수가 아니면 입장 불가라는데 유독 쏠로를 자칭하신 갑장 아추사님,
반쪽 과 나, 수석님 부부 그래서 오늘은 홀 수다.

반쪽과는 2년 만에 첫 동행,
연인산 만큼은 혼자 갈 수 없다는 내 감언이설에 속아 따라 오긴 했는데,
간 만이라 반쪽이 힘들어 보인다.

산에서 만나 청혼을 산에서 했고,
주말 마다 산에 가기로 약속을 했기에 허락 받았다는 수석님 부부,
우리와는 반대로 연인산 만큼은 혼자 보낼 수 없어 동행길에 올랐는데
무릎이 부실해 꽁지에 메달려 쉬엄쉬엄 오르는 중이다.

갈래 길 눈 위에 쪼그리고 앉아 후꾼 달아 오른 몸을 진한 커피로 잠시 달랜다.
우리는 벌써 오랜 지기 처럼 조금씩 경계를 풀고 있었다.
때로 인간은 잘 정돈된 앞 뜰 정원 보다 이런 분위기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기괴하게 제멋대로 울퉁불퉁 자란 나무의 형상들이
내 삶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동질의식 같은 것에서 위안을 얻기 때문일까.

산에 오면 누구나 인간사 초월하여 한 맘이 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른다.
삼거리 우측 오름 길은 가파른 험로로 맷돼지가 다녀간 파적이 아직 남아 있어,
우리 앞을 방금 앞 섰던 것 같다.

으시시함을 뒤로하고 직진하여 본격적인 오름을 시작한다. 한참을 올랐을까.
참 숯 가마터가 나온다 오늘 코스는 산행 지도에는 표기가 없다.
원래 연인산은 옛날 길수와 소정이의 애뜻한 사랑이 얽여있는 산인데
길수라는 청년은 화전을 일구기도 하고
겨울에는 숯을 구워 팔기도 하면서 생활하였는데 바로 이 곳이란다.

봄이면 아홉마지기에는 얼레지꽃과 철쭉꽃이 눈부시게 피어올라 장관이란다.
전설을 떠올리며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정상 300m 지점에 닿았다.

가파르다.
홍실님이 치고 오르는 오름 길, 눈 길이라 오늘은 수월 하지 않다.
정상을 지척에 두고, 고도를 높혔던 현란한 아침 햇살이 연인산을 비켜
우정봉으로 기울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정상을 밟았다.

정상 저만치에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 지는 곳'이라 음각으로 세겨진 사랑비 위에
하트 모양 연인산(1068m)정삭석을 얹혀 놓았다.
돌맹이를 부등켜 안고 높은 곳으로 억세게 몸을 끌어 당기는
역동적인 바위 산과는 사뭇 다른, 장쾌하고 화려한 산줄기가 한 눈에 펼쳐진다.
골골이 흩어져 내린 햇살들 아래 하얀 백지장위로 잿 빛 물감을 점점이 뿌린 듯,
산등성 입체 질감은 우리를 현혹 시키기에 충분 했다.

북동 쪽으로 명성산 뒤로 엊그제 다녀 온, 화악산 자태가 새롭지가 않다.
북서 방향으로 한북정맥이 뚜렸하고, 좌로 가깝게 운악산이 엿보이고,
동남 방향으로 매봉에서 칼봉을 끝으로 다소 누그러 드느데 좌측이 용추계곡 이란다.

앙상한 가지위로 서리꽃이 하얗게 개화되어 장관이다.
고운 햇살들이 한 몫 더해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룬다.
지난 밤, 영하의 날씨에 습도가 잘 맞아 이루어낸 천혜의 조각품일 것이다.
나무 한 그루쯤 꼭 있을 법한 장소라 여겨지면 어김없이
키 작은 구상나무 설화가 다소곳 하게 피어 있어,
여지없이 길손의 발목을 잡았다.

아쉬움을 채울 욕심으로 연신 셔터를 눌러 한겨울 연인산의 모습을 차근히 담았다.
마지막으로 명지산 능선을 마음에 담고 서리꽃 짧은 터널을 빠져 산장에 도착했다.
일행은 벌써 산장으로 내려가 땔감을 주워 모으고 있었다.

오늘, 연인들을 위한 이벤트로 군고구마를 준비 했는데..
반쪽이 이번 산행을 따라 나선 것도 군고무마가 한 몫, 톡톡히 해냈다.
그래서 인지, 큰 것 3개 중에 하나는 끝내 불속에서 행방불명,,,
작은 것 6개중에 반 이상을 반쪽이 게눈감추듯 다 해치워 버렸다.
미인은 원래 고구마를 좋아 한다는 낭설을 남기며...

매큼한 연기를 운치삼아 보글거리는 찌게 옆으로 빙 둘러 앉았다.
정상주 몇배가 돌고, 취기가 오르자 수석님의 즉석 부부 애창곡,
'아침 이슬' 노래가 시작되고 연인들의 온열이 금새 산장내에 가득하다.

살아오는 동안
우리가 꾸역꾸역 채워온 욕심들을 하나 둘씩 풀고
찌든때 말끔이 씻어 후덕하고, 넉넉했던, 연인산정을 등지며
본격적인
하산길로 접어 든다.

내림길은 가볍 길 바랬는데
러쎌 해가며 다지고 개척해 가는 길은 쉽게 열어 주질 안았다.
가녀린 나무를 잡고 제동을 걸어 인간의 동물적 감각으로 길을 찾아
안간 힘을써가며 위험 구간을 가까스로 탈출 할 수 있었다.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따뜻하지도 않았으며,
서산에 머물었던 속절없이 짧은 겨울 해가 완전히 사그라 지고서야
우리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오늘 우리가 연인산을 찾으며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이라는 뒷 문구를
떳떳이 잇지 못했던 반쪽이 야속해 짐은 왜 일까....

bye~

▲ 장수봉 장수고개 노적봉 옥녀봉로 이어지는 능선길
▲ 백둔리 마을

▲ 좌로부터 명지산자락, 뾰족한 부분이 화악산 우측이 응봉

▲ 연인산 정상

▲ 운악산 조망

▲ 서리꽃 개화
▲ 연인능선에 핀 서리꽃
▲ 구상나무 설화를 배경으로 좌측 우정봉 멀리 운악산 조망
▲ 9 마지기 억새꽃과 멀리 매봉 조망
연인들만 들어 갈 수 있는 산장
▲ 무인산장
▲ 우정봉에서 조망한 우측 매봉, 좌측 칼봉
▲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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