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산행> 홍천의 연엽산과 동양최대의 아미타대불

  

  

  

         <동양 최대를 자랑하는 아미타대불>

  

  


  연엽산 개요

  

  연엽산(850m)은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과 춘천시 동산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춘천시 동쪽의 대룡산(899m)이 모산입니다. 대룡산에서 남쪽의 녹두봉(870m)으로 이어진 능선은 두 갈래로 나뉘어집니다. 남서쪽으로는 수리봉(645m)을 거쳐 금병산(652m)방면으로, 남동쪽으로는 응봉(79m)∼연엽산(850m)∼구절산(750m)∼성치산(542m)∼불금산(499m)을 일으킵니다.


  이 산은 1970∼80년대에만 해도 동산면 원창리 쉰동골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많이 이용됐지만 80년대 이후로는 이 일대가 강원대학교 연습림으로 묶이면서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어 남서쪽 구절산 들머리인 봉명리에서 산행을 주로 합니다(자료 : 월간 산, 2006년 7월호, pp.374-375).


  연엽산은 아직까지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때묻지 않은 오지의 산이지만 동쪽의 연엽골 입구에 자리잡은 연화사에는 동양최대를 자랑하는 아미타대불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연엽산 가는 길

  

  2006년 8월 13일 일요일 아침, 45명의 등산객을 태우고 6번 국도를 따라 홍천으로 달리던 관광버스(M산악회 주관)가 양평군 "청운"에서 44번 국도로 갈아타고 북동쪽으로 향합니다. 중앙고속국도 홍천 인터체인지 아래를 통과 한 후 도로가 복잡하게 엉키는 지점에서 5번 국도로 진입해 북상하다가 "북방"에서 우회전하더니 잠시 후 국도를 버리고 다시 좌회전하여 성동천을 따라 좁은 길을 달립니다.


  서울­춘천간 고속국도의 연장인 춘천­동홍천간 고속국도의 공사를 위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교각을 지난 후 "연화사 아미타대불" 안내문을 보고는 좌회전해 극락교를 건넙니다. 연엽계곡을 따라 약 300m 정도 들어서니 거대한 대불이 반겨주는 연화사 법당 앞입니다(10:15).

  

  


  천년동안 절터가 보호된 연화사

  

  연화사는 1995년에 창간된 사찰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있을 법한 일주문도 없고, 흡사 상가건물처럼 보이는 여러 층의 건축물에 대웅보전이라는 거창한 현판대신 "큰법당"이라는 우리말 현판이 걸려 있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그리고 법당의 바로 코앞까지 대형버스가 들어가 정차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연화사 법당과 이미타대불>

  

  

             <연화사 큰 법당>


  연화사 터에 읽힌 전설을 살펴보겠습니다. 옛날 신라의 승려이며 음양풍수의 대가였던  도선국사가 전국을 순회하던 중 지금의 연화사 부근에 이르러 산세를 보고는 연엽산이라는 산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후 도선국사가 하룻밤 야숙을 하던 중 산에서 내려온 산신령이 "이곳은 산 기운이 너무 강하니 앞으로 산 기운이 누그러질 때까지 천년동안 절터를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유로 사찰 하나도 없이 연합골이라는 지명아래 절터가 보존되어 왔습니다. 그 후 화담(華潭)스님이 기도하던 중 이곳 불연지(佛蓮池)를 만나 연화사를 창간했습니다(자료 : 월간 산, 2006년 7월호, p.376 및 연화사 안내문).

  


  동양최대의 아마타대불

  

  연화사 법당의 모습이 특이하다고 언급했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동양최대라는 아미타대불입니다. 법당의 왼편에 자리잡고 있는 대불은 그 높이가 자그마치 12층의 아파트에 해당하는 36m에 이르는데, 일반적인 금색 또는 은은한 색으로 도색하는 대신 연꽃 같은 짙은 핑크빛으로 칠하여 연엽계곡을 환하게 밝혀 줍니다.

  

      <아미타대불의 앞모습>

  

  

    <아미타대불의 뒷모습>

  


  대불의 1층에는 12부처님을 탱화로 모셨고, 우리나라 최초로 부처님 복장안으로 내부를 7층까지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7층에는 아미타삼존불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대불은 종교를 떠나 한 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프랑스 파리의 노테르담사원과 스페인 톨레도의 대성당은 비신자들마저도 그 섬세한 건축예술과 웅장한 규모를 보고 감탄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미타대불과 큰 법당(하산시 촬영)>

  

  


  대학의 학술림 구역

  

  법당 앞에 관광버스가 들어서자 스님 한 분이 나와서는 참배를 할 사람은 법당으로 올라가고 등산을 할 사람들은 산골짜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합니다. 약 5분간 경내에서 서성거리다가 아미타대불을 지나 철다리를 건너 오른쪽 등산로 입구에 들어서니 입산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서 있습니다. 강원대학교 측에서 학술림으로 관리하고 있어 산불 및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입니다.  

  

   <입산 금지 안내문>

  


  연구목적으로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전면 통제를 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산로를 개방하되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나거나 식물의 채집 등을 하지 못하게 조치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C산악회장이 산행코스를 설명하면서 등산객들에게 등산로를 이탈하지 말고 더덕을 캐거나 산나물을 채취하지 못하도록 신신당부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계곡을 따라 안으로 들어섭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라 땀이 비 오듯 흘러내리지만 나무숲이 뿜어내는 향기로운 물질인 피톤치트로 인하여 코끝에 스치는 공기는 시원함을 느낍니다. 계곡의 오른쪽 경사로를 오르니 임도입니다. 좌측으로 돌아보니 저 멀리 연엽산의 정상이 살짝 보입니다.

  

   <임도에서 바라본  정상>

  


  임도를 따라 100여 미터 들어가다가 U자형으로 꼬부라지는 임도를 벗어나 계류를 따라 숲 속으로 진입합니다. 등산로에 가로로 쓰러져 있는 나무를 여러 차례 넘거나 밑으로 통과하려니 신경이 쓰입니다. 계곡을 따라 좌우로 연결되던 등산로가 어느 순간 오르막으로 변합니다.

  

  C산악회장은 4시간이면 충분한 코스이지만 5시간을 주면서 너무 서둘지 말고 느긋한 마음으로 자연을 즐기라고 말합니다. 직접 선두대장을 맡은 C회장은 산행을 하다가 후미그룹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수시로 쉬어 가기를 반복합니다.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서 한 숨을 돌리고 다리에 힘을 쓰며 오르니 헬기장입니다(11:45).

  

  


  새목현(헬기장)에서 정상까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세우니 가야할 연엽산이 나지막하게 앉아있고, 뒤돌아보면 지나온 연엽계곡과 그 너머로 이름 모를 산들이 아련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헬기장 옆에는 부러진 고사목 한 그루가 외롭게 서 있습니다. 이제부터 등산로는 남쪽의 구절산과 연계되는 능선길이라서 그런지 보다 뚜렷합니다.

  

   <새목현에서 바라본 가야할 정상>

  

  

   <연엽계곡 뒤로 아련히 보이는 산세>

  

  

     <부러진 고사목>


  길섶에는 초롱꽃, 동자꽃을 비롯한 이름 모를 야생화가 군데군데 피어 있고 등산로도 뱀의 허리처럼 매우 유연하고 부드럽습니다.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흘려내려 연신 땀을 훔치느라고 정신 없이 바쁘지만 1주일 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산에서 느끼는 무더위는 약간 수그러진 느낌입니다.

  

              <초롱꽃>

  

  

          <동자꽃>

          


  삼거리에 도착해 산악회 리본이 달려 있는 오른쪽으로 빠져 능선 끝에 올라서니 정상을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다시 되돌아가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약 50여 미터 오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데 주변은 잡목으로 둘러싸여 아무런 조망도 할 수 없습니다. 몇 걸음을 더 옮기니 남쪽으로 시야가 터지는 곳에 도착합니다. 세 개의 봉우리가 가로로 서 있는 구절산(750m)이 가장 볼만한 조망입니다.

  

  <남쪽으로 보이는 구절산>

  

  

        <북쪽의 고사목 한 그루>

  

  

  물론 정상(850m)을 알리는 아무런 이정표도 없습니다. 하다 못해 산악회 측에서 걸어둔 이정표마저도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개인이 다녀갔다는 리본만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어 약한 바람에 흔들릴 뿐입니다. 그리고 북쪽 방향으로 큰 고사목 한 그루가 푸른 하늘아래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낙엽이 지는 계절에 정상에 오를 경우 북으로는 녹두봉과 대룡산이, 북서쪽으로는 수리봉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위험한 하산로

  

  처음에 갔던 능선끝으로 되돌아옵니다. 연엽계곡과 연화사의 아미타대불이 육안으로 선명하게 내려다보입니다. 두 사람의 등산객들이 점심을 들고 있어 필자도 옆에 자리를 잡고  과일을 꺼내 요기를 합니다. 지나가는 회원들이 너도나도 모여들어 한 무리가 되었습니다. 느긋하게 앉아 쉬고 있으려니 이런 날은 등산이 아니라 꼭 산책을 나온 것 같은 기분입니다.

  

   <능선 끝에서 바라본 연엽계곡과 연화사>

  


  부부인 듯한 두 사람이 먼저 일어서기에 필자도 배낭을 맵니다. 하산하는 길이 급경사 내리막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산악회를 따라 온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등산을 왔다고 합니다. 남편은 약 20년 전에 이 산을 찾은 경험이 있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군요. 아내는 급경사로가 무서운 듯 앓는 소리를 계속합니다.

  

  아무런 안전시설도 없고 겨울철에 대비해 등산객들이 매어 둔 듯한 짧은 끈이 두 군데 매달려 있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동안 가물어서 등산로가 미끄럽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이네요. 이런 하산 길에 위에서 돌이라도 구른다면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입니다. 한 손에는 스틱을 단단히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지형지물을 이용하면서 어렵사리 안부에 내려선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길 없는 하산 길

  

  북쪽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능선 길을 따라갑니다. 아무런 이정표가 없으니 어디쯤 가고 있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큰 노송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는 곳을 통과하자 등산로는 왼쪽으로 휘어질 조짐을 보입니다. 산행 개념도를 보니 730봉인 듯 합니다. C회장은 주변을 살피더니 계속해서 가면 응봉(759봉)이므로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라고 지시합니다.

  

   <잣나무 군락지>

  

  

   <큰 노송>

  

  

    <이끼낀 노송>

   

  

     <큰 굴참나무>

  


  큰 굴참나무 한 그루를 지나 690봉에 오르니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뚜렷하게 나 있습니다. 선두가이드가 내려갔다가 올라오더니 연엽골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험이 풍부한 C회장은 여기서 오른쪽 비탈면을 치고 내려가면 계곡에 도착한다고 하면서 앞장서 갑니다. 사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하산하는 것은 고통스런 일이라 필자는 영 기분이 찜찜합니다. 내려가다가 계곡 위에서 급경사 낭떠러지로 변해 하산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몇 사람들이 C회장을 뒤따르자 필자도 용기를 내어 일어섭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없는 길을 금방 내려간 사람들의 발자국만을 따라 갑니다. 이른바 길 없는 길입니다. "길 없는 길"이라는 말은 소설가 최인호가 쓴 불교소설의 제목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근대 고승 특히 190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활동한 경허스님의 이야기를 재조명한 소설입니다. 연화사가 있는 연엽산의 하산로에서 길 없는 길을 걸어가는 중생들을 경허스님은 어떻게 바라볼지 사뭇 궁금합니다. 

  

    <길 없는 길을 가는 등산객들> 

  


  사토로 미끄러운 길이 나타나도 불평할 입장이 못됩니다. 그런 와중에 제법 선명한 등산로가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다리가 아플 즈음 모두들 중간에 모여 쉽니다. 필자가 큰 부채(접는 형)를 가지고 더위를 식히는 것을 목격한 사람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이 부채는 과거 선풍기가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가정과 개인의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부채는 기업의 판촉물로도 거의 이용되지 않게 되었고, 문방구에 가도 대부분 부채를 팔지 않습니다. 전통공예품 또는 관광기념품 판매점에 가면 태극문양이 들어간 부채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원점 회귀형 산행

  

  다리품을 쉬었다가 다시 부지런히 움직이니 아래쪽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엽계곡에 도착한 것입니다. 세수를 하고는 계곡을 건너니 오전에 오르던 낯이 익은 길과 만납니다. 임도가 보이는 곳에 이르러(15:30) 계곡의 맑은 물로 땀을 씻고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임도에서 오른쪽 사잇길로 빠져 등산로입구로 나와 오른쪽 기와집이 있는 곳으로 올라갑니다.

  

  <임도에 서서 담소를 나누는 산악회 C회장과 산행 가이드.  C회장은 월간 산에 고정적으로 출연하여 이 책의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인물로서 노란모자와 흰수염이 트레이드마크임>

 

  

  철불 앞에는 불전함이 놓여 있고 화단에는 봉선화가 새빨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입구에 매어 놓은 누렁이 한 마리가 필자가 들어갈 때는 잠자코 바라보기만 하더니 나올 때는 크게 한번 짖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마디로 웃기는 놈입니다.

  

                  <철불과 불전함>

  

  

   <봉선화>

  

  

   <연화사 경내의 연엽계곡(사찰측에서 통제해 피서객이 없음)>

  


  높은 곳에 서서 아미타대불과 연화사를 바라보는 조망도 아침과는 색다릅니다. 다시 몇 컷의 사진을 찍고는 법당 앞 생수대에서 빈 물통마다 물을 가득 채운 후 사찰 입구를 빠져 나옵니다. 오른쪽의 계곡에는 많은 사람들이 피서를 즐기고 있습니다. 왼편에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잣나무 숲을 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니 등산버스가 보입니다(16:10). 오늘 산행에 5시간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너무나도 유유자적한 산행을 한 탓입니다.

  

    <사찰 앞 도로변의 잣나무군락지>

  


  에필로그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버스가 떠날 때를 기다립니다. 연엽산은 앞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대학에서 관리하는 학술림구역으로 출입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산행을 하는 동안 이정표하나 없는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월간 산(2006년 7월호)에 주말 산행코스로 소개가 되었으므로 앞으로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정표가 없으면 사람들이 길을 잃어 산 속에서 헤맬 경우 안전상의 문제는 물론 산림보호에도 역행할 것입니다. 따라서 관계행정당국은 대학당국과 협의하여 기본적인 이정표를 세워주면 좋겠습니다.


  연엽산은 때묻지 않은 산이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산행의 조망도 볼 만한 것이 없고 등산로도 뚜렷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양최대인 아미타대불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한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 연화사뿐만 아니라 연엽산을 답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지만 길을 잃을 우려가 있으므로 반드시 산행전문가의 안내를 받아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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