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가덕도 연대봉

산행일 : 2010.11.27 토요일...흐림

누구랑 : 산찾사 + 초록잎새

어떻게 : 선창 선착장~동선 방조제~강금봉~응봉산~매봉~연대봉

            대항~새바지~어음포~누릉령~기도원~동선 방조제~선창 선착장

 

 

 

 

얼마만에 찾아든 휴일인가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주말의 연휴입니다.

일찌감치 ktx를 예매후 설레임으로 이날을 기다렸습니다.

 

이른아침..

서둘러 대전역을 나왔습니다.

매일같이 출근하여 열차 운전을 위해 기관차를 기다렸던

플렛홈에서 오늘 만큼은 나도 어엿한 승객이 되어 열차를 기다림니다.

 

열차를 기다렸다 떠나는거야 매 한가지라 지만

마음에 부담없는 편안한 이동,

그리고...

여행의 설레임으로 살폿 들뜬 마음은

매일 보던 식상했던 역구내 풍광 마저도 새삼스럽고 정겹게 다가옵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는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품격과 질이 다르다 함니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사람.

오늘은 그런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이니

어디를 가느냐는 그리 중하지 않습니다.

그저 함께함이 마냥 좋을뿐....

 

그런사람이 있을까 ?

네~!

있습니다.

아내라는 이름으로 온갖 궂은일 도맡아

가족을 위해 말없이 희생하며 살아가는 여인이 그런 사람입니다.

 

정확히 제시각에 도착한

ktx에 승차하여 부산을 향함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서 그런지 ktx는 정말 빠릅니다.

올라탄지 얼마나 됐다구 벌써 부산 도착입니다.

 

몇년전만 해도

이틀에 한번꼴로 내려왔던 부산역도

이젠 ktx 열차에 그 자리를 내준 새마을호 열차가

세월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추는 바람에 이젠 부산역도 나에겐

어리벙벙할 정도로 낮설은 역의 모습으로 변모하여 나를 맞아줍니다.

 

 

 

 

부산 지하철 1호선에 승차하여

하단역 5번 출구로 나와 다시 58번 버스를 타고 가덕도를 향함니다.

멀미 심한 아내...

결코 길다고 할 수 없는 거리인데 괴로워 함니다.

대전에서 부산 도착시각보다 더 걸려 가덕도에 도착한 버스에서 해방되자

초록잎새 긴 한숨을 토함니다.

 

가덕도 선창 선착장...

주위가 공사현장으로 어수선 함니다.

웅장하게 뻗어가는 고가도로는 아마도 가거대교로 이어지는 가교 같아 보임니다.

 

 

 

 

 

천가교로 넘어가는

공터앞의 안내도가 눈길을 잡습니다.

가덕도 둘레길로 갈맷길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오늘 연대봉에서 대항마을로 내려서면 반쯤은 그길을 걸어

되돌아 나오게 돼 있으니 갈맷길 반은 오늘 걷게 될것 같습니다.

 

 

 

 

천가교를 넘어 갑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바닷내음이 약간 비릿함니다.

아내는 그 냄새가 싫은가 본데 난 그리 싫진 않습니다.

 

바다...

웬지 바닷가에 오면

답답했던 가슴도 뻥~ 하고

일시에 뚫려질것 같은 느낌과 믿음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요 ?

 

 

 

 

바람은 찬데

바다는 고요함니다.

눌차섬은 한적하고 또 고즈넉함니다.

 

외눌과 내눌마을을 빠저 나가는

동네는 좁다란 골목길의 연속입니다.

작은 울안 담장너머 남의집 살림집이 훤히 보이는

다닥 다닥 붙어버린 담장사이를 걷다보면 마치 남의집 안마당을 걷고있는 느낌이 듭니다.

 

 

 

 

눌차동과 가덕도를 이어주는

동선 방조제를 넘어서면 등대가 먼저 눈에 뜀니다.

그곳은 산행을 끝내고 돌아 나오는길에 한번 들려 볼 참임니다.

 

 

 

들머리...

안내판이 건식돼 있는 초입엔

바람에 살랑대는 흰 물결이 넘실대는 억새밭이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운 억새를

산불감시원이 낮으로 베어내고 있습니다.

 

에고~!

아까워라~!!

 

 

 

 

억새숲을 지나며

바로 숲속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초반부터 가파른길의 연속.

오늘은 바쁘게 걸을일이 없습니다.

해지기전 산행을 끝내고 부산에서 하루를 묵을 예정이기에...

 

올들어

제일 추운날이라 했습니다.

오름길에 덥혀진 등판엔 열이 펄펄 나는데 손은 시렵습니다.

겉옷 한꺼플 벗어 베낭에 넣은 대신 장갑을 꺼내어 시린손을 감쌓아 봅니다.

항상 섬산행이 그렇듯 올라선지 얼마안돼 조망이 터지기 시작함니다.

섬산행의 묘미는 이맛입니다.

 

 

 

 

 

저멀리 을숙도가 보입니다.

그 옆을 쭈욱 따라가면 내일 우리가 오를 예정인 봉래산이 보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길게 이어진 사구를 처다보며 초록잎새가 말함니다.

 

"나 저기 걸어보구 싶다"

 

 

 

 

벌써 첫 봉오리에 올라섭니다.

개념도를 들여다 보니 198m 강금봉이라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명패엔 201m 강금봉이라 적혀 있네유~

그건 그리 중요한게 아닙니다.

다만.

이 명패를 달아준 산그리움님의 성의가 고맙울 뿐이죠.

 

강금봉 정상을 담았는데

핀이 맞지 않아 아련하여 마치 그리움을 닮은 사진이 되었습니다.

산이든 고향이든 사람이든 그리움은 아련함이 있습니다.

 

 

 

 

강금봉에서 앞을 바라보니

울룩불룩 암릉이 범상치 않아 뵙니다.

저것이 응봉산 같습니다.

 

 

 

 

그닥 위험스럽지 않아 보이는 등로인데

곳곳의 안내문은 아주 험악한 문구 일색입니다.

낭떨어지 절벽이니 조심하라고...

 

그런데...

초록잎새는 그런길만 찾아 오르니

 

어쩜 좋아 ?

 

응봉산을 오르는 등로에서 벗어나

암릉에 붙더니 단숨에 정상을 올라서는 초록잎새의 뒤를 따라 나도 올라 섭니다.

 

 

 

 

응봉산 날벼랑에

낼름앉은 초록잎새 뒤로 강금봉과 그너머 눌차동은 물론

시원한 바다가 발아래 펼처집니다.

 

햐~!

정말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저 아래서 부터

우리가 걸어 올랐습니다.

좌측의 구곡산으로 향한 능선아래 성북동과

반대편 우측의 눌차등 사이 한복판엔 마치 커다란 호수같은 바다가 내려 보입니다.

호수같은 바다엔 손바닥만한 섬도 보입니다.

그섬은 죽도란 어엿한 이름도 있네요.

 

 

 

 

 

 

응봉산에서 가야할 방향을 바라보니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연대봉이 아스라이 멀어 보입니다.

 

일찍 떠난 아침이라

아무래도 뱃속이 허술함니다.

그래도 정상은 가서 먹어야 산행이 수월할것 같아

풍광이 제일 뛰어난 이곳 응봉산 정상에서 갖은 해찰을 다 부리며

간식으로 허기를 속이며 시간을 보냄니다.

 

 

 

 

 

 

 

많은 시간을 보낸

응봉산을 내려 섭니다.

연대봉을 향한 등로엔 이런 재미난 동굴도 만나고...

 

 

 

 

 

 

암릉은 끝나고...

아주 편안한 육산이 이어집니다.

낙엽을 다 떨군 숲속은 스산함이 감돕니다.

오늘이 주말인데

어쩐일인지 많이 알려진 유명 산지에 비해 등산인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덕분에

여유로운 우리 부부의 다정한 발걸음엔 한가한 게으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우리 부부의 정담으로 깔아놓은 걸음이

뒤돌아 보니 어느새 응봉산을 저만치 밀어 놓았습니다.

 

 

 

연대봉을 향한 등로에서 약간 비켜난 봉오리..

이름이 있습니다.

역시...

정성이 그득한 명패입니다.

매봉....

 

매봉의 공터엔

제법 번듯하게 지은 산불감시초소도 있습니다.

쥔장은 외출을 한듯 문은 단단히 잠겨 있구여~

 

 

 

 

매봉을 내려서자

뻘건옷을 입은 아자씨가 반갑게 인사를 함니다.

이곳은 곳곳에 산불 감시원이 보입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까지 올라온듯 보입니다.

 

그런데 아저씨

이곳엔 계시나 마나유~

응봉산 정상에 한번 가보시면 바위틈에서

삼겹살을 구워서 쇠주를 맛있게 드시는 분들이 있던디유~

그런디에 가 계셔야 되는디.

ㅋㅋㅋㅋ

그래도 우야튼 좌우지당간에

날도 무쟈게 추운디 고생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연대봉을 향한길..

길게 이어지는 오름길입니다.

등로는 계단길로 정비가 잘 돼 있습니다.

아주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함니다.

 

 

 

 

정상을 코앞에 둔 조망터...

햐~!

식탁이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아주 우와하게 식사를 함니다.

바라만 보아도 좋은 아내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을것 같은 바다를 내려보며

또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을 아내가 준비한 맛좋은 음식을 앞에 두니

행복감이 마구 마구 밀려듭니다.

 

 

 

 

 

 

드뎌...

오늘의 목적지 가덕도 연대봉에 올라섭니다.

연대봉 정상은 왜구의 침입을 감시하던 봉수대가 먼저 눈길을 끕니다.

원래 봉수대는 정상 옆 일명 낙타봉이라는 암봉에 설치돼 있었다고 함니다.

 

 

 

 

 

봉수대를 내려서자

전망테크가 반겨줍니다.

 

 

 

전망 테크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한마디로

 

쥑~여 줘요~~~

 

천성만을 휘돌아 가던 도로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걸 보니 저게 말로만 듣던 가거대교가 확실함니다.

올 연말에 개통된다니 이젠 거제도와 부산은 한 몸뚱아리가 된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연대봉에서

오랫만에 둘이서 등정기념 증명사진 한장 남긴후...

 

 

 

 

우린

저 아래 보이는 마을 대항선착장으로 내려 갈겁니다.

 

 

 

 

앞에 보이는 암봉...

저곳에 옛 봉수대가 있었다 함니다.

초록잎새는 고집을 피며 그곳을 오르고 싶어 하나

그곳 입구엔 출입금지란 명패가 걸려있습니다.

이유는 위험하다는 거...

 

그냥 올라보고는 싶은데

이곳 정상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뜀니다.

아무래도 처다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럽습니다.

 

산찾사...

이젠 옛날 승질 다 죽었습니다.

저런걸 눈앞에 두고 포기하고 그냥 내려선다는건

예전엔 절대 없었던 일였고 상상을 할 수도 없는 일였습니다.

ㅋㅋㅋㅋ

 

 

 

 

 

 

 

하산길에

조망 좋은 암릉에서 잡아본 가거대교의 모습입니다.

 

언제 시간이 허락하면

직접 차를 운전하여 저 해저터널을 통해 거제도를 건너 가 봐야 되겠습니다.

그냥 처다만 봐도 아주 멋진 드라이브길이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대항마을을 향한 도로를 걷습니다.

 

구불 구불..

한없이 이어지는 아스팔트길...

 

꼭 이런길을 가야 되냐며

투덜대는 초록잎새를 달래며 걷습니다.

하룻밤 100키로 울트라 마라톤도 뛴 여자가 뭔 투정이냐 핀잔을 날리자

달리는거랑 걷는거랑은 뭐 틀리다나 뭐라나 ?

 

 

 

 

대향마을 입구...

도로공사가 한창 입니다.

어수선한 마을을 얼른 벗어나 새바지 마을로 향하는데...

 

 

 

 

이런 젠장 딘장 간장 우라질.....

갑자기 비가 내립니다.

마을을 향해 내려오던 이곳 마을의 어부인듯한 아저씨가

우릴보고 바다엔 지금 비바람이 몰려오는데 어딜 가냐구 한마디 함니다.

 

택시를 타고 가자는 마눌의 청을 묵살함니다.

오늘 비가 내려도 5mm만 살짝 내린다 했으니 걱정말구 따라 오라며

빠르게 마을을 벗어 납니다.

계속 비가 내리면 어쩌나 속으론 무쟈게 캥기면서도 일단은 밀어 붙여 봅니다.

 

 

 

 

다행히 비는 소강상태...

이내...

오락가락 하던 비가 완전히 그칩니다.

 

휴우~!

참말루 다행입니다.

오늘은 기상청이 구라청이 아닌가 봅니다.

갈길은 아직도 먼데 계속 비라도 내렸다면 큰 낭패를 당할뻔 했습니다.

 

 

 

 

가덕도 연대봉 둘레길을 걷습니다.

완만한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는데 발 아래론 파도가 찰랑댑니다.

정말 좋습니다.

계속 이런길이라면

그냥 둘레길만 한바퀴 돌아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가는 곳곳 갈림길엔

이렇게 예쁘장한 길 이정표가 길을 안내 함니다.

 

 

 

갑자기 핸폰이 울립니다.

보나마나 부산의 창우형님 손폰입니다.

아무말 없이 다녀가면 후환이 두려워 사전 신고를 했습니다.

함께 산행을 해야 하는데 벌여놓은 사업이 바쁘답니다.

불경기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쥬~

대신 저녁이나 함께 하잡니다.

그래 전화가 온건데....

 

성의만 마음으로 받습니다.

덩치만 무쟈게 컷지 순수하기는 어린애보다 더한 창우형님이 떠올려 집니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하루종일 안절부절 했을 겁니다.

 

창우형님은

좀 있으면 어두워 질텐데 아직까지 산행중이냐며 걱정이 태산입니다.

만나기엔 너무 늦었으니 알아서 가겠노라 

그러니 형님 신경쓰지 마시라며 통화를 끝냅니다.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등로가

제법 넓직한 공터를 지나갑니다.

누릉령입니다.

예전 이곳에 민가가 있었다 하네요.

 

 

 

 

 

 

 

이젠 둘레길도

거의 끝나가는것 같습니다.

저멀리에 커다란 규모의 건물이 보입니다.

개념도를 들여다 보니 기도원이라 표기돼 있습니다.

 

 

 

 

 

기도원을 지나며

바다를 지척에 둔 해변길을 걷게 됩니다.

파도소리를 벗삼아 걷는길도 이젠 점점 힘이 빠져옵니다.

 

 

 

 

오전에 들리려던 등대가 보입니다.

아직 오후 6시도 안됐는데 벌써 어둠이 내려 앉았습니다.

한낮의 길이가 짧은 겨울임을 실감함니다.

이젠 완전히 겨울의 문턱을 넘어선게 확실함니다.

 

 

 

 

어둠에 잠긴 가덕도를 탈출함니다.

가덕도 탈출엔 초록잎새의 짜증을 일게 만든

무뚝뚝한 갱상도 사나이의 무례함이 한몫을 차지함니다.

 

교통카드를 준비못한 우린

천원짜리 거스름돈을 바꾸기 위해

버스정류장의 어느 음식점에 들렸는데 말도 꺼내기 전

장사 안한다며 거칠게 우릴 몰아내며 문을 꽝 닫아 버린 사나이가 있었습니다.

얼떨결에 당하고 난 뒤에 밀려드는 분노....

 

"뭐~ 저런 쉐이가 있어~?"

 

다음날 봉래산을 가기위해

자갈치 시장에서 내렸습니다.

물좋은 회 한점 먹으려 내렸는데 죄다 샷타를 내렸습니다.

 

초록잎새가

하루종일 추위에 떨었는데 뜨끈한 국물이 더 좋을것 같다 함니다.

깔끔해 뵈는 음식점에 들어가 해물탕을 시켰습니다.

초록이가 좋아하는 맥주가 당연히 주문되고...

 

얼큰하고 시원한 해물이

얼었던 몸과 피곤을 가시게 만들어 줍니다.

거기다 한잔의 술은 몸을 노른노른 나른나른하게 만듭니다.

가까운 태종대에서 숙소를 잡으려던 계획을 바꿉니다.

밤도 어둔데 추위에 떨며 돌아 댕길것 없이 아무곳이나 깔끔해 뵈는 모텔을 잡아 안식에 듭니다.

 

 

 

 

다음편 부산 봉래산으로....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