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적인 산길 (산성고개-백양산-엄광산-대티고개) -하-  

 

 

2010.  11.  21. (일) 맑음
 

산사랑방 / 산거북이 

 

일출 07:08 / 일몰 17:14 / 음력 10.16 

 

 


▲가을이 주는 낙엽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산길.. 엄광산에서 구덕령 하산길에 그의 모습을 담았다.

 

 

▣ 구간별 산행기록

 

06:20 산성고개    -산행시작-

06:40 남문

07:09 휴정암 이정표

07:55 만덕고개

08:05 365봉 전망대

08:20 만남의 숲

08:36 불태령

09:17 611봉

09:23 불웅령(봉)

09:46 백양산(641m)

10:00 애진봉

10:27 삼각봉(454m)

10:50 갓봉(405m)

11:43-11:55 개금고개

13:30 엄광산(504m)

14:00-14:30 구덕령

15:19 구덕산

15:30 시약산 기상관측소

16:40 대티고개    -산행종료-


 

총 산행거리 및 시간 :  20.4km / 10시간 20분(휴식 포함)

 

▣ 정맥종주거리 : 정맥거리 20.4km  / 누적거리 370.4km

         산성고개→4.0←만덕고개→4.8←백양산→4.5←개금고개→2.5←엄광산→1.5←구덕령→3.1←대티고개 = 총20.4km

▣ 총 누적거리 :  401.5km (접근거리 포함)

▣ 교      통 : 자가운전 북대구I.C-신부산고속도로-대저분기점-만덕-화명동 (약 115km  / 1시간30분)

▣ 들머리 대중교통 : 화명동-산성고개 (택시 / 10분 :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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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백양산 갓봉에서 산거북이님을 만나 대티고개까지 지척에서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산행을

함께 했다. 그의 집 근처에 있는 엄광산은 낙동의 한 산줄기이자 그가 자주 즐겨 찾는 곳이다.

홀로산행도 나름의 운치가 있지만 지인과의 동행 또한 때로는 산행의 큰 의미가 되기도 한다.

 

산행초보시절부터 그는 나에게 많은 용기를 주었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가 시도한

영남알프스 환종주가 계기가 되어 백두대간종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고 그의 존재가 큰

힘이 되었다. 백두대간 도솔봉 구간과 설악산 공룡능선 구간에서도 기꺼이 동행을 해주었다.

낙동정맥이 부산으로 연결되는 영남알프스 고헌산 구간은 함께 걸었고 그 후에도 늘 그의

후원과 관심속에 지금에 이르렀다. 오늘 개금고개 부터는 온전히 그와 동행한다.

 

 

 

건너편의 마제스타워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개금역 지하도를 이용해야 한다.

 

산거북이님의 개금고개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다.

윗층 선배님이 자랑삼아 들려주던 어릴적 무용담이라고 한다.

 

"어릴 적에는 주례에서 말이야, 개금고개까지 연탄리어카 뒤에서 밀어주면 아저씨가 5원씩 줬어.

그것도 우리처럼 힘깨나 쓰는 아이들이나 선택되지 아무나 할 수 있는 벌이가 아니었다구........"

 

그랬을 것이다. 개금고개까지만 리어카가 올라서면 서면방향은 계속 내리막

이었을테니 얼마나 수훨했을까. 지금은 자동차로 쌩쌩달려 올라갈 수 있지만.. 연탄

리어카를 밀어올리던 고개가 바로 낙동정맥 마루금이다. 그 산줄기가 부산 도시의

근골을 이루고 있으니 부산시민의 자랑이자 자긍심이 아닐 수 없다.

 

 

 

개금역 지하도의 커피점 <photo by 산거북이>

 

서민들의 애환이 서리 개금고개였지만 지금은 고갯마루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우리는 개금역 지하도 장의자에 앉아 시원한 냉커피로 옛 추억을 되새기며 휴식을 취했다.

홀로 였다면 이러한 커피맛도 음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행은 아름답다.

 

 

 

<백병원을 지나 뒤돌아본 백양산 방향>

 

좌측으로 정맥꾼들이 주로 이용하는 24시찜질방이 보인다.

 

 

 

백병원을 지나면 마루금은 5층건물인 고원아파트 5동으로 이어지고

5동 뒤쪽 놀이터를 경유하여 올라서면 노란 정맥 리본이 촘촘히 붙어있다.

 

 

 

드디어 산거북이님이 즐겨찾는 엄광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도시속의 산길인데도 자연그대로 오붓하다. 햇살이 따스하여 걷기도 좋고 단풍이

물든 나뭇잎들이 아직 떨어지지 않아서 늦가을 정취가 그대로 전해진다.

 

 

 

 

 

 

지금은 낙엽이 산사면을 덮고 있지만 70년대 엄광산은 벌거숭이 산이었단다.

그때 사방사업으로 심어 놓은 사방오리나무가 제법 많아 눈길을 끈다. 그 외에도

산벚나무와 조림한 어린 단풍나무가 현란한 추색으로 하늘을 수놓기도 한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백양산과 애진봉, 삼각봉과 갓봉이 하나의 흐름

으로 조망 되고, 엘지 아파트 뒤로 세 개의 철탑이 나란히 서 있는 곳이 이어온

정맥마루금이다. 사상과 서면방향의 시가지 풍경도 한눈에 들어온다.

 

 

 

엄광산 정상(504m)과 팔각정

 

 

 

건너편은 가야할 구덕산과 기상관측소가 있는 시약산

 

 

 

엄광산에서 구덕령 하산 길

 

 

 

이 길도 만남의 숲 다음으로 포근하고 아름답다.

 

 

 

 

 

따스한 가을 햇살에 나무들이 졸리는듯 비틀거리는 숲을 지나

 

 

 

구덕령에 내려서니 시장통처럼 산님들이 북적댄다. 유명한 '구덕령 꽃마을' 이란다.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도로 양 옆에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고 산님들은

어느 식당으로 들어갈까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우리는 그가 자주 찾는다는 <잠이손두부>

식당으로 들어섰다. 식당 안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대었고 시락국정식과 생탁 한 병을

시켰더니 두부비지찌개와 칼치튀김이 덤으로 나왔다. 둘이서 생탁도 홀랑 비웠다.

 

그 맛을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대간할 때는 매요휴게소의 할매표막걸리,

김천 지례 흑돼지와 추풍령 짬뽕이 참 맛있었다. 낙동하면서는 석포역의 짜장면과

오늘 구덕령의 시락국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낙동 하시는 분들은 개금지하도의 커피와 구덕령의 시락국은

꼭 드셔보시길 권하고 싶다. 아니면 낙동은 무효??

 

 

 

구덕산 오르는 들머리에 리본이 보인다.

 

 

 

룰루날라..  생탁 덕분인지 그의 발걸음이 더욱 가볍고 경쾌해졌다.

 

 

 

천삼백리를 달려온 낙동강이 긴 호흡을 멈추는 곳, 그 바다가 점점 가까워진다.

 

 

 

<시약산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상관측소>

 

시약산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100m정도 올라서면 구덕산인데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한다. 구덕산 정상부에는 항공무선표지소가 있어서 구덕령에서 바로

오를 수가 없고 승학산 갈림길에서 시약산 방향으로 U턴하듯이 올라야 한다.

 

 

 

구덕산 정상도 동서로 꽤나 조망이 좋다.

 

 

 

오후 햇살에 황금빛으로 물든 을숙도 대교와 억새가 장관인 승학산이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승학산은 마루금이 아니기때문에 그쪽으로 빠지면 안된다.

반드시 구덕산을 찍고 기상관측소가 있는 시약산으로 내려서야 한다.

 

 

 

시약산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구덕운동장 방향

 

 

 

시약산을 정점으로 고도를 낮추는 정맥마루금, 멀리 낙동정맥의 종착지 몰운대가 보인다.

 

 

 

시약산 전망바위에 올라선 또 다른 나의 모습 <photo by 산거북이>

하늘빛이 멋지다.

 

 

 

지나온 구덕령과 엄광산 백양산 방향

 

 

 

시약산의 조망도

 

 

 

갈림길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정맥은 대티고개 방향이다.

 

 

 

 

 

 

 

 

 

쑥부쟁이가 방긋 웃으며 마중을 나왔다. 이 가을 그녀의 마지막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수더분한 산벚나무 단풍길을 지나

 

 

 

비탈길을 내려서면 산복도로를 만난다.

 

 

 

부산에는 유명한 산복도로가 몇 군데 있다. 옛 모습을 간직한 대티고개 위 산복도로 풍경이다.

한 뼘의 땅도 소중하게 느껴지는 작은 담장, 낮은 집들, 좁아터진 골목사이로 마루금은 이어진다.

 

 

 

어릴적 70년대 초 쯤인가. 밤에 부산시내를 지나면서 산비탈에 무수히 박힌 별빛을 본적이 있다.

그 별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에겐 부산의 상징처럼 남았다. 그건 바로 이러한 비탈진 집들 사이

에서 새어나온 불빛이었다. 오늘도 산복마을에 불이 켜지면 별빛이 될까...

 

 

 

 

 

 

가지치기를 너무하여 겨우 밑둥치만 남은 노목, 리본 하나 매달고 객을 맞는다.

그동안 수도없이 이 길을 지나간 선답자들.. 말을 걸면 옛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둘려줄 것 만 같다. 10년 전인가 신경수님 부부도 이 길을 지나셨을 것이다.

 

"나무야! 너도 그분을 기억하느냐? 오래오래 이 길에 서서 우리도 기억해 주려무나."

 

 

 

<오늘의 산행종점 대티고개>

 

다음 들머리는 담배포와 빨간 우체통이 보이는 좁은 골목안으로

이어진다. 전봇대에 붙은 노란 리본들이 어서오라며 팔랑거린다.

오늘의 행복은 잠시 저 전봇대에 남겨둔다.

 

 

 

낙동정맥 산성고개-대티고개-몰운대 산행지도 / 출처 : 사람과 산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