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92 환종주<2> 영남알프스(억산-운문산-가지산-능동산)

             

                                                         2007. 04. 01 (일) 황사주의보

 

                                                                 산사랑방 홀로

 


 



                                                                       ▲아랫재에서 가지산 가는 길

 

 

산행경로

 

06:10 인곡마을회관 -산행시작-

06:20 봉의저수지(인골산장)

07:30 주능선(구만산 갈림길)

08:00 인재

09:13 오봉리 갈림길

09:20 억산

09:35 팔풍재 (대비사 2.6km / 석골사 2.7km)

10:05 범봉

10:20 딱밭재 (운문사 4.5km / 석골사 2.9km)

11:00 아쉬움 릿지구간

11:07 상운암 갈림길

11:15 운문산

11:45 아랫재

12:30-12:50 백운산 갈림길

13:50-14:00 가지산 

14:15 중봉

14:40 천막매점 <영업중>

14:50 석남사갈림길

14:57 석남터널 밀양방향 갈림길

15:50 석남터널 울산방향 갈림길

16:15 배내고개 갈림길

16:20 능동산

16:40 배내고개 -산행종료-


 

총 산행시간 10시간 30분(약 22.5km)

 


 

서대구-밀양시 산내면 인곡리 마을회관 : 신부산고속도로 경유 차량운행거리 90km / 소요시간 1시간10분

차량회수 : 배내고개에서 히치하여 석남사로 이동

                석남사 17:10발 밀양행 시내버스 2,600원 (배차는 1시간 간격 / 막차는 19:10)


 



                          ▲들머리인 인곡리기점 구만산 산행안내도(국제신문 근교산에서 발췌)


 



                           ▲능동산 날머리인 백운산-가지산 산행안내도(부산일보 산&산에서 발췌)


 


 

봄빛의 신비.. 억산에서 운문산

 

황사주의보속에 집을 나서니 꼭지(아내)의 표정이 삐친 것처럼 시큰둥하지만 그렇다고

예정된 산행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라 미련없이 차를 몰아 지난번에 하산했던 봉의저수지를 향해 길을 잡는다.

밀양에서 언양가는 4차선 국도는 아직까지 일부구간이 미 개통된 상태지만 개통된 곳은

교차로구간에도 신호등대신 지하도로 입체화 되어 있어서 시간도 단축되고 이용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가인리 이정표따라 우측으로 내려 지하도를 빠져나오니 멀리 <한국농촌공사>라는 커다란 글씨가 새겨진

봉의저수지댐이 눈에 들어온다. 인골산장까지 자동차는 진입할 수 있지만 그곳에는 주차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인곡마을회관 공터에 주차하고 산행준비를 한다.


 



                                                     ▲당산나무가 있는 인곡마을회관과 인곡교 (뒤 돌아본 풍경)

 

 


 

                                                     ▲희뿌연 황사속에서도 가인계곡은 봄빛에 물들어가고.. 


 

 

인골산장을 지나 저수지 계곡따라 오르니 진달래와 생강꽃이 입이 터지게 활짝 피어서 반겨주고

갓 움을 틔운 연초록의 나뭇잎들은 봄빛의 신비를 느끼게 해주지만 짙게 깔린 황사가

그 아름다움을 시샘한다.

지난번 비학산에서 처럼 아름다운 운해도 볼 수 없고 조망도 되지 않지만

산중의 적막을 깨뜨리는 계곡의 물소리와 나뭇가지 마다 톡톡 튀어나오는 봄빛의 향연..

황사속에서도 은은하게 비치는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는 기분이 상쾌해지고

일상의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족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인생사도 살다보면 좋은날, 힘들고 어려운 날이 있듯이 산행 또한 그와 같으리라.

궂은날이 있어야 좋은 날의 고마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1시간여 쉬엄쉬엄오르니 구만산/억산 갈림길인 주 능선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억산까지도 오름과 내림의 고도차가 심해 힘은 들지만 길이 좋아 걷기는 편안한 편이다.


 



                                                                           ▲편안한 주 능선의 꽃길


 

 

                                                                        ▲억산가는 길에 바라본 사자바위

 


아직도 속살이 훤히 비치는 산마루에는 겨울이 쉬 떠나지 못하고 있으나

반쯤 핀 진달래꽃봉오리를 보니 다음주쯤이면 이곳 능선들도 진달래가 만개할 것이다.

 

인재에 도착하니 4-5명의 산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오늘 처음 만나는 산꾼들이다.

실크로드 무박팀 같았으나 커다란 배낭을 보니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딱나무 없는 딱밭재를 지나

운문산오름길에서 만난 부부산님은 실크로드 구간종주중이라고 했다.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산행이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다.


 



                                                                                         ▲억산


 

 

                                                             ▲억산을 내려서며 바라본 희미하게 조망되는 범봉

 

 

꼭지(아내)만큼 걸음이 느린 사람도 드물 것이다.

초보 때는 자꾸 걷다보면 걷는 속도도 빨라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산행을 할수록 느림보로 변하니.. 웬~~~ “나는 언제쯤 꼭지와 실크로드를 함께 걸어볼까..”

혼자 중얼거리며 가야할 운문산을 올려다보니 보이는 건 황사먼지뿐이요

향긋한 봄 내음 대신 매쾌한 황사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팔풍재


 

 

                                                         ▲너무 짧아서 아쉽다고 이름 붙여진 아쉬운 릿지구간


 



 

 

                                                                                       ▲운문산

 

 

아쉬움릿지구간 오르기 전 키가 작은 아담한 산죽길이 이어지는데 오름길이지만 별로 힘든 줄 모르고 오른다.

산죽길이 어느 정도 끝이 나고 조망이 트이는 안부에 닿는데 우측으로 이정표 없는 산죽길이 뚜렷하게

이어진다. 바로 상운암으로 향하는 샛길로 위의 릿지구간을 지나서 가는 것 보다 이곳에서

상운암으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길이 좋다. 오늘은 황사 때문에 조망도 없을뿐더러 아직

식수도 보충하지 않아도 되기에 상운암에는 들르지 않고 바로 운문산으로 오른다.

 

운문산정상부는 고도(1188m)가 높아서 땅은 아직도 서릿발이 곤두 서 얼어있고

겨울의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역시 황사로 인해 조망도 되지 않아 바로 아랫재로 내려선다.

아랫재까지는 30여분 무릎이 얼얼하도록 내려가야 하고 그 떨어진 고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가지산까지 또 1시간 40여분 땀깨나 쏟아야 한다.


 



                                                                       ▲운문산에서 아랫재 내림 길


 

 

                                                              ▲아랫재에서 가지산 오름길에 만난 복수초

 

 

 

원망스러운 황사.. 가지산에서 능동산 
 

아랫재에서 가지산오름길에 복수초가 군락을 지어 피어있어 위안이 되나

무박종주 때 이곳이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구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 육화산에서 가지산까지 종주하려다가 두 어 군데 알바를 하고났더니 너무 힘들어

아랫재에서 주저앉아 씩씩거리다가 운문사로 하산하지 않았던가. 그때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첫 번째 알바는 흰덤봉에서 구만산가는 길이었다. 흰덤봉에서 좌측 동창천방향으로 가다가

우측으로 틀어야 하는데 무조건 직진만 고집하다가 길이 없어 다시 백하여 구만계곡까지

내려가서 구만산으로 올랐다. 그래서 초반부터 체력을 소모했고 
 

두 번째 알바는 운문산에서 이곳 아랫재로 내려서면서 전망 좋은 암능구간에서 능선으로 또 직진만

고집하다가(좌측 우회길로 가야했음) 까다로운 릿지구간에서 로프에 매달려 오도가도 못한 채 시껍했었다.

어쨌든 “실크로드 무박종주는 죽음의 종주”라고 할 만큼 힘들다고 하지 않았던가.


 



                                                                 ▲백운산 갈림길을 지나 가지산 가는 길


 

 

                                                       ▲드디어 영남알프스의 맏형 가지산이 시야에..


 

이런저런 생각으로 40여분 헉헉대며 오르니 시야가 트이고 억새군락지사이로

유순해지는 능선따라 멀리 가지산의 암봉이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여기저기

멋진 암능의 조망대가 지친 몸을 위로해준다. 
 

맑은 가을날에 올라서면 영남알프스의 동서남북 끝없이 펼쳐진 산군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백운산라인이 선경처럼 다가올 것이다. 얼음골 뒤로는 천황산과 재약산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깝게 보일 것이다.

좌측 멀리는 가야할 실크로드의 환상적인 구간인 신불산과 영축산, 그리고 시살등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산마루에 가슴이 설레게 될 것이나 오늘은 짙은 황사 때문에 조망의 호사를 누리지 못한다.

 


 

 

                                                             ▲가지산 간이대피소(오뎅, 라면, 막걸리, 생수 등등..) 


 

 

                                                                 ▲가지산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어쩔 수 없이 전망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백운산을 바라보니 그저 희미한 음영만이

아쉬움을 더해주는지라 다음에 백운산-가지산 코스라도 꼭지와 함께 한 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는 등산객 한 두 사람 외에는 만나기가 힘들었는데 많은 산님들이 웅성거리며

일부는 아랫재로 일부는 백운산방향으로 시끌벅적하게 내려간다. 
 

가지산에 올랐으나 여전히 황사의 애꿎음에 조망권이 없어 간이 대피소에서

오뎅과 막걸리 한사발로 정상주를 대신하며 자축하고는 바로 능동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가지산중봉을 지나면서부터는 계속 하산길이라 별로 힘들지 않아서 좋고

노랑제비꽃이 지천에 피어서 방긋방긋 웃음을 건넨다.


 



 

 

                                                                      ▲석남사 하산 갈림길 이정표


 

 

                                                      ▲능동산/석남터널 울산방향과 석남터널 밀양방향 이정표


 

 

                                                                                        ▲능동산


 

능동산은 석남터널방향을 따르면 되는데 석남터널은 밀양방향과 울산방향 두 개의 이정표가

있어서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능동산은 울산방향 석남터널을 따르면 되고 어느 고마운 산님이

작게 매직으로 능동산⇒ 로 표시해 놓아 이정표만 잘 보면 길 잃은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석남터널 울산방향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 밋밋하던 능선이 갑자기 오름으로 변한다.

아마 능동산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마지막으로 20여분 힘든 오름 짓을 한다. 
 

능동산 
 

드디어 억산에서 능동산까지 오늘 실크로드 제2구간을 마감하는 순간이다.

황사 때문에 조망이 없어 1구간 때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지만

그 대신 얼얼한 발걸음에 감사하고 마음으로 그리는 무에서 유를 찾는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그후 
 

배내고개에 내려가 매점아주머니에게 언양행 버스시간을 물으니

“우짜꼬, 차는 이제 막 배내골로 들어갔으니 5시 40분쯤이 되야 나올 긴데 그때까지

 1시간을 우째 기다릴라꼬? 그냥 아무 차나 세워서 타고 내려가소.”

친절한 아주머니께 꾸벅 인사하고 
 

도로에 내려가 히치하기로 하고 망설임 없이 넵다 손을 들었더니

부산서 오셨다는 어느 고마운 분이 차를 세워주어 석남사까지 타고갈 수 있었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한 마디 감사의 말로 고마움에 대신하고 석남사주차장에 도착하니

때마침 5시 10분에 떠난다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밀양가는 버스는 1시간간격으로 자주 있다고 하니 19시 10분 막차 때 까지는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어서 차량회수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