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 2006. 10. 14. (토)

누구랑 : 오월에 부부

어디로 : 영남 알프스 억산(億山.944m.경북 청도 금천면. 경남 밀양 산내면)

산행코스 : 석골사 주차장 - 수리봉 - 전망대(문바위) - 사자바위 -

                억산 정상 - 깨진 바위 - 팔풍재 - 대비골 - 석골사

산행시간 : 총 6시간


 

“다람쥐는 뭘 먹고 살아라꼬?”

 

추석 뒷날,

억새 서걱이는 천성산 화엄벌을 노닐고

무지개폭포 쪽으로 하산하면서

한 됫박쯤 주워온 도토리를 보고선

울 집 막내가 던지던 말이다.


 

오전 출근 후 나선 걸음이라

마음은 넌즈시 바쁘기만 하고

석골사 주차장은 이미 만원

귀퉁이 한 자리에 애마를 누이는데

뭔가 덜커덕 심상치 않다.

심히 패인 콘크리트 바닥이며

큰 돌이 차체아래 끼어있어

진퇴양난 기로에서 힘을 합쳐

고난을 극복하고 안도하며 출발하다.(11:50)


 

시그널을 따라 左로 진행하는데

잘 영글은 도토리가 지천이나

갈 길이 바쁘기에 눈도장만 찍고 간다.

오솔길따라 사뿐사뿐 진행하니

어느 순간 남편이 한 마디 한다.

“길이 수상혀.

 내려가는 거 같은데?”

“오잉?...또 내가 실수를??”

산을 훨씬 많이 타고

입만 벙긋하면 산 얘기이나

남편 앞에서는 실수 투성이.

“그대가 사부님 하셔.

 각시는 후미조 총무할껴.”

경사진 산 사면을 치고 오르며

잃어버린 등산로를 찾아 진군하면서도

발아래 나뒹구는 알알이 도토리에

자꾸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제발 날 주워가 주세요!” 하는 것처럼......(12:25)


 

시그널이 나부끼는 등로에 올라섰다.

일사천리로 씩씩히 오름이어

전망대에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인다.(13:55)

북암산, 문바위를 바라보며

수리봉(765m)에 오르니 아담한 돌탑.

변화무쌍한 오름, 내림 이어가며

사자바위봉(924m)에 당도했다.(14:50)

조망멋진 문바위를 어쩌다 지나치고

조망없는 사자바위봉 올라섰으니

여유없는 시간탓에 바쁜 맘 탓이리라.


 

골골마다 秋色은 아직 옅지만

능선길은 이미 가을이 농익었다.

사그락거리는 갈색톤 잎사귀들

앙상한 가지들은 겨울인 양 느껴지고......

그늘진 평온한 곳, 늦은 점심 펼치다.(15:00)

더러 삼삼오오 산꾼들이 지나간다.

누군가 던지는 말, 귓전에 가깝고나.

“운문산보다 억산에 사람많네~~”


 

유순한 길 잇고이어 정상향해 나아간다.

가을햇살은 아직 따사롭고

헬기장을 지나니 왁자지끌 사람소리

한 떼의 무리들이 정상에서 쉬고있다.(16:00)

영남 알프스의 숨은 보석아닌

억산(億山. 944m)은 분명 위용갖춘 용사였다!

이름조차 비범하니, 억만 건곤(億萬乾坤)

즉, 하늘과 땅사이에 있는

명산중에 명산이라는 뜻이란다.

지척의 운문산은 맏형마냥 듬직하고

영남알프스의 무수한 산들이

잇고있는 산그리메 끝이 없더라.


 

돌탑 서 있는 봉우릴 다시지나

긴가민가 내려서니 떡 버틴 거대한 암봉

그 유명한 깨진 바위인가 보다.

수 십미터 깎아지른 절벽 꼭대기에

낙락장송 의연히 천 년 세월 노래하고

에돌아 내려가니 밧줄이 걸려있다.

아하, 여기구나.

여러사람 힘들었던!

남편이 거뜬히 내려서고선

밧줄잡고 고정시키며 지시 내린다.

右로 붙고, 몸 붙이고

오른 발, 왼 발, 다시 오른 발......

몇 발자욱 딛다 주춤거리는데

갑자기 머리 위 까마귀소리

까악 깍~~ 까악 깍~~

-너 떨어지면 나 잡아 먹는다!?-

진땀빼며 직벽을 내려서니

또다시 암릉코스 완만히 이어지고

험한 등로 펼쳐지니 조심걸음 이어간다.(16:35)


 

팔풍재!

본격 하산길 대비골로 내려선다.(16:50)

화려한 단풍이 시시로 반기고

계곡은 말라 간혹 여린 물소리

키 큰 산죽터널 종종 이어지는

대비골은 부드러운 등로였다.

억산 3.5km, 상운암 3km, 운문산 3.5km

이정표를 지나니 반듯한 길 나타나고(17:35)

조용한 석골사를 지나니

좋은 시절엔 꽤나 이름값했을

석골폭포가 지치고 기운빠진 이무기마냥

여린 몸짓으로 휘어 흘러내린다.(17:50)


 


 행여 억산에 가시거든

석골사 주차장 끝 모퉁이

거친 바닥 돌부리 피하시라!


 

행여 억산에 가시거든

문바위에 필히 올라 조망 보시라!

깨진 바위 정상에서 대비지 내려보라!


 

행여 억산에 가시거든

깨진 바위 직벽코스 주의하라!

오월에 남편, 한 짝 장갑 찾아보라!